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2.


《작은 시집》

 김연희 글, 꾸뽀몸모, 2015.1.2.



비가 올 듯 말 듯하면서 안 오다가 살짝 뿌리는 하늘. 겨울이 수그러드는 늦겨울비가 올 동 말 동하면서 그냥 지나가려나. 조용히 흐르는 오늘이다. 큰아이가 밤마다 만나는 꿈누리 이야기를 글로 차곡차곡 옮겼단다. 숲노래 씨더러 읽어 보라고 보여준다. 천천히 읽기로 한다. 한밤에 마당에 나왔더니 앵두나무 쪽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가늘게 운다. 초피나무 쪽에서 울던 개구리가 살살 이쪽으로 왔을까. 어쩌면 그럴 수 있으나, 다른 개구리일 수 있다. 우리 집에는 여러 개구리가 여기저기에서 다 다르게 살아간다. 얼추 다섯 가지를 보았다. 두꺼비도 함께 살아가는데 맹꽁이는 아직 못 본다. 언젠가 맹꽁이까지 우리 집에 깃들 수 있으려나. 부산 이웃인 ‘곳간’ 지기님이 《작은 시집》을 보내 주셔서 고맙게 읽었다. 요즈막 쏟아지는 숱한 ‘시집’은 참으로 읽어 주기 어려운데, 가뭄에 단비처럼 젖어드는 노래라고 느낀다. 참 오랜만에 ‘노래’를 느낀다. ‘시’를 쓰려 하지 말고, 삶을 ‘노래’하려 하면 누구나 노래님이 되는데, 어쩐지 ‘노래님’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고, 하나같이 ‘시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려 한다. ‘시인이 창작하는 시라는 문학’에 삶이 있는가? 없다. ‘굴레’도 삶이라면 시도 문학이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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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점〉에서 《작은 시집》을 살 수 있다.


나도 닮고 남편도 닮은

아이들은 노래처럼 속삭인다

엄마 나는 보배이지요?

이 세상에 선물로 왔지요?

나는 보이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

거울을 본다 (이를 닦다가/1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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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1.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

 김인수 글·사진, 목수책방, 2019.11.5.



부엌일을 하고, 글일을 추스르고, 빨래를 하노라니 어느새 13시 50분. 뒷일은 큰아이한테 맡기고서 부랴부랴 작은아이랑 짐을 챙겨 마을 앞으로 간다. 14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2월 28일까지 고흥읍 커피집 〈카페 보아즈〉에 내걸 새 노래판(동시그림판) 23자락을 챙겼다. 그동안 내건 노래판을 뗀다. 새로 노래판을 걸고서 작은아이랑 잎물을 한 모금 한다. 이러고서 붕어빵을 장만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아침나절에는 구름이 제법 끼는구나 싶더니 밤에는 싹 걷히고 별이 가득하다.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은 서울이라는 고장이 왜 서울빛인가 하는 대목을 다리품으로 보여준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책인데 2019년에서야 나오는구나. 글님은 ‘비밀정원’이라 했는데, 골목꽃이나 골목밭은 ‘숨은뜰(비밀정원)’이 아니다. 골목사람은 볕이 잘 드는 곳에 꽃밭을 꾸린다. 마을사람도 나그네도 새랑 나비랑 풀벌레도 스스럼없이 누릴 작은 ‘서울쉼터’가 골목길이다. 큰고장이건 작은고장이건 부릉이(자동차)를 걷어치우고서 조곤조곤 ‘골목빛’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어려운 말을 걷어내듯 쇳덩이를 걷어낼 적에 온누리 어느 곳이나 사람빛으로 반짝이고, 숲빛이 스며들고, 살림빛이 깨어난다. 글빛도 그림빛도 풀빛에서 비롯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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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0.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글, 쌤앤파커스, 2023.1.31.



