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모악시인선 2
박기영 지음 / 모악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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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24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박기영

 모악

 2016.7.29.



  냇물마다 맛이 다릅니다. 물살도 다르고, 물빛도 달라요. 어느 골짜기나 들판을 적시는 물줄기이든 그 고장 삶결이나 숲살림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수돗물도 고장마다 맛이 다르지요. 다만 수돗물마다 다른 맛은 싱그럽거나 푸른 숨결로 다른 맛은 아닙니다. 고장마다 어떤 곳에 파묻힌 시멘트나 플라스틱 물줄기를 거쳐서 오느냐에 따라 다르고, 물꼭지가 얼마나 낡거나 새것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맹산식당 옻순비빔밥》을 읽습니다. 글쓴이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글쓴이한테 보여준 여러 멧살림 사냥살림 이야기가 흐릅니다. 멧골을 누비며 손수 잡은 꿩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넣고 끓인 칼국수란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맛이겠지요. 두멧자락 숲맛 바람맛 손맛 살림맛이 고이 흐르는 맛일 테니까요. 글 한 줄에는 줄거리만 있지 않습니다. 오늘 이 글줄에 줄거리가 서리기까지 걸어온 길마다 아른아른 묻어난 삶결이 낱낱이 함께 있습니다. 두고두고 새기고 싶어서 마음에 얹은 이야기는 노래로 태어나고 글맛으로 피어납니다. 언제까지나 흐를 글줄은 어제하고 오늘이 섞인 새로운 하루로 자리잡습니다.



아버지가 낚시로 꿩을 거두어 온 날은 / 칼국수를 먹었다. // 생콩에 숨겨둔, 외줄낚시에 붙잡혀 / 하늘을 끌고 잡혀온 짐승. // 별점이 박힌 껍질 벗겨내면 / 붉은 겨울 살 / 새콤한 얼은냄새 풍기고. (꿩낚시/1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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