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강의로 박웅현을 처음 만났다그러나, ‘박웅현의 책이군하고 이 책을 산 건 아니다제목에 이끌려 샀더니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전혀 몰랐던 책읽었지만 공감하지 못했던 책, ‘이 사람도 이 책을 재밌게 읽었구나’ 느끼며 공감했던 책 등등, ‘공감과 차이의 변주랄까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고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느낌.

 

예를 들면 나는 김훈이나 카잔차키스의 소설은 그다지 재밌게 읽지 않았지만 저자와 마찬가지로 밀란 쿤데라알랭 드 보통카뮈그르니에는 재밌게 읽었었다.

 



1시작은 울림이다.

 

반면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판화가 이철수 씨 같은 분은 금시초문이었다저자는 강의를 판화가 이철수로부터 시작한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 가을 사과 중>

 


논에서 잡초를 뽑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벼와 한 논에 살게 된 것을 이유로

이라 부르기 미안하다

 

<이쁘기만 한데...> 전문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개소리전문

 

책 속의 일부만 발췌했을 뿐이지만 예사롭지 않다.

저자는 이철수의 판화를 토대로 풀무원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이오덕 선생의 책을 몇 권 읽었던 것 같지만 저자가 소개한 <나도 쓸모 있을 걸>은 금시 초문이었다아이들의 시를 엮은 책이라고.

 

엄마엄마

내가 파리를 잡을라 항깨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경화 봉화 삼동국교 1년 이현우, [파리]>

 

가다가 손님이 오면

고약한 직행은 그냥 가고요,

인정 많은

완행은 태워줘요.

달리기는 직행이 이기지만,

나는 인정많은 완행이 좋아요.

 

<의성 이두국교 5년 박희영, [버스중에서>

 

껌은 빳빳하지요.

그러나 입속에 넣으면

사르르 녹지요.

아무리 나쁜 사람도

껌과 같지요.

모두가 나쁜 사람이라고

팽개쳐 버려도

누군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싸주면

껌과 같이 사르르 녹겠지요.

딱딱한 마음이

껌과 같이 되겠지요.

 

<부산 감전국교 6년 김경숙, [껌같은 사람]>

 

<나도 쓸모 있을 걸>은 이런 아이들의 시를 수록한 책이라고.

그야말로 심장을 쿵쿵 내려친다말해 무엇하랴읽어봐야겠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이라저자는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란 작품을 보면서 흔히 말하는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체험한다.  40분 동안 그림에 사로잡혔다고 


 


나 역시 루브르에 갔었지만

 

시이불견!!

 

2김훈의 힘들여다보기.

 

나는 저자와 달리 김훈의 소설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칼의 노래>같은 책들의 문장을 읽다보면 어느덧 호흡곤란이 와서 읽다가 멈추기를 계속 반복해야 했는데뭐랄까 김훈의 문장은 전혀 빈틈이 없다. ‘충무공 문체라고나 할까숨이 막히는 것이다.

 

그러나저자가 발췌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구절을 보자니 김훈에 대한 선입견이 산산이 깨진다왜 로쟈 이현우씨가 김훈에게 수필가로 돌아오라고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된장과 인간은 치정관계에 있다냉이된장국을 먹을 때된장 국물과 냉이 건더기와 인간은 심각 치정관계다이 삼각은 어느 한쪽이 다른 두 쪽을 끌어안는 구도의 치정이다그러므로 이 치정은 평화롭다..... 냉이의 저항 흔적은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볕의 냄새싹터오르는 풋것의 비리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놓는 평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오늘 냉이 된장국이 아닌 아욱 된장국을 먹었다그러나나는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

김훈과 같은 된장에 대한 사색이 없었던 것이다아욱이런 된장!!!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그러므로 미나리는 된장의 비논리성과 친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추장의 선명성과 잘 어울린다봄 미나리를 고추장에 찍어서 날로 먹으면서우리는 지나간 시간들과 전혀 다른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해주는 전혀 새로운 날들이 우리 앞에 예비되어 있음을 안다.

 

몇 달 전에 난 담양에 가서 미나리를 엄청 먹었다거의 한 소쿠리를 먹었다그것도 고추장에 찍어서역시 나는 미나리에 대한 사색없이 돼지처럼 먹기만 했던 것이다이런 된장!!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더 이상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다만 단단해진다.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다.

 

미나리를 너무 쳐 먹어 대 숲으로 산책을 했건만 대나무는 왜 안자랄까하고 고개만 갸우뚱 했을 뿐 대나무의 단단해지는 삶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니.....

 

5월의 산에서 가장 자지러지게 기뻐하는 숲은 자작나무 숲이다하얀 나뭇가지에서 파스텔톤의 연두색 새잎들이 돋아날 때 온 산에 푸른 축복이 넘친다자작나무 숲은 생명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늘 흔들린다자작나무 숲이 흔들리는 모습은 잘 웃는 젊은 여자와도 같다. ...그래서 자작나무 숲은 멀리서 보면 빛들이 모여 사는 숲처럼 보인다.

 

......

자두의 생김새는 천하의 모든 과일들 중에 으뜸으로 에로틱하다자두는 요물단지로 생겼다자두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적 에로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수박의 향기는 근본적으로 풀의 향기다풀의 향기가 수분에 풀려서 넓게 퍼진다자두의 향기는 전혀 다르다자두의 향기는 육향에 가깝다그 향기는 퍼지기보다는 찌른다자두를 손으로 만져보면그 감촉은 덜 자란 동물의 살과 같다자두는 껍질을 깍을 필요도 없이 통째로 먹는다입을 크게 벌려서이걸 깨물어 먹으려면 늘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이 안쓰러움이 여름의 즐거움이다.

 

수없이 처먹었건만 한 번도 자두를 먹을 때 안쓰러운 적이 없었다니!!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메마른 땅과 뜨거운 햇볕은 여름 과일들의 고난이 아니다.

어디로 피서를 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온 여름이 다 지나갔다.

축복은 저 숨막히는 무더위 속에 있었던 것임을 여름의 끝물에

한 입의 과일을 깨물면서 문득 알게 된다이 많은 과일들을 지상에 차려놓고,

힘센 여름은 이제 물러가고 있다.

 

나는 덥다고만 짜증내고 있을 때 김훈은 저런 생각을 하고 앉아있었다니저자 말대로

김훈은 미쳤다.


 

그 여름에 당신의 소매 없는 블라우스 아래로 당신의 흰 팔이 드러났고

푸른 정맥 한 줄기가 살갗 위를 흐르고 있었다당신의 정맥에서는

새벽안개의 냄새가 날 듯했고 정맥의 푸른색은 낯선 시간의 빛깔이었다.

당신의 정맥은 팔뚝을 따라 올라가서점점 희미해서 가물거리는

선 한 줄이 겨드랑이 밑으로 숨어들어갔다겨드랑 밑에서부터 당신의

정맥은 몸속의 먼 곳을 향했고그 정맥의 저쪽은 깊어서 보이지 않았다.

 

- <화장> 중 

 

화장의 기억할 만한 구절임에 틀림없다화장의 화자가 추은주의 정맥에 대한 묘사 부분인데,

내가 느끼는 혼란은 이런 것이다소설은 분명 소설가와 분리해서 읽어야 할 것인데이유는 모르겠지만 김훈의 소설은 그렇게 읽히지가 않는다화장의 화자가 추은주에게 편지를 보내듯 서술한 부분은 아름다운 문장이고 심지어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김훈의 얼굴이 계속 어른거려 소설 자체에 몰입할 수가 없다.

 

김훈이 이런 편지를 썼단 말이야낯 간지러

 

즉 김훈의 수필엔 바로 빠져들지언정 소설에선 그럴 수가 없다나로선 소설가와 소설가의 화자를 동일시하는 작가는-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김훈이 유일무이하다왜 그럴까?














 

3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한 때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그래서 알아보니 이미 판권이 팔렸다고그 이후 영화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영리한 감독 혹은 제작자는 이 책을 가볍게 비틀어 <러브 픽션>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너를 마시멜로 해는 너를 방울방울 해로 바뀌었고......


 

영화화를 고려할 만큼 나 역시 보통의 사랑에 관한 소설을 재밌게 읽었지만 그 보단 <불안>이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같은 보통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어쩌면 그의 소설이 삶의 허망함덧없음을 말한다면 그의 에세이는 삶의 덧없음에 대한 위로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잠재적으로 모든 것이 예술의 풍부한 소재이며우리는 파스칼의 <팡세>에서 만큼이나 비누 광고에서도 귀중한 발견을 할 수 있다.

