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소년 나가신다 - 들썩들썩 요동치는 개화기 조선 조선 시대 깊이 알기
류은 지음, 이경석 그림, 한철호 감수, 만파식적 기획 / 책과함께어린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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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책시렁 186


《개화 소년 나가신다》

 류은 글

 이경석 그림

 만파식적 기획

 책과함께어린이

 2018.7.10.



구식이는 금세 풀이 죽었다.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건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과거 시험이 있었다면 장원 급제라도 노려 보겠지만 그마저도 사라진 마당에 구식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30쪽)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놓았고. 그런데 너는 그 학교가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직 공자와 맹자의 도리만 높다하지 않느냐?” (51쪽)


“아니오! 절대 아닙니다. 말씀처럼 황금 궤짝보다 훨씬 값집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찌 황금 궤짝에 비하겠습니까?” (163쪽)



  이 땅에서 개화기라 일컫는 무렵, 여러모로 나라가 흔들렸다고 할 만합니다. 서당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거나 낡은 길로 저물었고, 새로 짓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겼어요. 중국 한문을 섬기는 터전은 이제 끝장내고, 일본을 거친 서양 살림을 배워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개화기라는 때에서 백 해 즈음 지난 오늘날입니다. 지난 백 해 걸음은 얼마나 새롭거나 아름다웠을까요? 서당에서 가르친 이야기가 고리타분했는지 낡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하나는 짚을 수 있어요. 한문은 누구나 배울 수 없었고, 중국을 섬기는 한문길이란 이 땅하고는 걸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지은 학교는 나았다고 할 만할까요? 개화기는 일제강점기하고 맞물리면서 이 나라 살림하고는 동떨어진 길을 갔습니다. 한국말을 담은 한국글로 쓴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일본책으로 일본 한자말하고 일본 말씨로 서양 이야기를 익히던 그무렵입니다. 새 배움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제 고장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이 아닌, 커다란 도시로 모이는 길이었어요.


  《개화 소년 나가신다》(류은, 책과함께어린이, 2018)는 서당 가르침에 길든 아이가 새 배움터로 나아가면서 낡은 생각을 털어내는 길을 들려줍니다. 개화 소년네 아버지가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던 길이 무엇인가를 개화 소년 스스로 찾아나서는 줄거리를 다루지요.


  개화 소년은 개화기로 보자면, 또 오늘날로 보자면 퍽 고리타분한 말씨나 몸짓을 보입니다. 그러면 그무렵 모든 아이나 젊은이가 개화 소년 같았을까요? 양반이라는 자리나 종을 부리는 자리에 있던 이였기에 고리타분한 말씨나 몸짓은 아니었을까요?


  모든 양반이 권력자는 아니었으니 ‘양반이란 자리’라고 섣불리 말할 수 없습니다만, 지식인이나 권력자 자리가 아닌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삶을 가꾸던 이들은 모든 살림을 손수 지었습니다. 수수한 사람들은 서당조차 없던 때에도 집·옷·밥을 손수 지었고, 아이를 낳아 슬기롭게 말이며 사랑을 살뜰히 가르쳤습니다. 수수한 사람들은 개화 학교를 몰랐어도 언제나 스스로 서는(자급자족·자립) 길을 걸었어요. 우리는 개화기뿐 아니라 역사를 짚을 적에 으레 ‘양반 자리’에서만 보기 일쑤인데, ‘백성 자리’에서 살림을 지은 자취가 얼마나 깊은 역사인가를 읽는 이야기를 함께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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