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3.


《민족혁명가 김원봉》

 이원규 글, 한길사, 2019.11.5.



아침 일찍 면사무소로 간다. 오늘 고흥군 도화면에서 ‘고흥군수 정책 토론회’라는 자리가 있다고 이웃님이 귀띔을 했다. 이런 자리가 있는 줄 마을알림도 없고 어디에서도 안 알렸는데 이웃님은 어떻게 알았을까? 면사무소에 가 보니 부릉이가 어린배움터 너른터까지 들어찬다. 가만 보니 ‘이장·개발위원·부녀회장’만 몰래 부른 자리였다. 그런데 ‘정책 토론회’란 이름이라고? 공영민 고흥군수는 “10년 후 고흥인구 10만의 기반구축을 위한, 2023 도화면민과의 지역발전 전략 토론회”라고 내걸되, 이끎이(사회자)도 없이, 도화면장은 귀퉁이에 물러앉은 채 혼자 떠들고 자랑한다. 고흥군에 나라돈 몇 조를 끌어들였으니 손뼉 좀 치라고 부추기고, ‘광주·고흥 고속도로’에 ‘서울·고흥 고속철도’를 뚫겠다고 외친다. 시골을 살리는 길이 아닌 ‘눈먼 돈잔치’만 끌어들이는 짓을 하겠다는 ‘몰래자리(비밀회의)’ 한복판에 어쩌다 앉은 하루가 참 쓸쓸하다. 어린이를 눈꼽만큼도 안 살피는 이들이 군수요 공무원이요 이장이다. 《민족혁명가 김원봉》을 띄엄띄엄 읽는다. ‘민족혁명’이란 뭘까? 이런 으리으리한 이름을 꼭 붙여야 할까? 그저 ‘한 사람’을 바라보면서 ‘작은 이웃’을 들여다보는 ‘살림읽기(역사읽기)’는 안 팔리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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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


《짜장면이 오면》

 김찬곤 글·정연주 그림, 상상의힘, 2019.1.20.



포근하면서 높이 오르는 해를 느끼는 하루로구나. 느긋이 저녁을 마무르려는데 순천에서 이웃님 세 분이 찾아오신다고 해서 고흥읍으로 시골버스를 타고 나간다. 두 시간 즈음 이야기꽃을 편다. 말넋삶이 하나로 흐르는 숨결을 도란도란 주고받는다. 생각을 틔우려는 사람은 늘 스스로 눈길을 틔운다. 마음을 열려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사랑을 활짝 연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외곬로 치달으면서 죽음길을 붙잡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는 춤사위로 살림길을 노래한다. 밤빛이 환하게 퍼지는 자리이다. 《짜장면이 오면》을 읽고 아쉬웠다. 어린이한테 들려줄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어린이 옆이나 둘레’가 아닌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하고 놀고 춤추고 함께 살림짓기를 하면서 숲빛으로 오늘을 그리면서 사랑을 씨앗으로 심는 길’이어야지 싶다. 서울(도시)에서 쳇바퀴로 굴러야 하는 어린이 모습을 구경하기만 하면서 쓰는 모든 글(동시·동화)이 어린이한테 이바지할 수 있을까? 얼핏 가려운 데는 긁을는지 몰라도, 오늘날 웬만한 어린이문학은 ‘소모품·소비재’ 같다. ‘서울 이야기’를 안 써야 할 까닭이 없다. 스스로 어른이라면 어느 곳에 서서 어떤 눈빛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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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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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1.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강만길 글, 창비, 2016.7.15.



새해 첫달이 저무는 밤. 별빛은 환하면서 날은 누그러진다. 크고작은 새가 우리 마당이며 뒤꼍을 넘나들면서 들려주는 노래는 싱그럽다. 몇몇 풀벌레랑 날벌레는 일찌감치 깨어난다. 바람은 가벼우면서 볕은 넉넉하다. 잎망울이 터지려 하는 길목이다. 저녁나절에 초 한 자루를 켜놓고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는다. 어제는 ‘메뚜기’ 이야기를 썼다. 모든 글은 그때그때 살살 붙잡아서 쓴다. 쓰고픈 이야기가 있으면 문득 손을 뻗어 둘레에 흐르는 빛살을 가만히 잡아당겨 글로 옮긴다. 모든 글감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스스로 느끼면 다 알아보고서 옮기고, 스스로 안 느끼면 억지로 꾸미게 마련이다.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를 읽었다. 단출하게 편 이야기꽃(강의)을 작게 여민 꾸러미이다. 강만길 님은 ‘왼오른’으로 가르는 짓은 덧없다고 밝히면서 ‘오른쪽만 올리는 나라(정부)’는 나쁘다고 짚는데, 거꾸로 ‘왼쪽만 올리는 나라’는 좋은 길일까? 이쪽을 올리건 저쪽을 올리건 똑같이 나쁜 길이지 싶다.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온길’을 바라보면서 ‘새길’을 걸어갈 때라야 ‘아름길’을 이루고 ‘사랑길’을 지으리라 생각한다. 왼오른도 ‘옳고그름’도 아닌, ‘진보·보수’도 아닌, ‘살림길’이어야 비로소 길(역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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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0.


