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7. 생물학이 사람들에게 저지른 위대한 장난은 다른 사람에 관해 뭔가 알기 전에 친밀해지기부터 한다는 거야. 첫 순간에 모든 걸 이해하는 거지. 처음에는 서로의 거죽에 이끌리지만 동시에 직관적으로 전체를 다 파악해. 서로 끌리는 건 등가일 필요가 없어.

P28. 곡 필요한 매혹은 섹스뿐이야. 섹스를 제하고도 남자가 여자를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까? 섹스라는 용건이 없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매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P32.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에로서의 혼돈이고, 그 자극이 되는 근본적 불안정성이야. 너는 섹스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는 거야. 수렁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본질은 지배를 거래하는 것, 영원한 불균형이야. 지배를 배제하겠다고? 굴복을 배제하겠다고? 지배하는 것이 부싯돌이야. 그게 불꽃이 일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야.

P35. 아직 잘 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 내가 약이 올라 선생한테 "제대로 칠 수가 없네요. 이 문제는 어떻게 푸는 겁니까?" 하고 물으면 그 여자는 "천 번 쳐보세요"하고 대답해. 즐길 만한 게 다 그렇듯, 알다시피 여기에도 즐길 수 없는 부분이 있어. 하지마 음악과 나의 관계는 깊어졌고 이제 그건 내 삶에서 핵심이 되었어. 이제는 이렇게 하는 게 현명해. 내게 앞으로 언제까지 여자들이 있겠어?

P41. 콘수엘라의 몸에는 눈에 확 띄는 두 가지가 있어. 우선 젖가슴. 내가 본 가장 찬란한 젖가슴 – 잊지 마, 나는 1930년에 태어났어. 난 지금까지 아주 많은 젖가슴을 봤어. 그런데 이 젖가슴은 둥글고, 풍만하고, 완벽했어. 받침접시 같은 젖곡지가 달린 쪽이었지. 소의 젖통 같은 젖꼭지가 아니라 너무나도 자극적인, 장밋빛을 띤 연한 갈색의 큼지막한 젖꼭지.

두 번째는 음모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른다는 것이었어. 보통은 곱슬곱슬하잖아. 그런데 이건 아시아인의 털 같았어. 윤기가 흐르고, 납작하게 누웠고, 너무 무성하지도 않았어. 음모는 중요해. 그건 다시 나니까.

P50. 죽어가는 것과 죽음은 구별해야 해. 아무런 중단 없이 계속 죽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야. 건강하고 몸이 좋다고 느끼면 보이지 않게 죽어가고 있는 거야.

P56. 보통의 포르노그래피는 질투를 미화해. 괴로움을 제거해버리지. 뭐가 – 왜 "미화할까 aestheticizing? 왜 마취하지 anesthetizing않을까?" 글쎄, 어쩌면 둘 다겠지. 그건 대신하는 거야. 보통의 포르노그래피는 타락한 예술 형식이야. 그것은 진짜인 체할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진실을 버려. 포르노 영화에 나오는 여자를 원하지만 누가 그 여자와 씹을 하든 그 사람이 자신의 대리가 되기 때문에 질투는 일어나지 않아. 아주 놀랍지만 그게 심지어 타락한 예술의 힘이야.

그 사람은 대역이 되어, 그렇게 보는 사람에게 봉사를 하는 거야. 그것이 가시를 제거해서 영화를 즐길 만한 것으로 바꾸는 거야. 보는 사람이 그 행위의 보이지 않는 공모자이기 때문에 보통의 포르노그래피에서는 괴로움이 제거되는 반면 내 포르노그래피에서는 괴로움이 그대로 유지돼. 나의 포르노그래피에서는 신물날 정도로 자신을 잔뜩 채운 사람이나 얻는 사람이 아니라, 얻지 못하는 사람, 잃는 사람, 잃어버린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니까.

