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허하다 虛


 허한 틈을 타서 공격하다 → 빈틈을 타서 공격하다

 마음이 허하다 → 마음이 여리다 / 마음이 허전하다

 웃음이 허하다 → 웃음이 허전하다 / 웃음이 텅 빈 듯하다

 배 속이 허하다 → 배 속이 비다

 속이 허하실 텐데 → 속이 비셨을 텐데

 몸이 허하다 → 몸이 여리다 / 몸에 힘이 없다

 기력이 허하다 → 기운이 없다


  ‘허(虛)하다’는 “1. 튼튼하지 못하고 빈틈이 있다 2. 옹골차지 못하고 약하다 3. 속이 비다 4. 원기가 부실하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비다’나 ‘여리다’로 손볼 만하고, 흐름을 살펴서 ‘허전하다’나 ‘쓸쓸하다’로 손볼 수 있어요. 2016.11.16.물.ㅅㄴㄹ



마음이 허하다

→ 마음이 허전하다

→ 마음이 텅 비다

→ 마음이 쓸쓸하다

《피우진-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삼인,2006) 205쪽


몸이 허하고 피로하며

→ 몸이 여리고 고단하며

→ 몸에 힘이 없고 지치며

《김태완-시냇가로 물러나 사는 즐거움》(호미,2012) 95쪽


집안 형편까지 엉망이 된 것을 볼 때 마음이 허했다

→ 집안 형편까지 엉망이 된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허전했다

→ 집안 형편까지 엉망이 된 꼴을 볼 때 마음이 쓸쓸했다

《민종덕-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돌베개,2016) 44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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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중 手中


 수중에 넣다 → 손에 넣다 / 품에 넣다

 다른 사람의 수중에 → 다른 사람한테 / 다른 사람 손으로

 남의 전대에 든 거금이 내 수중의 서푼보다

→ 남의 돈자루에 든 큰돈이 내 주머니 서푼보다

→ 네 돈주머니에 든 큰돈이 내 손바닥 서푼보다


  ‘수중(手中)’은 “1. 손의 안 2. 자기가 소유할 수 있거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손의 안”이라는 뜻풀이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손안’이라는 낱말이 따로 나와요. ‘수중 → 손안’이라 하거나 ‘수중 = 손안’이라 하면 되지요. 그리고 한국말에서는 따로 ‘안’을 붙이지 않고 “손에 넣다”나 “손에 있다”라 합니다. “수중에 있는 돈” 같은 말마디는 “주머니에 있는 돈”이나 “나한테 있는 돈”으로 손볼 만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은 ‘수중(睡中)’을 “잠든 동안”으로 풀이하고, ‘수중(樹中)’을 “나무숲 속”으로 풀이하는데, 이 두 가지 한자말을 쓸 일은 없습니다. ‘睡中·樹中’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내야 합니다. 2016.11.16.물.ㅅㄴㄹ



수중에 있는 돈

→ 손에 있는 돈

→ 주머니에 있는 돈

→ 지갑에 있는 돈

→ 나한테 있는 돈

《조지 오웰/권자인 옮김-하얀구름 외길》(행림각,1990) 21쪽


미국의 자유를 지킬 권능이 노동자들의 수중에 있는데

→ 미국에서 자유를 지킬 힘이 노동자들 두 손에 있는데

→ 자유 미국을 지킬 힘이 노동자들 손에 있는데

《엘리엇 고온/이건일 옮김-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마더 존스》(녹두,2002) 444쪽


그의 병력은 거의 전부가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

→ 그가 거느린 병력은 거의 다 적군 손아귀에 떨어졌다

→ 그가 이끈 병력은 거의 다 적군 손바닥에 떨어졌다

《이렌 네미로프스키·에마뉘엘 모아노/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스위트 프랑세즈, 유월의 폭풍》(이숲,2015) 192쪽


수중에 가진 돈 한 푼 없이

→ 두 손에 가진 돈 한 푼 없이

→ 손에 쥔 돈 한 푼 없이

→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이

《민종덕-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돌베개,2016) 10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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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760 : 신음소리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 괴로운 신음이

→ 괴롭게 앓는 소리가

→ 괴롭게 내는 소리가

→ 괴로운 소리가


신음(呻吟) : 1. 앓는 소리를 냄. 또는 그 소리 2. 고통이나 괴로움으로 고생하며 허덕임



  한자말 ‘신음’은 “앓는 소리”를 가리켜요. “신음소리(신음 소리)”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신음 소리”를 보기글로 싣습니다. 잘못 쓰는 겹말을 한국말사전도 그대로 쓰는 셈이에요. ‘신음’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신음’만 쓸 노릇이고, 이 한자말을 털고 싶다면 “앓는 소리”로 손볼 노릇입니다. 보기글에서는 “괴롭게 앓는 소리”나 “괴로운 소리”로 손볼 수도 있습니다. 2016.11.16.물.ㅅㄴㄹ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터져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괴롭게 앓는 소리가 터져나올 듯한 느낌이 들었다

