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화 <곡성>을 보았다재밌는 영화였고 잘 만든 영화라는 점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또한이 영화가 완벽한 쓰레기라는 것도대다수 평론가들이 독버섯에 취한 듯 영화에 홀려 <곡성>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니한국 영화 평론은 어쩌다가 이 정도까지 우매하고 천박하고 타락한 걸까. <곡성>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니들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이게 나홍진이 <곡성>을 통해 하소연 하고 싶었던 말이다영화판의 소문에 따르면나홍진은 인간이 아니다악마다영화를 위해 영혼을 판 메피스토적 악마라면 그의 예술혼에 경의를 표할 것이다그러나그는 단지 히틀러전두환 같은 파시스트 형’ 악마다나홍진은 같이 작업하는 스텝들의 인격을 눈곱만큼도 존중하지 않는 걸로 악명이 높다그는 주변의 동료들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사용한다나홍진은 <곡성>을 통해 자신을 악마라 부르는 이들을 향해 제대로 한풀이를 하신다.

 

<곡성>은 악의 입장에서 기술한 악의 진술서.

 

피해자 코스프레 

 

나홍진은 영화 후반부에서대중이 마치 아무 죄 없는 일본인()을 차별하는 것처럼 묘사한다더군다나 종구(곽도원)와 그의 친구들은 떼로 몰려 가 일본인을 살해하려 한다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가? (요리조리 잘도 도망 다니던 일본인은 왜 갑자기 종구와 친구들 앞에 하고 선물처럼 내려온 걸까.) 나홍진은 이방인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을까. ‘나는 아무 죄가 없는데 니들이 나를 악으로 몰았어

 

일광(황정민)은 곡성을 벗어나려다 나방떼의 습격을 받고 도로 곡성으로 돌아가자신의 과업을 달성한다종구를 현혹하기일광은 악을 행하고 싶어서 행하는 게 아니라강제에 의한 것이었다나홍진의 페르소나는 주로 일본인(이방인), 아니면 일광이다나홍진은 일광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는 원래부터 나쁜 놈이 아니야먹고 살려다 보니 그런 건데왜 나를 욕해나도 피해자라고.’

 

네 탓이다.


누누이 말하지만지배계급에 기생하는 지식인들은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려고 발악을 한다. <곡성역시 마찬가지다방에 없는 효진(김환희)을 찾아 나선 종구에게 무명(천우희)은 말한다. “니가 의심했으니까”. 의심하지 않았으면 효진은 악마의 낚시 줄에 걸리지 않았단 말인가. (무명의 말을 믿고무명 옆에 죽치고 있었으면 아내와 장모는 살아났을까금어초 결계는 도대체 언제 친 걸까딸이 나가기 전에종두가 나가기 전에종두가 나간 후에?)

 

 

악마는 사제에게 말한다. ‘네가 이미 의심했잖아.’ 악마의 말은 이런 뜻이다내가 악마가 된 것은 나 때문이 아니다. ‘네가 나를 악마로 생각한 이상나는 악마가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악마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네 탓이다.’

 

 

수호신과 인간들

 

수호신인 무명(천우희)이나 주인공 종두를 비롯한 마을 사람 모두 희화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나홍진이 주변의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다나홍진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다 바보로 생각한다신이 있으면 뭐할 것인가방관자에 불과한데너희들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으니 나는 기꺼이 악마가 되겠다그러니싸그리 다 죽여주마이게 나홍진의 의식 표면 밑에 깔린 심리다.

 

나홍진은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연쇄살인범이 되지 않았을까. <곡성>은 악을 탐구하는 영화가 아니다. <곡성>은 악의 변론서다악마의 곡성에 평론가들마저 놀아나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다돈만 되면재미만 있으면 그만인가너나 할 것 없이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영혼들뿐이다나홍진은 오늘날의 도덕적 불감증이 잉태한 악마다.

 

 

나약한 사람들에게 자유는 흔히 어둡고 적의에 찬 세계 앞에서 발가벗긴 채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모습으로 이해되는데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은 낯선 자의 영혼을자기 자신의 인격을 깨부수는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도덕적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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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0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인데, 다음 주 무도 때문에 영화를 보게 생겼어요. 왠지 곡성을 안 보면 무도의 웃음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5 12:12   좋아요 0 | URL
<곡성> 보셔야죠. ㅎㅎ

표맥(漂麥) 2016-07-05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서 곡성곡성거리니... 보긴 봐야할 영화인 모양입니다.^^

시이소오 2016-07-05 12:48   좋아요 0 | URL
화제의 영화잖아요^^

보빠 2016-07-0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적 불감증 꼭 읽어보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7-05 12:50   좋아요 0 | URL
지그문트 바우만도 전작하고 싶은 저자네요^^

