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심장에 구멍이 두 개 있다고 했다. 총 맞은 것처럼?
심방에 한 방, 심실에 한 방.
늦둥이 딸은 빛을 본지 어언 5개월이 넘었어도 단 500그램도 자신의 몸에 보태지 못했다.
심장에 구멍이 뚫려있으면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같은 건가 보다.
그래서 수술을 했다.
딸이 아파하는 일주일동안 일을 쉬었다.
병간호를 하루 온종일 할 필요는 없었기에
딸이 아파하는 동안 나는 책을 읽었다.
(고맙다. 딸. 미안해 딸)
구구절절한데 다른 달보다 비교적 책을 많이 읽은 이유는 일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거.
7월 읽었으나 체크 못한 책 세 권 포함. 23권.
앗, 이달의 책을 안 뽑다니. 긴급 수정.
<은밀한 생>을 다 안 읽었으므로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을 뽑는다.
1. 프로이트를 위하여
프로이트나 츠바이크나 내겐 둘 다 ‘현존의 최고 형식’이다.
번역한 그대, 자랑스럽네 그려.
2. . 철학 듣는 밤
이책에 대해선 지난달에 언급해서 패스.
한마디만 하자면 '엄지 두 척'
3. 서른, 노자를 배워야 할 시간
서른이건, 마흔이건, 쉰이건
노자는 평생 배워야 한다.
4. 자유로울 것 – 임경선
가르치려는듯한 에세이는 싫어하는데
이상하게도 임경선의 에세이는 끝까지 읽게된다.
책에 관한 이야기 때문일까?
임경선만의 독특함 때문에?
5.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영어 공부해서 나도 원서를 보든가 해야지.
이거 참 배알이 뒤틀리넹.
6. 여행 작가로 먹고 살기
7. 여행 작가 수업
미치도록 여행이 가고 싶은데. 돈도 없고 내가 여행가믄 처자식은 어쩌라고??
혹시 이런 방법으로라도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곳도 경쟁이 치열하구나.
여행 작가 포기.
8. 넛셸 – 이언 매큐언
9. 시대의 소음 – 줄리언 반스
빌려온 책 중 조지 오웰 평전을 읽다가......
혹시 조지 오웰이 탄생한 집 이름을 아시는 분이 계신지? .....
책 제목인데.....
바로 ‘넛셸’이다.
‘어, 그래? 이런 우연이!’ 하고는 조지 오웰님을 던져두고 <넛셸>을 집어들고 읽었다.
나로선 너무나 조용해 의아한 일이 있었다.
이언 매큐언과 줄리언 반스의 책이 거의 같은 시기에 한국에 출판되지 않았나?
그런데 왜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현대 영국 문학의 두 거장의 신작이 동시 출간되었는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이 두 작가에 견줄만한 현역 영국 작가는 누굴까요?)
그래서 ‘이언 매큐언 VS 줄리언 반스’라는 페이퍼를 너무 쓰고 싶었는데......
혹은 이런 페이퍼. 48년생 작가들을 비교하는?
이언 매큐언, 김훈, 파스칼 키냐르가 48년생이다.
(이 세 작가 중 누굴 가장 좋아하시는지?)
만일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한 순간의 망설임없이 대답하겠지.
단연 파스칼 키냐르다.
지난달에도 <은밀한 생>을 아주 조금 읽었다.
이제 몇 페이지 안 남았다.
거의 3년을 읽었을까?
9월에는 다 읽겠지.
<은밀한 생>도 참 신기한 소설이다.
몰입되어, 혹은 지루해서,
너무 공감이 가서, 혹은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
후딱 읽고 싶다가도, 최대한 늦춰가며 야금야금 읽게 되는 책이다.
10. 이것이 나의 도끼다
파스칼 키냐르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길래.
어머나,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히려 천명관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천명관은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하던데,
음..... 그러다 칼 맞는다.
대한민국에서 소설만 써서 생활이 가능한 소설가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열 명 정도?
그중에 한명이 천명관이다.
그리고 조만간 영화감독 데뷔까지.
그럼에도 자신을 루저라고 말하면
정작 나 같은 루저는 어쩌란 말인가?
확 죽어뿌까??!!
