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2.


《아직 끝이 아니다》

 김연경 글, 가연, 2017.9.15.첫/2021.8.25.2판 5벌



오늘 아침도 안개로 연다. 이윽고 구름이 꽤 덮는가 싶더니 우르르쾅쾅. 소낙비 한 줄기 듣는다. 센바람이 몰아친다. 이 모두 짧은 동안 흐른다. 마당에서 두 팔을 벌리며 가만히 맞아들인다. 어제까지 뿌옇던 먼지띠를 씻고 털어 주는 하늘이다. 구름이 무시무시하도록 빠르게 흐른다. 빗물이 듣는가 싶더니 말끔히 사라진다. 바람이 송두리째 휘감으며 춤추는가 싶더니 잔잔하다. 읍내를 다녀오는데 시골버스에서 시끄럽고 지저분하게 앉는 푸른돌이를 본다. 어째 이 시골 아이들은 스스로 얼굴에 똥을 바르면서 이 짓을 모를까? 이런 바보짓을 해야 스스로 ‘어른이 되는 줄’ 잘못 아는구나 싶다. 이 시골 푸른돌이가 하는 모든 짓은 이 시골 아재들 겉몸짓을 그대로 따라하는 셈이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고흥을 떠나 서울이나 부산에 간다면 그 고장 버스를 탈 적에도 이런 바보짓을 할까? 아니다. 이 작은 시골에서 마치 임금님이 된 줄 알고 우쭐댄다. 《아직 끝이 아니다》를 되읽었다. 서울 푸름이도 시골 푸름이도 이 책을 천천히 읽기를 바란다. 아니, 푸름이뿐 아니라 어버이란 이름은 분들도 같이 읽고서 곰곰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참한 푸름이’는 ‘참한 어버이’를 물려받고, ‘골때리는 푸름이’는 ‘골때리는 꼰대’를 흉내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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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1.


《빌뱅이 언덕》

 권정생 글, 창비, 2012.5.25.



아침 안개비를 맞이한다. 3월 첫머리는 철갈이 안개로구나. 어제그제 청주랑 서울을 다녀오는 길에는 이 안개를 못 봤다. 요새 안개가 드리우는 고장은 얼마나 될까? 어릴 적 인천에서 안개를 흔히 만났다. 도무지 걸을 수 없을 만큼 짙게 안개가 끼곤 했다. 안개밭에 뛰어들어 술래잡기를 하며 얼마나 재미났는지. 걷다가 서로 부딪히고, 전봇대나 나무에 들이받기 일쑤였지만, 안개가 끼는 날이면 어린이는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다. 어느새 뭉게구름이 사라진 지 한참이고, 안개도 사라진 지 한참인 셈일까. 봄날 땅에서 아지랑이가 안 올라온 지도 한참인데, 이렇게 사라지는 숨결을 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는 하루인 셈일까. 《빌뱅이 언덕》을 읽었다.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글이지만 새삼스럽다. 이처럼 ‘날서고·나긋하고·날갯짓’이 깃들면서‘나무빛·나다움’을 ‘낮고·낫게’ 들려주는 글은 떠난 어른한테서밖에 없을까. 스스로 낮게 살며 스스로 낫는 길을 안 걷는다면 이처럼 글을 못 쓰리라. 뚜벅뚜벅 천천히 걷는 몸짓이 아니라면 글빛이 아닌 쇳빛(쇳덩이)이 그득한 갈라치기를 쏟아내리라. 갈수록 글을 잊은 굴레에 스스로 가두는 몸짓이 늘어난다. 마음을 맑게 밝히는 말을 심으면 글은 저절로 태어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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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0.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김한종·김승미·박선경 글, 이시누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2.12.30.



