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e coloree 코레 콜로헤 1973-2016 로랑의 한국 여행기 Carnets de voyages 2
로랑 바르브롱 지음 / 눈빛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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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22


《코레 콜로헤》

 로랑 바르브롱

 눈빛

 2018.5.15.



  사진을 놓고 흔히 ‘기록’이라 한다면, 한국에서 한국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이는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헤아릴까요? 사진가라는 자리에서 한국을 지켜보거나 살펴보면서 담아내는 눈은 얼마나 한국을 잘 말하거나 알릴 만할까요? 어쩌면 한국 사진은 한국 사진가 눈으로는 도무지 못 담는 모습은 아닐까요? 《코레 콜로헤》는 1973년부터 2016년까지 로랑 바르브롱 님이 바라보거나 마주한 한국을 사진으로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이 사진책은 ‘기록’이기까지 합니다. 기록이면서 이야기인 사진이 아닌, 이야기이면서 기록이 된 사진입니다. 어떻게 이 사진책은 ‘이야기+기록’이 될 수 있을까요? 수수께끼는 쉽습니다. 첫째, 한국을 사랑하면서 사진으로 바라보면 됩니다. 둘째, 손전화로 찍어서 늘 갖고 다니며 들여다볼 사진처럼 찍으면 됩니다. 셋째, 찍는 사람하고 찍히는 사람이 모두 즐거워 서로 이웃이나 동무가 될 수 있으면 됩니다. 넷째, 사진기는 그저 거들 뿐입니다. 대단한 장비가 아닌 으레 한 손으로 쥐며 글을 쓰는 연필처럼, 가볍게 들고 다니는 벗님으로 삼으면 되어요. 즐거운 이야기가 뜻있는 기록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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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 아빠랑 은별이랑 그림여행
오치근.오은별 지음 / 소년한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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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0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

 오치근·오은별 글·그림

 소년한길

 2013.5.10.



  비가 오는 날 아이하고 마당에서 비를 맞으며 폴짝폴짝 뛰어 봐요. 대단히 신나면서 개운합니다. 마치 온 하늘이 우리한테 새 바람을 베푸는 듯하고, 온 땅이 우리더러 새 기운을 먹으라 하는 듯합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눈밭에서 함께 구를 만합니다. 어른이 뭐 저래 노느냐 하는 눈치를 주는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어른도 신나게 놀면 참으로 기뻐요. 아이만 웃고 뛰놀 수 있지 않습니다. 아이만 노래하고 춤출 수 있지 않습니다. 다 같이 웃고 노래하면서 어우러지기에 아름다운 하루요 삶입니다.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은 어버이랑 아이가 함께 누리는 놀이 가운데 ‘그림’을 마실길에 나란히 누리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리산을 둘러싼 숲바람을 함께 마시면서 걷습니다. 함께 숲을 바라보고 폭 안겨서 놀다가 종이를 꺼내어 그림을 그립니다. 지리산 줄기이며 자락을 그림으로 그리는 동안 풀이며 나무가 기웃기웃합니다. 풀벌레는 고즈넉히 노래를 들려주면서 지켜봅니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느긋하게 그림마실을 떠날 만합니다. 온누리 어디로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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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의 새 빗방울화석 시선 1
신대철 지음 / 빗방울화석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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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


《극지의 새》

 신대철

 빗방울화석

 2018.6.12.



  1996년 십이월 한겨울 강원도 양구 어느 멧골짝, 밤 열두 시였는지 한 시였는지, 또는 두 시나 세 시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곧 다른 군부대로 떠날 동무하고 마지막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하다가 별똥잔치를 보았습니다. 하늘을 보면 그냥 이곳저곳 별똥이 쏟아지기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동무가 하는 말, “별똥 보며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저 많은 별똥에 대고 날마다 소원을 비는데 안 이뤄지는 듯해서 그만뒀어.” 별똥은 오늘 바로 우리 꿈을 이뤄 줄까요, 아니면 한참 나중에 꿈을 이뤄 줄까요. 《극지의 새》가 왜 “극지 새”인지 아리송하다고 여기면서 한 줄 두 줄 읽는데, 끝자락에 1969년 일기가 흐릅니다. 노래님으로 군인 자리에 있어야 하던 날 겪고 보고 듣고 해야 하던 살림을 고이 적바림했습니다. 지뢰를 밟아 그 자리에서 날아올라 숨을 거둔 사람, 이웃인지 벗인지 놈인지 모를 북녘 군인, 한겨레인지 딴겨레인지 모를 여러 군 간부, 총을 쥐면 사람 아닌 기계나 괴물이 되어야 하는 하루를 시를 쓰며 살아남은 글쓴이. 이들은 서로 어떻게 어우러져서 이 나라 어느 곳을 ‘극지 아닌 극지’로 차갑게 매섭게 쓸쓸하게 밟았을까요. ㅅㄴㄹ