 

-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저자는 위 구절을 인용하며 코스모스를 들여다 본 경험을 얘기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거 뭐야볼 거 없잖아 하고 돌아서려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코스모스 송이마다 색깔이 다 다르더군요그리고 옆에 다른 풀들도 있어요그리고 벌들이 보여요십 분쯤 지났더니 두 마리세 마리열 마리가 넘는 벌들이 있더라고요또 그 옆에는 무당벌레가 있고요벌을 다시 들여다봤더니 큰 몸통에 작은 날개가 파라락대며 엄청 빨리 움직이고 있더란 말입니다그래서 우와날갯짓하는 것 좀 봐라 하며 다시 꽃을 봤더니 한 송이 꽃인데 꽃잎 색깔이 다른 것들이 있어요어떻게 이렇게 생겼지하는데 옆에서는 벌들이 다리를 비비고있고요자세히 보니까 고양이 앞발 모양이랑 비슷해요그런데 오전 11시인데 아직까지 이파리에 이슬이 맺혀 있네하고 그 이슬 맺힌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거미줄이 두세 겹으로 쳐져 있고또 거미를 찾아봤더니 구석에 숨어 있고마침 거미줄이 흔들려서 생각하니 바람이 살랑이는 게 참 좋다 싶었습니다이렇게 가만히 삼십 분을 앉아 있었더니 얘깃거리가 생기더라고요.

 

세상을 신문기사처럼 본다면 우리는 결국 매일 상투적인 얘기만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저자의 위와 같은 관찰의 힘이 기발한 광고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토대가 아닐까?

 

나는말을 말아야지.



 

4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분이건만 나는 고은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다역시나 저

자가 <순간의 꽃>에서 발췌한 시들 역시 도끼가 돼서 나를 후려친다.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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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 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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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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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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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뭇 가지에 매달린

천 개의 물방울

비가 괜히 온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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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할 도리 밖에


5햇살의 철학지중해의 문학.

 

알제는 해가 비칠 때면 사랑에 떨고 밤이면 사랑에 혼절한다.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저자가 보기에 지중해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하는데 가본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접한 지중해는 능히 그럴 것 같다.

 

모두가 무너지고 오직 화려한 대문만 남은 이 사랑의 성은그리하여 마땅히 하나의 폐허인 것이다폐허 위에 내리는 햇볕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보들레르는 현대성을 덧없는 것으로 규정했다순간들은 찰나적이고 되돌아 갈 수 없으며 영원하지 않다그래서 아프지만 또한 그래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해가 설핏해질 무렵 돌연 우리의 뼛속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저 기이한 슬픔......

 

햇빛 찬란한 날들이 지나면 어느덧 어둠이 다가온다그러면 허무함에 슬픔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또 다시 해는 떠오르니......

 

여행지에서 그렇게 만났다가 그렇게 떠나보낸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해준다우리 일생이 한갓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삶은 이별의 연습이다세상에서 마지막 보게 될 얼굴다시는 만날 수 없는 한 떨기 빛여행은 우리의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준다.

 

어떤 사람들은 덧없음에 대한 감각을 타고 나는 것 같다그들에겐 모든 순간들이 안타깝다따라서 그 어떤 순간도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순간을 통해 영원을 꿈꾸는 자들이다.

 

나는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 – 폴 세잔

 

저자는 김화영의 <바람을 담는 집>에 나온 위의 문구를 모티브로 삼아 한 정유회사의 광고를 만들었다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방울처럼 딸랑딸랑 울리던

 

지중해적인 삶그런 지중해적인 삶에 대해 저자는 개처럼 살자고 말한다개는 어제를 후회하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순간을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기에.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나는 자신있게 묻지요.

조르바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잘해보게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자네와 그 여자밖에는키스나 실컷 하게.’”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지상의 양식도 참 좋아했던 책이었는데그리스인 조르바는 아직 끝까지 다 못 읽었다아직 대지와 탯줄을 끊지 않은 조르바처럼 나 역시 조르바의 탯줄을 붙잡아야.....

 

카뮈에 열광한 사람은 대개 그르니에를 읽게 마련 아닌가그리고 우리 세대는 카뮈와 그르니에를 김화영의 번역본으로 읽었다.최근에 카뮈의 <이방인>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새로 번역된 <이방인>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설마??

 

불어로는 어머니와 바다가 발음이 같다누군가 이방인의 주인공 이름인 뫼르소는 바다인 메르와 태양인 쏠레이으의 합성어라고 주장했었는데 그런 것 같다태양과 바다(엄마)를 뺀 지중해혹은 이방인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나는 카뮈의 <이방인>보다는 그르니에의 <>을 더 좋아한다박웅현의 후배 이원홍은 스승의 날에 꽃과 함께 이런 메모를 보냈다고.

 

나는 <>속에 있는 말들을 마치 나의 것처럼 쓰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나는 그런 일을 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내게 온 이 같은 행운을 기뻐할 뿐이다. ”

 

- 카뮈의 마음으로 내 영원한 그르니에에게

 

박웅현은 행복한 사람일터스승에 대한 저런 찬사라니!

 

.....겉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허물어지기 마련이니

그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 줄 필요가 있었다.

 

<장 그르니에, [중에서 카뮈의 서문>

 

겨울 숲 속의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서서 이따금씩만

바람 소리를 떠나보내고 그러고는 다시 고요해지는 단정한 문장들.

 

<장 그르니에 []중 김화영의 서문>

 

어딘가 떠나고 싶다면 <>을 가져가시라.

 

나는 혼자서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 장 그르니에, <섬> 중 

 































6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강의 전체를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할애하다니그만큼 이 소설의 스펙트럼은 넓을 것이다

정치역사철학,예술사랑 등등

 

메타포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메타포를 가지고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메타포가 하나만 있어도 생겨날 수 있다.

-----

 

위대한 신학자가 천국과 양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성교나 성교와

연관된 관능성이 아니다천국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은 흥분이다.

-------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 갔다.

테레사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 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 느꼈다.

이 슬픔이란 우리는 마지막 역에 있다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행복이 내용이었다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이 소설을 니체의 영겁회귀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혹은 키치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고음악의 형식적 측면으로도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만약 누군가 내게 이 책속의 한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다음의 문장을 고를 것이다.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예요! ”



임무라니테레사그건 다 헛소리야내게 임무란 없어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임무를 의무로 해석해도 될까살아가면서 우리가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을까?

의무 때문에 살아가는 삶이라면 얼마나 무겁겠는가?

 

해야 할 건 없다.

순간을 영원처럼 살면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안나 카레니나.

 

부끄럽게도 아직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못했다.

 

읽고 쓰자.


(지금은 읽었다.) 

 

8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저자는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을 꼽았다손철주오주석법정 등등.



 












문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들 도리어 누가 되고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수고에 그칠 뿐

산속으로 찾아오는 고요한 밤

향 사르고 앉아서 솔바람 듣기만 하리오.

 

 

해질녘 서편 하늘을 물들이는 장엄한 노을 앞에 섰거나한밤중 아득한 천공에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무리의 합창을 들을 때혹은 동틀녘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는 황금빛 햇살의 광휘를 온몸에 맞으면서어느 누가 감히 예술을 논하겠는가.

 

봄날 작은 꽃망울을 떠뜨리는 햇가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길고 짧고 굵고 가는물기 오른 여린 가지들이 이루는 조화와 오만가지 빛깔그것은 기적이다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알갱이에 다가서 보자그 깜찍한 비례며 앙증맞은 짜임새도 경이롭지만 알알이 비치는 방울 속마다 제각기 살뜰한 우주가 숨어 있다.

 

 

 

 

 


 

 

고려청자 매병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요의 아름다움 속에 한 가닥

부푼 정이 엷은 즐거움마저 풍겨준다부드럽고도 홈홈한 병 어깨의

곡선이 허리로 흘러서 다시 굽다리로 벌어진 안정된 자세도 빈틈이 없지만,

그 위에 기품 있게 마감된 작은 입의 조형 효과는 이 병의

아름다움을 거의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어느 출판사 인터뷰 중 지옥에 딱 한 권만 가져가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 저자에게 물었다고 의외다저자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꼽았다.

 

늦여름의 어느 날 오후 나는 해변에 앉아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며

내 숨결의 리듬을 느끼고 있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우주적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돌연 깨달았다.

 

깨달음에 안달 났을 때 구입한 책이건만 아직 읽지 못했다.

나는 언제쯤이면 저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련지.

 

제가 늘 말하지만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어제 술 쳐 먹고 명상을 빼먹다니일일삼성할 것!!

만일 누가 나에게 한 권의 책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역경>을 가져가리라.

 

<역경> 이제까지 점치는 책이라 잘못 알다니!!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카프카.

 

책은 도끼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수없이 깨지고 깨지고 깨져야.

그런 연후에야 나는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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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6-19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 나오기 전에(아마 2011년 초쯤?) 우연히 사내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강좌의 제목이 `박웅현의『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였지요. 그 날 들었던 `강의내용`과 이 페이퍼에 담긴 내용들이 너무나 닮아서 깜짝 놀랐네요. 강의 내용은 나무랄 데 없이 좋았는데,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도 저자한테 `불만`이 딱 한 가지 있답니다. 사내 강좌를 들으러 가기 전에 제가 일부러『생각의 탄생』이라는 책 내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심오한 질문` 한 가지를 미리 준비해 갔었는데, 그만 `질의응답` 시간을 전혀 주지 않고 `오늘 강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하고 인정사정없이 끝내버리더군요. 딱 강사료 받은 만큼을 모두 강의로만 꽉 채우겠다는 욕심도 느껴져서 그리 큰 불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그 서운함이 조금 남아 있긴 하네요.

