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2.


《김성근이다》

 김성근 글, 다산라이프, 2011.12.5.



새벽에는 살얼음이 끼었으나 아침해가 돋으면서 사르르 녹는 날씨. 바람이 가볍고 구름이 없는 하늘. 해질녘이면 멧개구리가 꼬르르륵 우는 소리. 철이 바뀐다. 철빛이 새롭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라 해도 해마다 다르다. 고흥우체국 곁에 있는 〈고흥을 담다〉로 나들이를 가서 책을 둘 건넨다. 인천에서 고흥으로 삶터를 옮긴 지 네 해째라 하시고, 찻집을 곁님하고 꾸리면서 살림길잡이(문화해설사)로 일하신다고 한다. 아침에 끓인 국을 저녁에 덥혀 놓고 등허리를 펴려는데 밤에 빗줄기가 가늘게 뿌린다. 올해 늦겨울에는 찬찬히 내리는 비가 잦네. 《김성근이다》를 읽었다. 둘레에 알려진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 가만히 털어놓은 속내가 흐르기도 한다. 다만, 책 하나로 꾸리기에는 글이 퍽 적다. 글이 모자라면 그동안 새뜸(언론)으로 들려준 말을 갈무리해서 어느 만큼 뽑아내어도 될 텐데. 입으로 숱하게 했던 말을 굳이 글로 안 적을 수 있으니, 이런 꾸러미는 두 가지를 살펴야 알찰 텐데, 좀 섣불리 여미었구나 싶다. 김성근 님은 아직 인천에 살려나? 인천시는 창영초등학교를 파내어 옮기려 하더라. 얼뜬 짓을 하려는 셈인데, 류현진 씨나 김성근 님이 ‘인천시가 창영초를 파내어 옮기려는 바보짓’을 알아차려서 한마디 좀 해주길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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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1.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1》

 유키 링고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7.15.



잎샘바람이 불면서 살얼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춥다고 하기 어려운 날씨이다. 오히려 잎망울을 톡톡 깨우는 잎바람 같고, 꽃망울을 살살 터뜨리려는 꽃바람 같다. 하늘에 구름이 없이 맑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 하루 내내 쉬잖고 마을알림을 틀어대는 면사무소·군청인데 ‘전라남도 가뭄대책위원회’라든지 ‘산불예방 안내’라든지 ‘코로나백신 맞으라’라든지 ‘교통사고 안전대책’까지 끝없는 얘기를 자꾸자꾸 떠든다. 벼슬꾼(공무원)으로서 할 일이 없으면 차라리 누리놀이(인터넷게임)를 하시길 빈다. 《니시오기쿠보 런스루》를 읽었다. 푸름이한테 읽혀도 어울릴 만하리라 본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서 더 배움길로 나아가지 않고서 일터를 찾아나서는 아이가 보내는 나날을 담아낸다. 종잇조각(졸업장·자격증)이 없으면 안 되는 듯이 내모는 터전(사회)인데, 종잇조각이 아닌 온몸과 온마음으로 일거리를 살피면서 하루를 짓겠노라는 발걸음을 찬찬히 짚으니 반갑다. 줄거리를 늘어뜨리지 않고 딱 넉걸음(1∼4)으로 단출히 매듭짓는다. 가만히 보면, 일터에서도 늘 새롭게 배운다. 보금자리에서도 언제나 새롭게 배운다. 그러나 온나라는 종잇조각을 안 따면 ‘안 배웠다’고 여기니, 다들 미쳐돌아간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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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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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0.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기사님 글, 서혜미 엮음, 2020.3.2.



