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2.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모리야마 이야코 글·타카하시 카즈에 그림/박영아 옮김, 북극곰 펴냄, 2018.9.11.



우리 집에서는 태어난 날을 따지지 않기로 한다. 곁님도 나도 아이들도 어느 달 어느 날에 태어났다고 하는 대목을 세지 않고, 달력에서 살피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는 이런 살림이 부드러이 흐르는데, 우리 집 바깥에서는 몹시 서운하게 여긴다. 가시아버지도 우리 아버지도 참 서운하다고 여기시지. 오늘이 우리 아버지 태어난 날이라고 문득 느껴 복숭아 한 상자를 보낸다. 태어난 날에 전화도 안 하고 선물도 없으면 두고두고 투정(?)을 하는 할아버지가 어느 모로는 사랑스럽다(?)고도 느낀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둘레에는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이쁜 숨결이 얼마나 많은가. 이야기책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를 읽으며 내 곁에서 무엇을 이쁘다고 여기면서 마주하는가를 헤아려 본다. 미운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여기는지를 헤아리고, 왜 밉다고 여기는지도 헤아리다가, 누구보다 나부터 내 여러 이웃한테 미운 짓을 하지는 않았느냐고 돌아본다. 그렇다고 내가 여러 이웃님한테 이쁜 짓을 하기는 어렵다. 아니 굳이 이쁜 짓을 할 일은 없다. 오늘 하루를 스스로 맑게 열면서 밝게 웃음지을 노릇이라고 여긴다. 아침저녁으로 노래하는 살림이 될 노릇이고, 아이들을 따사로이 얼싸안는 어버이로 살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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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1.


《메이저 세컨드 1》

 미츠다 타쿠야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7.4.30.



엄청난 분을 아버지나 어머니로 두었다면? 어마어마한 분을 할아버지나 할머니로 두었다면?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짐을 물려받는 셈일까, 아니면 선물을 받는 셈일까? 《메이저 세컨드》 첫걸음을 읽으며 피식 웃는다. 이 만화에 나오는 아이는 일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건너가서 야구선수로 뛴 사람이 낳은 아들이라 하는데, 둘레에서 ‘쟤는 아버지 핏줄을 얼마나 멋지게 이어받아서 얼마나 야구를 잘할까?’ 하는 부푼 설렘을 한몸에 받느라 엄청나게 힘들어 한단다. 이와 맞서는 다른 아이는 엄청난 아버지한테서 어떠한 짐도 물려받지 않는데, 다른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운동선수로 뛰는 기쁨’을 물려받았다. 두 아이 모두 엄청난 아버지가 있는데 왜 한 아이는 엄청난 짐을, 다른 아이는 엄청난 기쁨을 받았을까? 어버이 탓일까? 아이 탓일까? 둘레 사람들 탓일까? 어느 누구 탓이라고 할 수 없을 텐데, 곰곰이 따지면 엄청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엄청난 숨결이 흐른다. 우리 스스로 이 대목을 미처 못 느끼거나 안 느낄 뿐이다. 어버이는 ‘이름을 엄청나게 날린 사람’으로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 모든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고, 아이가 사랑을 지켜보고 물려받아서 새로 피어나기를 바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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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2 (완결)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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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1


《선생님의 가방 2》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아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가옵니다. 웃는 낯을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잔뜩 찡그린 채 다가옵니다. 찡그린 낯을 보면서 나도 찡그려야 하나, 웃음으로 풀어낼 길을 찾아야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놓고도 함께 웃는 사이가 있고, 아주 작아 보이는 일을 둘러싸고 끝없이 다투거나 악다구니가 되는 사이가 있습니다. 왜 두 갈래로 길이 벌어질까요. 《선생님의 가방》은 두걸음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할아버지인 선생님 나이를 생각한다면 세걸음이나 네걸음이 좀 벅찰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나이라는 틀을 벗어던진 마음을, 겉모습이라는 허울을 내려놓은 사랑을, 얼마든지 여러 걸음으로 더 찬찬히 그릴 만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포근히 흐르는 두 마음 사이에는 대단하다 싶은 일이 없어도, 바로 이 수수한 바람 한 줄기로 기나긴 날이 즐겁거든요. 넉넉히 만나는 두 사랑 사이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투성이라 하더라도, 참말 이 자잘한 이야기 하나로 오래오래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하루가 기쁘거든요. 작은 사람들 사랑은 작지 않으면서 이쁩니다. 수수한 사람들 마음은 수수하지 않으면서, 아니 환히 빛나면서 곱습니다. ㅅㄴㄹ



‘선생님은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지금 여기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도 사토루 씨의 가게에서 함께 술을 마실 때와 똑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여기 함께 있다.’ (55쪽)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항상 진지했다. 농담을 나눌 때도 진지했다. 그러고 보니 참치도 진지하다. 가다랑어도 진지하다. 살아 있는 것은 대부분 진지하다.’ (17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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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1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글.그림, 오주원 옮김, 가와카미 히로미 원작 / 세미콜론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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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0


《선생님의 가방 1》

 가와카미 히로미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4.2.17.