수이 2016-07-05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곡성은 아직 볼 용기가 없고 바우만은 읽어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7-05 16:52   좋아요 0 | URL
바우만은 추천이요 ^^

stella.K 2016-07-0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홍진이 영화는 잘 만들죠. 하정우가 나왔던 그 영화도(기억이 안 나는군요.ㅠ)
재밌게 보긴 했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하정우는 감독의 파르소나 아니겠습니까?
하정우 보면서 이 감독 보통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영화판에선 악명이 높군요.
전 나중에 보는 걸로 하죠.ㅋ

시이소오 2016-07-05 16:52   좋아요 0 | URL
학을 뗀답니다 ^^

북깨비 2016-07-05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보고 와서 이동진 평론가의 평론을 두시간 듣고 그 분 해석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이렇게도 해석이 되는군요. 아무래도 디비디로 출시되면 한번 더 보게 될 것 같아요..

시이소오 2016-07-05 16:56   좋아요 0 | URL
두시간동안 뭐라 했는지 궁금하네요. 두시간동안 볼 자신은 없고요 ㅎ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홍진은 그래도 헤오조크에 비하면 천사입니다.
도저히 못하겠다던 배우 킨스키를 총 들고 연기 안 하면 쏴 죽인다고 협박해서 가까스로 영화를 찍었으니 말입니다.
클라으스 킨스키는 그때 죽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친딸을 지속적으로 강간했거든요..
7살 때부터인가.. 하튼, 딸 촬영장에 데리고 다니면석 상습 성폭행..

시이소오 2016-07-05 16:55   좋아요 0 | URL
헤어초크는 예술혼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ㅎ ㅎ

나홍진은 그냥 인간이 개차반이자나요 ㅋ

samadhi(眞我) 2016-07-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 얘기도 그렇고 전혀 끌리지 않아서 다운 받아서도 보고 싶지 않네요. 김지운, 악마를 보았다 라는 영화가 불쾌하더라구요. 싸이코패스를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달콤한 인생을 워낙 잘 만들어서 믿고 봤더니...
곡성이 그 영화랑 비슷한 기분일 것 같네요.

시이소오 2016-07-06 23:25   좋아요 0 | URL
곡성은 싸이코패스가 만든 영화죠 ^^

samadhi(眞我) 2016-07-06 23:28   좋아요 0 | URL
그러면 보지 않는 게 맞겠어요. 내일 재개봉되는 환상의 빛 이나 보렵니다.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이소오 2016-07-06 23:36   좋아요 0 | URL
오, 테루 원작소설 말씀이시죠
. 저도 보고 싶네요 ^^

꿈꾸는섬 2016-07-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영화를 잘 보던 제가 요새 무서운 영화가 싫어서 피하느라 곡성을 계속 못 보고 있어요.
시이소오님 글 읽으니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좀 더 천천히 보게 되겠지만요.

시이소오 2016-07-12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나이들고 잔인한 영활 못 보겠어요. ^^;

마녀고양이 2016-07-26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제 어제, 두 번에 걸쳐 곡성을 보았어요. 생각이 많았죠.
시이소오님의 곡성 해석은 또 다른 방향이네요.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보는 중입니다.
너무 덥네요, 여름에 건강 챙기셔요~

시이소오 2016-07-26 14:50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마녀고양이님도더위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고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 ^^

2016-07-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저는 박찬욱도 그러하다 해요. ㅎㅎ 몰입감에 반전에 긴장에 스릴미에 다 좋다 해요. 근데 그게 뭐라고 꼭 사람 죽여대는 걸로 얻으려고 할까요? 죽여도 참 무참하게 죽여가면서. 이 영화는 볼 생각도 없으니 이 이전 것들로 하는 말입니다만. 이 감독만의 얘기도 아니고요. 아오, 말이길었어용 ㅋ

시이소오 2016-07-26 17:17   좋아요 1 | URL
박찬욱 감독은 무수한 스텝들이 한국 감독들 중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에요. 나홍진과는 인격자체가 비교불가한 분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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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7-0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 조영래 변호사님의 망월동 수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도 좋지만,
전 변호사님의 일기글을 좋아해요..

