<열한 계단> 페이퍼를 3개나 작성했습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세 부분으로 나눴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편입니다. 삶과 죽음. 그것을 너머 경계에 서기까지의 채사장의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채사장은 큰 사고를 겪습니다. 불안과 우울증, 불면으로 정신과 치료와 약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마음의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편안한 음악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 그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삶에 감사해>란 노래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아르헨티아인입니다. 조국에 박해받았던 그는 남편을 잃었지만 여전히 <삶에 감사해>란 노래를 민중을 위해 부릅니다. 잠시 그 곡을 감상해보겠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도 있습니다.) 


삶에 감사해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샛별 같은 눈동자를 주어 

흑과 백을 온전히 구분하게 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게 하고,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 님을 찾을 수 있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어

밤과 낮에 우는 귀뚜라미와 카나리아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 소리, 물레방아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 귀에 새겨 넣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소리와 문자를 주어

어머니, 친구, 형제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이 되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내 지친 발을 이끌어

도시와 시골길,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걸을 수 있게 하였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악으로부터 선이 해방되는 것을, 

그리고 당신의 맑은 눈 깊은 곳을 응시할 때,

내 마음 속에 요동치는 심장을 주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웃음과 눈물을 주어 행복과 슬픔을 구별하게 했고,

나의 노래와 당신들의 노래가 되게 했네.

이 노래가 그것이라네.

그리고 이 노래는 우리들 모두의 노래라네.

세상의 모든 노래가 그러하듯,

나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이여, 감사합니다.




 채사장이 소사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그 사소한 것들' 입니다. 그 곡도 한 번 들어봅시다.


그 사소한 것들


시간이 흐르면 잊히리라 생각하겠지만

떠나간 기차는 다시 돌아온다네.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는 건

언젠가 스쳐지나갔던 사소한 기억들.

함께 걷던 골목길에 핀 장미

낡은 서랍속의 편지

그것들은 마치 도둑처럼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살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와서는


바람이 낙엽을 이리저리 흩날리듯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 놓겠죠.

그러다가 문득 

그 기억들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면 

더 이상 함께일 수 없는 우리는

눈물짓고 있겠죠.




 


 채사장은 큰 사고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죽음이나 죽음 이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채사장은 이러한 견해에 아쉬워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현시대가 구획지어놓은 과학과 학문이라는 영역 안에 머물며 거기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신기한 것들을 만나고 놀라워하며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합리주의라는 근현대의 기준 안에 당신의 드넓은 영혼을 구겨 넣지 않기를 바란다. -p333

 

 



 

 

 

 

 

 

 

 

 

 죽음의 세계를 방문하는데 <티벳 사자의 서> 만한 책은 없다고 채사장은 말합니다.

 

 파드마 삼바바는 채사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p359

 

 채사장은 마지막으로 <우파니샤드>를 소개합니다.

 

 

 

 

 

 

 

 

 

 

 

 

 

 

  "제가 오늘 <우파니샤드>를 여러분에게 소개한 이유는 다른 문화권의 종교를 알아보는 즐거움 때문이 아닙니다. 또 <우파니샤드>가 탁월한 진리이니 기존에 믿던 종교와 사상을 버리고 이것을 믿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파니샤드>는 도움이 됩니다. 무엇에 도움이 됩니까? 바로 당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공이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감사합니다." -p391

 

 채사장은 현실보다는 현실 너머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신비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들보다 경제,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더 좋아합니다. 저또한 그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빈곤한 세계에 갖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데 말입니다. <티벳 사자의 서>와 <우파니샤드>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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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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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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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 vol. 4>를 방금 막 보았습니다. 이번 호는 진화심리학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진화심리학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진짜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원형과학으로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과학이 한때는 원형과학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진화심리학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학문 분야입니다.  



