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0.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글·그림/김명우 옮김, 분도출판사, 1975.1.1.



고흥읍 찻집 〈카페 보아즈〉에 내건 노래그림꽃을 알리는 여러 가지를 어제 받았다. 몸을 쉬고서 저녁 다섯 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간다. 시골버스 일꾼은 지난 이태 동안 시골 할매 할배를 으레 타박하고 꾸짖었다. 할매 할배가 입가리개를 깜빡했다든지, 숨쉬기 벅차 코를 내놓을 적마다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온누리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 짓을 하는 줄 알까? 시골버스 일꾼은 마치 ‘일제강점기 마름’ 같았다. 생각해 보자. 시골버스이건 서울버스이건, 버스를 탔다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시외버스나 전철이나 날개(비행기)에 탔다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없을 수는 없으나 아예 없다시피 하지 않은가? 《꽃들에게 희망을》을 되읽고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다. 곁님이 “우리 집에 이 책 있던가? 아이들한테 읽혀야겠는데.” 하고 문득 말하기에 “있기는 한데, 내가 어릴 적에 보던 판이라 되게 낡았어.” 하고 대꾸한 뒤에 새책으로 다시 장만했다. 새삼스레 읽어 보니 줄거리를 퍽 늘어뜨렸구나 싶던데, 허물벗이하고 날개돋이에 좀더 마음을 모아 간추릴 만하다. 아니, 우리가 저마다 나비살림 이야기를 새롭게 쓰면 될 테지. ‘나·너·남·놈·님’에 ‘나다·날다·나비·나무·놀다·노래’는 말밑이 같다.


#HopeForTheFlowers #TrinaPaulus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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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9.


《안철수, 경영의 원칙》

 안철수 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11.28.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촛불보기’를 한다. 마음을 모아 촛불 한복판 어둠빛을 바라보면 어느새 꿈길로 들어서면서 마음으로 마주하는 새빛을 알 수 있다.

일산 백석나루에서 전철을 타고서 서울버스나루로 간다. 느긋이 기다려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달린다. 우리 집에 닿아 샘물을 마신다. 큰고장 꼭짓물(수돗물)에는 죽음냄새(화학약품 냄새)가 가득했다면, 시골샘물에는 살림냄새가 맑다. 밤하늘에는 별빛이 초롱하구나. 세종시에 사는 막내고모가 전화를 하셨다. 한참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러고서 늦도록 넷이서 가볍게 수다를 펴고서 다들 한밤에야 꿈나라로 간다. 《안철수, 경영의 원칙》을 읽었다. 벼슬판(정치)에 나서지 않던 무렵 들려준 이야기에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벼슬판에 나선 뒤에 내놓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면 예전에 한 이야기하고 비슷하다. 다만, 안철수 씨는 몇 가지를 모른다. 첫째, 숲과 시골을 모른다. 둘째, 우리말을 모른다. 셋째, 어린이와 놀이를 모른다. 넷째 닷째 엿째도 있는데, 벼슬자리에는 ‘일꾼·심부름꾼’이 서야 한다. 입만 벙긋거리는 먹물꾼은 ‘진보팔이·보수팔이’를 한다. 왼오른이 똑같이 돈벌이에 갇혔다. 곰곰이 보니 ‘살림책’을 안 쓴 이는 벼슬판에 서면 돈에 미치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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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8.


《안락사회》

 나우주 글, 북티크, 2022.8.31.



일산 할아버지 여든잔치에 간다. 이 여든잔치를 이끄는 곁님 동생네에 ‘꽃돈 담은 쌈지’를 건넨다. 오늘날은 서울·큰고장뿐 아니라 시골·작은고장조차 마당이나 골목·고샅이나 빈터나 바깥에서 뛰노는 어린이가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지난날에는 그저 누구나 어울리면서 동무를 했다면, 오늘날에는 어버이가 돈을 치르는 곳에 넣어 주어야 겨우 또래를 만나면서 한동안 땀을 뺄 수 있다. ‘돈을 치르고 한동안 땀빼기’는 놀이일 수 없다. 사슬터에 갇힌 이들이 해바라기 조금 하는 굴레하고 똑같다. 잿집(아파트)에 갇힌 아이들한테는 꿈이나 사랑이 자랄 틈이 없다. 그나마 어버이가 아이를 마을책집에 보내면 낫지만, 마을책집을 다니는 아이는 무척 적다. 바람을 쐴 틈이 없고, 비를 맞을 짬이 없고, 샘물을 길어서 마실 곳이 없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드러누울 빈터나 풀밭이 없고, 타고 오르며 놀 나무가 없고, 새랑 풀벌레랑 구름이랑 개미랑 눈빛·마음을 나누면서 하루를 천천히 즐길 겨를이 없는 ‘서울 아이(도시 아이)’로 길들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저렇게 말해야 한다’는 굴레에 길든다. 《안락사회》를 거의 다 읽었다. 놀이를 빼앗기면서 노래를 스스로 잊은 사람들 생채기랑 멍울이 차곡차곡 흐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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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7.