시이소오 2016-06-19 16:14   좋아요 0 | URL
박웅현씨, 어쨌든 광고쟁이잖아요.
자본주의의 제일선에 계신분이니, 받은만큼만 하신게아닐런지요?

오렌님, 많이 서운하셨나봐요^^

2016-06-19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6-2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도끼다 나오고 나서 제가 사는 지방에까지 감사하게도 강의를 오셔서 작가분을 뵌 적 있었어요. 책도 재미있게 읽었고 강의도 잘 들었는데 강의 후 새 책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이제 당분간 책은 안 쓰겠다 바닥까지 싹싹 긁었다 라고 답하셨는데 오래지 않아 새책이 나오더라구요.^^;;;;;

시이소오 2016-06-20 13:17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돈 좀 되셨겧네요 ^^

alummii 2016-06-2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욱 된장! 뿜었네요 ㅎㅎㅎ 오늘 리뷰 아주 감동입니다 정독하고가요~♡

시이소오 2016-06-20 23:10   좋아요 0 | URL
아욱 된장, 웃기려고 쓴건데 웃어주시니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16-06-2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한, 재밌는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제가 읽지 않은 책 같았어요. 읽은 책인데 말이죠.^^

시이소오 2016-06-23 14:36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니페딘1T 2016-07-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보고서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풍요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책 안에서 추천해 준 책들을 산다고 카드결제액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ㅠㅠ

좋은 서평을 읽으니 책을 한번 더 읽은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4 12:19   좋아요 0 | URL
서평이랄게 있나요?
책이좋은거죠
제가 감사하네요^^
 














어쩌다보니 아시아 작가들의 소설을 겹쳐 읽었다.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 이 세 작품을 다 리뷰로 쓸 순 없고 한 작품만 고르기로.

 

찬호께이의 <기억나지 않음, 형사>처럼 찾고 있는 범인이 바로 자기 자신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의 원조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외국 작품으로는 윌리엄 요르츠버그의 <폴링 엔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폴링 엔젤>은 알란 파커 감독, 미키 루크 주연의 <앤젤 하트>로 영화화되었다. 영화도 걸작이다. 한국 작품으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올드 보이>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오대수란 이름은 오늘만 대충 살자란 뜻이라기보다는 오이디푸스의 한국식 줄임말이다.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장편임에도 찬호께이의 단편집인 <13.67>에 못 미친다. 그래서 패스.


















 




















<환상의 빛>에 이어 읽은 미야모토 테루의 <금수>. <환상의 빛>보단 재밌게 읽긴 했지만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에 비하자면 무언가 한참 부족해 보인다두 편이나 읽었는데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아무래도 나랑은 코드가 안 맞는 걸로.

 

세 소설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나는 아무 고민없이 <종이달>을 꼽겠다. 밀실살인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 소설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밀실살인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를 쓰는 작가는 어떻게 하면 독자를 속일것인가만 고민한다. 인간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들. 손을 잘라 밀실에 가두고 싶다. (나올 수 있으면 나와 봐)

 

반면 사회파 미스테리 작품은 매번 침을 질질 흘려가며 읽는다. 내가 읽은 범위 안에서 사회파 미스테리의 두 거장은 기리노 나쓰오와 미야베 미유키다. 특히나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 미야메 미유키의 <화차>는 투 썸 업. (최근 미미 여사의 소설들을 볼 때, 이제 그녀의 필력은 방전(‘아웃’)된 걸까. 아쉬운 일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도 좋았다. 각색의 모범 사례. 최근 기리노 나쓰오와 미미 여사가 헛발질할 때, 독자인 나 역시 덩달아 헛발질하다 얻어 걸린 소설이 있었으니,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이다. 금시초문의 작가. 일본 작가들은 파도, 파도 끝이 없구나. 바다 끝,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포말 한줌에 불과한 걸까.


















 


<종이달>은 미야자와 리에 주연의 영화로 먼저 접했다. (미야자와 리에, 어릴 때 이렇게 예뻤었나.) 좋은 영화였고, 영화를 먼저 봤음에도 소설은 소설대로 좋았다.





 

우메자와 리카의 여고 시절 친구인 오카자키 유코는 갓 쓰기 시작한 비누 같은 청초함을 지닌 정의로운 소녀로 리카를 기억한다. 그런 리카가 1억엔을 횡령해 도주중이라니. 리카와 요리 학원에서 만나, 친해진 주조 아키는 묻는다.

 

"리카는 그 큰돈을 어디에다 썼을까. 무엇을 사고, 무엇을 손에 넣었을까. 아니면 무엇을 사려고, 무엇을 손에 넣으려고 했을까. 리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리카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지금 리카는 어디에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백화점 안을 가로질러가면 더 빨랐다. 그래서 백화점 안을 걸어갔을 뿐인데, “피부 상태 무료 진단합니다.”라는 점원의 말에 그날따라 리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얼마 전 만난 대학생 고타의 매끈한 피부를 떠올렸다. 점원이 늘어놓은 화장품 앞에서 이거 다 살게요.”하고 말했지만, 리카에겐 돈이 없었다. 고객이 맡긴 5만엔이 있었을 뿐. 고객의 돈은 되돌려 놓으면 된다. 그게 처음이었다. 고객의 돈에 손을 댄 건은. 리카는 그 다음날 백화점으로 가 카드를 만든다. 쇼핑을 하지 않으면 손해인 느낌이 들어 이것저것 샀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리카는 이미 6만엔을 긁었다.

 

리카는 남편인 마사후미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리카는 자신의 고객의 손자인, 피부가 매끈한 대학생 고타와 잠자리를 갖게 된다. 누군가가 이렇게 만져주는 것이 이토록 좋은 것이었던가. 눈물을 흘리며 리카는 깨닫는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아름다운 것을 어루만지듯이 이렇게 만져주길 바랐다고. 줄곧 기다렸다고. 줄곧.

 

역의 플랫폼에는 사람이 없었다. 리카는 긴 의자에 앉아 전철을 기다렸다. 파르스름한 하늘에 하얀 달이 남아 있었다. 갑자기 리카는 손가락 끝까지 가득 차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만능감에 가까웠다. ....자유라는 것을 처음으로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리카는 죄책감도 불안감도 전혀 느끼지 않고, 인적 없는 플랫폼에서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그 만능감의 쾌락에 잠겼다.

 

리카의 생활은 이날을 경계로 달라진다. 이날이후로 리카는 옷과 액세서리를 사는 데 주저함이 없어졌다. 자신에게 만능감을 느끼게 해준, 고타 앞에서 지루한 아줌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고타가 빚으로 괴로워하다니. 고타의 구두쇠 할아버지이자, 툭하면 치근대는 고조의 예금 증서를 위조해 리카는 고타에게 돈을 넘긴다. 어차피 혈연 아닌가.

 

그렇게 시작된 것인데, 끊임없이 만능감을 누리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매달 카드 사용액이 월급을 넘어섰고, 리카는 가짜 증서를 계속 만들 수밖에 없었다. 리카는 고타에게 차를 사주고 집을 사주고 시계를 사주고 옷을 사준다. 고타는 자신이 조금만 움직여도 될 법한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웨이터에게 파라솔 위치, 바꿔줘요.”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되고 만다. (영화 속에서도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리카는 고타와 함께 불꽃놀이를 본다.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깍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 p. 298. 

 

허영이 만들어낸 만능감의 빛이 점차 희미해져 간다. 고타는 어느새 리카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용돈이 부족하다고 슈퍼에서 물건을 훔친 딸 지카게의 뺨을 후려치고 남편 신이치와 말싸움을 벌인 유코는 리카를 떠올리며 묻는다.

 

넌 무얼 샀니? 무얼 손에 넣으려고 한 거니? 그 물음은 어느새 유코 자신에게 향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절약을 한 거지. 무엇 때문에 저축하려고 한 거지. 그래서 무엇을 얻을 생각이었던 거지.” 

 

리카의 예전 애인이었던 가즈키는 아내 마키코의 모든 빚을 청산한 이후 이혼을 앞둔 아내에게 묻는다.

 

당신이 말하는 불편함이나 풍족함은 돈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걸까? 이것이 있어야 이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돈이 아니라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주는 것은 무리일까?”

 

일본인들에게 종이달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 일본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어, 그 가짜 달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종이달은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만능감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화폐가 조장한 하나비(한 순간의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허영의 불꽃이 사그라들면 곧이어 냉혹한 진실이 드러난다.

 

여자행원 공금횡령사건의 이면에는 언제나 남자가 있다고 한다. 리카의 경우처럼 그건 단지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아름다운 것을 어루만지듯이만져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행복을 돈으로,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걸까?

 

행복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사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사시라.

그리고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읽으시라.

무엇을 사더라도 행복을 손에 넣을 순 없다.