 아래는 '아이의 지능을 높일 수 있을까?' 란 칼럼의 글입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은 아이의 지능에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한 번 읽어보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임산부와 신생아의 식단에 오메가-3 지방산(LC-PUEA) 을 보충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모유를 먹은 어린이의 지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모유에 들어 있으며 신경게 발달의 필수 요소인 오메가-3 지방산을 신생아가 섭취했을 때의 효과를 연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신생아나 임산부, 모유 수유를 하는 임산부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 결과 어린이의 IQ가 3.5 가량 상승했다. 미취학 아동에게 철분 영양제를 섭취시키면 IQ가 상승했지만 신생아에게는 철분 영양제가 효과가 없었다. 아연, 비타민 B 복합체,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 티아민(비타민 B1), 종합비타민 등 다른 영양제는 IQ 향상에 일관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p11


 이밖에 취학 전에 집중적인 조기 교육, 다섯 살 이하 유아들과 상호작용식 읽기(상호작용식 읽기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하도록 아이를 격려하며 아이가 책에 흥미를 보이도록 반응해주는 방법), 유치원에 보낸다 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은 한 번 쯤은 의심해봐야 합니다. 상관성이 꼭 인과성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동네 친구들 혹은 친척이나 형제.자매들이 많다면 유치원에 보내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유치원이 지능 향상에 효과적인 것이 아니고 많은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지능 향상에 효과적인 것입니다.   


 아래는 스켑틱 선정 2015 올해의 과학책 중에 관심가는 책들입니다. 
















 김대식씨의 다른 책을 보고 실망했었는데,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다시 기대하며 읽어보고 싶습니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서민 교수님이 극찬한 책이라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통찰의 시대>는 명저로 유명한 책입니다.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스켑틱 4호는 진화심리학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아래는 진화심리학의 거두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와 <진화심리학>입니다.

 
















  이 책에서는 위약효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맥락효과(진짜 위약효과, 위약효과에서 자연적 치유를 제외한 효과)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들을 살펴봅시다.


 그 첫 번째 요소는 치료상의 관습적 절차들이다. 치료 결과는 약물 투여 경로, 약물의 맛, 이름, 가격, 색깔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몇몇 연구에서 이러한 매개변수 중 일부의 작용을 확인한 바 있다.

 두 번째 요소는 환경 조건과 관련이 있다. 환자의 성격과 믿음, 환자 동반자의 태도, 진료가 이루어지는 장소, 진료팀의 태도 등이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요소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다. 이 요인은 맥락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p198


 최근의 연구들은 맥락효과에서 암시의 역할을 입증했다. (중략) 첫 번째 실험군은 위약과 긍정적인 상담을 받았다(올바른 진단이 나왔고 반드시 치유되리라 장담해줌). 두 번째 실험군은 위약과 함께 부정적인 상담을 받았다(진단 내리길 망설이며, 질병의 경과를 설명할 때 자신감 결여). (중략) 2주 후에 부정적인 상담을 받은 환자는 39%가 개선된 반면 긍정적인 상담을 받은 환자는 64%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위약을 받은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p200


 파킨슨병은 도파민 결핍키는 질병입니다. 파킨슨병에서도 위약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좋은 화학책 한 권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저자가 유머러스하고 다채롭고 우아하게 화학의 세계를 다뤘다고 합니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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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에서는 채사장의 여섯 번째 계단 이상과 일곱 번째 계단 현실을 만나보겠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한상 대립하는 문제입니다. 이 둘을 조화롭게 통합해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여덜 번째 계단은 삶입니다. 먼저 이상의 계단부터 올라가봅시다. 

 

 채사장은 군대에 들어가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을 만납니다. 그는 안 병장이라는 인물입니다. 안 병장은 채사장에게 책이나 철학에 대해 물었고 채사장은 그에게 삶에 태도에 대해 묻습니다. 아래 글을 읽고 저의 태도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귀감이 될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은 그의 전투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안 병장의 전투화는 항상 깨끗했다. 당장 구보를 나갈 때도, 흙바닥에서 작업이 예정되어 있을 때도 그는 직전에 전투화를 닦았다. 내가 물었다.

 "어차피 곧 더러워질 텐데,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

 안 병장이 경계근무명령서를 확인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저도 예전에는 안 그랬지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군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되는 일도 없고, 왜 힘든지 생각했더랬지 말입니다. 생각하다 보니까 보람도 성취도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그럼 왜 보람도 성취도 없나. 그랬더니 제가 모든 걸 대충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군대 일이란 게 그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구색만 맞추려고 한 거지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군 생활 전체를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채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역해서 사회에 돌아가면 지난 2년은 버린 시간이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20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시간으로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지 말입니다. 나한테 선물해야겠다. 군 생활의 2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야겠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 구두부터 닦기 시작했습니다." -p209