시이소오 2016-07-04 22:09   좋아요 0 | URL
다 읽으셨군요. 사유도 올바르시지만 글도 참 잘 쓰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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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6-07-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이 빌릴 수가 있나요?? 제가 사는 곳 시립도서관은 한 명당 5권인데... 어마어마하네요^^

시이소오 2016-07-04 11:01   좋아요 0 | URL
남양주는 다른 동 도서관에서도 대출 되거든요. 20권 대출 됩니다. 인천쪽은 90권 가능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ㅎ^^

아무 2016-07-04 11:03   좋아요 0 | URL
제가 있는 곳은 다른 동 도서관이랑 연동되는 걸로 알고 있어서..ㅠㅠ 그나저나 인천이 90권이라니 어마어마하네요. 이사가야 하나... ^^;;

시이소오 2016-07-04 11:06   좋아요 0 | URL
저도 인천으로 이사갈까 고민했었어요 ㅋ

cyrus 2016-07-04 18:12   좋아요 0 | URL
대구는 공공도서관 통합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전 도서관 책 모두 빌릴 수 있습니다. 대출권수는 20권입니다. ^^

니페딘1T 2016-07-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서 보시고 좋은책은 구입하시기도 하시나요?.......

질문을 하고 보니 당연한 질문을 했네요. ㅎㅎㅎ

그리고 보통의 책읽기... 제목만 보고 알랭 드 보통의 새책이 나왔나 했습니다. 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4 11:04   좋아요 0 | URL
ㅎ ㅎ 선대여, 후구입이랄까요. 먼저 읽어보고 두번 이상 읽을 책만 사는거죠.

제가 요즘 돈이 없거든요 ^^;

시이소오 2016-07-04 11:32   좋아요 0 | URL
보통의 책읽기.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의 독후감 책이에요. 이 작가도 어마어마 읽네요. 재밌습니다^^

포스트잇 2016-07-0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이) 떡~

시이소오 2016-07-04 11:33   좋아요 0 | URL
아, 바빠요 ㅎㅎ

깊이에의강요 2016-07-0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몇달치ㅋ

시이소오 2016-07-04 16:32   좋아요 0 | URL
저는 강요님에 비해 살날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ㅎ 한 40년 ?
ㅋ 강요님은 미니멈 60년? ㅋ^^

singri 2016-07-0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대단한 시소님 빌릴 수 있는것도 대단하지만 읽어 내시는 것도 대단하네요ㅡ 서중석 책 빌리러 갔는데 없어서 주문해놓고 왔어요. 아마도 사서 봐야될듯도 하고 .

시이소오 2016-07-04 22:10   좋아요 0 | URL
저도 서중석 선생님 책은 다 사들일 작정입니당 ㅎㅎ

블랙겟타 2016-07-1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강준만 선생의 책중에 그나마 좋아했던 책이 산책 시리즌데요 ㅎㅎ 우연히 근대사 산책을 읽고 이렇게 정리가 잘되어 있다니라고 감탄하며 그 이후로 매일 도서관 출근 하며 10권 다읽은 기억이 나네요. ㅎㅎ 그리고 나중에 상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 10만원치를 털어서 한국 현대사 산책 세트를 샀던 기억도 나구요. 여기서 다시보니 반갑네요. 현대사 산책 40년대편 글 올려주시는 거 잘 읽고 있습니다. ^^

시이소오 2016-07-15 12:05   좋아요 1 | URL
오, 대단하세요. 저도 언젠가는 꼭 다 사고싶어욧.

블래겟타님, 반갑고 감사합니다. ^^
 

리뷰를 많이 못 써서 책을 많이 읽은 줄 알았더니, 착각 이었다.   

책을 너무 많이 빌리는 바람에, 반납일에 맞추려고 쫓기다시피 읽었는데.....


왜 그런지 5월 달 보다 많이 읽진 못했고, 

많이 쓰지도 못했다. 


심장으로 읽은 책이 많아서 일까. 


이 달엔 정말이지 '이달의 책'을 한 권만 뽑을 수가 없다.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 씨리즈, 강준만 선생님 존경합니다.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씨리즈, 서중석 선생님 존경합니다. 

안경환의 <조영래 평전>,  조영래 변호사님 존경합니다.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한승헌 변호사님 존경합니다. 

장 지글러의 <인간의 길을 가다>, 장 지글러 선생님 존경합니다. 


정말 전 국민에게 추천하고픈 책들이다. 


2016년 상반기 238권을 읽었다. 

제발 이제는 일을 해야 할텐데. 

로또 1등이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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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7-0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님 독서량은 무시무시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1 09:07   좋아요 0 | URL
이백삼십팔권을 읽는동안 백수로지내는 제자신이 무시무시 하네요 ㅋ

samadhi(眞我) 2016-07-01 09:14   좋아요 0 | URL
일 하면서 그 많은 책을 어찌 읽습니까. 백수라해도 그 정도 읽는 건 무리지요. 저는 백수로 지낼 때가 대부분인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책읽기를 미루고 사는데요. 강준만, 한국현대사산책 시리즈 마음만 먹고 안 읽고 있는데요. 그 분의 연구태도가 정말 존경스럽더라구요. 책 읽는 속도가 책 쓰는 속도를 못 따라가다니, 정말 부끄러워요.