《숲 속 나라》

 이원수 글·김원희 그림, 웅진닷컴, 1995.5.20.첫/2003.8.15.재판



국을 끓여놓되 간은 큰아이한테 맡긴다. 조금 느긋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오늘은 해가 넉넉하기에 읍내에서 긴소매 웃옷을 벗고 깡똥소매로 다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국을 덥히고 저녁을 먹자니, 뒤꼍 감나무에 홀로 앉은 까치가 신나게 노래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왁자지껄 새노래에 풀노래라면, 겨울에는 호젓하고 고즈넉하다. 겨우내 두 낱말 ‘호젓·고즈넉’을 느끼면서 보낸다. 생각해 보니, 인천·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는 ‘시끌벅적’을 늘 부대껴야 했기에 시끌벅적을 바탕에 놓고서 글을 썼다. 시골에서 사는 오늘은 ‘호젓·고즈넉’을 늘 품기에 ‘호젓·고즈넉’을 밑빛으로 삼고, 봄여름이랑 가을에는 ‘왁자한 숲빛노래’를 밑동으로 삼는다. 《숲 속 나라》를 다시 읽었다. 가면 갈수록 ‘새로 나오는 책’보다는 ‘예전에 읽은 책’을 되읽는 매무새이다. 따끈따끈 나온다는 책이라지만 어쩐지 이야기가 낡거나 고리타분해 보이고, 한참 예전에 나왔다는 책이라지만 되읽을수록 이야기가 새롭기 일쑤이다. 책도 ‘팔려야 읽힌다’고 하는데, ‘쓰고 버리기(소비재)’로 나뒹구는 오늘날은 아닌가? ‘한 벌 읽고 버릴 책’이 아닌 ‘두고두고 되읽을 빛’을 품어야 비로소 값진 책이요, 나무를 베어 글을 묶을 만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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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9.


《닥터 노구찌 4》

 무츠 토시유키 글·그림, 학산문화사, 2003.2.25.첫/2016.11.20.12벌



지난해 겨울에 옮겨심은 어린 후박나무는 지난봄에 살 동 말 동하다가 시들었는데, 모두 시들지는 않았다. 대여섯 그루를 옮겨심었고, 이 가운데 둘은 밑동에 새가지가 나오며 새잎이 돋았네. 밑자락부터 새롭게 자라려는구나. 머잖아 우리 집 옆자락을 감싸는 울타리나무로 자라겠구나. 낮나절에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매울음을 들었다. 어디에 있으려나 어림하지만 안 보인다. 매우 높은 데에서 울면서 맴돌이를 하는 듯싶다. 참말로 매울음을 듣고서 매를 찾아내기는 쉽잖다. 매는 눈이 얼마나 밝기에 그토록 높이 날면서 낱낱이 다 알아보려나. 《닥터 노구찌》를 되읽어 본다. 노구치 히데요 씨를 놓고 잘못 알려지거나 부풀린 이야기가 많다고들 한다. 이런저런 대목을 곰곰이 되새기다가 ‘잘잘못’보다는 ‘그이는 왜 그랬을까’ 하고 짚어 본다. 그림꽃을 담은 이는 이런저런 말썽거리를 몰랐을까? 일본 펴냄터는 그림꽃지기(만화가)한테 여러 글(자료)을 챙겨 주었을 텐데, 일본 펴냄터 엮은이(편집자)는 어떤 글을 챙겨 주었을까? 한쪽에서만 잘못 알 수 없다. 모든 곳이 사슬처럼 잇기에 나란히 눈이 멀거나 민낯·속낯을 못 보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리려고 모르쇠로 넘어갔겠구나 싶기도 하다.


#野口英世 #むつ利之 #DrNOGUCHI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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