불꽃의 빛이 사그라들면 종이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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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강요 2016-06-18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환상의 빛이 더 끌리더라구요ㅎ^^

시이소오 2016-06-18 02:41   좋아요 1 | URL
강요님이 그렇다면
재독을 해야겠어요
. ^^

북깨비 2016-06-18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 어떡하죠 저 그럼 기억나지 않음, 형사 결말을 알고 읽게 되는 건가요? ㅋㅋㅋㅋ 알고 읽어도 재밌을까요? ㅠㅠ 금수 감상 구경하러 들어왔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라는 작가를 발견하고 갑니다. 일단 설국이 제일 많이 팔렸다고 뜨길래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설국열차..와는 상관없지요? 처음 보는 작가와 작품이라.. ^^;;

시이소오 2016-06-18 06:12   좋아요 1 | URL
아, 죄송해요ㆍ 스포일러네요. 왠지 그래도 될것 같길랭^^;

가와바타 야스나리, 일본 소설의 섬세함의 정점이아닐까,생각해봅니당 ㅎㅎ 설국열차와는 아무상관이 없어용 ^^

samadhi(眞我) 2016-06-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리노 나쓰오, 「아웃」 정말 좋지요. 저는 미미여사보다 기리노 나쓰오가 더 좋더라구요. 시이소님이 올리신 내용은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종이달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려구요.

시이소오 2016-06-18 11:46   좋아요 0 | URL
넵. 책으로 직접 만나시길^^

moonnight 2016-06-1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엔젤 하트를 책보다 먼저 만났어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_-;;;;; 원작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고 구해 읽었는데, 책도 물론 좋았습니다. 시이소오님 글 덕분에 떠올라, 반갑네요^^

시이소오 2016-06-18 22:17   좋아요 0 | URL
저 어릴땐 알란파커 ` 더 월` 이 최고의 영화
인줄 알았더랬죠 .
저도 옛날 생각이 떠올라
^^

루쉰P 2016-06-1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화차는 저도 정말 좋아하는 명작이죠 ㅎ 전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도 무척 좋아하는 데 아직도 많이 사지를 못 해 속상해요 ㅠ

종이달 진짜 읽고 싶네요 아 정말 재미지겠다 아마 시이소오님이 제 앞에서 물건 파셨음 다 샀을거에요 ㅋ

시이소오 2016-06-18 23:38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세일즈를 할걸 그랬나요?

루쉰P 2016-06-1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ㅋㅋ 근데 말로 팔지 마시고 글 써서 ㅋ

시이소오 2016-06-18 23:43   좋아요 0 | URL
루쉰p님, 덕분에 계속 사고싶게끔 독후감을 써야겠네요.^^

루쉰P 2016-06-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괴롭습니다 ㅋ 돈은 없고 볼 책은 많고 글구 뇌의 한계랄까요 ㅋ 하지만 전 약속을 지키는 자 반드시 읽을테니 써 주세요 ㅠ 즐거운 밤 되세요 ㅋ

시이소오 2016-06-19 01:40   좋아요 0 | URL
ㅋ. 알겠습니다. 루쉰p님도 즐거운 주말 밤 되시길 ^^
 

 

이런 걸 두고 얻어 걸렸다고 한다. 창비 이벤트 당첨으로 럭키 박스를 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어쩌면 권여선이란 소설가를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멈춰야 했거늘,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어라, 다 읽고 신형철이 해설을 썼음을 알게 된다. 신형철이 해설한 책은 사실 더 이상 쓸 게 없다. 중언부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권여선이라는 작가를 모르고 살아왔음을 참회하는 심정으로,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함을 느낀다.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7편의 단편의 공통점이라면 뭐니 뭐니해도 마치 홍상수 영화처럼, 등장인물들이 술 푸는 장면이 꼭 들어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분명 작정하고 썼으리라. ‘술을 마시지 않는 인물이라면, 내 소설에 출연할 수 없다.’ 신형철 해설의 제목은 <‘호모 파티엔스(homo patience)’에게 바치는 경의>. 호모 파티엔스는 고통 받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고통 하는 인간이다.

 

신형철은 역시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준다. “유사성과 인접성, 어느 쪽이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주는 것일까요?”, “매초 매초 알코올의 메시아가 들어오는 게 느껴집니다.” 같은 문장의 경우, 신형철은 놓치지 않고, 기시감의 원인을 밝혀준다. 첫 문장은 로만 야콥슨의 인용이요, 뒷 문장은 발터 벤야민의 인용이다


 

신형철이 맞을 것이다. 권여선의 단편은 고통을 겪는, 혹은 삶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나는 각 단편들을 재밌게 읽었다.

 

내가 생각해봤는데 이 비유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이지.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단점이 더 많으면 그 값은 1보다 작고 그 역이면 1보다 크고.”

 

- <봄밤> 중 

 

분자/분모의 비유는 톨스또이의 <부활>을 응용한 것이다. <부활>에 등장하는 혁명가 노보드로프에 대해 톨스또이는 이지력은 남보다 뛰어나지만 자만심 또한 굉장하여 결국 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이지력이 분자라면 자만심은 분모여서 분자가 아무리 크더라도 분모가 그보다 측량할 수 없이 더 크면 분자를 초과해버리기 때문에.

 

<봄밤>의 수환과 영경은 이 분모를 무한대로 늘리고 있어 점점 0에 수렴되어 가는 중이었고, 결국 수환 먼저 0에 수렴한다.

 

모기약 찾는 손님이 많은가봐. 내가 모기약 같은 거 없냐고 그러니까 잽싸게 모기약 같은 거 절대 없대. 그래서 내가 여기 방 안에 모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얘가, 하면 규가 또 웃었다.

?

모기 같은 건 고객님 부담이래.

훈도 웃었다.

모기 같은 건 우리 부담이래?

, 우리 부담이래.

어쩌냐 부담스러워서.

 

- <삼인행> .

 

장어 사준대서 가보니 꼼장어네. 꼼장어면, 꼼장어, 해야지 왜 씨발 그걸 장어래냐고? 윤선생, 내가 꼼장어 먹고 몸보신한다는 얘기는 듣다듣다 첨이야. 끝까지 아주 큰 놈으로 달래는 거 보라고. 꼼장어가 커봐야 꼼장어지, 꼼장어 크면 장어 되냐고?”

 

- <> .

 

 

호모 파티엔스의 이야기이긴 하나, 인용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매 순간 고통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권여선은 술자리에서 절대로 먼저 일어나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한국 작가 중 술 친화적인 작가는 누가 있을까? 외국 작가로는 스콧 피츠제럴드, 존 치버, 잭 런던 등이 떠오르지만 역시나 레이먼드 카버에 비견할 술고래가 있을까. 카버의 친구는 말했다. ‘, 당신도 술 먹는 거 좋아하고 나도 술 먹는 거 좋아하지만, 레이가 술 먹는 거 좋아하는 것처럼 술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카버는 눈을 뜨면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다 잠들었다. 이런 일과가 매일매일 되풀이되었다. 어쩌면 카버의 소설보다, 술을 끊은 그의 행위가 더 위대해 보이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안녕 주정뱅이>에 이어 기타무라 가오루의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를 읽고 있다.  낮술로 시작해 주말 이틀 연속 술을 퍼마셨건만, 또 다시 술 생각이 나다니! , 장어엔 소맥이 딱 인데. 꼬치가 맛있는 이자카야에서 차가운 사케를 마셔도 좋겠고, 토마토 스파게티에 레드 와인도 좋고, 비비큐 후라이드 치킨에 맥주여도 좋고, 양꼬치에 칭따오도 좋고, 갓 잡은 농어회에 소주도 좋고, 녹두전에는 역시 막걸리가. ......


술을 좋아하는 건지, 안주를 좋아하는 건지.

술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고통이 있어도 술이 있어 위로가 된다.

잠시나마.

 

이웃님들은 어떤 안주에 어떤 술을 즐기시는지요? 댓글 설문입니다. 댓글 달아주세요. ^^

술집이나 안주도 추천 해 주세요. ^^

저는 오늘......홍대 천하, 아스파라거스 삼겹살말이가 땡기네요.


아, 술 고프다. 


p.s  방금 유진 식당서 술 푸자는 친구의 호의를 거절했다. 아, 이 놀라운 나의 자제력이여!! 

     레몬에 데킬라도 땡긴다. 오렌지 쥬스와 혼합한 보드카도. 하루키를 읽은 밤이면 언더락 위스키를 마시곤 했었는데. 

     안 되겠다. 산책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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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6-16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술 무지하게 좋아했습니다.아직 오십도 안된 나이에 통풍증상 발병...에휴....과유불급입니다..안그럼 오래까지 술과 헤어져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ㄷㄷㄷㄷ마시면 아푸다..이게 통풍이니...한모금도 입에 못대니 미치겠더라구요..ㅋ

시이소오 2016-06-16 12:44   좋아요 2 | URL
아구, 한모금도 마시면 안 되나요? 그건 좀.......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저도 이틀 연속 마시니까 몸이 견디질 못하네요.
이제 자제 해야죠. ㅎㅎ

오거서 2016-06-16 13:16   좋아요 1 | URL
그런 아픔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한 모금조차 허락되지 않는다하니 애석합니다.
최근에 저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술을 금주하는 수준으로까지 줄였어요. 반주를 기대하기는 힘들죠. 절제가 참으로 중요함을 늦게나마 깨달았어요.

yureka01 2016-06-16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마시지 말아야 합니다.

술이 통풍의 원인인 요산 배출을 억제하니까요..

