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린네 2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시렁 107


《경계의 린네 28》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9.25.



  아쉽다고 여기니 더 하고 싶습니다. 아쉽다는 생각에 끝내지 못합니다. 그러면 더 하거나 자꾸자꾸 할 적에 아쉬운 마음이 사그라들까요? 후련하도록 하면 더는 생각이 안 날까요? 《경계의 린네》 스물여덟걸음을 읽는데, 지난 스물일곱걸음까지 온갖 사람들 갖은 아쉬움이 저마다 스스로 발목을 잡아 앞으로 못 가도록 하는구나 싶습니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은 없습니다만, ‘아쉬워하는 사람’이 어김없이 있고, ‘아쉽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워요. 다만 이 만화에서 아쉽다고 여기는 마음이 가장 옅은 이라면 로쿠도하고 짝을 이루는 마미야입니다. 이런 마음이기에, 뭔가 붙들어매서 곁에 두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 마음이기에, 맨눈으로도 여러 도깨비나 넋을 볼는지 몰라요. 그리고 아쉬움이 없는 마음일 적에 홀가분하면서 아무것에나 안 휘둘릴 수 있습니다. 뭔가 아쉬워하기에 자꾸 휘둘릴 뿐 아니라 휩쓸리고 때로는 눈속임에 홀라당 넘어가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길에서도 아쉬움이란 마음은 으레 걸림돌이 됩니다. 아쉬움을 털어내는 홀가분한 마음은 징검돌이지요. 똑같은 마음이요 길이지만, 한쪽은 걸림돌을 스스로 쌓아 걸려 넘어지고, 다른 한쪽은 징검돌을 스스로 놓아 사뿐사뿐 딛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ㅅㄴㄹ



“로쿠도, 그렇게 교복에 미련이 많구나.” “후후, 날 비웃어 줘. 하지만 이걸 벗으면 두 번 다시 교복을 입을 수 없다, 그런 기분이 들어 견딜 수가 없어!” (107∼108쪽)


‘죽은 것도 모르고 봄이 올 때마다 그걸 반복했단 말인가. 20년 넘게. 즉 이 영의 진짜 소원은 다시 태어난 자신을 인정받는 것!’ (166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는 당신의 느낌을 듣는다 - 웨인 다이어와 아브라함의 대화
웨인 W. 다이어.에스더 힉스 지음, 이현주 옮김 / 샨티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25


《우주는 당신의 느낌을 듣는다》

 웨인 W.다이어·에스더 힉스 이야기

 이현주 옮김

 샨티

 2018.9.7.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당신들이 ‘영원’하다는 것이에요. 당신들은 결코 떠나지 않아요. 더 이상 물질 몸 안에 있지 않을 때에도 여러분은 여전히 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 이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31쪽)


당신 어머니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서 날마다 하루 종일 당신한테 집중하고 있지만, 당신이 어머니의 말을 들으려면 주파수가 맞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81쪽)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핑계삼아 감정 원반을 선택하지 마세요. (92쪽)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면서 넘어질 때 당신은 아이를 꾸짖으며 “일어나, 이 멍청이 꼬마야!”라고 말하지 않지요. 당신은 아이가 그렇게 넘어지면서 균형 잡는 법을 배운다는 걸 압니다. (166쪽)



  눈이 있기에 보고, 귀가 있어 듣는다면, 마음이 있어 무엇을 할까요? 손이 있어 만지고, 발이 있어 디딘다면, 생각이 있어 무엇을 할까요? 누구는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믿는다고 하는데, 마음으로 보거나 생각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어떻게 마주할 만할까요?


  눈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퍽 멀리 있는 것은 못 보거나 못 느끼기 일쑤입니다. 손으로 만진다고 하더라도, 손이 안 닿는 곳이라면 못 만지거나 모르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눈이나 귀나 손이나 발에만 기댄다면 정작 거의 모든 것을 모르거나 등돌리는 셈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마음으로 느끼거나 볼 줄 알아야겠고, 생각을 지펴 더욱 넓고 깊게 깨달아야지 싶어요.


