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잘 내는 법 - 참지 말고 울지 말고 똑똑하게 화내자
시노 마키.나가나와 후미코 지음, 이시이 유키 그림, 김신혜 옮김, 일본 앵거 매니지먼트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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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84


《화 잘 내는 법》

 시노 마키·나가나와 후미코 글

 이시이 유키 그림

 김신혜 옮김

 뜨인돌어린이

 2017.10.31.



주변을 한번 돌아봐. 큰소리로 고함치거나 항상 뾰로통한 사람 없니? 그게 너라고? 사실 화를 내는 방식은 부모님이나 가까운 누군가의 흉내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17쪽)


만약 누군가가 의자를 제자리가 아닌 곳에 두는 바람에 그 의자에 부딪혔다고 생각해 봐. 이때 똑같은 일을 겪고도 화를 내는 사람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야. (24쪽)


화가 나서 손이 올라가려고 할 때 마음속으로 ‘멈춰!’라고 외쳐서 화가 머릿속에 쌓이는 것을 막아 보자. (31쪽)


짜증내고 끙끙 앓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 상황을 받아들이고 시각을 바꿔 보는 것도 기분을 바꾸는 하나의 방법이야. (52쪽)



  모든 생각이나 느낌은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생각이나 느낌이 달라집니다. 넉넉하면서 깊은 마음이라면 생각이나 느낌도 넉넉하면서 깊기 마련입니다. 탁 트인 마음이라면 생각이나 느낌도 탁 트이기 마련이에요. 귀를 열 줄 아는 마음이라면, 생각이나 느낌도 환하게 열 수 있겠지요.


  스스로 즐겁게 돌보는 마음일 적에는 성이 나거나 짜증이 나는 일이 없지 싶습니다. 스스로 즐겁게 돌보지 못하는 마음이기에 자꾸 성이 나거나 으레 짜증이 나지 싶어요.


  《화 잘 내는 법》(시노 마키·나가나와 후미코·이시이 유키/김신혜 옮김, 뜨인돌어린이, 2017)은 어린이한테 어떻게 성을 다스리면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린이한테 ‘성내기’를 가르친다고도 할 만한데, 참말로 우리 삶터가 매우 딱딱하거나 차갑습니다. 삶터가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더라도 어린이하고도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를 들려줄 노릇입니다만, 학교도 학원도 마을도 매우 갑갑한 도시 살림이에요. 시골에서는 농약이나 농기계나 비닐 때문에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기 어렵지요. 이러다 보니 오늘날 어린이는 매우 고단합니다. 즐겁게 배우기보다는 성적에 맞추어 아침부터 밤까지 몰아쳐야 하고, 즐겁게 뛰놀기보다는 어른 눈치를 보며 손전화나 셈틀을 붙잡을밖에 없습니다.


  《화 잘 내는 법》을 읽다 보면, 때나 자리에 맞추어 성을 잘 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는, 때나 자리에 따라 우리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좋은가 하는 이야기가 많아요. 북새통 같은 터전에서 어린이 스스로 마음을 지킬 뿐 아니라, 동무하고 이웃을 헤아리는 눈길을 다독이자고 하는 이야기가 줄곧 흐릅니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 터전은 아직 민주나 평화나 평등이 고루 퍼지지 않았다고 할 만합니다. 차츰 민주하고 평화하고 평등 쪽으로 가지만, 집집마다 살림을 튼튼히 가꿀 만한 길하고는 좀 멀어요. 밑바탕부터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길로 가면서, 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살림이 되고, 어른도 어린이도 기쁘게 마음을 터놓고 하루를 새롭게 배울 수 있을 적에 비로소 “화 잘 내는 길”을 넘어 “사랑하는 길”이 되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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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같은 세월 창비시선 130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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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9


《강 같은 세월》

 김용택

 창작과비평사

 1995.1.25.



  냇물이 흘러 흙을 적십니다. 흙을 적시던 냇물은 방울방울 풀하고 꽃하고 나무한테 스밉니다. 풀하고 꽃하고 나무는 숲을 이루어 뭇숨결한테 스며들고, 이 기운은 다시 온누리를 고루 돌아서 냇물한테 돌아갑니다. 우리가 먹는 풀 한 포기는 냇물이요 빗물입니다. 냇물하고 빗물은 우리 숨을 이루면서 흙이며 돌이 됩니다. 바람이 가볍게 불며 물결이 일고,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흐르는 냇물은 어디에나 포근히 어루만져요. 《강 같은 세월》을 읽으면 스러지는 냇마을 이야기가 잔뜩 흐릅니다. 모두 서울바라기로 냇마을을 떠나고 멧마을을 떠난대요. 이 시집이 나온 해가 1995년이니 그 뒤로 스무 해 남짓 흐르면서 시골은 더 줄어들고 서울은 더 커졌겠지요. 앞으로는 어떤 길이 열릴까요. 앞으로는 어떤 길을 갈까요. 냇물은 이 땅을 어떻게 적실 만하고, 우리는 냇물을 어느 만큼 곁에 두면서 몸으로 품을 만할까요. 어쩌면 냇물하고 빗물을 모두 잊고서 삶자리도 잊는 길은 아닌가요. 숲이 태어나고 비가 내리면서 흙이 싱그러이 살아나는 길은 모두 잊는 하루는 아닌가요. 마을은 냇물이 감돌며 안아 주기에 마을이 됩니다.ㅅㄴㄹ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 방학이 시작되었어도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집에 더는 오지 않았다 강변은 텅 비어 있었고 따뜻한 날 주성이 혼자 물가에 나가 돌멩이를 힘껏 던지거나 강기슭 그늘에 언 얼음을 깨뜨리다가 심심하게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곧 해가 지고 밤이 왔다 (저 강변 잔디 위의 고운 햇살 1/71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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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6.