술을 절제못하면 술을 오래 즐길 수 없어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6 12:56   좋아요 2 | URL
넵, 절제하겠습니다. ㅋ ^^

꿈꾸는섬 2016-06-16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걸리엔 두부김치와 전
소주엔 얼큰한 동태탕ㅎㅎ 탕종류는 뭐든 좋아요.
맥주 마실땐 가볍게 마른 오징어 혹은 쥐포구이, 때론 골뱅이무침 그리고 치킨 족발 ......저 요새 다이어트 중인데 먹을거리가 마구 떠오르네요.

시이소오 2016-06-16 13:46   좋아요 0 | URL
동태탕도 좋죠ㅎ

수이 2016-06-1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없는 세상은 노노!!

시이소오 2016-06-16 13:53   좋아요 0 | URL
술없는 세상은 책없는 세상만큼 삭막할듯 하네요 ^^

보라마녀 2016-06-16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어숙회나 골뱅이에 맥주
오뎅탕에 소주
치즈 토마토에 와인
팔보채에 공보가주
등등. 좋은글 잘 보고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6 13:52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고량주에 고추잡채를 빼먹었네요ㆍ

문어숙회도 소주 두세병은
게눈 감추듯하죠

빈가워요, 보라님^^

다락방 2016-06-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와인에 초콜릿도 좋아하고요 ㅎㅎ
소주에 깍두기도 좋아해요. 깍두기는 어느 술에나 잘맞아요. 심지어 와인에도.
이건 깍두기가 잘 맞는다기 보다는, 그냥 모든 음식이 모든 술의 안주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ㅋㅋㅋㅋㅋ

시이소오 2016-06-16 14:15   좋아요 0 | URL
아, 깍두기는 그렇군요.
소설 속 여성들은
돼지고기 고추장 찌개에 위스키를 마시더군요.
다락방님 말씀대로 `모든 음식이 모든 술의 안주`겠죠.

치즈에 와인도 좋은데요.ㅎ ㅎ

보물선 2016-06-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단편집, 권여선의 최고인듯해요. 예전 한두권은 학생운동 후일담 같아서 아쉬움이 좀 있었어요.

보물선 2016-06-16 14:37   좋아요 0 | URL
술을 끊고 있는중이라 겁나는 책이기도 합니다 ㅎㅎ 아~ 술땡겨요!

시이소오 2016-06-16 14:4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보물선님.
그럼 좀 여유있게 읽어도 되겠네요. ㅎㅎ

술을 끊으시다뉘, 어찌 그런 가혹한 자제심을?? ㅎㅎ

보물선 2016-06-16 14:43   좋아요 0 | URL
생애 마지막(!) 다욧 중입니다. 한약을 먹고 있는데, 40일간 술,돼지고기, 과일 금지예요. 노력해봅니다. (사실 술 엄청 좋아합니다.ㅎㅎ)

시이소오 2016-06-16 14:46   좋아요 1 | URL
앗, 그렇다면 자제하셔야 겠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괜찮은 한의사를 소개해 드렸을텐데. 아쉽네요. ^^;

302moon 2016-06-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는 맥주를 즐겨 마셨고, 이제는 막걸리 좋아합니다. 모임에는 소주 종종 마시고요.그렇지만 친구들이 술 약하거나 안 마시니 저도 간간이 마셔요. 어제는 가족들과,선물로 들어온 회에 와인 마셨어요.저도 아무거나 안주해요.:)

시이소오 2016-06-16 16:02   좋아요 1 | URL
회에 와인도 괜찮군요. ^^

자목련 2016-06-16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여선의 소설, 좋아요. 어찌 그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단 번에 반하고 말았지요. 그나저나 술은 정말 좋아요.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고 싶은 여름인데 수술 후 아직 술을 대지 못했어요, 스스로 정한 금주 기간이라. ㅠ,ㅠ

시이소오 2016-06-16 16:42   좋아요 0 | URL
수술이후 시면 조심하셔야겠네요.
금주기간 풀리시고 맥주 한 잔 하시면 정말 시원하시겠어요^^

cyrus 2016-06-16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요일에 집에 혼자 있어서 엄마 몰래 남은 파전을 안주 삼아서 막걸리 한 병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왼쪽 무릎 뒷부분에 통증이 왔어요. 하필이면 오랜만에 막걸리 한 병 비웠을 뿐인데 통풍 또 왔어요. 올해 양쪽 무릎이 아픈 건 처음입니다. 진짜 술 한 잔도 못 마시면서 살아야 될 것 같습니다. ^^;;

시이소오 2016-06-16 17:39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도 통풍이시던데.

저도 술을 자제해야겠네요^^;

cyrus 2016-06-16 17:48   좋아요 1 | URL
전날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관절이나 엄지손가락 부위에 심한 통증과 부기가 생기면 통풍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6 18:03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도 조심해야겠어요 ^^

깊이에의강요 2016-06-16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은 역시 낮술이...ㅋ
안주는 역시 얼음이....ㅎ
적어놓고 보니 술꾼 같..^^;
본격 일상 음주툰
술꾼 도시 처녀들 보면 정말 술이 땡기던데...
안주도 무궁무진하구요~~^^

시이소오 2016-06-16 18:42   좋아요 0 | URL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의 미야코도 매일 맛있는 안주에 부어라 마셔라, 라 무한히 부럽 더라구요. 얼음안주 스탈이시군요~~

전 왠지 이 글에 강요님이 댓글을 달것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기네스 좋아하시잖아요ㅋ^^

깊이에의강요 2016-06-1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디까지 들킨걸까요ㅋ

시이소오 2016-06-16 18:58   좋아요 0 | URL
맥주는 기네스를 좋아하고 안주는 얼음이면 된다는 정도?

설마 얼음만 드시는건 아니겠죠 ㅋ^^

:Dora 2016-06-1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낮술인데...

시이소오 2016-06-16 20:26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술은 낮술입니다^^

clavis 2016-06-1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GB를 좋아합니다
이것에 안주로는..안주 필요가 없겠네요 ㅎㅎ

시이소오 2016-06-16 22:16   좋아요 0 | URL
ㅋ 맥주죠. 소비에트공화국 정보 단체랑 헷갈렸네요ㅎㅎ

clavis 2016-06-1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 아녜유
나름 보드카!!

시이소오 2016-06-16 22:22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이제야 생각났어요.
그쵸. 보드카죠 ^^;

clavis 2016-06-16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달하고 하얗고
그 아이는 그렇죵

시이소오 2016-06-16 22:25   좋아요 0 | URL
제가 어릴때 바텐더 일을 했었는데 어찌된게 kgb 한번도 못 먹어봤네요.

저도 함 트라이 해봐야겠어요 ^^

clavis 2016-06-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텐더를 하는 어린 시이소님을 상상하기가 어렵네요^^

시이소오 2016-06-16 22:36   좋아요 1 | URL
ㅋ ㅋ ㅋ 술을 너무 사랑하다보니, 조니워커스쿨 졸업하고 바텐더까지 하게 됐는데, 남자 바텐더 수요가 없다보니, 쇼를 좀했어야했는데 수줍은 성격이라 ㅎ ㅎ

표맥(漂麥) 2016-06-16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술저술 입맛대로 마셔보긴 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술은 경주법주이고, 맥주는 파울라너 입니다... 바닷가 출신이니 안주는 당연 회...^^ 그런데 맥주 안주로는 회는 별로구요. 보통 안주 없이 맥주 한 캔씩 한답니다...^^

시이소오 2016-06-16 22:40   좋아요 0 | URL
회에 경주법주 조합이신가요?

저도 회 안주로는 소주를 아무리 들이부어도 취하질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디만 ㅎ ㅎ

2016-06-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 마실 땐 소주에 오이나 새우깡이었는데 ㅎㅎ 요즘엔 안주가 참 좋아졌죠. 삼겹살 구우면 뭐 ㅋ

시이소오 2016-06-17 01:54   좋아요 0 | URL
안주 넉넉히 드셔야 몸이 축나지
않습니다. 오래 마시려면 위를 소중히 하셔야 돼용 ^^

비연 2016-06-1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까지 술 먹는 거 좋아하고 많이도 먹었고 했는데...
어느 시점에 절주를 하기로. 근데 도저히 끊어지지는 않더라구요^^;;;
야구 보면서 맥주 한캔 먹는 기분이라던가, 더운 여름날 시원한 생맥주 들이키는 쾌감이라던가, 은은한 불빛 아래 레드 와인 한잔에 조근조근 나누는 수다의 즐거움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의 맛.

시이소오 2016-06-17 12:13   좋아요 0 | URL
너무 과하지만 않는다면 비연님 말씀처럼 술은 `인생의 맛`이겠네요. 포기할수 없는 ㅋ^^

Classicolor 2016-06-2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식당!! 정말 좋아하는 집인데 또 가고싶네요!!

이번주에 가야겠습니다 ^^

시이소오 2016-06-20 18:3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주에
필동면옥과 유진식당서 한잔해야겠네요.

avril13 2017-10-1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대로 찾아온 거죠? 위화 책 리뷰 보다 흘러 들어왔는데. 저는 권여선을 좋아하고 홍대 천하와 유진식당도 좋아합니다. 막 이것저것 클릭해서 읽고 있는데 틈날 때 와서 공감하고 가겠습니다. 전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지 않아서 나중에 내가 어디다 글 남겼나 다시 못 찾을 것 같기도 하네요 흑.