p88. 오직 섹스를 할 때에만 인생에서 싫어하는 모든 것과 인생에서 패배했던 모든 것에 순간적으로나마 순수하게 복수할 수 있기 때문이야. 오직 그때에만 가장 깨끗하게 살아 있고 가장 깨끗하게 자기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야. 부패한 건 섹스가 아니야 – 섹스 아닌 나머지가 부패한 거야. .....섹스는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해. 죽음을 잊지 마.

p123. 데이브, 나를 섬겨라, 아이는 말하죠, 피를 흘리는 여신의 신비를 섬겨라, 그리고 선배는 섬겨요. 선배는 어디에서도 멈추지를 않아요. 그걸 핥지요. 그걸 먹지요. 그걸 소화하지요. 그 아이가 선배를 뚫고 들어가는 거예요. 그다음엔 뭡니까? 데이브? 그 아이 오줌 한 잔? 아이에게 똥을 달라고 간청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요? 그게 비위생적이라서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역겹기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사랑에 빠지는 거라서 반대하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 그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서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지요. 그 아이는 선배의 완전성 안으로 들어온 이물질이에요.

"애착은 파멸을 초래하는 적이에요. 조지프 콘래드가 그랬어요. 유대를 맺는 자가 진다. 선배가 지금 같은 꼴로 거기 앉아 있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맛은 봤잖아요. 그걸로 부족해요? 맛보는 것 말고 뭘 더 얻으려는 거예요? 그게 인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전부고,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전부라고요. 맛보기. 그 이상은 없어요."

p127. 이게 콘수엘라는 쾌락의 걸작으로 만든 붓질이었으니까. 아이는 내가 아는 여자 가운데 보지를 밖으로 밀어내, 자기도 모르게 그걸 쌍각류 조개의 나뉜 데 없이 부드럽고 거품이 이는 몸처럼 밖으로 밀어내 절정에 이르는 소수 가운데 하나였어.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 그게 느껴지면 다른 세상의 동물, 바다에서 온 어떤 동물을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치 그게 굴이나 문어나 오징어, 몇 마일 물 아래 몇 겁 전의 생물과 관계가 있는 것인 양. 보통 질을 보면서 손으로 벌릴 수는 있지만, 이 아이의 경우 꽃이 피듯 열렸어. 씹이 저절로 은신처에서 떠오르는 거야. 안의 입술이 밖으로 밀고 나오는데, 밖으로 부풀어오르는데, 그게 아주 흥분이 되더라고, 그렇게 미끈거리며 부드럽게 부풀어오르는 게. 만지기에도 자극적이었고 보기에도 자극적이었어. 환희에 젖어 드러나는 비밀. 실레라면 그걸 그리기 위해 송곳니라도 내주었을 거야. 피카소라면 그걸 키타로 바꾸어놓았겠지.

p129. 우스꽝스럽다는 게 뭘까? 자신의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것 –그게 우스꽝스럽다는 말의 정의야. ......이 영토는 이오네스코의 가장 유명한 희곡을 떠올리게 하고 또 실제로 문학 전체에 걸쳐 희극의 원천이기도 해. 자유로운 사람은 자유롭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치거나 어리석거나 비참할지는 몰라도 우스꽝스럽지는 않아.

p131. 환멸에 빠진 한 아이가 나한테 이러더군. "실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사람이 누구겠어요? 가면을 쓴 예전 사람들이이에요. 전혀 새로울 게 없어요. 그냥 사람들이에요."

p135. "아내와 나는 혀에 있는 잇자국 수로 결혼의 건강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합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궁금해. 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벌을 받고 있나? 삼십사 년이라니. 거기에 필요한 마조히즘적 엄격함에 경외감을 느끼게 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룰루라떼 2016-03-25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까요?
왠지 쓸쓸해 지네요^^

시이소오 2016-03-25 14:19   좋아요 1 | URL
어느 부분을 말씀하시는건지? 사랑인가요? 조지는사랑이 인간의 완전함을 깨뜨린다고 주장하지만 사랑 때문에 깨지지 않고서 인간이 완전함에 도달할 것이라 보진 않아요. 사랑하지 않는것, 그것이 죽어가는 짐승이죠.
 