《ねずみくんのチョッキ》

 なかえ よしを 글·上野 紀子 그림, ポプラ社, 1974.8.첫/1980.8.28벌



일산마실을 가는 새벽 네 무렵 세 사람 모두 일찍 일어나서 짐을 꾸린다. 시키거나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바지런을 떤다. 어여쁜 사람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척척 챙긴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07시 05분 첫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가서 1시간을 기다린 다음,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낮 1시 무렵 서울에 닿고, 전철로 갈아탄다. 고흥뿐 아니라 나라 곳곳이 먼지띠로 뿌옇다. 사람물결에 부릉너울인 온나라이니, 하늘빛이나 땅빛을 살피면서 걷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걸어다니기에 나쁘도록 짜놓은 서울(도시) 얼개이다. 우리 스스로 낮구름도 밤별도 잊어가는 터전이다. 하늘을 씻고 땅을 가꾸려는 마음을 주고받는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 《ねずみくんのチョッキ》를 문득 되읽는다. 한글판으로는 《그건 내 조끼야》란 이름으로 나왔다. 썩 틀린 옮김말은 아니되 “쥐돌이 조끼”라든지 “쥐돌이 웃옷”으로 풀어내면 한결 어울릴 만하다고 느낀다. 또는 “쥐돌이 조끼야!”처럼 붙여도 될 테지. 이웃나라에서는 1974년에 나온 그림책이고, 우리는 2000년에 옮겼는데, 우리 손으로 이만 한 삶결을 읽고 살피며 담아낼 만한 붓결이 있을까? 아이랑 살림을 즐겁고 포근히 짓는 마음인 어른이어야 비로소 그림책을 쓰고 그리리라 생각한다.


#나카에요시오 #우에노노리코 #그건내조끼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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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6.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

 이진이 글·장경혜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2.11.28.



뿌연 하늘이다. 철갈이 안개가 아닌 먼지띠로구나. 우리 책숲에 전기가 끊어진 지 한 해가 넘은 듯싶다. 오늘 전기를 새로 잇는다는 일꾼이 왔는데, 일을 마쳤다고 해서 가 보니 두꺼비집이 칙칙 소리를 내며 펑 터진다. 그저 혀를 찼다. 이렇게 엉터리로 해놓고서 돈은 따박따박 받아갈 테지. 저녁에 먼지잼이 뿌린다. ‘먼지잼’이란 “먼지를 재우는 가벼운 비”를 가리킨다. 먼지띠나 먼지구름이 흐르며 매캐한 날 내리면서 둘레를 싱그럽고 환하게 씻어서 틔우는 반가운 비라고 여길 만하다. 우리말을 살피지 않는다면 ‘졸임물’을 가리키는 ‘잼(jam)’만 떠올리리라. 토닥이거나 달래듯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가라앉히는 ‘재우다’인 ‘먼지잼’이다.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를 읽었다. 지난날 우리 옛이야기를 남기려고 책을 여민 어른이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우리 삶이야기나 살림이야기를 어떻게 여미거나 남기는지 되새겨 본다. 나라가 셋일 적에 ‘세나라’라 하지 못 하고 ‘삼국’이라 하는 틀을 언제까지 붙들어야 할까? 수수하게 쓰는 말씨에 우리 삶·살림·사랑이 흐른다. 발자취(역사)는 ‘남은 책이나 조각(유물)’으로도 얼핏 읽을 터이나, 무엇보다 말과 살림새에서 읽을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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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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