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국인 - 대한민국 사춘기 심리학
허태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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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책을 읽고 말았을까. 어쩌다 한국인이어서.

매몰비용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시종일관 이해할 수 없는 논리, 맥락에 맞지 않는 사례, 부정확한 용어의 남발, 심리학적 오류, ‘가끔만 제정신이다.

 

저자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사춘기와 유사하다고 해석한다. 그 특징으로 주체성, 가족확장성, 심정중심주의, 관계성, 복합유연성, 불확실성 회피라는 6가지 개념을 제시한다.

 

주체성? 주체성이라고? 사춘기에 주체성이란 게 있나? 한국인이 주체성이 강하다고? 플로베르가 말한 ‘le juste mot정확한 단어는 문학에서 만큼이나 비문학에서 중요하다. 맥락을 보아하니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기중심성이다.

 

저자는 주체성의 예를 들기 위해 국민 모두가 판사인 척 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는 원칙을 지키는 사법부는 국민들로부터 미움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원칙? 원칙이라고 했나. 대한민국 사법부가 원칙을 지킨다고? <주진우의 사법 활극>을 표창처럼 던지고 싶다.

 

가족확장성?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인가? 가족이 해체되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판에 무슨 가족확장성? ‘가족확장성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군대를 예로 든다. 가족에서 왜 군대로 뻗어나가는지 나는 당최 이유를 모르겠다. 한 술 더떠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인들에게 대통령은 어버이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버이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군사부일체의 의미가 남아 있어서?

 

더 심각한 건 저자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인식이다.

 

대통령은 개인으로서 세월호 사고를 일어나게 했거나 설사 대처를 잘못한 것에 원인을 제공했다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어도 별로 크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만약 그런 주장을 내세운다면 그런 사람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저자는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한국인의 특성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명색이 심리학자거늘 가족에서 군대, 국가로 이어지는 일반인들이 저지르는 심리학적 오류의 맹점을 지적하진 않고 엉뚱한 주장만 펼친다.

 

관계주의, 이건 동의할 만한데, 또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관계주의라는 용어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건 사적인 일대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저자는 관계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광우병 사태를 예로 들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사태는 여러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실제로 미국산 소고기를 먹어서 광우병에 걸릴 객관적인 확률, 유럽과 일본 등의 나라들보다 광우병 발병 빈도가 더 낮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서만 유달리 반응이 격했던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소에게 광우병을 일으키는 동물성 사료 먹이기를 금지시켜서 광우병은 거의 통제가 가능하고 실제로 발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던 사실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산 소고기가 실제로 별 문제없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국민들이 보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부정적 태도, 정부에 대한 반감의 원인을 그 비합리성에서만 찾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왜냐하면 정부가 합리적인 정보를 계속 제공할 때마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리적인 정보를 계속 제공했다구!!

, 뒷골 땡겨. 명색이 대학교수라는 작자의 생각이 저렇다. 조선일보 좀 그만 쳐봐라.

 

심정중심주의는 무슨 뜻일까? 저자에 따르면 행동보다는 마음을 중시하고, ‘심정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여기서 왜 대한민국 교육 문제를 사례로 드는지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갑자기 재벌은 아무나 하나라고 하면서 사려 깊게도 재벌 2세들의 외로움을 챙기신다. 지식인들이 재벌 앞에서 아부하기 바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그렇지만 아래의 문장을 그냥 넘기자니 부글부글 속이 끓는다.

 

어차피 부와 경영권의 세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불법만 아니라면 그것을 막을 방법도 명분도 사실 없다. 따라서 이제는 경영권 승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건설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 후계자의 성공과 실패는 사회 전체와 많은 사람의 삶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

 

그러니까. 재벌의 상속권을 인정하자? 지금 수 백 명의 경제학자들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불평등에 대해 성토하고 있는 마당에 상속을 정당화하자?

멍청한 걸까? 비열한 걸까? 둘 다 인가.

 

복합유연성은 또 무슨 말일까. ‘상황에 맞추거나 상대에 맞추는 등 여러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선택을 싫어하는 경향을 뜻한다. 또한 저자는 복합유연성이 생각이나 행동, 감정들이 서로 모순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것들을 동시에 추구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저런 특성을 유연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래서 한국 사회는 지난 60년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살 것 같다. 최소한 물질적으로는.....”

 

윗 문장은 허태균 교수가 한국 사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썼다는 걸 증명한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 너도 나도 비정규직으로 몰려 아사직전이거늘. 금수저로 태어난 것일까.

 

대체적으로 저자는 한국 교육 문제에 대해선 동의할만한 관점을 내비치는데, 아마도 저자가 아이들 교육비의 부담을 체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기 돈이 줄어드니 아까웠을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복합유연성에서도 한국의 교육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런 주장을 내뱉는다.

자사고의 잘못인가?” 혹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자사고에 보냈던 것은 아닐까. 교육 불평등과 과도한 사교육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자사고를 유지하자는 게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6번째 한국 사회의 특성은 불확실성 회피.

 

우리는 오히려 옛것을 싹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과 아파트를 짓는 데만 몰두했다. 그결과 우리의 삶에는 과거의 모습이 없다. 이런 한국 문화의 특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손에 잡히는 않는 무형의 무엇인가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불확실성 회피라고 할 수 있다.