필립 로스 W.B 예이츠 정영목 VS 김용규

 

필립 로스의 소설 <죽어가는 짐승>은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3행의 시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정영목 역자는 소설말미에 <비잔티움의 항해> 전문을 번역했다.

 

어느 벽의 황금 모자이크 속에 있는 것처럼

,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현자들이여,

소용돌이치듯 맴을 돌며 거룩한 불에서 나와

내 영혼의 노래 선생이 되어다오.

내 심장을 살라다오, 욕망에 병들고

죽어가는 짐승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

이 심장은 자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그렇게 나를

영원의 작품 속으로 거두어다오.

 

- W.B 예이츠,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 3

 

그런데, 김용규의 <데칼로그>를 읽다 또 다시 이 시를 접했다.

 

, 벽에 걸린 황금 모자이크처럼

신의 불길 가운데 서 있는 성인들이여

소용돌이치는 성스러운 불길에서 걸어 나와

내 영혼의 노래 스승들이 되어주오.

내 심장을 불태워주오.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육신에 매달려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니, 나를 거두어

영원한 세공품으로 만들어주오.

 

<데칼로그> P145. 김용규.

 

이렇게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어느 분의 번역이 더 정확할까?

원문은 이렇다.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저도 한 번 해석 해볼까요?

 

벽에 걸린 황금모자이크 속에 서 있듯이

, 신의 거룩한 불길 속에 있는 현자들이여,

소용돌이치듯 맴도는 성스러운 불속에서 나와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주오.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짐승에 매달린

내 심장을 불살라주오.

심장은 자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나를 영원한 예술작품으로 거두어주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3-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얘기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도 이 시가 등장하죠. 그 나라 지도처럼. 그 번역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시이소오 2016-03-25 13:11   좋아요 0 | URL
아, 1연 첫구절이죠
그 번역도 궁금해지네요 ^^

박현진 2016-03-2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이소오님 네이버 블로그는 없으신가요~~?

시이소오 2016-03-25 18:22   좋아요 0 | URL
네이버블로그 있어요^^

21세기컴맹 2016-03-2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에 몸서리쳐지는 것에 세공품이란 단어가 더 불가항력적인 울림이 있네요 아주 적합합니다. 여기 와서 읽는 것이 참 좋네요,

시이소오 2016-03-26 14:29   좋아요 1 | URL
세공품, 그런가요? 좀 더 구체적인 느낌이 들죠? ^^
 


가와바타 야스나리 마르케스 박범신 토마스 만

 

역시나 이번에도. 필립 로스는 줄기차게, 지치지도 않고,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꼬셔 씹을 하는노인네의 이야기를 또 다시 써냈다. (죽어가는 짐승은 2001년도 소설이다)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의 정력이다. 아마도 필립 로스는 지금보다, 앞으로 더 자주 읽히게 되지 않을까. 바야흐로 전 세계적인 고령화 시대므로.

 

문학을 가르치는 예순 다섯 살 교수인 24살의 쿠바 태생의 제자 콘수엘라 카스티요를 카프카와 벨라스케스를 보여주는 체 꼬드겨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그는 곧장 괴로워한다. ‘젊은 남자가 아이를 발견하고 낚아채 가겠지라는 질투의 감정에 휩싸인다. 그는 예전의제자였던 캐럴린 라이언스와 양다리를 걸치고 있음에도.

 

교수가 자신의 졸업 파티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콘수엘라는 메다 아스코 (토 나와요)”라는 말을 끝으로 교수와의 관계를 청산한다.