 채사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안 병장에게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래는 체 게바라가 29세에 혁명군을 이끌고 쿠바 상륙작전을 하면서 벌어진 일화입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체는 목과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정부군이 바짝 뒤를 쫓고 한 손으로는 목을 지혈해야 하는 상황. 체의 앞에는 탄약상자와 구급상자가 놓여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한 개만을 집을 수 있는 선택의 상황이다. 그는 후에 이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의약품인가, 탄약인가? 나는 누구인가? 의사인가, 혁명가인가?" 체는 주저하지 않고 탄약상자를 선택했다. -p224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는 혁명에 성공해 쿠바에 공산주의 국가를 수립합니다. 하지만 혁명으로 인해 미국계 기업들은 손실을 입게 되고 이어 미국의 보복이 시작됩니다. 첫 공격은 막아냈지만 미국의 재침공을 우려한 피델과 체는 소련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소련의 핵미사일을 쿠바에 설치해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소련은 이에 응했고 제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이르렀던 '쿠바 미사일 위기' 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과거에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가 있었다니, 핵전쟁의 위험이 있었다니 오싹하지 않으신가요? 


 당시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시대였다. 하지만 서서히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었다. 특히 핵무기 사용 능력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바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설치 요령은 소련의 핵전력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소련은 미국의 턱 밑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62년 7월부터 소련은 쿠바 내에 미사일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10월 14일, 미국의 U-2 첩보기에 의해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가 발각되고 세부 사진이 공개되었다. 당시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쿠바의 해상을 봉쇄하고, 소련이 미사일 기지 완공을 강행할 경우에는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전 세계가 세계대전의 공포에 휩싸였다. 10월 28일. 소련이 극적으로 쿠바 미사일 기지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극단으로 치닫던 대규모 핵전쟁 위협은 해소되었다.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그 대가로 미국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소련의 턱 밑인 터키에 설치된 미국의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할 것. 둘째,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 -p229


 '쿠마 미사일 위기' 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전후맥락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자세하게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존 F. 케네디는 쿠마 미사일 기지를 발견하고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미국 턱 밑에 핵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은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를 가만히 방관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면 이는 핵전쟁,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존 F. 케네디는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아찔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사장은 체 게바라가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안 병장에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이상적인 이들이 이상적인 이유는 그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서가 아니야. 그들의 내면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지. 체 게바라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쿠바혁명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야. 그는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를 했어. 콩고와 볼리비아에서는 참혹하게 패배했지. 마찬가지로 그가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도 아니야. 그가 군의관의 신분으로 쿠바에 상륙했을 때, 혁명군들은 그의 지위가 아니라 그의 용기와 신념을 알아보고 그를 좋아했어. 이상적인 인간은 대중의 평가, 혹은 사회의 인정과는 무관해. 그런 사람은 각자 자기 세계의 범위 안에서 영웅이 되는 거야." -p239

 

 이상적인 인간, 영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추종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사회가 혹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밥을 팔아 평생 번 돈을 기부하고 떠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그리고 평범한 순간이 아닌 진짜 위기의 순간에서 영웅은 드러납니다. 칠레 탄광사고, 155명의 탑승객 전원 무사히 구조된 허드슨 강 비행기 추락사고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영웅들이 각자의 세계 안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주위에도 잘 찾아보면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영웅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사장은 군대에서 나왔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꿈꿔왔던 것들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채사장은 돈을 쫓습니다. 그는 조급해져갑니다. 


 지금은 안다.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들도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을 말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있다. 내면의 성숙은 고결한 방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선입견.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어려운 철학책과 씨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는 아름다운 방법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절반의 배움이 있다. 고결하지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세계에서의 경험들. 부당함에 굴복하고, 부조리에 타협하고, 옳은 주장을 꺾고, 스스로의 초라함에 몸부림칠 때에만 얻게 되는 그런 배움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나와 타인의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소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숙한 어른이 욀 수 있다. -p250


 그동안 저는 너무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이 저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시간을 책 읽는 데만 쏟았습니다. 물론 이는 옳은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과정을 너무 소홀히 했습니다. 현실을 회피하고 책으로 도피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경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현실 앞에서도 당당해야겠습니다.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채사장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다시 꺼내든 책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었습니다. 