  저는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몰면 기름을 꽉 채워서 얼마나 달릴 만한지 모릅니다. 자동차에 붙인 바퀴는 얼마나 쓸 수 있고, 어느 만큼 달린 뒤에 갈아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한국뿐 아니라 지구별 온나라에 보험회사가 왜 이리 많고 다들 돈벌이를 잘하는가도 몰라요. 그렇지만 새록새록 배워서 아는 것도 있어요. 가만히 두 팔을 벌리고 나무 곁에 서면,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면서 부르는 노래를 알아듣습니다. 몸에 가만히 힘을 빼면 물에 뜨지만, 몸에 가만히 힘을 주면 찬찬히 냇바닷이나 바닷바닥에 가라앉아서 물바닥에 흐르는 물살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는지 알아차려요. 《선생님의 가방》 첫걸음을 읽으며 여러 가지 눈치를 채기도 하고, 여러모로 아쉽기도 합니다. 다만 오직 제 삶에서 보는 눈입니다. 할아버지하고 갓 마흔 줄에 들어서려는 사람 사이에도 얼마든지 따뜻하고 맑은 사랑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몸을 섞어야만 사랑이 아닌, 마음이 하나로 만날 적에 사랑인 줄 느낄 수 있어요. 어디에서나 누구한테서나 배울 수 있듯, 우리는 마음을 뜨고 몸을 활짝 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줄 압니다. ㅅㄴㄹ



“열심히 날 위해 일해 준 건전지가 가여워서 버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까지 불을 밝히거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모터를 움직여 주었던 건전지인데, 떨어지자마자 버리는 건 너무 매정하다 싶어서요. 그렇지 않나요, 쓰키코 씨?” (25쪽)


“저도 학교에서 중요한 걸 배운 기억이 없네요.” “아뇨, 그게 아닙니다.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떤 곳에서든 인간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요.” (9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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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은 말 시놀이터 1
밭한뙈기 지음 / 삶말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노래책시렁 17

《꼭 하고 싶은 말》
 여주 어린이
 전국초등국어교과 여주모임 밭한뙈기 엮음
 삶말
 2016.12.15.


  우리한테 귀가 있습니다. 이 귀는 모래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손이 있습니다. 이 손은 모래알이 어떤 숨결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마음이 있습니다. 이 마음은 모래알하고 내가 서로 같으면서 다른 아름다운 삶이라고 알아챌 수 있습니다. 경기 여주 어린이가 쓴 글하고 그린 그림을 엮은 《꼭 하고 싶은 말》은 온누리 어린이는 누구나 노래님이며 그림님이라는 대목을 잘 밝힙니다. 어린이 누구나 샘솟는 말이 있어 노래로 터뜨려요. 따로 시키거나 수업을 하기에 동시를 쓰지 않습니다. 어린이 누구나 꿈이 있으니 연필이나 크레용이나 붓을 쥐고서 슥슥 그릴 수 있습니다. 미술 시간이 아니어도 언제나 그림을 그리면서 흐뭇합니다. 글 한 줄이란 바람 한 줄기일 수 있습니다. 글 두 줄이란 들꽃이 핀 풀줄기 둘일 수 있습니다. 글 석 줄이란 아이 셋이 매달리며 놀 수 있는 튼튼한 나뭇줄기 셋일 수 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속삭이듯 노래합니다. 꼭 들려줄 꿈이 있어 웃음짓듯 그립니다. 노래님이자 그림님을 낳은 어버이도 누구나 노래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오늘 팥빙수가 먹고 싶었다. / 그래서 팥빙수를 그렸다. (빙수, 천남초 3년 신지연/23쪽)

꺾인 토마토 줄기 / 살리고 싶어서 / 줄기를 잡고 있었다. (꺾인 토마토, 세종초 5년 김민기/103쪽)

바람이 내 몸을 스치고 / 지나가더니 / 나뭇잎과 얘기를 한다. /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만 / 정말 다정하게 얘기를 한다. (바람, 하호분교 6년 윤지상/1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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