 

교수는 찬란한 가슴콘수엘라를 생각지 않고는 오줌을 누는 적이 없을 정도로 그녀를 그리워한다. 콘수엘라는 1년 반 만에 교수를 찾아온다. 유방암에 걸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콘수엘라는 교수에게 자신의 벌거벗은 전신사진을 찍어 주길 부탁한다.

 

어느 날 교수는 자동응답기에서 콘수엘라의 목소리를 듣는다. 교수는 콘수엘라가 있는 병원으로 가려하지만 청자(독자인 우리로선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후배 교수 조지일까? 혹은 그의 아들일까?)는 소설 마지막에 되어서야 단 한마디의 말을 한다.

가지 말라고. 가면 망하는 거라고.

 

후배 교수인 조지는 두 번 다시 콘수엘라를 찾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가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조지에 따르면 사랑은 모든 사람들의 유일한 강박이고, 사랑은 사람들의 완전성에 금을 내 깨뜨린다.

 

과연 그는 콘수엘라를 찾아 갔을까?

 

 

필립 로스의 성에 대한 묘사는 익히 악명이 높다. 로스보다 우위에 선 작가는 부코우스키나 사드, 미셀 우엘벡 정도랄까. 그러나, 엄연히 이 소설은 노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노년의 사랑을 에로스타나토스의 투쟁이라 해석해도 될까?

 

이 장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 ‘성욕은 있지만 정력은 없는노인 에구치는 잠자는 미녀의 집에서 알몸으로 잠든 여인들을 탐닉한다. (이 소설이 절판 중이라 아직 읽지 못했다.)

 











마르케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을 읽고서 이것이야말로 내가 쓰고 싶은 유일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썼다. 라틴문학의 거장답게 마르케스는 늙음 앞에서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탄식보다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긍정, 사랑에 대한 찬가를 들려준다.

 









노인 문학한국 소설은 단연 박범신의 <은교>. <은교>를 읽고 나는 쓰레기 표절 작가가 10년 만에 작가가 되었다는 감상을 토로했는데..... 착각이었다. <은교>는 표절작이다. <은교>애 비하면 신경숙의 표절은 애들 낙서 수준이다.

 

박범신은 주로 일본 작가의 책을 베껴다 쓴다. 다른 작품을 다 확인해 볼 수도 없고 그럴 만한 가치도 없지만 (내 시간은 소중하다), <은교>는 주로 다자이 오사무를 베꼈다. 문장이 아니라 문단을 통째로 베꼈다. 왜 박범신의 표절에 대해선 쉬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 모든 소설들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노년의 사랑의 최고의 작품은 역시나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 죽다>가 아닐까. 탓치오를 향한 아센바흐의 다다를 길 없는 사랑을 생각할 때 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

 

아센바흐는 사랑하는 이를 만져보지도, 이름을 불러보지도 못한 채, 병에 걸릴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쓸쓸히 죽음을 감내한다.

 

후배 교수인 조지의 말처럼 사랑은 사람을 완전히 부셔버린다. 사랑은 자기분열이고 자아상실이다. 사랑에 의해 깨지지 않은 사람을 과연 완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하지 말아야 할 시기란 없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깨비 2016-03-25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어가는 짐승도 사놓고 아직 못 읽고 있는 책들 중 하나입니다. 노년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을 가질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요즘에는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관심사가 저로서는 참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시이소오 2016-03-25 06:25   좋아요 0 | URL
저도 나이를 먹다보니 로스 책은 들여다보게 되네요^^

2016-03-25 0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5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25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어도 좋아˝ 지요. 그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제목하나는 기막히게 잘 지었다 생각해요. 생물학적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저 힘이(?) 딸릴 뿐. 언제나 마음은 청춘인 게 문제지요.