이제 버스·전철에서도 ‘입가리개 안 해도 되려나 헤아리겠다’는 나라(정부)이다. 여태 우리나라만 입을 꽁꽁 틀어막은 줄 얼마나 알까? 이뿐인가? ‘천으로 짠 가리개’는 나쁘다고 여기면서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 가리개’만 써야 한다고 윽박질러 온 나라요, ‘입가리개 장사꾼’은 몇 해 동안 살판나서 돈더미에 앉았지. 입을 ‘플라스틱덩이’로 틀어막는 나라는 엉터리(반민주·생태파괴)라고 목소리를 낸 글꾼(작가·시민단체·환경단체)이 한 줌이라도 있었을까? 아침 일찍 서울로 건너간다. 전철로 길음 쪽으로 간다. 〈햇살속으로〉랑 〈문화서점〉을 들른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글을 조금 쓰다가 꿈나라로 날아갔다.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배움터 아닌 학교’란 이름인 곳에서는 ‘발자취 아닌 역사’란 이름으로 가르치고 배울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우리는 ‘교육 아닌 배움’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독서·문해 아닌 읽기·새김’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아닌 ‘우리’를 스스로 바라보는 눈썰미를 틔울 적에 비로소 ‘사람’이란 이름을 되찾으면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삶’을 일굴 수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 아닌 ‘어린이를 생각하는’ 책을 읽고 쓰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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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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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9.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정광하·오남도 글, 차츰, 2023.2.15.



청주로 책숲마실을 가는 길이다. 길에서 일곱 시간을 보내는구나. 다섯 가지 버스를 갈아탔고 한참 걸었다. 〈중앙서점〉〈대성서점〉〈꿈꾸는 책방〉〈달꽃〉 이렇게 네 곳을 들른다. 새벽부터 버스에서 글을 쓰고, 네 군데 책집에서 책읽기만 하고 보니 매우 졸립다. 길손집에 일찌감치 갔더니, 너저분하게 어지른 칸이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이 너저분한 칸을 손수 다 치우고서 발 씻고 눕는다. 이다음 청주마실을 할 적에는 다른 길손집으로 가자고 생각한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을 읽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웃님이 저마다 이녁 살림터에서 다 다른 풀꽃바람하고 해바람비를 글빛으로 여밀 수 있기를 바란다. 시골은, 싱그러운 고을이다. 시골은, 심는 밭골이다. 시골은, 시원하게 트여 고운 터전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기에 사랑스레 어우러지는 삶터가 시골이다. 사람과 풀꽃이 어울리기에 시골이요, 사람하고 숲이 한마음으로 반짝이기에 시골이다. 돈이 될 일거리가 아닌, 손수짓기로 고즈넉하면서 수수하고 조용히 살아가는 하루를 누구나 스스럼없이 그려서 누리고 나눌 만하기에 시골이다. 나답게 너답게 우리답게 마음을 가꾸어 말빛이 깨어나는 아이어른이 함께 놀고 일하며 쉬는 시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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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8.


《나쁜 기업》

 한스 바이스·클라우스 베르너 글/손주희 옮김, 프로메테우스, 2008.4.21.



빨래하기에 즐거운 볕살이다. 매나무에 꽃송이가 하나둘 터진다. 수유나무 노란꽃은 활짝 벌어진다. 쑥이 조물조물 곳곳에서 오른다. 앵두나무도 바알간 꽃망울이 차츰 올라온다. 들딸기잎이 조금씩 푸른빛이 살아난다. 저녁에는 먼지하늘이 살짝 걷히면서 구름이 덮는다. 우리 보금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 삶터에서 마을을 헤아린다. 우리 집에서 오늘살림을 그린다. 《나쁜 기업》을 모처럼 되읽는다. 2008년에 갓 나올 즈음에는 “그래, 그렇구나!” 하고 여겼다면, 어느덧 열다섯 해가 흐른 오늘날에는 “어, 이 책에 나온 이곳이 오늘날 이렇게 마구잡이로 뻗었네!” 싶어 놀란다. ‘나쁜곳’은 열다섯 해 앞서도 나빴고 오늘도 나쁘다. 앞으로도 그대로 나쁜길을 갈는지, 앞으로는 착한곳으로 바뀔는지 모르되, 그들이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려고 부리는 막짓을 멈출 듯하지는 않다. 둘레에서는 ‘정치·경제·산업·군대·의약계·종교·학문·언론’이 검은고리(커넥션)로 맞물리는 줄 조금은 눈을 뜨지만, ‘글판(문학계·출판계)’도 똑같은 줄 안 느끼려 하거나 등돌리기도 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다루는 이들 스스로 ‘눈먼 채 코끼리 만지기’를 하기 일쑤이다. 눈을 떠야 봄꽃을 보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펼 수 있다.


#DasNeueSchwarzbuchMarkenfirmen #HansWeiss #KlausWern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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