이 책은 공산주의자동맹의 강령을 목적으로 집필된 책으로, 1848년 1월에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당시 마르크스가 30세, 엥겔스가 28세였다. 이 혈기왕성한 두 청년이 작성한 3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책자는 곧바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광범위하게 읽히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사회과학 서적들 중에서 이 책만큼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책은 없다. -p257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주의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보다도 우리에게 더욱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본주의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본중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칼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 입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편에 서지 않습니다. 부르주아의 편에 섭니다. 칼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편에 섰습니다. 그의 사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에게 유효합니다. 우리는 그의 사상 덕분에 최저임금을 확보하고,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아동 노동을 법적으로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 조합을 결성할 근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들은 그의 사상을 위험시하고 외면합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왜 국가는 공산주의를 두려워하고 금지시하는 걸까요? 국가는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사람은 물대포로 죽입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국가적 범죄를 저지를 기업의 총수는 무죄사면해줍니다. 국가는 누구의 편에 서있는지는 국가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국가는 국민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부르주아 계급만을 차별적으로 보호하는가?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근현대 국가의 형성 자첵 부르주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말이다. 국가가 부르주아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된 단체가 국가다. -p262


 중세의 봉건제를 끝내고 근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주도한 것은 부르주아 계층이었습니다. 돈은 많지만 계급은 낮았던 그들은 혁명을 통해서 근대 국가를 일궈냈습니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건 자본 즉 돈입니다. 돈 앞에서 정치, 언론, 사법까지도 그들의 하녀가 됩니다. 


 이상과 현실, 체 게바라와 칼 마르크스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여덜 번째 계단은 삶입니다. 이상과 현실 모두 삶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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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와 성장, 여행. 제가 좋아하는 화두들입니다. 채사장과 저의 영혼은 닮은 점이 있나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게 되실 여러분의 영혼도 아마 여행하는 영혼이 아닐까 싶습니다. 페이퍼의 분량이 너무 많아질 거 같아서 나눴습니다. Vol 1은 여섯 번째 계단인 이상 앞에서 끊었습니다. 제가 분량이 많은 글은 잘 읽지 않아서 한 숨에 읽기 편하게 분량을 나눴습니다. 계단을 하나 하나 다루진 않고 그냥 제가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만 소개하겠습니다. 


 <열한 계단>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 책은 두 가지 가치를 다룬다. 바로 성장과 지혜다. 먼저 오래된 지혜를 선별했다. 나를 불편하게 한 지식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던 열한 개의 고전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이러한 인류의 오랜 지혜가 어떻게 한 명의 구체적인 개인을 성장시켰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이를 위해 나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결과적으로 <열한 계단>은 인류의 고전을 개인의 성장기와 연결시킨 '인문학적 수필' 의 형식을 갖게 되었다. -p6


 채사장은 '저자의 말' 에서 <열한 계단>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성장과 지혜, 불편한 지식들을 통한 채사장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성장의 이야기. 채사장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한 계단 한 계단 함께 올라보시기 바랍니다.  


  하나의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우리를 먹고살게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게 하며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세계의 전부라면 그 삶은 너무나도 아쉽다. 우리는 노동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즐기고 여행하고 놀라워하기 위해 온 것일 테니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p17


  서두에 채사장은 이 책의 목적과 자신의 신념을 밝힙니다. 저또한 채사장과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만약 인생이 그 뿐이라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요? 이는 어린아이에게 공부나 특정한 하나만을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영혼은 어립니다. 다양한 것, 놀라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대로 살아갈 것입니다. 저는 어린아이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사소한 것에도 놀라워하고 기뻐하는 어린아이가 세상에 찌들어 시무룩한 노인의 모습보다 낫지 않을까요? 


 여행하는 우리에게 큰 힘을 주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아래의 글을 읽고 더 나아가 봅시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계단에 머무를지, 아니면 한 걸음 더 오를지. 니체는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만약 네가 영혼의 평화와 행복을 원한다면, 믿어라. 다만 네가 진리의 사도가 되려 한다면, 질문하라." -p103


 자, 붓다의 궁극적인 가르침을 들어봅시다.


 '어떤 죄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행할 것.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정화할 것.' -p119


 붓다는 우리에게 어떤 것에도 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합니다. 무언가에 의지하기에는 때론 우리는 너무나 강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전' 붓다야 말로 실존주의적 인간의 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붓다는 죽기 전 제자들에게 최후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자신이 자신의 등불이 되어라. 자신이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처로 삼아라." -p121 

  

 어떤가요? 붓다를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저는 그의 가르침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채사장은 종교를 넘어서 철학에 입문합니다. 




