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8.28.


《이 삶을 다시 한 번》

도다 세이지 글·그림, 애니북스, 2017.8.25.



2006년에 처음 나온 뒤 조용히 있다가 2017년에 새옷을 입고 나왔다는 《이 삶을 다시 한 번》을 만난다. 짤막짤막 그려내는 만화가 싱그럽다. 어느 결에서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빚는 토막만화하고 견줄 만하다. 도다 세이지 님은 더 짧은 토막만화를 그려내곤 하는데, 굳이 길이를 똑같이 맞추지 않으면서 홀가분히 이야기에 마음을 쏟는다. 낱권책 하나로 보았을 적에 뒤쪽으로 갈수록 좀 엇비슷한 줄거리도 나오는데, 스스로 그리고픈 그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기쁘게 담았구나 하고 느낀다. 아름다운 만화란, 글이란, 말이란, 눈빛이란, 웃음이란, 사랑이란,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저 서로 눈을 바라본다. 마음하고 마음이 흐를 수 있도록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둘레를 온통 잊고 고요하고 깊은 냇물로 뛰어든다. ‘일곱 살 첫 국어사전’을 이제 한 꼭지 썼는데, 두 꼭지째로 못 나아간다. 집안일이 많다. 청소도 빨래도 밑반찬도 즐겁게 맡아서 해야지. 곰곰이 돌아보면 이런 여러 일을 맡아서 하는 하루이기에, 사전에 담을 말 한 마디를 더 살뜰히 돌보는 마음으로 거듭날 만하지 싶다.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이 삶을 다시 살기를 바라기보다는 오늘 이곳에서 이 삶을 스스로 신나게 누리자고 다짐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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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8.27.


《어떤 여행》

박찬원 사진·글, 고려원북스, 2017.9.20.



할아버지 사진벗 박찬원 님이 그동안 걸은 사진길을 갈무리하는 사진책을 가볍게 묶었다. 차근차근 짚던 사진감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묶은 《어떤 여행》을 보면서 이분은 사진걸음 몇 발을 내딛으시고도 이렇게 갈무리를 잘하시네 하고 느낀다. 나는 여태 내 사진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다. 필름도 디지털파일도 이쪽저쪽에 그냥 쌓아두었다. 가만히 보면, 살림짓기뿐 아니라 글쓰기나 사진찍기도 같은 얼거리이지 싶다. 마음을 기울여 차곡차곡 갈무리할 줄 알기에 한결 알뜰하면서 빛난다. 마음을 담아 찬찬히 여밀 줄 알기에 더욱 고우면서 반갑다. 1000장을 찍었어도 어지러이 늘어놓는 사람보다는, 10장을 찍었어도 제대로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낼 때에 돋보이겠지. 이 삶이란 마실길에서 이것저것 다 붙잡거나 챙기려 한다면 얼마나 붙잡거나 챙길 만할까. 이 삶이란 나들이길에서 보아야 할 곳을 보고 느껴야 할 데를 느끼면서 마주해야 할 자리를 마주하는 하루가 되어야지 싶다. 너랑 나는 어떤 마실길일까? 우리는 저마다 어떤 나들이길일까? 거미 한 마리는, 말 한 마리는, 소금꽃은, 돼지 한 마리는, 우리 곁에서 어떤 말로 속삭이면서 함께 있을까? 8월이 저물려 한다. 막바지 더위가 있지만 땡볕은 많이 누그러졌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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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8.26.


《책 속으로의 여행 5》

아마노 타카 글·그림/박선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9.2.25.



