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일말의


 일말의 후회 → 살짝 뉘우침 / 조금 뉘우침

 일말의 불안감 → 살며시 조마조마 / 살짝 걱정

 일말의 가능성 → 작은 가능성 / 조그마한 불씨 / 실낱같은 불씨


  ‘일말(一抹)’은 “한 번 스치는 정도라는 뜻으로, ‘약간’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약간(若干)’은 “얼마 되지 않음”을 가리키니, ‘일말 → 약간 → 조금/살짝’인 얼거리예요. 그러니 ‘조금’이나 ‘살짝’으로 손보면 됩니다. ‘살며시’나 ‘슬며시’나 ‘족그마한’이나 ‘실낱같은’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어요. 2016.11.5.흙.ㅅㄴㄹ



일말의 인간적인 따스함마저

→ 조금 있던 사람다운 따스함마저

→ 마지막 남은 따스함마저

→ 마음속에 있는 아주 작은 따스함마저

→ 마음속에 있는 아주 작은 따스한 기운마저

→ 아주 조그마한 따스함마저

→ 아주 작은 따스한 마음마저

《어니스트 톰슨 시튼/햇살과나무꾼 옮김-작은 인디언의 숲》(두레,1999) 19쪽


일말의 희망을 갖고서

→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고서

→ 아주 작은 꿈을 품고서

→ 실낱같은 꿈으로

《박세욱-자전거 전국일주》(선미디어,2005) 86쪽


일말의 기회도 주지 않고

→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고

→ 조금도 기회를 주지 않고

→ 자그마한 기회도 주지 않고

→ 기회를 한 번도 주지 않고

《피우진-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삼인,2006) 233쪽


일말의 진실이 없지는 않았다

→ 작은 진실이 없지는 않았다

→ 자그마한 진실이 없지는 않았다

→ 조금이나마 참이 없지는 않았다

《피터 싱어/김상우 옮김-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오월의봄,2013) 20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대망의


 대망의 새해가 밝아 왔다 → 손꼽아 기다리던 새해가 밝아 왔다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 그렇게 바라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대망의 꿈을 이루리라 → 바라던 꿈을 이루리라 / 드디어 꿈을 이루리라


  ‘대망(待望)’은 “기다리고 바람”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이 뜻대로 쉽게 쓰면 될 노릇입니다. ‘대망 + 의’ 꼴을 쓸 일이 없어요. 이를테면 ‘기다리던’이나 ‘기다리고 기다리던’이나 ‘바라던’이나 ‘바라디바라던’이나 ‘기다리고 바라던’이나 ‘바라고 기다리던’으로 쓸 만합니다. 꾸밈말을 붙여서 “몹시 바라던”이나 “애타게 기다리던”이나 “잠 못 이루며 기다리던”이나 “오래도록 꿈꾸던”으로 쓸 만해요. 가만히 생각을 기울이면 재미나면서 아기자기한 말을 한껏 살릴 수 있습니다. 2016.11.5.흙.ㅅㄴㄹ



오늘은 대망의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손꼽아 기다리던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드디어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비로소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바야흐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 오늘은 바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는 날이다

《이지현-니나와 폴의 한국말 레슨》(문학사상사,2003) 41쪽


대망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꿈에 부푼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기다리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기다리고 바라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기다리고 그리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그토록 기다리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눈빠지게 기다리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모두가 바라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애타게 바라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 오랫동안 기다리던 21세기가 열린 이즈음에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50쪽


바로 그 대망의 날이 왔다

→ 바로 그 기다리던 날이 왔다

→ 바로 그 바라던 날이 왔다

→ 바로 그 손꼽던 날이 왔다

→ 바로 그 꿈으로 부풀던 날이 왔다

→ 바로 그 꿈꾸던 날이 왔다

→ 바로 그날이 왔다

《마르잔 사트라피/최주현 옮김-페르세폴리스 2》(새만화책,2008) 60쪽


대망의 그날이 왔다

→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 손꼽던 그날이 왔다

→ 손꼽아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윤준호와 여덞 사람-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지성사,2009) 248쪽


대망의 그날이 밝았을 때

→ 기다리던 그날이 밝았을 때

→ 드디어 그날이 밝았을 때

→ 바야흐로 그날이 밝았을 때

《산드라 크라우트바슐/류동수 옮김-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양철북,2016) 13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725 : 값싼 저가품