나는 숨 돌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 찢어진 구름과 바람 소리 / 빠져나가지 못한 갈댓잎만 잡혀도 /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 (사진 한 장/17쪽)


장군 순시는 미뤄지고 옆 사단 정보참모와 연대장이 왔다. 전방 지형과 동향을 설명할 때 팔짱 끼고 내려다보던 날카로운 눈길. ‘시 쓴다고? 여기서는 잡념 가지면 안 돼! 포를 쐈을 때 그게 폭탄이 되든 축포가 되든 불팔이 되든 그건 나중 문제야, 중요한 건 조준 당시의 살상 의도야. 적개심이 없는 군인은 군인이 아니야.’ 아무 말 안 해도 속으로 듣고 질문하는 사이 몇 번 바람 드나들고 빗방울 끼어든다. 적이란 무엇인가? (1969년 5월 14일 수요일, 구름/14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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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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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74


《신들의 봉우리 1》

 유메마쿠라 바쿠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



  숲에 깃들면 숲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둘러싸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이 소리하고 빛깔은 갖가지 숨결이로구나 하고 깨달을 만합니다. 멧자락으로 한 발 두 발 접어들면 멧골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휩싸입니다. 살짝 숨을 돌리면서 바위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으면, 바위가 마음으로 온누리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들의 봉우리》 첫걸음을 펴면, 멧골에서 사는 멧사나이 이야기가 살몃살몃 나오다가 어느새 줄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님이 사는 봉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뜻이나 생각일까요? 누구도 넘볼 수 없다는 깊은 멧골에 들어 홀로 멧봉우리를 붙잡고 오르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몸짓을 펴는 셈일까요? 멧봉우리에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사람 사는 마을하고 멀리 떨어집니다. 멧골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밥도 잠도 줄면서 오롯이 멧바람하고 하나가 되어 갑니다. 우리는 숲이나 멧골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마을을 세우다가 도시를 키웁니다. 숲이나 멧골에 아무렇지 않게 송전탑을 박고 구멍을 냅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볼까요?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느낄까요? ㅅㄴㄹ



‘후카마치에게는 그 사나이가 산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있다기보다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112쪽)


“어려운 곳에다 손을 뻗치는 거죠. 마치, 바위를 두려워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듯이 그 어려운 바위에 손을 대고 맙니다. 그리고는 결국 거기를 오르고 말죠.” (27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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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8.28.


《이 삶을 다시 한 번》

도다 세이지 글·그림, 애니북스, 2017.8.25.



2006년에 처음 나온 뒤 조용히 있다가 2017년에 새옷을 입고 나왔다는 《이 삶을 다시 한 번》을 만난다. 짤막짤막 그려내는 만화가 싱그럽다. 어느 결에서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빚는 토막만화하고 견줄 만하다. 도다 세이지 님은 더 짧은 토막만화를 그려내곤 하는데, 굳이 길이를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서 홀가분히 이야기에 마음을 쏟는다. 낱권책 하나로 보았을 적에 뒤쪽으로 갈수록 좀 엇비슷한 줄거리도 나오는데, 스스로 그리고픈 그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기쁘게 담았구나 하고 느낀다. 아름다운 만화란, 글이란, 말이란, 눈빛이란, 웃음이란, 사랑이란,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저 서로 눈을 바라본다. 마음하고 마음이 흐를 수 있도록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둘레를 온통 잊고 고요하고 깊은 냇물로 뛰어든다. ‘일곱 살 첫 국어사전’을 이제 한 꼭지 썼는데, 두 꼭지째로 못 나아간다. 집안일이 많다. 청소도 빨래도 밑반찬도 즐겁게 맡아서 해야지. 곰곰이 돌아보면 이런 여러 일을 맡아서 하는 하루이기에, 사전에 담을 말 한 마디를 더 살뜰히 돌보는 마음으로 거듭날 만하지 싶다.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이 삶을 다시 살기를 바라기보다는 오늘 이곳에서 이 삶을 스스로 신나게 누리자고 다짐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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