→ 괴로워 앓는 소리가 터져나올 듯한 생각이 들었다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양철북,2016) 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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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759 : 사방 곳곳



사방 곳곳

→ 둘레 곳곳

→ 곳곳이

→ 이곳저곳


사방(四方) : 1. 동, 서, 남, 북 네 방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3. 여러 곳

곳곳 : 여러 곳 또는 이곳저곳



  한자말 ‘사방’은 네 방위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여러 곳”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사방 곳곳”이라고 하면 겹말 얼거리가 돼요. 보기글에서는 ‘사방’보다는 “둘레 곳곳”으로 쓰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한자말 ‘사방’을 꼭 쓰고 싶다면 ‘곳곳’을 덜고 ‘사방이’를 쓰면 돼요. ‘사방’을 안 쓰고 싶다면 ‘곳곳이’나 ‘이곳저곳’이나 “이곳도 저곳도”나 “어느 곳이나”로 손볼 만합니다. 2016.11.16.물.ㅅㄴㄹ



사방 곳곳 물에 잠기지 않은 곳이 없어요

→ 곳곳이 물에 잠기지 않은 곳이 없어요

→ 이곳저곳 물에 잠기지 않은 곳이 없어요

《미라 로베/김시형 옮김-이리 와!》(분홍고래,2016) 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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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대개 大槪


 대개가 그처럼 연관을 맺고 있더군요 → 거의 그처럼 이어졌더군요

 손짐작은 대개의 경우 정확했다 → 손어림은 거의 틀림없었다

 대개의 짐승이 마을로 내려온다 → 거의 모든 짐승이 마을로 내려온다

 씨앗은 대개 이른 봄에 뿌린다 → 씨앗은 으레 이른 봄에 뿌린다

 이 일은 대개 가을에 시작된다 → 이 일은 흔히 가을에 한다


  ‘대개(大槪)’는 “1. = 대부분 2. = 대강(大綱) 3. 일반적인 경우에”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런데 ‘대부분(大部分)’은 “1. 절반이 훨씬 넘어 전체량에 거의 가까운 정도의 수효나 분량 2. = 대개”를 가리킨다는군요. ‘대개 = 대부분’으로 풀이하면서, ‘대부분 = 대개’로 풀이하면 어쩌지요? ‘대강(大綱)’은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요지’, ‘줄거리’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대강 = 줄거리’라는 뜻이니, ‘대개 = 줄거리’이기도 하다는 소리입니다. 여러모로 살피고 글흐름을 따지면 ‘대개’는 ‘거의’나 “거의 다”로 손볼 만하거나, ‘으레’나 ‘흔히’로 손볼 수 있습니다. 2016.11.16.물.ㅅㄴㄹ



책으로 만들어 보자 결심하게 되는 건 대개, 그만둘 때예요

→ 책으로 만들어 보자 다짐하는 때는 으레, 그만둘 때예요

→ 책으로 만들어 보자 마음먹는 때는 거의, 그만둘 때예요

《아소우 미코토/최윤정 옮김-골목길 연가 1》(시리얼,2011) 28쪽


대개 ‘그것보다 값싼 전기가 어디에 있느냐, 지금 당장 대체할 전력이 어디 있느냐, 혹은 만일을 위해 핵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식이죠

→ 으레 ‘그보다 값싼 전기가 어디에 있느냐, 오늘 바로 맞바꿀 전력이 어디 있느냐, 모르는 일이니 핵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나오죠

→ 거의 ‘그보다 값싼 전기가 어디에 있느냐, 오늘 바로 맞바꿀 전력이 어디 있느냐, 모르는 일이니 핵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나오죠

《박찬희-아빠를 키우는 아이》(소나무,2013) 278쪽


대개는 너희 선생님들도 그런 설명을 듣지 못했어

→ 거의 모든 너희 선생님들도 그런 말을 듣지 못했어

→ 너희 선생님들도 거의 그런 말을 듣지 못했어

《장마르크 레비르블롱/문박엘리 옮김-프랑스 아이의 과학 공부》(휴머니스트,2015) 76쪽


거짓말은 대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지

→ 거짓말은 흔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지

→ 거짓말은 으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지

→ 거짓말은 거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지

《박지웅-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문예중앙,2016) 126쪽


착실한 남편 만나서 결혼을 하고 대개 그렇듯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원했다

→ 참한 남편 만나서 혼인을 하고 으레 그렇듯 조용하고 수수하게 살기를 바랐다

→ 착한 남편 만나서 시집을 가고 흔히 그렇듯 조용하고 수수하게 살기를 바랐다

《배종옥-배우는 삶 배우의 삶》(마음산책,2016) 2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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