값이라도 싸야 해서 저가품을 사 안겼다

→ 값이라도 싸야 해서 싼 것을 사 안겼다

→ 값이라도 싸야 해서 값싼 것을 사 안겼다


값싸다 : 1. 물건 따위의 값이 낮다 ≒ 금낮다 2. 가치나 보람이 적고 보잘것없다

저가품 : x

저가(低價) : = 싼값



  값이 싼 것이라면 ‘값싼것’이라고 해 볼 수 있습니다. ‘값싼것’이나 ‘싼것’은 아직 한국말사전에 오르지 않습니다만, 굳이 ‘저가품’이라는 한자말을 쓰지 않아도 돼요. 값이 싸니까 ‘값싸다’라 말하면 될 뿐, 이를 한자말로 ‘저가’라고 할 까닭은 없습니다. ‘싸다·값싸다’라는 낱말이 있고, 비슷한말로 ‘금낮다’하고 ‘눅다’가 있으니, 이런 여러 낱말을 알맞게 쓰면 좋겠습니다. 2016.11.5.흙.ㅅㄴㄹ



한 번 쓰고 버릴 거라면 값이라도 싸야 해서 주로 저가품을 사 안겼다

→ 한 번 쓰고 버린다면 값이라도 싸야 해서 으레 싼 것을 사 안겼다

→ 한 번 쓰고 버린다면 값이라도 싸야 해서 늘 값싼 것을 사 안겼다

→ 한 번 쓰고 버린다면 값이라도 싸야 해서 자꾸 금낮은 것을 사 안겼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류동수 옮김-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양철북,2016) 1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719 : 날카롭고 예민하다



날카롭고 예민하던 삶도

→ 날카롭던 삶도

→ 날카롭고 아프던 삶도


날카롭다 : 2. 생각하는 힘이 빠르고 정확하다 5. 자극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

예민하다(銳敏-) :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날카롭다’하고 ‘예민하다’는 뜻이 맞물립니다. 두 낱말을 나란히 쓰면 겹말입니다. 둘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비슷한말을 잇달아 적으면서 힘주어 말하고 싶을 수 있을 테니, 이런 마음이라면 “날카롭고 날선 삶도”라든지 “날카롭고 뾰족한 삶도”라든지 “날카롭고 삐죽거리던 삶도”처럼 써 볼 수 있어요. 또는 “날카롭고 아프던 삶도”나 “날카롭고 괴롭던 삶도”나 “날카롭고 힘든 삶도”처럼 써 볼 만해요. 2016.11.5.흙.ㅅㄴㄹ



많이 날카롭고 예민하던 삶도 차츰 안정을 되찾으며 정화된다

→ 많이 날카롭던 삶도 차츰 차분함을 되찾으며 맑아진다

→ 많이 날카롭고 아프던 삶도 차츰 차분해지고 깨끗해진다

《오리여인-우리말 꽃이 피었습니다》(seedpaper,2016) 22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724 : 가늘고 약하다



가늘고 약하게

→ 가늘게

→ 가늘고 여리게

→ 가늘고 조용히


가늘다 : 2. 소리의 울림이 보통에 미치지 못하고 약하다 4. 빛이나 연기 따위가 희미하고 약하다 7. 움직이는 정도가 아주 약하다

약하다(弱-) : 1. 힘의 정도가 작다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가늘다’라는 한국말을 풀이할 적에 외마디 한자말 ‘약하다’를 씁니다. 소리가 보통에 미치지 못한다면 소리가 작다는 뜻이요, 빛이나 연기도 흐리거나 작다는 뜻이며, 움직임이나 몸짓도 작다는 뜻일 테지요. 이래저래 뜻이나 느낌을 헤아리면 “가늘고 약하게”는 겹말입니다. ‘가늘게’라고만 쓰면 될 텐데, 좀 힘주어 말하려 한다면 “가늘고 여리게”라든지 “가늘고 조용히”처럼 써 볼 만합니다. 2016.11.5.흙.ㅅㄴㄹ



그러한 소리 위로 눈이 가늘고 약하게 쉬이이 하며 가지에 내리는 소리가 난다

→ 그러한 소리에다가 눈이 가늘게 쉬이이 하며 가지에 내리는 소리가 난다

→ 그러한 소리에 눈이 가늘고 여리게 쉬이이 하며 가지에 내리는 소리가 겹친다

《베른트 하인리히/정은석 옮김-홀로 숲으로 가다》(더숲,2016) 28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