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7.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김석범 글, 보고사, 2021.9.30.



아침에 새봄쑥 한 포기를 훑어서 누렸다. 싱그러운 겨울맛에 포근한 봄내음이 어우러진다. 곁님이 주민등록증을 새로 내려고 읍내로 간다. 면소재지로 시골버스를 타고 갈 수는 있되, 돌아올 시골버스를 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면소재지에는 빛꽃을 찍는 데가 없다. 읍내 빛꽃집(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데 빛꽃집 일꾼이 막 건드려서 ‘젊고 예쁘게 손질’하는 듯싶다. 왜 저럴까? 장난할까? 누가 누구인지 알려면 얼굴빛을 그대로 찍어서 담아야 할 노릇 아닌가. 읍사무소는 ‘종이사진을 스캐너에 넣어서 긁는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야 디지털파일을 받으면 될 일이다. 애먼 데에 엉뚱한 돈과 품을 들이도록 하는 나라이다. 더 본다면 ‘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증’부터 엉터리이다. 온나라 사람을 옭아매려고 박정희가 밀어붙인 이 바보짓을 우리 스스로 털어낼 날이 있을까? 어깨동무(평등·민주)를 열자면 ‘죄수번호’를 없앨 노릇이다. 저녁에 가늘게 비가 뿌린다.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을 천천히 읽는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하루를 그리며 살아가는 길을, 사람탈을 쓴 감투잡이와 힘꾼이 총칼로 억누른 슬픈 멍울하고 생채기를 김석범 님 글로 헤아릴 만하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벼슬꾼(공무원)을 1/100로 줄이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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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6.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

 로버트 슈워츠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23.1.10.



뒤꼍에서 가랑잎 밟는 소리가 난다. 누가 있나 하고 가만히 다가가니 멧비둘기가 이 나무 저 나무 곁을 스치면서 걷는 소리였다. 나뭇가지에는 작은새가 날아다니면서 노래한다. 속으로 웃었다. 네가 걷는 소리가 이렇게 크구나. 하긴, 이제 막 날갯짓을 익힌 어린 조롱이가 뒤꼍에 내려앉아 걸을 적에도 사람이 걷는 발걸음소리가 나더라. 비는 내리지 않고, 구름이 걷히며 하늘이 드러나는데, 밤에 별빛을 올려다보면서 ‘그래, 비가 씻지 않더라도, 우리가 마음에 사랑을 담아 이 하늘을 품으면 먼지띠는 사르르 녹을 테지.’ 하고 생각한다.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를 읽었다. 책이름처럼 모든 사람은 몸을 입고 아기로 태어나기 앞서 이 별에서 ‘어느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려는지 모조리 그린다. 그래서 삶에는 잘잘못이 없다. ‘겪어서 배우며 알아가는 삶’만 있다. 사람이란, 살면서 살림을 하고 사랑을 새롭게 깨닫는 알(씨알)이다. ㅅ붙이 낱말은 모조리 하나로 잇닿는다. 좋은길도 나쁜길도 아닌 줄 알아차린다면 ‘이 별에서 스스로 하려는 꿈길’을 차분히 걸을 테고, 마음눈을 틔워 ‘굴레살이’를 씻어낼 적에 참살림을 이루는 빛줄기가 퍼지면서 사랑으로 눈물웃음을 짓는다. 다만, 책에는 좀 군더더기 얘기가 많았다.


#RobertSchwartz #YourSoulsLov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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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5.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서남희 옮김, 열린어린이, 2012.7.12.



먼지띠만 가득하던 하늘에 구름이 낀다. 이 구름은 먼지띠를 씻어내리는 비를 뿌려 줄까? 비가 뿌리기에 숨을 쉴 하늘이 밝고, 몸을 살리려고 마실 물이 맑다. 사람이건 풀꽃나무이건 짐승이건 풀벌레이건, 밝고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기에 스스로 빛나면서 싱그러이 살아갈 수 있다. ‘밝맑’을 잊을 적에는 숨결을 잃는다는 소리요, 삶을 등지고 살림하고 멀다는 뜻이다. ‘삶을 쓴다’는 무엇이겠는가. 쳇바퀴를 옮기기만 하면 삶쓰기가 아닌 틀박이로 흐른다. 언제나 다른 하루를 헤아리면서 스스로 생각을 지펴 밝맑이라는 기운으로 오늘을 노래하려는 마음일 적에 비로소 삶쓰기라 여길 만하다. 《피리 부는 거북이 자부치》를 아이들한테 읽힌 어버이나 어른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그저 ‘좋은책’이니 읽으라고 건네고서 끝일까, 아니면 삶을 지우며 살림을 가꾸는 사랑은 언제나 ‘노래’가 바탕이요, 우리가 늘 읊는 ‘말’에 ‘마음을 살리는 숨결을 씨앗으로 담아야’ 스스로 빛나는 줄 알아채고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말씨·마음씨·글씨·솜씨·맵시’ 같은 오랜 우리말에 ‘-씨’가 붙는 뜻을 읽어야 비로소 어른이다. 이 뜻을 모른다면 아무리 아름그림책을 많이 읽더라도 쳇바퀴에 갇히는 헛발질이다.