시이소오 2016-03-25 09:12   좋아요 0 | URL
ㅋㅋ 맞습니다 `죽어도 좋아` 제목 죽이죠 .^^

cyrus 2016-03-2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 묘사를 심하게 한 작가로는 아폴리네르도 있습니다. 아폴리네르는 사드의 문학적 후예입니다. 그가 쓴 포르노 소설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성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포르노 동영상을 보면서 그래도 문장으로 옮긴 듯한 기분이 듭니다. ^^;;

시이소오 2016-03-25 18:24   좋아요 0 | URL
아폴리네르가 소설을 쓴 지는 몰랐네요. 역쉬 사이러스님. 짱이지 말입니다^^

cyrus 2016-03-25 18:38   좋아요 0 | URL
소년 돈 주앙의 회상
http://blog.aladin.co.kr/haesung/7929549

일만 일천 개의 채찍
http://blog.aladin.co.kr/haesung/8104451


제가 쓴 글을 늘 부끄럽게 생각해서 다른 사람에게 링크 주소를 알리면서까지 읽어보라는 말을 잘 하지 않아요. 그래도 시이소오님이 궁금하실까 봐 제 글의 링크 주소를 알려드립니다.

아폴리네르가 시인으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는 포르노 소설을 썼어요. 이 두 권의 작품이 <일만 일천 번의 채찍질>(출판사: 문학수첩)이라는 제목으로 묵여서 종이책이 나온 적이 있었지만, 절판되었습니다. 예문출판사의 ‘밤의 문학’ 시리즈로 다시 나왔는데, 내용이 너무 야해서 그런지 종이책으로 나오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전자책으로만 나와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5 18:38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
 

p190. 최승자는 예의 <내 무덤 푸르고><자본족>에서 새들도 자본 자본 하며 울 날이 오리라고 벌써 예언했다.

 

p192. 김정환은 마지막 시집의 뒤표지에 추천의 말으 쓰면서 이렇게 끝을 맺었다.

 

“......기어코 울음이 터지긴 전에, 승자야, 승자야,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 한 권 빌리는 것은 얼마든지 좋겠으나 행여 꿈에 꿈에 떠날 일이 있더란다 갓신 고쳐 매고 떠날 일이 있더란다그딴 얘긴 다시 말고, ‘그리하여 오늘 오늘 오늘 내가 주고그딴 생각 정말 말고 들어다오, ‘하룻밤 검은 밤’, ‘죽지 말라고’,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를. 그 목소리가 바로 더 미친 바깥 시인들 목소리고 네 목소리 다 승자야, 네 이름이 승자 아니더냐.”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기억의 집>, 기억하는가, 최승자

 

둥글게 내 볼을 파갔어, 박바가지였어

그래도 있잖아, 새색시였어

이쁘게 들여다보는 새벽이었어

떨려 온몸이 파들거렸지 뭐

 

하늘이 몇 번 우그러지고 펴지고 그랬어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 박우물, 정화진

 

토막난 길들을 이으며 강은

탐욕스레 삶의 안팎으로 흘러간다

때로 사람들이 정처없이 발을 빠뜨리고 마는

저 강의 하구에

물컹거리는 무덤들의 바다가 있다

무수한 분묘이장공고를 펄럭이며

고요한 바다가

동백을 품은 채 누워 있다

낡은 옷의 사람들이 절름거리며

그들 몫의 생애를 건너가고 있을 때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가 있다>, 정화진

 

p203. 이제 작가가 되려고 제 펜의 날을 가는 사람도 제 욕망과 세상의 욕망이 출렁이는 강을 건너가려고 특별한 다짐을 할 것이다. 그의 탐색이 어디에 이를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스름저녁 국수당 돌각담의 스무나무 가지에 녀귀의 탱을 걸고 나물매 갖추어놓고

비난수를 하는 젊은 새악시들

-잘 먹고 가라 서리서리 물러가라 네 소원 풀었으니 다시 침노 말아라

 

벌개늪역에서 바리깨를 두드리는 쇠소리가 나면

누가 눈을 앓아서 부증이 나서 찰거머리를 부르는 것이다

마을에서는 피성한 눈숡에 저린 팔다리에 거머리를 붙인다

 