《낙원까지 조금만 더 1》

 이마 이치코 글·그림/이은주 옮김, 시공사, 2002.6.20.



서울로 마실길을 간다. 오늘은 두 아이는 집에서 곁님하고 지내면서 혼자 다녀오기로 한다. 아이들은 열흘쯤 앞서까지 지난 석 달을 이곳저곳 다니면서 많이 애썼다. 애쓰기는 나도 매한가지이지만, 서울에 있는 이웃님하고 이야기꽃을 펴며 나 스스로도 새로 배우는 길이 되려고 시외버스를 탄다. 서울에서 버스를 내린 뒤 용산역 건너편에 있는 〈뿌리서점〉에 들렀고, 금호동에 있는 〈프루스트의 서재〉도 들른다. 헌책집 큰아드님이 씩씩하게 책살림을 가꾸시는구나 싶어 고맙다. 금호동은 오르내리막이 매우 잦아 짐수레를 끌고 걷기에 참 나빴다. 아파트를 마구 때려지으면서 길도 엉성하게 깔았구나 싶다. 엉성하게란, 자동차가 다니기에는 좋겠지만 사람이 걷기에는 나쁘다는 뜻. 《낙원까지 조금만 더》 첫걸음을 읽는다. 하늘나라까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하는 줄거리인데, 참말로 이 이야기가 맞다고 느낀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게다가 조금만 더 가면 나오는 하늘나라는 바로 우리 보금자리이곤 하다. 그런데 보금자리에서 조금만 더 간다니, 어디로 더 간단 말인가, 하고 물을 분이 있으리라. 그때에는 스스로 가 보면 된다. 스스로 조금만 더 걸어 보면, 더 살아 보면, 더 사랑해 보면, 더 살림해 보면 길을 열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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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7.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이사 토모미 글/류순미 옮김, 열매하나, 2018.6.21.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고서 ‘일곱 살 첫 사전’ 기획 이야기를 출판사 한 곳에 찾아가서 들려주었다. 이 기획을 잘 받아들여 주실는지 아닐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기획을 받아들여 주시든 살며시 손사래치시든, 즐거이 세운 틀을 살려서 큰아이랑 작은아이하고 함께 이 사전을 지을 생각이다. 이제 두 아이 힘이 고스란히 든든히 실린 사전이 태어난다. 서울로 갔다가 고흥으로 오는 길에 틈틈이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를 읽어 본다. 좋다. 줄거리를 잘 잡았고, 시골살림을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결이 참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러한 줄거리를 잡아서 책을 묶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시골살림을 뜻하는 분들이 어떤 마음이 될 만할까? 후쿠시마에서 터진 핵발전소 때문에 후쿠시마 언저리 마을에서 일손돕기를 하다가 그 마을에 뿌리를 내리려는 분들이 있다. 놀랍다. 우리는 어떠할까? 우리도 이런 마음이 될 만할까? 우리는 시골마을에 위험·위해시설을 하나도 안 들일 뿐 아니라, 예전에 들인 위험·위해시설을 몽땅 걷어낼 만큼 슬기를 모을 수 있을까? 시골이 깨끗해야 도시가 함께 깨끗하다. 위험·위해시설은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모두 끔찍하다. 이제는 아름다운 터전으로 가는 길을 헤아리면서 함께 찾고 가꾸어야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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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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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83


《프린세스 메종 1》

 이케베 아오이

 정은서 옮김

 미우

 2018.2.23.



  서울이나 부산 한복판에 비행시험장을 세우려는 개발업자는 없습니다. 서울이나 부산에 안 어울리기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지면 피해배상을 엄청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비행시험장을 세운다면 사막이나 사막하고 비슷한 곳에 합니다. 이때에는 비행기를 시험하다가 떨어져도 피해배상을 할 일이 매우 적을 테니까요. 한국에 사막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사람이 적게 사는 곳은 있되, 사람이 적게 사는 시골이나 멧골은 도시사람이 누리는 밥이며 옷이며 집이 태어나는 터전입니다. 《프린세스 메종》을 읽으면서 집을 떠올립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도쿄 한복판에서 보금자리가 될 아파트를 장만할 꿈을 꾸거나, 아파트를 파는 일을 합니다. 아파트란 어떤 곳이 될까요? 아파트 곁에 공항이나 고속도로나 기찻길이 지나가면 살 만할까요? 도시가 커지면서 위험·위해시설을 ‘도시에서 먼’ 시골에 자꾸 지으려 합니다. 조용하면서 깨끗한 삶을 지키던 시골사람은 갑작스레 위험·위해시설을 떠맡아야 할 노릇인데, 이런 삽질은 얼마나 올바를까요? 집을, 보금자리를, 아늑한 쉼터를 바라는 꿈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나 같은 놈에겐 죽어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에요. 아파트 구입이라니 환상이에요, 환상.” “그렇지 않아. 노력하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을 불가능하다고 상상만으로 판단하고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 멋대로 비굴해지면 안 돼.” (92쪽)


“커다란 꿈이 아니에요. 내가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이룰 수 있는 목표예요. 집을 사는데, 나 말고 다른 누구의 마음은 필요없으니까요.” (17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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