 

옛것을 없애는 게 불확실성 회피인가. 확실한가?

 

이 책은 확증 편향, 이기적 편향, 기본적 귀인 오류, 가용성 편향, 인지 부조화, 권위자 편향 등등 온갖 심리적 편향의 사례집으로 활용할 만하다.

 

저자는 작금의 인문학을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게 어떨지. 오랜 유학 생활 때문인지 저자는 한국어의 뜻을 정확히 모르신다. 책을 쓰기 이전에 한국어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조선뉴스는 그만 쳐다보고 제발 공부 좀 하자. 살다 살다 이렇게 무식한 심리학자는 처음 봤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개가 딸랑거렸으면 한 번쯤은 쓰다듬어 줘야겠지. 김정운은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은 교묘히 회피하고 광대 짓으로 시선을 돌릴 정도로 영악한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자.

 

근데 황석영 작가는 이따위 책에 추천사는 왜 썼을까. 제대로 읽긴 읽은 걸까. 이명박 때부터 헛발질 하시더니 영원히 루비콘 강을 건너가신건가.

 

간만에 분노를 태워가며 글을 쓴다.

세네카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화를 가라앉혀야겠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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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륀 2016-03-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궁금했던 책인데 안읽어도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08 09:45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해서 읽었다가 시간만 날렸네여^^;

해피클라라 2016-03-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곤소곤) 속이 시원합니다..>_<

시이소오 2016-03-08 10:17   좋아요 1 | URL
(소곤 소곤) 많이 참았는걸요^^;

sb 2016-03-08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망작은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죠. ㅎㅎ 힘내세요^^

시이소오 2016-03-08 10:37   좋아요 0 | URL
양서를 읽는 것만큼이나 악서를 피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

cyrus 2016-03-0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자가 사회를 분석하거나 전망하는 내용이 있는 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1:27   좋아요 0 | URL
현명한 지적이십니다. 애초에 심리학을 내세워 사회를 말한다는게 가당치도 않지요^^

아타락시아 2016-03-0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일베인가요? 피해야 할 책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1:54   좋아요 0 | URL
일베인지는 아리까리합니다만 피해야 할 책인것만은 분명합니다^^

2016-03-08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2:27   좋아요 0 | URL
이런 댓글을 읽으면 뿌듯하네요^^ `그래 다른분들의 귀한 시간과 돈을 절약시킨것만으로 쓰레기 책을 읽은 보람이 있구나`하고 말이죠 ^^

깊이에의강요 2016-03-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하나를 주시다니요.
너무 후하십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2:49   좋아요 0 | URL
이토록 사랑스런 댓글이라니요.
너무 감사합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동태탕처럼 시원하네요.. 시이소오 님의 칼날 서평을 읽으니 갑자기 이 책 무지 읽고 싶네요...ㅎ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3-08 13:03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러실까봐 고민했다니까요. `읽지마세요`하면 읽고 싶어지실텐데. 어쩌지하고.
읽으시더라도 되도록이면 빌려서 읽으시길. ㅋㅋ

2016-03-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덟 문단까지만 읽고 (똥을 미리 밟아주셔서)감사하고 (차마 다 읽지 않아)죄송하다고 덧글 달기 위해 스크롤을 내렸습니다. ^^

2016-03-08 14:18   좋아요 0 | URL
아... 황석영...

시이소오 2016-03-08 14:20   좋아요 1 | URL
잘하셨어요. 굳이 읽을 필요없습니다. 이 책을 안 읽게 하는게 제 목적이니까요^^

samadhi(眞我) 2016-03-0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자(?)가 정부 고위 관료 제의라도 받았을까요? 어차피 읽을 생각도 안 했지만, 성질이 끓어오르는 걸 참아내고 끝까지 읽어낸 시이소오님의 인내에 경의를 표합니다. ㅋㅋ

시이소오 2016-03-08 19:42   좋아요 0 | URL
인내보다 분노가 더 강했습니다. 원래는 100자평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읽다보면 계속 열받아서 ㅋ^^;

쿠자누스 2018-06-0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황석영~2

시이소오 2018-06-05 12:43   좋아요 0 | URL
ㅋ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읽어봤네요. ㅋ 잼있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2019-06-1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야말로 최악의 서평이네요. 주진우 후빨러 + 광우뻥 신봉자 + (병적인)삼성혐오자가 싫어하는 책이니 읽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판단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9-2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상에 sns에서 일부 문장만 보고 재밌겠다 싶어 빌려봤는데 초장부터 느껴지는 쎄함(?)에 반납해야겠거니 싶었습니다. 더 안 읽어도 되겠네요. 선생님의 서평에서 힙함마저 느껴집니다..

시이소오 2024-10-11 14:24   좋아요 0 | URL
리뷰를 쓴지 8년이 지났음에도 한분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드린듯 하여 뿌듯하네요. 제가 이 책에 들인 헛된 시간이 보상받는듯 하여 감사할 따름이네요. 어쩌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 이 기쁜마음을 주체할수 없어 맥락을 좀 무시하겠습니다. 축하해요 한강. 고마워요 한강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