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9.22.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

 다카도노 호오코 글·이이노 카즈요시 그림/이선아 글, 시공주니어, 2003.7.15.



토요일에 읍내마실을 하다가 살짝 놀란다. 한가위 코앞이라 자동차도 사람도 오지게 많구나. 저잣거리에도 가게에도 참 많다. 저잣거리에는 물고기를 숯불에 굽는 냄새하고 연기로 가득하다. 감 한 자루하고 밤 한 자루를 장만한다. 가을이면 감이랑 밤을 날마다 신나게 누린다. 얼마나 고마운 열매인가. 시골버스에서 읽던 《진지한 씨와 유령 선생》을 택시를 기다리며 마저 읽는다. 큰아이가 이 동화책을 꽤 재미나게 읽던데,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무섭다고? 상냥하다고? 그저 우리 곁에 있는 숱한 숨결 가운데 하나라고? 우리가 무섭다고 여기면 모두 무섭기 마련이고,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여기면 아무렇지 않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유령이란 우리 스스로일 수 있다. 멀리 있는 저것이 유령이 아닌, 두 다리를 땅에 디디지 못한 채 떠도는 넋이 유령일 테니까. 동화책을 보면, 늘 차분하고 말이 없던 ‘진지한 씨’가 집에서 유령을 만난 뒤로 조금씩 유령한테 마음을 열 뿐 아니라, 새롭고 반가운 동무로 여겨 ‘삶을 보는 눈길하고 마음’이 시나브로 달라졌단다. 앞만 보고 걷던 길에서, 옆도 뒤도 볼 뿐 아니라, 하늘도 땅바닥도 보고,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삶이 되었다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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