  《우주는 당신의 느낌을 듣는다》(웨인 W.다이어·에스더 힉스/이현주 옮김, 샨티, 2018)는 여느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에 마음을 기울여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삶을 들려줍니다. 마음길로 듣기에 맨눈으로는 볼 수 없고 맨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가만히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 맨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파수가 흐릅니다. 우리 몸은 물질이 아닌 주파수로 흐르는데, 맨눈에만 기대면 이 주파수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 맨눈에 전자파가 보이지 않더라도 전자파가 흐르고, 전기가 흐르며, 와이파이가 곳곳을 감싸요.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못 믿고 무엇을 믿을 만할까요?


  마음소리로 듣는 이야기는 몸소리는 몸소리대로 귀여겨들으면서 마음으로 나누면서 생각을 한껏 키우는 길을 하나하나 짚습니다. 삶을, 사랑을, 사람을 어떻게 새로 바라보면서 하루를 어떻게 지을 적에 참기쁨이 될 만한가를 건드려요.


  마음을 연다면 돌멩이하고 속삭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연다면 회오리바람하고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연다면 무당벌레에 벌나비에 풍뎅이에 노린재에 갖가지 이웃이 우리 손등이나 머리에 내려앉아 조잘조잘 수다를 떱니다. 마음을 연다면 흙한테서 배우고 나무한테서 배우며 빗물한테서 배워요. 온누리 모든 것은 우리 느낌을 귀여겨듣고 눈여겨봅니다. 우리도 곁에 있고 멀리 있는 모든 것한테서 이야기를 듣고 사랑을 배울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화 소년 나가신다 - 들썩들썩 요동치는 개화기 조선 조선 시대 깊이 알기
류은 지음, 이경석 그림, 한철호 감수, 만파식적 기획 / 책과함께어린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맑은책시렁 186


《개화 소년 나가신다》

 류은 글

 이경석 그림

 만파식적 기획

 책과함께어린이

 2018.7.10.



구식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건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과거 시험이 있었다면 장원 급제라도 노려 보겠지만 그마저도 사라진 마당에 구식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30쪽)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놓았고. 그런데 너는 그 학교가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직 공자와 맹자의 도리만 높다하지 않느냐?” (51쪽)


“아니오! 절대 아닙니다. 말씀처럼 황금 궤짝보다 훨씬 값집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찌 황금 궤짝에 비하겠습니까?” (163쪽)



  이 땅에서 개화기라 일컫는 무렵, 여러모로 나라가 흔들렸다고 할 만합니다. 서당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거나 낡은 길로 저물었고, 새로 짓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겼어요. 중국 한문을 섬기는 터전은 이제 끝장내고, 일본을 거친 서양 살림을 배워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개화기라는 때에서 백 해 즈음 지난 오늘날입니다. 지난 백 해 걸음은 얼마나 새롭거나 아름다웠을까요? 서당에서 가르친 이야기가 고리타분했는지 낡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는 짚을 수 있어요. 한문은 누구나 배울 수 없었고, 중국을 섬기는 한문길이란 이 땅하고는 걸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지은 학교는 나았다고 할 만할까요? 개화기는 일제강점기하고 맞물리면서 이 나라 살림하고는 동떨어진 길을 갔습니다. 한국말을 담은 한국글로 쓴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일본책으로 일본 한자말하고 일본 말씨로 서양 이야기를 익히던 그무렵입니다. 새 배움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제 고장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이 아닌, 커다란 도시로 모이는 길이었어요.


  《개화 소년 나가신다》(류은, 책과함께어린이, 2018)는 서당 가르침에 길든 아이가 새 배움터로 나아가면서 낡은 생각을 털어내는 길을 들려줍니다. 개화 소년네 아버지가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던 길이 무엇인가를 개화 소년 스스로 찾아나서는 줄거리를 다루지요.


  개화 소년은 개화기로 보자면, 또 오늘날로 보자면 퍽 고리타분한 말씨나 몸짓을 보입니다. 그러면 그무렵 모든 아이나 젊은이가 개화 소년 같았을까요? 양반이라는 자리나 종을 부리는 자리에 있던 이였기에 고리타분한 말씨나 몸짓은 아니었을까요?