우체국에 다녀오려고 자전거를 달리는데 들바람이 세다. 면소재지에서 붕어빵 5000원어치를 장만하자니 덤을 여럿 주신다. 어디를 가나 덤을 받는다. 다들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어쩜 아이들이 그리 곱냐”고 말씀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아이들은 숱한 또래와 달리 거친말이나 막말을 안 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말이 사납고 몸짓이 거칠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린다. 《자발적 방관육아》 같은 책이 나오고, 팔리고, 읽히는구나 싶은데, “자발적 방관육아”란 이름이 말이 되는지 아리송하다. 이런 이름을 붙일 때부터 ‘자발’도 아니고 ‘방관’도 아니며 ‘육아’도 아니라고 느낀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시험점수·영어실력 키워서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교에 척척 붙일 만한가’ 하고 가르치는 ‘자기계발’이라고 느낀다. 겉멋을 부리는 이름이란 그저 허울이다. 허울은 허물이다. 허울은 헛발질이나 헛말이기 일쑤요, 허물없는 사이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허울좋은 입발림으로 그친다. 모든 아이는 스스로 놀며 크려고 우리한테 찾아온다. 어느 아이나 혼자 놀며 자란다. 억지로 또래를 붙이지 마라. 제발 좀 놀자. 아이더러 놀라고 시키지 말고, 어버이부터 놀면 된다. 노래하고 춤추며 사랑하면 온누리가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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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9.


《나츠코의 술 11》

 오제 아키라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2.2.25.



드디어 끝겨울비가 온다. 녹이고 달래고 보듬는 비이다. 다만, 늦은낮까지는 해가 났고, 저녁으로 접어들면서 구름이 몰리고 빗줄기가 듣는다. 오늘 하루는 비가 오기 앞서까지 크고작은 숱한 새가 우리 집 둘레를 바지런히 날아다녔다. 나뭇가지에 느긋이 앉아서 노래할 짬이 없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 거기로 휙휙 사라지는 날갯짓이랄까. 《나츠코의 술 11》를 되읽었다. 아마 2014∼15년 무렵이었을 텐데, 열두 자락인 이 그림꽃을 어느 이웃님한테 빌려주었는데 이 그림꽃을 안 돌려주고서 부산으로 떠났다. 그분한테 묻고 되물었으나 책을 안 돌려준다. 그분이 빌려간 책은 하나둘 새로 샀다. 그분은 용케(?) ‘머잖아 판이 끊길’ 책만 빌려갔고, 나는 ‘판이 끊어진’ 책을 대여섯 해에 걸쳐 힘겹게 다시 장만했다. 시골에서 흙살림을 하고프다는 이웃님을 만나면 대뜸 《나츠코의 술》부터 헌책집을 돌며 찾아내어 읽어 보시라 여쭌다. 기무라 아키노리 님이 쓴 《자연재배》가 새판으로 나왔으니 다시 판이 끊기기 앞서 장만해서 읽으시라고 여쭌다. 그러나 ‘흙살림’ 아닌 ‘농업’을 하려는 분이 있으면 아무 책도 알려주지 않는다. 흙살림을 짓는 분은 이웃이 되면서 마음을 읽으려 하지만, 농업을 하는 이들은 돈만 바라보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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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글/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첫/2019.1.1.2벌



시골버스에서 책집노래를 쓴다. 두 달 남짓 시골집에 조용히 머물면서 집안일에 말꽃짓기로 보내노라니 ‘책집노래’를 쓸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책집을 다녀야 책집노래를 쓸 테니까. 오늘은 문득 ‘사라진 책집’ 이야기를 쓰자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 이제는 이 땅에 없으나 오래도록 숱한 책손이 드나들던 사랑스럽던 책집 이야기를 몇 줄로 남기자 싶더니 어느새 세 군데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있는 책집’ 이야기뿐 아니라 ‘떠난 책집’ 이야기를 펴고 듣고 들려주면서 ‘오늘 책집’을 새롭게 바라볼 만하리라 본다. 읍내 글붓집에 들러 오랜 글종이를 마저 장만한다. 이제는 글종이 사기도 쉽지 않다. 읍내를 걸어다니면서 책읽기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얘기꽃(동화)을 쓴다. 느즈막이 오늘 한끼를 먹고서 이 닦고 눕는다. 꿈에서 스무 해 앞서 겪어야 했던 어느 일 뒷이야기가 불현듯 나타난다.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별 밝은 밤. 《제주도》를 돌아본다. 2014년에 우리말로 나왔으나 2022년에야 알아차렸다. 이동안 사라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대견하면서 고마운가. 작은책을 알아보려면 작은이가 되어 작은숲에서 작은눈을 밝혀야겠지. 작은씨앗을 심는 하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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