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난한 찰리의 연감 -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모든 것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재미와 흥미를 따라가라. 그러다 보면 나에게 맞는 일을 발견할 것이고, 그때부터 일은
일이 아니라 놀이가 될 것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우연히 나에게 배달된 이 영상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놀이가 되는 일을 찾으라"는 인도인 투자자의 이 말은, 워커홀릭들이 십수 년간 미친 듯이 일하면서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일론 머스크, 미스터 비스트, 워런버핏 같은 사람들은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고, 일에만 몰두하는데도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부와 명예는 부러울지언정 그들처럼 일에 미쳐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애써 신포도는 아니라고 위안해본다.) 그런데 만약 일이 놀이처럼 재미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놀이는 하루 종일 해도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으며, 오히려 행복하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그런 놀이 같은 일이 있을까?
그때부터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흥미를 끄는 일, 재미있어서 스스로 공부하게 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했는데, 각종 게임, 드라마, 영화, 웹툰, 웹소설, 보드게임 등 앉아서 놀 수 있는 각종 놀이들을 다양하게 즐겼고 문학, 예술, 패션, 정치, 사회, 여행, 글쓰기, 주식까지 취미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언제나 나 혼자만의 세계에 머물렀다. 한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친구들과의 대화는 늘 한의학이나 환자 치료, 논문 이야기로 채워졌다. 하나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다방면에 걸친 나의 관심은 뚜렷한 장점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이런 관심사들이 돈이나 이익과 연결된 적은 없었다. 그저 재미있는 취미에 불과했다.
그런데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을 알게 되면서 나의 이런 특성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멍거의 격자틀 정신모형이라는 독특한 사고체계 때문이다. '내 다방면의 호기심을 활용해, 각 학문의 핵심 아이디어를 익혀 격자틀 정신모형을 만들면 어떨까? 나도 찰리 멍거처럼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별 쓸모가 없었던 취미생활은 격자틀 정신모형을 만나면서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어보였다. 그날부터 찰리 멍거는 나의 인생 스승이 되었고, 그의 철학을 따라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찰리 멍거처럼 살고 싶다면, 먼저 그를 알아야 했는데 직접 쓰거나 인정한 책은 딱 한 권뿐이었다. 그 책이 바로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신으로 출판된 적이 없었고 어떻게 구해서 읽어야 하는가 고민하던 중, 정말이지 운 좋게 도서출판 김영사에서 진행하는 가재본판 독서 후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책을 받은 후 곧바로 탐독했고, 이틀 만에 완독했다. 책에 담긴 깊이 있는 내용이 자주 나를 사색하게 만들었는데 찰리 멍거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 써서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은 투자 철학을 확립하는데만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지침서로도 훌륭하다. 찰리 멍거가 강조한 격자틀 정신모형을 확고히 다지면 투자에서 성공할 확률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살 확률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찰리처럼 나도 삶과 투자에 대한 독자적인 철학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