여우가 우는 밤이면

잠없는 노친네들은 일어나 팥을 까리며 방뇨를 한다

여우가 주둥이를 향하고 우는 집에서는 다음날 으레히

흉사가 있다는 것은 멀아마 무서운 말인가

 

- <정본 백석시집>, 오금덩어리라는 곳, 백석

 

섣달에 냅일날이 들어서 냅일날 밤에 눈이 오면 이 밤엔 쌔햐안

할미귀신의 눈귓신도 냅일 눈을 받노라 못 난다는 말을 든든히 여기며

엄매와 나는 앙궁 위에 떡돌 위애 곱새담 위에 함지에 버치며

대냥푼을 놓고 치성이나 드리듯이 정한 마음으로 냅일눈 약눈을 받는다

 

이 눈세기물을 냅일물이라고 제주병에 진상항아리에 채워두고는 해를 묵여가며

고뿔이 와도 배앓이를 해도 갑피기를 앓아도 먹을 물이다.

 

- <사슴>, 고야, 백석

 

산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

 

- <사슴>, 노루, 백석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반달>, 윤극영

 

엄마 하고 불렀더니

아빠 얼굴 떠오르고

아빠 하고 불렀더니

엄마가 웃으며 달려 오신다

 

왜 안 그래

산이 산이 높아도 물 속에 깃들고

물이 물이 깊어도 그 소리 산을 넘는데

바람은 울긋불긋 무지개 다리

 

옥이야 철이야 모두 오너라

줄 대어 그 위에서 발을 구르면

무겁다곤 안 할거야 떠받쳐 줄거야

좋아라 가락 높여 삼천리 꽃길을 가자

 

<꽃길>, 윤극영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벗이 갔단다

도래샘도 띶십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 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케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오랑캐 꽃>, 이용악

 

아들이 나오는 올겨울엔 걸어서라두

청진으로 가리란다

높은 벽돌담 밑에 섰다가

세 해나 못 본 아들을 찾아오리란다

 

그 늙은인 암소 따라 조이밭 저쪽에 사라지고

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

끄슬은 돌 두어 개 시름겨웁다

 

<강가>, 이용악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이 깨어

그리운 곳 참아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그리움>, 이용악

 

p241 그러나 그(김춘수)가 정작 목표로 삼았던 것은 비유적 이미지도 서술적 이미지도 아닌 , 염불을 외우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부터 해방된 탈이미지이자 초이미지인 무의미의 시다. 이 이미지 넘어서기 속에 구원이 있다고, 말하자면 다른 세상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한 시론에서 이렇게 썼다.

이미지를 지워버릴 것, 이미지의 소멸,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결이 아니라,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뭉개버리는 일. 그러니까 한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하여금 소멸해 가게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다음의 제3의 그것에 의하여 꺼져가야 한다. 그것의 되풀이는 리듬을 낳는다.”

 

남자의 여자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맨발로 바다를 밟고 간 사람은

새가 되었다고 한다.

발바닥만 젖어 있었다고 한다.

 

<눈물>, 김춘수

 

한밤에 깨어보니

일만 개의 영산홍이 깨어 있다.

그들 중

일만 개는 피 흘리며

한 밤에 떠 있다.

밤은 갈라지고 혹은 찢어지고

또 다른 일만 개의 영산홍 위에 쓰러진다.

밤은 부러지고 탈장하고

별들은 죽어 있다.

별들은 무덤이지만

영산홍은 일만 개의 밤이다.

깨어 있는 것은 쓰러지고

피 흘리고

한밤에 떠 있다.

 

 

p249. 유몽인의 <어우야담>과 허균의 <성소부부고>가 모두 황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은 작게 여길 일이 아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여,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견우를 떠나보낸 뒤에

시름하며 푸른 허공에 던져두었네

 

영반월, 황진이

 

공주님 한창 당년 젊었을 때는

객기로 청혼이사 나도 했네만,

너무나 청빈한 선비였던 건

그적에나 이적에나 잘 아시면서

어쩌자고 가을되어 문을 삐걱 여시나?

