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4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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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95


《목소리의 형태 4》

 오이마 요시토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5.7.31.



  혀를 차거나 입속에서 튕겨 혓소리를 냅니다. 발을 끌거나 땅을 디디며 발소리를 냅니다. 손으로 무엇을 치거나 만지면 손소리가 날 테고, 눈알을 굴릴 적에 눈소리가 나겠지요. 우리는 서로 어떤 소리를 내거나 들을까요? 말소리만 들을까요, 때로는 말소리조차 제대로 안 듣거나 못 들을까요? 《목소리의 형태》 네걸음에 이르면 아이들 사이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삶이 하나하나 드러납니다. 겉모습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있고, 속마음을 읽으려는 아이가 있습니다. 겉모습만 바라보는 어른이 있고, 속내를 어루만지려는 어른이 있어요. 저마다 다른 길에 저마다 다른 삶을 짓습니다. 엉킨 사슬을 풀려는 아이가 있지만, 엉키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 아예 안 쳐다보는 아이가 있어요. 작은 실마리 하나를 두고서 마음을 열어 새롭게 하루를 짓고 싶은 아이가 있지만, 그 작은 실마리조차 꼬투리로 삼아서 괴롭히고픈 아이가 있습니다. 북새통이라 할 만한데, 아무리 북새통이어도 마음을 기울이면서 살며시 눈을 감으면 마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소리는 오직 마음으로 듣습니다. 눈을 감고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내려놓을 적에 비로소 주고받습니다. ㅅㄴㄹ



“엄마한테 이래저래 혼이 난다 해도, 유즈나 쇼코가 너희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직접 정하고 있잖니. 할머니는 그런 너희가 좋단다.” (117쪽)


“이시다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있어.” “뭔 상관이 있는데?” “상관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14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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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 코디 3 - 루나 코믹스
미야베 사치 지음, 이수지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94


《마메 코디 3》

 미야베 사치

 이수지 옮김

 소미미디어

 2018.9.20.



  밤 세 시에서 새벽 네 시로 접어드는 달을 보다가 불쑥 새벽달이란 이름을 혀에 얹습니다. 새벽이니 새벽달일 테지요. 그러면 밤에는 밤달일까요? 한가위라 휘영청 더 밝은 달을 보고, 이 달빛에 지지 않는 별빛을 봅니다. 예부터 별빛에 기대어 길을 살폈고, 낮에는 바람을 읽으며 길을 헤아렸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면서 길을 찾을 만할까요?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거나 읽으면서 두려움을 씻어내어 씩씩하게 설 만할까요? 《마메 코디》 세걸음에는 눈부신 모델인 노엘하고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는 마메 이야기가 흐릅니다. 눈부신 모델인 노엘은 어릴 적부터 깨달은 바가 있어 모델길을 걸었답니다. 대단히 예쁘게 태어난 얼굴하고 몸을 스스로 지키려면 두려움을 씻고 모델이 되는 길이 있다고 알아차렸대요. 이와 달리 마메는 예쁘게 태어난 얼굴하고 몸이 있지만 스스로 씩씩하지 못하고 휘둘리면서 가장자리에 처지는, 이러면서 삶이 늘 두려운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스스로 새길을 밝게 찾았다면, 다른 한 사람은 스스로도 남이 이끌어 주어도 제 길을 아직 못 찾은 셈인데, 이 둘은 앞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갈 수 있을까요? ㅅㄴㄹ



“저 카메라 속에는 초원 위에 작은 집이 있는데 그 집에 사는 소인은 내가 웃어야 눈물을 멈추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무섭지 않아요. 어릴 적부터 외운 주문이에요.” (72∼73쪽)


‘이 아이는 나랑 똑같아. 강해지는 것을 선택하지 못했을 때의 나의 모습.’ (116∼117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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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22.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

 다카도노 호오코 글·이이노 카즈요시 그림/이선아 글, 시공주니어, 2003.7.15.