11. 약간의 거리를 둔다
책의 가르침대로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노 아야코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싶다.
고식(姑息)이라는 말은 ‘잠시 동안 한숨 돌리다’라는 뜻이다. 인간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잠시라도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진행을 미룰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p 57
12. 형태뿐인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예찬>을 몇 번이나 마주쳤는지.
읽으라는 계시일까?
에이미 멀린스로부터 영감을 받았겠지.
<일식>은 끝내 다 읽지 못했지만, <형태뿐인 사랑>은 완독했다.
그러나, ‘형태뿐인’ 독서
13. 의심의 철학
<니체의 인생강의>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이진우 교수의 책.
더 이상 이진우 교수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인상적인 챕터는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대중을 기만하는 문화산업. 나 역시 그런 ‘기만’을 생산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비판적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탄생한다. 우리는 얼마나 다량의 수면제를 쳐먹었길래
‘이명박그네’같은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일까? 아렌트식으로 말하자면 얼마나 생각하지 않았길래?
14.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다들 구질구질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물론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에릭 메이젤의 코칭은 특별날 게 없다. 이런거라면 나도 하겠다.(물론 상담하겠다는 사람은 없겠지.)
상담을 의뢰한 예술가들, 각자의 사연은 구구절절하고 처절하다.
15. 생각의 기술
난 사이토 다카시를 까기 위해 그의 책을 읽는다.
‘이번에는 까고 말테야~~!!’
이번에도 실패다.
미친 거 아냐!
특히나 ‘연구’와 ‘절차’는!
쉽게 읽힌다고 사이토 다카시를 우습게 보지 마시길.
어렵게 쓰면서 우스운 사람들 차고 넘친다.
16. 완벽한 공부법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후 내가 읽은 고영성 작가의 두 번째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꽤 잘 읽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왜 이리 두꺼운거냐? 첫인상이 영.
그러나, 역시 읽은 보람이 있다. 특히나 영어 챕터. 이 책을 읽고 다시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이 나이에 또 다시 영어를??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17. 나이 들어 외국어라니
데이비드 세다리스가 웃기다고 해서 읽어봤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웃기시넹. 혹은 내가 유머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데 이분, 진짜 웃기다. 나 역시 저자인 윌리엄 알렉산더만큼이나 불어에 환장한 적이 있었더랬다. 그렇지만 저자만큼 열심히 공부한 적은 없었다. (내가 한 노력이라곤 방통대 불문과 전국 수석정도? 수석의 비결? 남들 다 일하느라 바쁠 때 나는 백수여서 도서관에서 시험공부했다. 음핫핫.
어찌된 게 다독의 비결과 똑같구나. 나는 어찌하야 자본주의 사회에 대책없이 한량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것일까)
어찌나 공감가는 이야기가 많던지. <올드보이>가 칸느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해에 나는 프랑스 어느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었다. 도대체 나는 불어로 뭐라고 했던걸까!?
“신보다도 어려운 게 프랑스어다” - 가수 펄 베일리
왜 웨이터는 나에게 뜨거운 커피가 아니라 차디찬 아이스크림을 준 것일까? 커피는 ‘카페 오 레’아니었나?
57세에 불어를 공부하다니! 나도 늦지 않았다. 57세가 되기 전에 불어를 정복해야지.
그보다 우선 영어를!
흑!!
18.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
드러커의 다섯 가지 질문은 꼭 경영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에도 적용가능하다.
특히나 첫 번째 질문.
“미션은 무엇인가?”
그러니까 나, 왜 사는 걸까? 나의 미션은 처자식 먹여 살리는 걸까? 우리들 대다수는 ‘재미는 없지만 의미 있는’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살아가지 않을까? 누구나 ‘행복과 의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활동’에 몰두하며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재미와 의미가 모순을 일으킬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책은 해답을 제공해주진 않는다. 홀스티의 미션 선언문을 참고해야 하나.