2017-10-1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기적 비평을 혐오하는 성향 탓인지, 나는 작품이 아닌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선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색스의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었을 뿐, 올리버 색스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색스의 자서전인 <온 더 무브>를 읽고 어찌나 놀랐던지. 색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라는 선입관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색스는 전형적인 의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어머니, 두 형이 모두 의사다. 색스의 한 형은 의사가 되기엔 두뇌가 너무 뛰어났던 탓일까. 조현증(정신분열) 환자다. 색스는 게이였다. 의사라고 해서 게이가 아닐 것이라 왜 미리 속단한 것일까. 색스는 몸무게가 100kg 이상일 정도의 거구다. 또한 그는 아마추어 역도 선수였다. (색스는 1961년도 캘리포니아 주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스쿠버 다이빙, 오토바이를 즐겼다. (그는 1933년 생이다.)





 

책을 읽으며, 내 인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약물 경험이 전혀 없다는 거다. 색스는 온갖 약물을 체험했다. 중독에 걸린 시기도 있었지만 극복했다. LSD, 알탄, 암페타민, 클로랄하이드레이트 기타등등. 알탄 스무 알을 먹고 아무런 반응도 없어 실망하던 차, 친구의 방문을 받고 한참을 떠들고 난 이후 색스는 깨닫는다. 이 모든 게 환각임을. (그의 책 <환각>은 약물을 먹은 이후, 신기한 체험담이 주된 내용이라 하니, 읽어봐야겠다.)



 

자서전은 주로 그의 저서들- <편두통>, <깨어남>,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등등 에 얽힌 일화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나 <깨어남>에 관해선 배우들의 일화가 흥미롭다. 색스는 영화 제작 준비 단계에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브롱크스 주립 병원을 방문한다. 색스에 따르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만났던 모든 환자들의 목소리와 말투, 대화 전체를 완전히 통째로 암기해 재연했다고 한다. ‘모방이라기보다는 빙의였다고.


 

색스는 로빈 윌리엄스를 보고 <레인맨> 당시의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한다. 색스는 호프만과 함께 자신의 자폐증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런 뒤, 감독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색스는 자신의 환자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봤다고 한다. 호프먼은 혼자 말하고 있었다. 색스의 환자와 똑같은 목소리와 몸짓으로.

 

한국 배우들에겐 절대로 기대할 수 없는 태도다. 대개의 한국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의 직업 체험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연기가 좋을 리가 없다. 한국엔 스타는 있지만 배우라고 할 만한 연기자는 없다.

 


 













색스가 영향을 받은 많은 작가들 중 네 사람만 언급하자. 우선은 스티븐 제이 굴드. 색스는 90년 한 해 동안 가장 감명 깊에 읽은 책으로 굴드의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를 꼽았다. 그리고 크릭. 색스에 따르면, 크릭은 불사의 존재. 크릭은 제자인 크리스토퍼 코흐와 함께 말년엔 의식의 문제를 주로 탐구했다. “살아서 이 이론을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하고 색스가 느낀 건 에덜먼의 이론이다.

















 












연주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 연주자는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부단히 다른 연주자들에 맞추어 조절하고 서로에 의해 조절된다. 궁극의 또는 우두머리의해석은 없다. 음악은 집단적으로 만들어지며, 매회 공연이 다 유일하다. 이것이 에덜먼이 그리는 뇌의 그림이다. 오케스트라이자 앙상블로서의 뇌, 다만 지휘자 없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

 

색스는 의사라기 보단 작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써온 일기장만 1,000권이다. 환자를 진료하며 기록한 공책도 1,000권이다. 에덜먼이 생각했던 뇌처럼,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이들이 각자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연주한다. 색스는 색스의 방식으로 삶을 연주했다.

 

글쓰기는 잘 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이상하게도 색스의 책 아직 읽지 않은-이 집에 꽤나 있다. <편두통>, <깨어남>, <뮤지코필리아>. 색스, 스티브, 크릭, 코흐, 에덜먼의 책을 읽고 싶다. 에덜먼의 말처럼, “모든 지각 행위가 창조의 행위라면 독서 역시 창조의 행위가 아닐까. 혹은 독서 역시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오케스트라같은 건 아닐는지.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는 다는 건, 위험한 행위다. 왜냐하면 더 이상 작가와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색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색스의 책이 있어 다행이다.

 

색스 할배, 고마워유

 아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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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6-1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통해 들어서 알았고 제가 갖고 있는 책은 <화성의 인류학자>예요.
신경병으로 인해 변화한 사람들의 기록이라고 서문에 써 있죠. 색스가 흥미로운 인물이라서 구입했던 책인데 다 읽지 못했어요. 오늘 봐야겠군요. 님의 글 덕분에 궁금해집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1:47   좋아요 1 | URL
저도 색스 책은 전작하고 싶네요^^

blanca 2016-06-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페이퍼가 너무 반갑네요. 저도 제자를 자신의 분신이자 아들처럼 편안하게 따뜻하게 대하는 크릭의 말년의 묘사가 참 좋았어요. 올리버 색스가 언급한 책들을 찾아볼 생각은 못했는데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6-15 12:01   좋아요 0 | URL
아. 블랑카님도요?
저도 색스와 색스가 좋아한
작가들 책을 더 읽고 싶어지네요 ^^

물고기자리 2016-06-15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10 년 전쯤 감각통합을 공부하는 지인의 권유로 올리버 색스를 처음 접했었는데, 무엇보다도 질병과 사람 모두에 관심을 갖는 그의 시선이 참 좋았어요.

의사, 배우, 작가 모두 기본적으로 어떤 선입견 없이 사람을 관찰하는 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것 같은데 색스도 그런 분이셨던 것 같아요ㅎ

시이소오 2016-06-15 14:55   좋아요 1 | URL
환자를 대상화하려 하지 않으려는 색스의태도가 저도 좋았습니다.

누구보다 한국 의사들에게 추천해야겠네요^^

꿈꾸는섬 2016-06-1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 책을 아직 안 읽어봤는데 찾아 읽고 싶네요.^^

시이소오 2016-06-15 15:16   좋아요 1 | URL
저는 환각부터 읽고 싶어요.
이러다 ㅁㅏ약에 빠질까 걱정
이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동창 중에 대마 재배하다가 깜빵 간 놈 있습니다.
그 놈 인생은 인생 자체가 중독이었죠. 부탄 가스 중독, 돼지표 본드 중독...
아마 돈 좀 벌었다 하면 뽕 중독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색스가 게이였꾼요.. 전 결혼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마도 모자와 결혼한.. 책 때문에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5:53   좋아요 0 | URL
ㅋ 아직도 연락하시면 나중에
대마라도ᆢ흠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 캡쳐해서 국정원에 고발 신고해서 국정원 시계 좀 차야겠습니다...허허허..(농담)

시이소오 2016-06-15 16:30   좋아요 0 | URL
ㅋ 국정원 한 해 활동비가 1조라는데 시계갖고 되겠어요?
하긴 천만원대 시계도있더군요 ^^

만화애니비평 2016-06-15 16:32   좋아요 0 | URL
되시면 유진식당서 정모나 합시다. ㅋㅋ

호호야날다 2016-06-15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을 보니 글쓰기는 독서보다 더 확실한 여행이 될 것 같아요. 항상리뷰 잘읽고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7:22   좋아요 1 | URL
글쓰기나 여행이나 `마음의 상태`니까요.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6-06-1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에 양질의 리뷰 잘 읽고 감니다^^ 색스의 책들 2권 읽었는데 다른 책들과 여기 소개된 책들 모두 읽어보고 싶네요ㅎ

시이소오 2016-06-16 00:38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 마음이 조급하네요^^

오쌩 2016-11-1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목요연 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시이소오 님 덕분에 관련책 리스트가 정리되서 좋네요.
고마워유.

시이소오 2016-11-16 05:14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해유^^
 















셰익스피어 사후 400주년이라 셰익스피어 관련 책을 읽고 싶어, 제임스 샤피로의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을 손에 들었으나,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멍청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덩달아 내 시간까지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결론은 셰익스피어 희곡은 셰익스피어가 썼다는 것. 나는 사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셰익스피어가 썼건, 베이컨이 썼건, 달걀이 썼건, 외계인이 썼건 관심 없다. (달걀이 썼다면 쬐끔 관심이 생길 듯도.)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을 실패하고, 다시 집어든 셰익스피어 관련 책이 오다시마 유시의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였다. 이런 책일 줄 몰랐다. ......성인이 읽기엔 쬐끔 민망하기도..... 중학생 정도가 타깃 독자층이라고 할까.

 

셰익스피어 희곡의 내러티브는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희곡이 오해오인의 모티프로 이루어져 있다. 독창적인 이야기도 없다. 오늘날로 치면 셰익스피어 전 작품이 거의 다 표절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사는 정말이지......셰익스피어 희곡을 영국 본토인의 발음으로 들으면 무릎이 후들거린다.