#JabutiTheTortoise #GeraldMcDermot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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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4.


《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4.15.



구름이 없지만 안 맑은 하늘이네. 뿌옇게 먼지띠가 덮는다. 시골이 이만큼 덮는다면 서울은 얼마나 뿌옇게 어지러울까. 돌림앓이가 온누리를 휘감을 즈음 하늘나루가 거의 닫으면서 하늘빛이 파랗게 돌아오고, 뱃길도 꽤 멈추면서 바다빛이 파랗게 반짝였다면, 이제 하늘도 바다도 들숲도 다시 뿌옇고 매캐하다. 아니, 그동안 쇳덩이(자동차)가 부쩍 늘면서 길은 더 막히고 어지럽다고 여길 만하다. 쇳덩이를 타고다니기에 나쁠 일은 없다. 쇳덩이가 뭔지 읽으려 하지 않으니 늘 스스로 좀먹을 뿐이다. 먼지를 가라앉히거나 달랠 풀꽃나무를 돌보려 하지 않으면 어찌 될는지 생각하는 일꾼이나 글꾼은 어디 있을까. 배움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무슨 글을 쓰는가. 《샹피뇽의 마녀 2》을 읽고서 석걸음도 읽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보려고 한다. 그림결은 서툴고, 어긋나는 대목도 꽤 보이지만, 줄거리는 잘 잡은 듯싶다. 다만, 부피를 늘리려고 샛길로 빠진다든지 어거지로 자잘한 그림을 집어넣지 않으면 된다.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읽힐 수 있을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끝에서 확 바뀌는 결이 없다면 숲노래 씨 혼자 읽다가 그칠 수 있으리라. 풀꽃이 궁금하면 풀꽃한테 물어보면 모든 수수께끼를 누구나 푼다.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樋口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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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3.


《쌀을 닮다》

 이현주 글·강진주 사진, 진주식당, 2019;5.15.



봄이 코앞이되 아직 늦겨울이다. 날은 꽤 쌀쌀한데, 늦겨울 쌀쌀바람은 첫겨울이나 한겨울에 대면 되게 부드럽다. 비는 먼지잼보다 조금 굵었다. 이만 한 비로는 오늘날 매캐한 하늘을 씻기는 벅차구나. 온나라에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갈라치기로 치닫는 말이 춤춘다. 책조차 갈라치기 부스러기(지식·정보)를 담기 일쑤요, 이쪽에 선 책이 많이 팔리느냐 저쪽에 선 책이 많이 팔리느냐 하고 겨룬다. 이러는 동안 참빛을 다루는 착한 책이나 정갈한 책이나 아름다운 책은 밀리는 듯싶다. 모든 무리짓기는 ‘나만 옳다’는 마음을 서로서로 욱여넣으려는 주먹다툼이다.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은 홀가분하니, 스스로 날개를 펼쳐서 가볍게 바람을 타고 꿀꽃가루를 누리는 나비랑 동무하며 살아간다. 《쌀을 닮다》를 장만하고서 이태 남짓 묵혔다. ‘나락’도 아니고 ‘벼’도 아닌 ‘쌀’을, ‘담다’도 아닌 ‘닮다’라고 하는 마음이 뭔가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은 시골사람이 못 본다. 글씨가 깨알보다 작고 안쏠림이라 먹혀든다. 104쪽에 비로소 ‘낫’을 담는데 조선낫도 아닌 왜낫이다. 논밭일은 호미·낫·쟁기가 바탕인데, 나락도 벼도 아닌 ‘쌀’을, 누런쌀 아닌 흰쌀만 바라보느라, 새도 거미도 이슬도 풀벌레도 놓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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