“이것이 당신의 인생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이 있다면 자주 그것을 하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다면 바꿔라.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만둬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텔레비전을 꺼라. 삶의 반려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면 멈춰라.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시작할 때 그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나친 분석은 그만둬라. 삶은 단순하다. 모든 감정은 아름답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마지막 한 입까지 감사하라.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과 두 팔, 가슴을 열어라. 우리는 서로의 다름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열정에 대해 묻고 당신의 꿈과 영감을 그들과 함께 나눠라. 자주 여행하라. 길을 잃는 것이 너 자신을 찾도록 해줄 것이다. 어떤 기회는 단 한 번만 온다. 그것을 붙잡아라. 인생은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과 당신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나가서 그 창조적인 일을 시작하라. 인생은 짧다. 당신의 꿈을 살고, 당신의 열정을 나눠라.”
삶은 여지껏 ‘나의 미션’을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삶이 ‘나의 미션’을 허락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9. 한줄내공
어떤 생각을 하실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렇지만 분명 ‘당신 안의 얼어붙은 바다에’ 도끼 자국이 새겨질 글귀 하나를 건질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 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이노우에 다케히코, <슬램덩크> 중에서
20. 무심하게 산다
너무 무심하게 쓰셨다.
가쿠타 미쓰요는 소설만 읽어야겠다.
21. 드러커 피드백 수첩
이럴 순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잘하는 게 없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한두 가지 재능이 있기 마련 아닌가?
나도 사람이거늘.....이상하게......없다.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피드백’은 각자의 장점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다.
강점에 집중하고 강점이 아닌 것은 버리는 선택을 하기 위해.
“당신이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있는 것을 알도록 하라.”
마치 망치로 대퇴부를 강타 당한듯한 문장.
이거 참, 죄다 모르는 것 천지니, 알아야 하는 건지, 몰라도 되는 건지 판단이 안 선다.
프로란 자신에게 어떤 지식이 있고 어떤 지식이 없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 아마추어같아.
......영어? 영어를 다시 공부해야 할까?
드러커는 40대 이후로 제2의 인생을 향한 도움닫기를 해볼 것을 권한다. 일명 하프 타임.
기간은 5년. 이 5년 동안 앞으로 살아갈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라고.
헷갈리는 조언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
‘나를 이용해 어떤 성과를 올려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단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판단을 돕는 질문들
전반 생에서 무엇을 이루었는가?
왠지 모르게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은 일이 있는가?
일의 판도를 바꾼 결정적 순간은 언제였는가?
최고의 업적은 어떤 것이었는가?
어떤 컨디션일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가?
팀 동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죽은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당신은 누구를 행복하게 해주었는가?
누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는가?
당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분야는 무엇인가?
시작하고 싶지만 시작하지 못한 분야는 무엇인가?
새로운 파트너로 함께 활동할 사람들은 있는가?
어떤 아이였는가?
가족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학창시절은 어떻게 보냈는가?
어떤 꿈을 품고 취직했는가?
친구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어떤 사람과 결혼했는가?
회사에서 어느 부서에 있었는가?
어디로 이직을 하였는가?
어떤 사회활동을 하였는가?
22. 타이탄의 도구들
선거 때만 되면 이런 말 하는 사람들 꼭 있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똑같다.”
정말? 문재인과 홍준표가 똑같다고??
저런 주장은 자신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를 은폐하기 위해
타인의 개성을 개무시한다는 점에서
파렴치한 발언이다.
(선거철에 저런 말 하는 사람을 만나면 제발 경멸해주자.)
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기 계발서는 다 쓰레기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다 읽어봤어?
이 분야에서도 ‘스터전의 법칙’은 유효한 듯 보인다.
그렇다. 자기 계발서는 쓰레기다. 그러나, 10% 정도의 자기 계발서는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100자 평을 포기한다. 적어놓고 싶은 구절이 한 두 문장이 아니다.
페이지마다 즐비하다.
이 나이가 되어 믿어 의심치 않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습관의 힘’이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다.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사소한 습관. 그러한 습관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나는 나쁜 습관만 갖고 살아온 거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법.
이 책을 읽고 아주 사소한 새로운 습관을 들였다.
그러니까 어떤 책은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른다.
이 책이 그러하다.
23. 삼체
휴, 어마어마하다.
이명박, 박그네 및 그/그녀의 추종자들은 분명 벌레다.
징그럽고 극히 혐오스럽다는 점에서.
또한 멸종시키기가 극히 힘들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