수두룩한 자네 딸, 잘 여문 딸

상객이나 두루 한 번 가 보라시나?

건넛말 징검다리 밖에 없는 나더러

무얼 타고 신행길을 따라 가라나?

 

<석류개문>, 서정주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행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깃발, 유치환

 

p271.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농담같은오늘 2016-03-23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이었던가요, <밤이 선생이다>를 읽고 황현산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도 한 편, 한 편 아껴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런 글을 써주시는 어른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책 많이 읽으시는 북플 친구 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시이소오 2016-03-23 10:59   좋아요 1 | URL
농담같은 오늘님 저도 반가워요^^ <밤이 선생이다>도 좋았죠? 황현산 쌤님이 우체국을 휙 뛰어넘을 때, 어찌나 신나던지요 ㅋ

농담같은오늘 2016-03-23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사회를 보는 눈과 시대에 대한 감각, 젊은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전혀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드시는 어른이셨어요. 책 읽으며 웃었다 울었다 했던 기억이 있네요. 우리 사회엔 이런 어른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립니다. 서로 배우고 이끌어주고..참 좋은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3-23 12:02   좋아요 1 | URL
신영복 선생님도 영면하셨지만 훌륭한 어르신분들이 많으니 기운을 내야겠어요. ^^

[그장소] 2016-03-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 선생이다 ㅡ는 제목만 아직도 음미중인 ㅡ책 ㅡ아직 더 여물자 ㅡ하면서...밤이 왜 선생인가 ㅡ상상하는 즐거움을 조금더 누리고 파서..말예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들~!

시이소오 2016-03-23 12:03   좋아요 1 | URL
밤이 왜 선생인가? ㅋ 그장소님도 즐거운 하루 되소서

[그장소] 2016-03-23 12:14   좋아요 1 | URL
시이소오 님도!^^
 

아무래도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사서봐야 마음이 편할것 같습니다
저부터 인증샷 나갑니다. 릴레이 인증샷 기대할께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6-03-2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바다에 허우적거리던 구00 학생이 수영을 못 하는 안00 학생의 손을 꼭 잡고 헤엄을 치며
겨우 구명보트에 도착했는데 두 학생을 끌어올리던 해경이 말했다.

˝존나 늦게 올라오네, 씨발. 이 새끼 존나 무거워.˝
˝죄송해요.˝

김00 학생은 바다에 빠지는게 무서워 노란색 펜더가 달린 로프를 몸에 감았다. 해경이 다시 말했다.

˝그거 빨리 놔라, 개새끼야.˝
˝안돼요. 죽을 것 같아요.˝

어디 다치진 않았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는 해경은 없었다.
구조하던 놈들도 이지경인데...

참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에요.

시이소오 2016-03-21 12:19   좋아요 0 | URL
황당하네요. 하여간 죽음을 방기한 놈들 한 놈도 빠짐없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물어야 합니다.

:Dora 2016-03-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시이소오 2016-03-21 12:37   좋아요 1 | URL
3테라바이트의 자료를 정리하다니 어마어마하네요. 인증샷 기대할께용^^

깊이에의강요 2016-03-2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기도 하시지*^^*

시이소오 2016-03-21 17:05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을 쓰신 분들이 멋지지요 ^^

깊이에의강요 2016-03-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복하고 볼 수 있을런지...후~~

시이소오 2016-03-21 18:43   좋아요 0 | URL
너무 겁먹지마요. ^^; 같이 인내심을 기르자구요^^

나와같다면 2016-03-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중입니다.. 근데 책장을 잘 넘기지 못하겠어요..

시이소오 2016-03-21 21:4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은 꽤 오래동안 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