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5.1.27. 작은아이―얼굴이 드러나다



  그림순이 누나를 둔 작은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는 늘 보던 누나 그림을 따라서 그린다. 그렇구나. 네 누나가 바로 너한테 멋진 그림 길잡이로구나. 긴머리를 그리고, 여러 얼굴을 그린다. 누나가 동생한테 “누구야?” 하고 묻는다. 누나가 있고 보라가 있고 아버지가 있다. 그런데 어머니가 없네. 다음에는 우리 네 식구를 모두 그려 주렴.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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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4.11.12. 큰아이―그림조각



  그림놀이를 하다 보면, 꼭 커다란 종이를 채우는 그림만 그리지 않기 마련이다. 자그맣게 잘라서 자그마한 그림을 그려서 놀고 싶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다 보면, 작게 잘라서 그림을 그리는 놀이가 퍽 재미있기도 하다. ‘그림조각’을 손수 꾸며서 손수 갖고 놀 수 있다. 큰 종이 하나를 여덟 조각으로 가른 그림순이는 여덟 가지에 여덟 이야기를 담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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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1-10 20:30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글을 자주 읽으니 이제는 익숙해진 낱말들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그 낱말을 쓰게 될것같아요

숲노래 2015-01-10 20: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예쁜 낱말이라면 예쁜 마음으로 즐겁게 써 주셔요 ^^
 

아이 그림 읽기

2014.12.30. 큰아이―시크릿 쥬쥬



  면소재지 가게에 함께 간 어느 날, 큰아이가 ‘시크릿 쥬쥬 장난감’을 쳐다보더니 “나 이거 갖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날 면소재지에서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면서 지갑에 남은 돈이 몇 천 원이다. 한 해가 저물 무렵 살림돈이 거의 바닥이 난 터라 만오천 원에 이르는 장난감을 장만할 틈이 없다. 그러나, 돈이 없는 일보다 ‘갑자기 보고 갑자기 갖겠다’고 할 적에 섣불리 장난감을 사는 일은 없다. 큰아이한테 말한다. “벼리야, 우리가 아무 장난감이나 아무 데에서나 보는 대로 다 사니? 네가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그림으로 먼저 그려. 그림으로 그린 뒤 그 그림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생각해. 그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장난감이 아니라면 사지 않아.” 입이 백 발쯤 튀어나온 큰아이는 저녁에 잠들도록 내내 시무룩하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내가 먼저 ‘큰아이 바람’을 그림으로 그리고, ‘작은아이 바람’도 곁들여서 그림에 넣었다. 이러고 나서 하루 뒤, 큰아이가 비로소 ‘시크릿 쥬쥬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꿈을 그림으로 그린다. 이러면서 동생한테 ‘또봇 장난감’이 올 수 있기를 비는 마음까지 곁들인다. 착하고 예쁜 아이야, 그래, 잘 했어. 이렇게 그림을 먼저 그리자. 그림으로 그리면서 마음으로 생각하자. 언제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는 장난감이라면 먼저 마음으로 바라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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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큰아이―탱자나무를



  우리 도서관 어귀에 있다가 그만 뎅겅 베인 탱자나무가 있다. 난데없이 베인 탓에 그만 거의 죽었지 싶은데,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가지 한쪽을 잘라서 마당 한쪽에 옮겨심는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부디 싹이 터서 살아나기를 빌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다가, 큰아이한테도 나무한테 기운을 불어넣자면서 네 사랑으로 그림을 그려 달라고 말한다. 그림순이는 맨발로 탱자나무 앞에 서서 척척 그림을 그린다. 탱자나무야, 탱자나무야,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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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4. 큰아이―분필그림



  가루가 안 날린다는 분필로 작은 판에 그림을 그린다. 작은 판에 분필로 그리는 그림은 천으로 지워서 언제든지 새롭게 그릴 수 있다. 다만, 이 분필그림은 그때그때 지우고 새로 그리니, 아이가 멋스러이 이루는 재미나며 사랑스러운 손놀림이 그때그때 사라진다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참말 사라질까? 한번 그린 그림이 사라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누구나 흙바닥에 엄청나다 싶은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딱히 마음을 더 쓰지 않고 흙바닥 그림을 내버려 두고 다른 놀이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풀과 나무는 싱그러우면서 푸르고 아름다운 잎을 맺는다. 그러나 이 잎은 으레 한두 해만 살고 흙으로 돌아가서 거름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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