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3.


《쌀을 닮다》

 이현주 글·강진주 사진, 진주식당, 2019;5.15.



봄이 코앞이되 아직 늦겨울이다. 날은 꽤 쌀쌀한데, 늦겨울 쌀쌀바람은 첫겨울이나 한겨울에 대면 되게 부드럽다. 비는 먼지잼보다 조금 굵었다. 이만 한 비로는 오늘날 매캐한 하늘을 씻기는 벅차구나. 온나라에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갈라치기로 치닫는 말이 춤춘다. 책조차 갈라치기 부스러기(지식·정보)를 담기 일쑤요, 이쪽에 선 책이 많이 팔리느냐 저쪽에 선 책이 많이 팔리느냐 하고 겨룬다. 이러는 동안 참빛을 다루는 착한 책이나 정갈한 책이나 아름다운 책은 밀리는 듯싶다. 모든 무리짓기는 ‘나만 옳다’는 마음을 서로서로 욱여넣으려는 주먹다툼이다.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는 사람은 홀가분하니, 스스로 날개를 펼쳐서 가볍게 바람을 타고 꿀꽃가루를 누리는 나비랑 동무하며 살아간다. 《쌀을 닮다》를 장만하고서 이태 남짓 묵혔다. ‘나락’도 아니고 ‘벼’도 아닌 ‘쌀’을, ‘담다’도 아닌 ‘닮다’라고 하는 마음이 뭔가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은 시골사람이 못 본다. 글씨가 깨알보다 작고 안쏠림이라 먹혀든다. 104쪽에 비로소 ‘낫’을 담는데 조선낫도 아닌 왜낫이다. 논밭일은 호미·낫·쟁기가 바탕인데, 나락도 벼도 아닌 ‘쌀’을, 누런쌀 아닌 흰쌀만 바라보느라, 새도 거미도 이슬도 풀벌레도 놓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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