곁님이 곧잘 들려주는 말 한 마디, ‘이제 책하고 글하고 얽힌 일은 그만 해도 되지 않아?’를 되새긴다. 이러면서 《책 속으로의 여행》 다섯걸음을 읽는다. 종이책에서 벗어나자고 생각하다 보니, 책을 둘러싼 이야기가 종이책 아닌 마음책이나 사람책이라는 얼거리로 흐르는 책이 눈에 밟힌다. 이 삶에서 내가 스스로 풀어내야 할 길이 ‘책이라는 꼴로 있는 이야기’를 넘어서 ‘책에 앞서 숲으로 있는 터’를 제대로 품에 안으면서 우리 삶님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하루라고 여긴다. 그래서 책만 말하는 책은 으레 따분하다고 느낀다. 책읽기나 글쓰기만 밝히는 책도 매우 재미없다고 느낀다. 삶자리에서 곁에 책을 놓을 수 있고, 살림터를 지으면서 둘레에 책터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책이나 책터는 앞세울 일이란 없다. 하루를 열고, 오늘을 가꾸며, 삶길을 갈고닦는 즐겁고 슬기로운 마음이 되어야지 싶다. 다섯걸음으로 마무리를 짓는 만화책에는 ‘도깨비하고 천사하고 사람’이 서로 어떻게 어우러질 적에 아름다운가를 상냥하게 보여준다. 셋은 다른 숨결이면서 다르지 않은 숨결이라는 대목을, 무엇이기에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지 않고, 스스로 온마음을 쏟기에 함께 하면서 새롭게 어깨동무한다는 대목도 잘 밝힌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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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73


《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5.12.25.



  고양이가 글을 쓴다면, 공책에 하루를 적는다면, 두고두고 남길 삶을 가만히 그린다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펼까요? 《고양이 노트》는 고양이 자리에서 고양이 눈으로 고양이 걸음에 맞추어 고양이 마음을 풀어내는 얼거리로 ‘고양이를 둘러싼 사람이 지내는 터’를 보여줍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린다면, 바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삶도, 빗물이 사람을 지켜보는 삶도, 들풀이 사람을 헤아리는 삶도, 나무가 사람을 마주하는 삶도, 풀벌레가 사람을 노래하는 삶도 얼마든지 새롭게 엮어 볼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 살기에 으레 사람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사람 사이에서도 금을 긋거나 가르면서 뿔뿔이 흩어지곤 해요. 이러다 보니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읽는 눈이 옅어지고, 이웃 마음을 못 읽거나 안 읽으면서 고양이라든지 바람이라든지 빗물이라든지 들풀이라든지 나무라든지 풀벌레 마음은 도무지 못 읽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조곤조곤 속삭이면 모두 알아듣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곁에 다가서며 기다리면 다 알아듣고, 함께 살림을 지으니 서로 이야기꽃이 터집니다. ㅅㄴㄹ



“있잖아, 넌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기는 했지만, 절대로 외톨이는 아니야. 앞으로는 우리가 함께 있을 거니까.” (38쪽)


‘아, 그렇구나. 저 책상에 앉아서는 즐거운 일만 하고 싶은 거야. 그것도 나랑 똑같군. 나도, 저 책상에 누워 있을 때는 저런 표정을 지을까?’ (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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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기차 - 2009년 라가치 상 뉴호라이즌(New Horizons Award) 부문 수상작 뜨인돌 그림책 29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림책시렁 9


《이야기 기차》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뜨인돌어린이

 2011.12.20.



  아이를 잘 키우기란 매우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잘 키우려’ 하니까 참으로 어려웁지 싶어요. 아이는 어버이 손길이 아니어도 스스로 잘 크기 마련이기에, 어버이가 곁에 붙어서 잘 크도록 다스리거나 돌보는 길은 뜻밖에 아무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은, 저마다 누구나 차근차근 자랍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자랍니다. 몸을 비롯해서 마음이 늘 자라요. 몸이 늘 자라기에 밤잠을 이루고 나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지요. 마음이 늘 자라니 어떤 일을 새로 맞닥뜨려도 즐겁게 서글서글 웃어넘기면서 꼬옥 안을 만해요. 《이야기 기차》에 두 어른이 나옵니다. 한 어른은 아이들 어버이입니다. 다른 한 어른은 기차를 함께 탄 손님입니다. 아이들 어버이는 개구지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다스리거나 붙잡기에 벅찹니다. 손님은 개구지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달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림책 줄거리를 좇다가, 이야기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그래요, 몸뿐 아니라 마음을 살찌우는 이야기밥이란 아이 어른 모두한테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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