 












 채사장은 니체 입문서로 <이 사람을 보라>를 추천합니다. 저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입문하려고 했는데, 어려워서 실패했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로 재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니체의 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초인과 영원회귀입니다. 영원회귀는 우리 삶이 똑같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세계관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만약 똑같은 삶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면 반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재의 삶을 벗어나고 싶으십니까? 아래의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영원회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허무주의의 최고 형태다. 이러한 극단적인 허무를 인정하고 나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존재. "이것이 인생이라면 그래, 한 번 더! 라고 외치며 허무의 깊은 심연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존재. 그가 바로 초인이다. -p155

 

 똑같은 삶이라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그가 바로 초인입니다. 만약 당신이 똑같은 인생이라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초인에 근접한 사람입니다. 아마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초인들은 그런 사람들일 것입니다. 영화 <컨택트>도 니체의 영원회귀와 초인사상을 다룬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채사장은 철학과 과학을 넘어 다음으로 이상의 계단으로 오르게 됩니다. 채사장은 군대에서 이상적인 인간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역사 속 인물 중 가장 이상적인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다음이야기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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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평소 만화로 된 인물의 평전을 좋아해서 즐겨봅니다. 두꺼운 전기는 아무래도 부담됩니다. 그러다 보니 간단히 부담없이 한 인물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 수 있는 만화를 선호합니다. 뭉크에 대해서는 그의 대표작 <절규> 밖에 몰랐습니다. 왜 갑자기 뭉크가 읽고 싶어졌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 책을 도서관 신간도서에 신청해서 읽었습니다.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뭉크의 삶과 그의 생각, 감정 속으로 깊이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그 작품 속에서 뭉크는 주로 타자로서 그려집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뭉크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더이상 궁금하지도 않고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기대했는데 좀 아쉽습니다.

 

 나는 나의 예술에서 삶과 그 의미를 설명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그림들은 나의 일기입니다. 나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았던 것을 그립니다.

-p253~254

 

 

 뭉크는 1893년부터 <삶의 프리즈>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삶의 프리즈>는 삶과 사랑과 죽음에 관한 시다. 뭉크는 이 연작을 통해 자신의 삶 전체를 되돌아보려 했으며, 인간 감정의 모든 국면을 형상화시키고자 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 <절규>이다. <절규>는 뭉크가 <삶에 대한 불안>이라고 부르던 것을 표현했다. 온통 핏빛으로 물든 하늘과 이와 대조를 이루는 짙푸른 해안선, 동요하는 감정을 따라 굽이치는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의 병치, 그리고 극도의 불안감으로 온몸을 떨며 절규하는 한 남자. 이 남자의 절규는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고통에 대한 울부짖음이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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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2-20 0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가 겪었을 불안.. 죽음의 공포를 어느정도 알것 같아요
그의 대표작 <절규> 를 표현주의 방식이라고 설명하는데..
저에게는 극 사실주의로 느껴졌어요..

고양이라디오 2017-02-20 11:32   좋아요 1 | URL
책에서도 그가 평생 불안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작품 속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그려진 거 같지 않았어요. 극 사실주의란 표현 적확하면서도 섬뜻하네요.

cyrus 2017-02-20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뭉크가 인생의 어두운 그늘을 잘 묘사했습니다. 누구나 보고 싶지 않은 감정의 이면을 뭉크는 끔찍하고, 음울할 정도로 그렸습니다. 그의 솔직한 표현이 좋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0 11:34   좋아요 1 | URL
확실히 뭉크에겐 기존의 양식을 넘어선 파격이 있었습니다. 예술가에게 오리지널리티와 독창성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7-02-20 1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뭉크가 평생을 정신병으로 고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일기장에 쓰여진 내용을 가져와봤어요~

˝어느날 저녁 길을 걷고 있는데, 피오드르 아랫마을을 지나가는데
피곤함을 느꼈고 아팠다. 서서 피오드르를 올려다보니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핏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난 비명이 자연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내가 그 비명을 들었던 것 같았고, 이 그림을 그렸고, 구름은 진짜 피처럼 그렸다.
색은 발악을 했다. 그렇게 절규가 나왔다˝ - 1892년 1월 22일 일기장에서


고양이라디오 2017-02-20 13:00   좋아요 2 | URL
캬~ 이렇게 좋은 글이 저 책에는 없었습니다ㅠㅋ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뭉크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2-20 19:25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일기가 너무나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절규 >를 극 사실주의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