 

작가는 셰익스피어 희곡 중 아홉 편의 작품을 소설처럼 요약했다. 셰익스피어 극의 멍청한 플롯을 요약하곤 싶진 않고, 무릎이 후들거리는 대사들만 정리해 본다. 역자 송태욱의 번역은.....무난한 편이지만.... 나로선 전혀......원문을 찾아 읽는 수밖에.

 

책을 읽으며, 가장 다시 읽고 싶은 희곡은 역시나 <햄릿>이었다. ‘To be or not to be’를 이 책에선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로 번역했다. 아마도 역자의 번역이라기보단 오다시마 유시의 번역일 것이다. 한국 번역가들은 언제까지 오욕과 오역의 번역사를 이어갈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명명백백한 오역이다. 햄릿은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한국 셰익스피어 번역가들,.... 죽고 잡냐? (옛날엔 오역하면 죽었다.) 오다시마 유시의 번역이 원문의 뜻에 가깝다. ‘죽느냐, 사느냐는 마치 햄릿이 자살을 고민하는 것처럼 들린다. 햄릿은 3막에서 전혀 자살할 생각이 없다. 햄릿은 아버지의 복수를 감행해야 함에도, 죽음을 두려워해 행동하기를 머뭇거리는 자신의 비겁함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문맥을 따르자면, ‘to be’왕권도 소중한 목숨도 잔학무도한 놈한테 빼앗긴 부왕을 위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태를 뜻한다. ‘not to be’는 당연히 아버지의 복수를 감행하는 행위를 뜻한다. 만일 나라면,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인가, 복수를 결행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정도로 해석하겠다.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의 번역은 햄릿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게 가볍거나 멍청해 보일뿐더러 무슨 뜻인지 애매모호하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년이 되었건만, 아직까지도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오역 투성이 <햄릿>을 읽어야 하다니! 한국의 학자, 번역가라는 것들은 왜들 이리 책임감도 없고 게을러 터졌을 뿐만 아니라 지독히도 멍청한 걸까. 살무사의 알들. 타성에 찌든 이 걸어 다니는 그림자들!

 

셰익스피어 번역 경연 대회라도 열어야 할까. 한국에서는 방법이 없다. 전체 드라마의 문맥에 유념하여 각자가 원문을 읽고 해석하는 것 말고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입술은 당신 입술로 죄가 씻기었소.”

그럼 저는 당신 입술에서 죄를 받은 건가요?”

제 입술에서 죄를요? 오오, 부드러운 힐책. 그럼 그 죄를 돌려주시오.”

 

단 하나의 내 사랑이 단 하나의 미움에서 태어났다니.”

 

잠깐, 저 창문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빛은 뭘까? 동쪽에서 빛이 나니, 그럼 줄리엣은 태양인가.”

 

사랑이라는 가벼운 날개로 이 담을 날아 넘었소

 

맹세하겠소. 저 과일나무 우듬지를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는 달을 두고.”

 

오호, 행복하고 행복한 밤이로다. 밤이라 해도 모든 게 꿈은 아니겠지?”

 

빨리, 빨리, 불꽃 발의 어린 말들이여, 태양신을 오늘 밤의 숙소까지 데려오라. 오라, 아름다운 밤이여, 그리고 로미오를 내게 보내줘. 로미오가 죽으면 돌려줄게. 잘게 썰어 작은 별로 만들면 돼. 그러면 로미오는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지상의 사람들은 모두 밤을 사랑하게 되겠지.”

 

이 가슴이 너의 칼집, 거기서 잠들어라.”

 

한 여름밤의 꿈

 

잔디 덩이 하나면 베개로 충분할 거야. 마음은 하나, 침대도 하나, 가슴은 두 개라도 사랑의 진실은 하나니까.”

 

혀야, 빛을 거두어라.

달아, 이제 그만 말하라,

이제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베니스의 상인

 

내가 유대인이어서? 유대인을 뭐로 보는 거야? 유대인한테 눈이 없어? 손이 없어? 오장육부, 사지오체, 감각, 감정, 정열이 없기라도 하다는 거야? 그리스도교도와 어디가 다른데?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날붙이에 상처 입고,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약으로 낫고, 같은 겨울의 추위, 여름의 더위를 느끼지 않기라도 한다는 거야? 바늘로 찔러도 피가 안 나고, 간지럼을 피워도 웃지 않고, 독을 먹어도 죽지 않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가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면 안 되기라도 한다는 거야?”

 

당신의 눈에 제 마음은 둘로 갈라지고 말았어요. 절반은 당신 것, 나머지 절반도 당신 것, 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 것은 당신 것, 그러니 모두 당신 것....”

 

그러니 외양의 아름다움은 내용물을 배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비란 의무에 의해 강제되는 게 아니오. 하늘에서 내려와 저절로 대지를 적시는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오. 당신은 정의를 요구하는데, 생각해보시오. 정의만을 요구하면 누구 한 살마 구할 수가 없소. 그래서 우리는 자비를 바라며 기도하고, 기도 자체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겠소?”

 

 

꼭 이런 밤이었지. 트로일로스가 트로이 성벽 위에 홀로 서서 크레시다가 잠자고 있는 그리스 진영을 향해 한숨과 함께 사랑하는 마음을 보낸 것은.”

 

저렇게 작은 등불이 이렇게 멀리까지 빛을 비추다니! 아마 좋은 행위는 나쁜 세상을 저렇게 비추겠지.”

 

줄리어스 시저

 

난 나와 같은 인간을 무서워하며 사는 인생이 질색이네.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난 시저와 마찬가지로 자유인으로 태어났고 자네도 마찬가지네. 우리는 같은 음식을 먹고, 마찬가지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지. 그런데도 어떤가? 시저는 로도스 섬의 거인상처럼 세계가 좁다는 듯이 우뚝 서서 가로막고 있고, 우리들처럼 자그맣고 보잘것없는 사람은 그 거대한 다리 사이를 헤매면서 마땅히 부끄럽게 여겨야 할 묏자리를 찾고 있는 데 지나지 않지. ”

 

오늘이여, 너는 오욕의 시대다! 로마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 사람의 인간이 모든 영예를 독점한 시대가 있었나?”

 

살무사가 기어 나오는 것은 반드시 화창한 날이다. 시저는 이를테면 살무사의 알이다. 일단 부화하면 반드시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따라서 알일 때 죽여야 한다.”

 

겁쟁이는 죽을 때까지 몇 번이고 죽는 생각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이 죽음을 맛보는 것은 한 번뿐이오.”

 

썩 물러가라. 올림포스 산을 움직일 생각이냐?”

 

, 몸을 굽혀 손을 피에 적십시다. 천 년 후까지도 우리의 이 장렬한 장면은 되풀이되어 연출될 것이오.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나라들에서, 아직 알려지지도 않은 언어로.”

 

브루투스의 연설.

 

로마 시민, 우리 동포,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이 군중 속에 혹시 시저의 친구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한테 말하겠소. 시저를 사랑하는 브루투스의 우정은 그 사람보다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고 말이오. 또 그가 시저를 죽인 이유를 듣고 싶어 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오. 그건 내가 시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로마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이오. 시저는 날 총애해주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소. 시저는 행복한 사람이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기쁘지 않을 수 없소. 시저는 용감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소. 하지만 시저는 야심을 품었소. 그걸 생각하면 나는 시저를 찌르지 않을 수 없었소. 시저의 사랑에는 눈물을, 시저의 행복에는 기쁨을, 시저의 용기에는 존경을, 그리고 시저의 야심에는 죽음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거요....”

 

안토니의 추도사.

 

내 친구, 로마 시민, 동포 여러분, 들어주시오. 내가 온 이유는 시저를 묻기 위해서지 칭송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나는 여기서 부루투스와 여러분의 허락을 받고 이렇게 시저의 추도사를 하게 되었소.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고 여러분도 공명정대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시저는 나에게 성실하고 공정한 친구였소. 하지만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시저는 로마로 많은 포로를 데려왔소. 그 몸 값은 모조리 국고로 환수되었소. 그런 시저에게 야심의 그림자가 보였을까요? 가난한 사람이 굶주림에 울 때 시저도 눈물을 흘렸소. 야심이란 좀 더 냉혹한 것으로 만들어졌을거요. 하지만 브루투스는 시저가 야심을 품었다고 하오. 그리고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여러분은 모두 루페르칼리아 축제 때 목격했을 거요. 나는 시저에게 세 번 왕관을 바쳤으나 시저는 세 번 다 거절했소. 그게 야심이오? 하지만 브루투스는 시저가 야심을 품었다고 하오. 그리고 물론 브루투스는 공명정대한 사람이오...”

 

나는 인생을 시작한 날 인생을 마치려 하고 있네. 나는 인생의 결승점을 지나쳤어.”

 




























십이야.