  모든 양반이 권력자는 아니었으니 ‘양반이란 자리’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습니다만, 지식인이나 권력자 자리가 아닌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삶을 가꾸던 이들은 모든 살림을 손수 지었습니다. 수수한 사람들은 서당조차 없던 때에도 집·옷·밥을 손수 지었고, 아이를 낳아 슬기롭게 말이며 사랑을 살뜰히 가르쳤습니다. 수수한 사람들은 개화 학교를 몰랐어도 언제나 스스로 서는(자급자족·자립) 길을 걸었어요. 우리는 개화기뿐 아니라 역사를 짚을 적에 으레 ‘양반 자리’에서만 보기 일쑤인데, ‘백성 자리’에서 살림을 지은 자취가 얼마나 깊은 역사인가를 읽는 이야기를 함께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8.10.4.


《작은 신사》

 필리퍼 피어스 글·패트릭 벤슨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06.12.30.



고흥군청 앞에서 ‘고흥만 경비행기시험장 계획’ 반대집회를 한다. 새 고흥군수는 예전 군수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물쩍어물쩍 여러 달을 보낸다. 아마 군수 한 사람으로는 안 바뀔는지 모른다. 국장이나 과장이나 주무관이 한통속으로 뒷돈을 빼먹는 일이 흔한 터라, 공무원을 통째로 물갈이하거나 싹 걷어내지 않고서는 안 달라지겠지.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또 집회를 열기까지 기다리면서 《작은 신사》를 읽는다. 수백 해를 살아오며 때때로 상냥한 사람을 사귀었으나, 볼썽사나운 사람도 수두룩히 본 두더지는 따스한 마음결로 다가서는 아이하고 새롭게 마주한다. 이와 달리 둘레 어른들은 따스한 마음결보다 뭔가 속셈이 있다. 어른이란 사람도 처음에는 아이였는데, 왜 어른이란 옷을 입으면서 따스한 마음결이나 상냥한 숨결을 잃거나 잊을까? 왜 정치꾼은 군수나 장관이나 대통령 같은 자리에 앉으면 싹 입을 씻을까? 왜 공무원 자리에서 일하는 숱한 이들은 착하거나 참다운 마음을 쉽게 잃으면서 마을살림을 헤아리지 못할까? 가만 보면 다들 학교는 오래 다니고 교과서나 책은 한참 읽었을 테지만, 숲을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고, 숲하고 동떨어진 채 기계처럼 치달았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스토리에 Historie 3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106


《히스토리에 3》

 이와아키 히토시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6.2.25.



  ‘종’이란, 몸이 얽매여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사람입니다. 종을 부리는 사람은 상냥한 마음일 수 있으나, 종을 짐짝으로 다루는 거친 마음일 수 있습니다.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은 삶이 즐거울까요? 누구한테 온갖 일을 시키는 사람은 삶이 재미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종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하기에 내키지 않아도 하기 마련인데, 이러면서 손놀림이나 손재주가 자랍니다. 종을 부리는 이는 손수 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못 서기 일쑤입니다. 《히스토리에》 세걸음에서 종살이란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종을 부리는 자리에 있었으나 늘 스스로 해보기를 즐기던 아이는 하루아침에 종이 되어야 합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에서 종지기를 꽁꽁 묶여 죽인 여러 종들은 배를 어떻게 몰아야 하는지를 몰라 그만 몽땅 바다에 빠져 죽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종이어야 했으나, 저 나라로 가니 종이 따로 없어 홀가분한 몸이 됩니다. 그러나 종이 없는 나라 곁에 다른 권력자는 있으니, 이 권력자는 작은 마을 작은 나라를 멋대로 주무르려 합니다. 무엇이 삶이요 즐거움이며 사랑이 될까요? 책에 적히는 발자취란 무엇이며, 책에 안 적히는 삶자취란 무엇일까요? ‘역사’란, 삶과 동떨어진 뒷그늘일 수 있습니다. ㅅㄴㄹ



“넌 노예가 된 이상, 앞으로 죽도록, 아니 죽는 게 더 나은 꼴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라. 참고 또 견뎌서 끝까지 살아남으면 반드시! 다시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을 거야. 너라면 그럴 수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