산청 이웃님이 두 아이랑 놀러왔다. 이웃님 아이들은 배움터를 다니다가 집에서 논다고 한다. 둘레에서는 ‘홈스쿨링’이라는 어렵고 딱딱한 말을 붙이려 하지만, 종잇조각(졸업장)을 안 쳐다보고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집놀이’를 할 뿐이면서 ‘집살림’을 함께한다. 이웃님하고 ‘철이 들며 어른으로 나아가는 참사람길’하고 ‘학교·사회에 얽매이고 갇히며 몸·마음이 모두 괴로워 앓는 사춘기라는 굴레’를 놓고서 이야기했다. 종잇조각을 거머쥐는 곳에 갇히느라 고달프기에 몸앓이도 마음앓이도 있다. 홀가분하게 살림길을 익히며 노래랑 노래로 살아가는 어린이는 푸른날을 거치면서 철이 들어 ‘어른’으로 자란다. 고흥읍에 나왔다가 다른 이웃님을 만나 〈고흥을 담다〉라는 찻집에 처음으로 들어가 본다. 17:20 시골버스를 타고서 황산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바람이 오지게 세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을 되새긴다. 아버지랑 딸이 서로 마음을 여미어 알뜰히 묶은 책이라고 느꼈다. 혼책으로 나온 판이라 마을책집에서만 난날 수 있다가, 어느새 막대기(바코드)가 찍힌 책으로 다시 나왔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어떠한 눈빛일까? 모두가 기다리는 빛을, 숨결을, 사랑을, 꿈을 곰곰이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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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9.


《니 얼굴》

 정은혜 글·그림, 보리, 2022.9.20.



아침 07:05에 먼발치부터 퍼지는 땅울림 기운을 느낀다. 며칠 앞서도 있었고, 요 몇 해 사이에 곧잘 땅울림이 퍼진다. 고흥에는 두 가지 사납터가 있으니, 하나는 ‘나로우주센터’란 이름인 ‘미사일발사기지’요, 둘은 ‘경비행기시험장’이란 이름인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이다. 두 곳에서 무언가 쏘거나 터뜨리면 우르르르 쾅쾅 하는 ‘울림 + 소리’가 우리 마을 우리 집까지 가로지른다. ‘사납터(군부대)’에서 살았거나 이 곁에서 지내야 했던 사람은 ‘슬픈 땅울림’을 알리라. 《니 얼굴》을 가만히 돌아본다. 처음에 ‘장현실’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그림부터 ‘장차현실’로 이름을 바꾸며 선보인 그림을 모두 찾아서 읽었기에 이녁 딸아이 삶걸음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어느새 이렇게 스스로 그림순이란 하루를 짓는구나 싶은데, 어쩐지 정은혜 씨를 둘러싼 사람들이 이이한테 ‘방송·연예인’이나 ‘화가·예술가’라는 이름을 일부러 씌우려고 하는구나. 왜 그래야 하지? 그저 ‘살림순이’에 ‘그림순이’처럼 수수하게 하루를 그리고 짓고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면 넉넉하고 즐겁지 않을까? ‘-인’이나 ‘-가’ 같은 이름을 붙여서 돈을 잘 버는 틀에 맞추어야 하는가? ‘겉’을 붙이면 겉치레이다. 속을 보아야 알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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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8.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글, 포르체, 2023.1.11.



가볍게 뿌리던 비는 안개로 바뀐다. 하루 내내 고요한 빛으로 흐른다. 비는 먼지를 씻어내고, 안개는 먼지를 녹인다. 해는 먼지를 달래고, 바람은 먼지를 턴다. 사람도 매캐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빛을 펴면 먼지를 날릴 수 있으리라. 나쁜 풀꽃나무나 풀벌레나 짐승은 없다. 사람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밥옷집을 손수 지으면서 살림을 스스로 가꿀 적에는 모든 사랑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밥옷집을 손수 안 짓고, 서울에 우르르 몰리고, 잿집(아파트)을 마구 세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몰아대면 어느새 사람빛을 잃다가 ‘남이 시키는 대로 굴레를 쓰는’ 꼭두각시로 뒤바뀐 채 하루를 보낸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읽었다.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살아간다’는 마음이라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흔들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자주 부끄럽게 느끼는 일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노릇이다. 가끔 즐거운 일이라면 그야말로 걷어치울 노릇이다. 늘 맑고 밝게 마음을 가꾸는 일을 해야 스스로 즐겁다. 이 나라 글바치는 ‘삶·사랑’을 으레 잊기에 헤매다 죽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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