 

어머, 난 그렇게 차가운 여자가 아니에요. 내 아름다움을 명세서로 작성하여 이 세상에 남겨두기로 하죠. 하나, 상당히 붉은 입술 두 개. 하나, 푸른 눈 두 개, 눈꺼풀 딸림. 하나, 머리 한 개. 하나, 턱 한 개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엉클어진 실을 나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다. 아아, 시간이여, 매듭을 푸는 일은 너의 손에 맡기겠다. ”

 

신분이 낮은 사람을 사랑하면

루크레티아의 명검처럼

침묵은 내 가슴을 찌르는,

목숨이다. “

 

내 운명의 별이 그대보다 위에 있다고 해서 고귀한 신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어요.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고귀한 신분을 획득하는 사람도 있고 고귀한 신분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어요. 그대의 운명이 손을 내밀고 있어요. 결연한 용기로 그 손을 잡으세요.”

 

사랑의 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습니다.”

 

남자는 연하의 여자를 애인으로 두어야 하네. 여자란 장미꽃, 그 아름다움은 덧없는 생명. 지는 것도 한순간, 피었나 싶으면 지는 거라네.”

 

더러움을 모르는 봄날의 장미에 걸고 처녀의 지조, 명예, 진실, 이 모든 것을 걸고 당신을 사랑해요.”

 

저에게도 하나의 마음, 하나의 가슴, 하나의 진실이 있습니다. ”

 

하나의 얼굴,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옷, 두 개의 몸, 자연이 만들어낸 거울이로군.”

 

어떻게 당신은 두 사람이 되었나?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도 이 두 사람만큼 닮지는 않겠어.”

 


햄릿

 


아아, 너무나도 단단한 이 육신이 녹아내려 이슬로 사라져주지 못하는 걸까! 적어도 자살을 금한 신의 율법만이라도 없었다면, 아아, 어찌하면 좋을까! 나한테는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성가시고 지겹고 쓸데없는 것으로만 보이는구나. 싫다, 싫어. 이 세상은 잡초가 제멋대로 자라나 황폐해진 채 내버려진 정원이고 역겨운 것만이 설치며 만연해 있다. “

 

마음이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니라!.....겨우 한 달 만에, 아니, 아버지의 유해에 달라붙어 니오베처럼 눈물에 잠겨 묘지까지 따라간 어머니의 그 신발이 닳기도 전에,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아, 사리분별을 못하는 짐승이라도 좀 더 슬퍼할 텐데.”

 

아아, 어쩌면 그토록 무엄하게 빠르단 말인가, 그토록 재빨리 불의의 잠자리에 뛰어들다니! ”

 

요즘 세상은 관절이 삐어 있어. 우울한 이야기지. 그걸 바로 잡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니!”

 

자네들은 무슨 나쁜 짓을 한 건가? 운명의 여신이 이 감옥에 쳐넣다니 말이야.”

길든스턴이 감옥?”하고 반문하자 햄릿이 대답했다.

덴마크는 감옥이네.”

 

나는 설사 호두 껍데기에 갇혀 있어도 무한한 우주를 지배하는 왕이라고 믿는 사람이네.”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 그것이 문제로다. 과연 목적이 훌륭한 삶인가? 이대로 마음속에 포학한 운명의 화살과 탄알을 맞으며 가만히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노도와 같은 고난에 감연히 맞서 싸워 그것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죽는 것은 곧 자는 것, 그뿐이다. 자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마음의 괴로움에도, 육체에 따라다니는 갖가지 고통에도, 그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종지부 아닌가? 죽는다, 잔다. 잔다, 아마도 꿈을 꾸겠지. 거기다, 발이 걸리는 건, 이 세상의 걱정에서 간신히 벗어나 영원히 잠드는데, 거기서 어떤 꿈을 꾸는 거지? 그게 있으니까 망설이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언제까지고 괴로운 인생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참으랴.

 

세상 사람들이 퍼붓는 비난, 권력자의 무법적인 행동, 오만한 자의 모멸, 업신여김을 당하는 사랑의 고통, 재판의 지연, 관리들의 횡포, 훌륭한 인물이 하찮은 놈에게 견디는 굴욕, 이런 무거운 짐을 누가 견디겠는가? 그저 단검으로 한 번 찔러 이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데. 괴로운 인생에 신음하면서 땀을 흘리며 걷는 이유도 그저 사후에 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다. 사후의 세계는 미지의 나라다. 사후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 자는 한 사람도 돌아온 예가 없다. 그래서 결심이 약해지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저 세상의 고생에 뛰어드느니 익숙한 이 세상의 근심을 견디려 하는 거다. 이처럼 번민하는 마음이 우리를 겁쟁이로 만든다. 이처럼 결의의 색조는 고뇌의 핼쑥한 도료로 덮인다. 생사가 걸릴 만큼 중대한 일도 그 때문에 어느새 나아갈 길을 잃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채 끝나고 마는 것이다.....”

 

아아, 햄릿, 넌 이 가슴을 둘로 찢어놓았구나.”
그렇다면 나쁜 쪽을 버리고 좋은 쪽만 남겨 맑고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세요.”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도 신의 섭리. 올 것이 지금 오면 나중에는 안 오네. 나중에 안 온다면 지금 오겠지. 지금이 아니어도 올 것은 반드시 오는 것이네. 무엇보다 각오가 중요하지.”

 

오셀로.

 

번쩍이는 칼을 거두어라. 밤이슬에 녹슬겠다. 각하, 명령은 연세로 내리면 충분합니다. 칼로 말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명예로운 살인자라고 불러주시오. 내가 한 짓은 증오 때문이 아니라 모두 명예 때문이었소.”

 

리어왕

 

바람아, 불어라. 너의 뺨을 찢어놓을 때까지 마구 불어라! 비야, 내려라, 폭포가 되고, 맹렬한 회오리가 되어 우뚝 솟은 탑, 수탉 모양의 풍향계마저 삼켜버릴 때까지 마구 쏟아져라!”

 

내게는 길이 없다. 그러니 눈도 필요 없어. 눈이 보였을 때는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곤 했어. 아아, 에드거, 사랑스러운 아들아, 속아 넘어간 아버지의 분노에 네가 희생되었구나!”

 

아아, 지금이 최악의 상태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이게 최악의 상태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안은 진정한 최악의 상태가 아니다.”

 

참지 않으면 안 되네. 사람이 태어날 때 우는 이유는 이 광대들의 무대에 끌려나온 것이 슬퍼서야.”

 

도망치는 거예요, 아버님, 사람은 참아야 해요. 이 세상에 나올 때도 떠날 때도 사람한테 자유는 없어요.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각오가 중요해요.”


맥베스.

 

좋은 건 나쁘고 나쁜 건 좋다네

 

겉은 무심한 꽃으로 가장하고 그 뒤에 뱀을 숨기는 거예요.”

 

저는 갓난아기를 키운 적이 있어요. 제 젖을 빠는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알지요. 하지만 저는 미소 짓는 갓난아기의 부드러운 잇몸에서 제 유두를 강제로 떼어내고 머리를 부숴버릴 수도 있어요. 조금 전의 당신처럼 일단 한다고 맹세했다면요.”


, 얼굴을 환하게 펴시오. 아무리 밤이 길더라도 반드시 날이 새는 법이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이렇게 시간은 종종걸음으로 하루하루를 걸아가 끝내는 역사의 마지막 한 순간에 이른다. 어제라는 날은 모두 어리석은 인간이 먼지가 되는 죽음으로 가늘 길을 비쳐왔다. 꺼져라, 꺼져라, 한 순간의 등불!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다. 무대 위에서 과장된 몸짓을 해도 차례가 끝나면 사라진다. 어리석은 자가 말하는 이야기다. 아우성치는 소리와 분노는 무시무시하지만 의미는 전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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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6-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좋습니다~^^
전 닥치고, 뉴트롤스 아디지오나 들으러 가야겠습니다.
투 다이, 투 슬립, 메이 비 투 드림~~~~~^^

시이소오 2016-06-14 10:12   좋아요 0 | URL
오, 햄릿이군요. ^^

마키아벨리 2016-06-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근 교수 강연에서 (그대로 있으면서) 왕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말하신 것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시이소오 2016-06-14 10:53   좋아요 0 | URL
아, 저로선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이네요.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의 관점이지 햄릿의 관점은 아닌 듯 합니다. ^^

syo 2016-06-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이느냐 살리느냐였군요ㅡㅡ세상에

시이소오 2016-06-14 11:06   좋아요 0 | URL
ㅋ 그런뜻이죠.바로 이해하시는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퍼 식으로 표현하자면 라임과 플로우를 살려서


˝ 할까 말까, 그게 문제니까... ˝


뭐. 이런 거네요..

시이소오 2016-06-14 13:39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그런거죠.

cyrus 2016-06-14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으로 ‘죽느냐, 사느냐’와 유사하게 번역한 분이 故 최재서 평론가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분의 <햄릿> 번역본이 한정판매로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최재서 평론가는 햄릿의 대사를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라고 번역했어요.

시이소오 2016-06-14 18:5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최 재서 평론가역이 앵무새 번역가들 역보단 낫네요.^^

페크pek0501 2016-06-1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갖고 있는 책도 사느냐, 죽느냐~ 인데
덕분에 중요한 것 얻어 갑니다.

시이소오 2016-06-15 11:11   좋아요 0 | URL
제 책, 펭귄판도 그러네용
이 부분을 제대로 번역한
햄릿이 과연 있을지 궁금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