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4.12.30. 큰아이―시크릿 쥬쥬
면소재지 가게에 함께 간 어느 날, 큰아이가 ‘시크릿 쥬쥬 장난감’을 쳐다보더니 “나 이거 갖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날 면소재지에서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하면서 지갑에 남은 돈이 몇 천 원이다. 한 해가 저물 무렵 살림돈이 거의 바닥이 난 터라 만오천 원에 이르는 장난감을 장만할 틈이 없다. 그러나, 돈이 없는 일보다 ‘갑자기 보고 갑자기 갖겠다’고 할 적에 섣불리 장난감을 사는 일은 없다. 큰아이한테 말한다. “벼리야, 우리가 아무 장난감이나 아무 데에서나 보는 대로 다 사니? 네가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그림으로 먼저 그려. 그림으로 그린 뒤 그 그림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생각해. 그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장난감이 아니라면 사지 않아.” 입이 백 발쯤 튀어나온 큰아이는 저녁에 잠들도록 내내 시무룩하다.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내가 먼저 ‘큰아이 바람’을 그림으로 그리고, ‘작은아이 바람’도 곁들여서 그림에 넣었다. 이러고 나서 하루 뒤, 큰아이가 비로소 ‘시크릿 쥬쥬 장난감’을 갖고 싶다는 꿈을 그림으로 그린다. 이러면서 동생한테 ‘또봇 장난감’이 올 수 있기를 비는 마음까지 곁들인다. 착하고 예쁜 아이야, 그래, 잘 했어. 이렇게 그림을 먼저 그리자. 그림으로 그리면서 마음으로 생각하자. 언제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는 장난감이라면 먼저 마음으로 바라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