토요일에 읍내마실을 하다가 살짝 놀란다. 한가위 코앞이라 자동차도 사람도 오지게 많구나. 저잣거리에도 가게에도 참 많다. 저잣거리에는 물고기를 숯불에 굽는 냄새하고 연기로 가득하다. 감 한 자루하고 밤 한 자루를 장만한다. 가을이면 감이랑 밤을 날마다 신나게 누린다. 얼마나 고마운 열매인가. 시골버스에서 읽던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을 택시를 기다리며 마저 읽는다. 큰아이가 이 동화책을 꽤 재미나게 읽던데,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무섭다고? 상냥하다고? 그저 우리 곁에 있는 숱한 숨결 가운데 하나라고? 우리가 무섭다고 여기면 모두 무섭기 마련이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면 아무렇지 않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유령이란 우리 스스로일 수 있다. 멀리 있는 저것이 유령이 아닌, 두 다리를 땅에 디디지 못한 채 떠도는 넋이 유령일 테니까. 동화책을 보면, 늘 차분하고 말이 없던 ‘진지한 씨’가 집에서 유령을 만난 뒤로 조금씩 유령한테 마음을 열 뿐 아니라, 새롭고 반가운 동무로 여겨 ‘삶을 보는 눈길하고 마음’이 시나브로 달라졌단다. 앞만 보고 걷던 길에서, 옆도 뒤도 볼 뿐 아니라, 하늘도 땅바닥도 보고,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삶이 되었다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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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21.


《나이지리아의 모자》

 신정민 글, 산지니, 2015.12.31.



어느덧 한가위가 다가오고 시골은 자동차가 슬슬 붐빈다. 올해에도 고흥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한다. 해마다 한가위하고 설을 앞두고 마을청소를 하는데, 오늘까지 비가 오니 여러모로 반갑다. 빗물로 고샅길 치워도 넉넉하지 않을까? 마을 빨래터는 저녁나절에 내가 혼자서 미리 치워 둔다. 아이들이 고샅에서 놀다가 자동차 빵빵질에 놀라기도 한다. 시골길에 들어선 도시 자동차는 이맘때에는 좀 얌전히 다녀야 하지 않나? 이녁 어버이 사는 집 앞까지 자동차를 들이밀기보다는 마을 앞 너른터나 빈터에 대놓고서 걸어다녀야 하지 않나? 《나이지리아의 모자》를 읽는다. 한국에서 나아지리아를 떠올려 보지만 좀처럼 그림이 안 잡힌다. 우리는 이 나라를 얼마나 알까. 그 나라는 우리를 얼마나 알려나. 참 멀구나 싶은 나라인데, 서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참으로 가까운 사이일는지 모른다. 바로 옆에 있어도 마음으로 마주하지 못한다면 더없이 먼 사이가 될 테지. 동무란, 늘 곁에 있지는 않다. 아니, 마음으로는 늘 곁에 있되, 멀찍이 떨어져 지낼 수 있다. 이웃이란, 바로 옆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다. 마음으로 어깨를 겯는 사이일 적에 비로소 이웃이다. 이웃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하는 저녁에 별빛이 곱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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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모악시인선 2
박기영 지음 / 모악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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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모악

 2016.7.29.



  냇물마다 맛이 다릅니다. 물살도 다르고, 물빛도 달라요. 어느 골짜기나 들판을 적시는 물줄기이든 그 고장 삶결이나 숲살림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수돗물도 고장마다 맛이 다르지요. 다만 수돗물마다 다른 맛은 싱그럽거나 푸른 숨결로 다른 맛은 아닙니다. 고장마다 어떤 곳에 파묻힌 시멘트나 플라스틱 물줄기를 거쳐서 오느냐에 따라 다르고, 물꼭지가 얼마나 낡거나 새것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을 읽습니다. 글쓴이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글쓴이한테 보여준 여러 멧살림 사냥살림 이야기가 흐릅니다. 멧골을 누비며 손수 잡은 꿩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넣고 끓인 칼국수란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맛이겠지요. 두멧자락 숲맛 바람맛 손맛 살림맛이 고이 흐르는 맛일 테니까요. 글 한 줄에는 줄거리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 이 글줄에 줄거리가 서리기까지 걸어온 길마다 아른아른 묻어난 삶결이 낱낱이 함께 있습니다. 두고두고 새기고 싶어서 마음에 얹은 이야기는 노래로 태어나고 글맛으로 피어납니다. 언제까지나 흐를 글줄은 어제하고 오늘이 섞인 새로운 하루로 자리잡습니다.



아버지가 낚시로 꿩을 거두어 온 날은 / 칼국수를 먹었다. // 생콩에 숨겨둔, 외줄낚시에 붙잡혀 / 하늘을 끌고 잡혀온 짐승. // 별점이 박힌 껍질 벗겨내면 / 붉은 겨울 살 / 새콤한 얼은냄새 풍기고. (꿩낚시/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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