시이소오 2016-07-01 09:14   좋아요 0 | URL
실은 책만 읽고 싶어용. 일하기 싫어해서 큰 일이네요^^;

samadhi(眞我) 2016-07-01 09:25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ㅋㅋ
예전에 ˝평생 놀면서 살고 싶어˝ 라는 만화책을 빌려왔더니 울 언니가 딱 니 얘기네. 그러더군요. 평생 빌어먹고 살아야 하는 인생을 생각하며 우울하게 출근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제 자신을 믿지 못 하거든요. ㅎㅎ

시이소오 2016-07-01 09:31   좋아요 0 | URL
실직도 나름 긍정적인 요소가 있죵 ㅎ ㅎ 일하면서 책 읽기
쉽지 않잖아요 ^^

samadhi(眞我) 2016-07-01 09:3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시이소오 2016-07-01 09:44   좋아요 0 | URL
저는 일이 일인지라
일할 땐 거의 한 두권 밖에 못 읽어요.

백수는 축복이자 저주에요 ^^;

samadhi(眞我) 2016-07-01 10:0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헛소리지만(?) 저는 백수가 직업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만날 욕 먹고 살지요.

비연 2016-07-0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일하면서 책읽기는 정말... 난제ㅜ
우선 강준만선생과 장지글러선생의 책, 보관함에 퐁당 합니다. 감사~
그나저나 시이소오님 하시는? 하셨던? 일이 궁금하네요~^^

시이소오 2016-07-01 10:13   좋아요 0 | URL
ㅋ저도 감사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7-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기 싫어서 시이소오님 서재로 도망 왔어요^^;

시이소오 2016-07-01 20:10   좋아요 0 | URL
앗, 답신이 늦어 죄송해요 ^^;

지금은 괜찮아요 ?

깊이에의강요 2016-07-0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겨주세요 ㅋ

cyrus 2016-07-0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권도 많이 읽은 겁니다. ^^

시이소오 2016-07-01 20:13   좋아요 0 | URL
ㅋ 더 읽고 싶은데요ㅎㅎ

yureka01 2016-07-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34권이면 하루에 한권이상이란 건데..대단한거예요 우앙..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7-01 20:14   좋아요 1 | URL
백수 잖아요 ㅎ ㅎ

깊이에의강요 2016-07-0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숨겨주셔서 강제소환 당했...ㅎ

시이소오 2016-07-01 20:39   좋아요 0 | URL
앗, 강제소환을,
죄송해요 ^^;

moonnight 2016-07-0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하십니다@_@; 제 경험으로는 일 안 할 때는 오히려 책을 많이 안 읽게 되더라구요. 존경합니다.^^

시이소오 2016-07-01 21:07   좋아요 0 | URL
책을 읽는 사람보다는 책을 쓰는 사람을 존경해야죠 ^^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기 위해 지난 달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김수행의 <자본론>,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을 읽고, 이번 달엔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의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를 읽었다. 우치다 타츠루는 마르크스의 자도 모르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마르크스의 대단함을 낱낱이 보여줄 것이라 공언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글쎄.

 

책은 마르크스의 책에 대한, 우치다 타츠루와 이시카와 야스히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서한 형식을 취한다. 언급되는 마르크스의 책은 네 권이다. <공산당 선언>, <유대인 문제>,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 <경제학 철학 수고>, <독일 이데올로기>

 

공산당 선언

 

아직 <공산당 선언>을 완독하진 못했지만, 야스히로가 설명하는 공산당 선언의 내용을 우치다 만큼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해보겠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간에겐 먹고 사는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세상엔 잘 먹고 잘 사는 놈들이 있고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마르크스가 보기엔 역사 내내 잘 먹고 잘 사는 소수의 놈들이 못 먹고 못 사는 다수의 사람들의 몫을 빼앗아 배를 불려왔다. 그렇다면 이런 부조리를 깨부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곡괭이와 삽을 들고 청와대로 습격해야 할까. 마르크스는 우선 약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강자들(새누리당)이 정치적 권력을 행사한다.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이유다.

 

약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획득한 이후에는 강자들이 약자를 착취한 무기를 빼앗아야 한다. 기계나 공장. 이렇게 되면 다수의 약자를 괴롭히는 정치권력이 없어지게 된다. 이럴 때, 각자의 자유와 만인의 자유가 조화로운 사회가 가능하다.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다. 우리가 목격한 공산주의 국가와 마르크스가 꿈꾸었던 공산주의 국가는 전혀 다르다. 마르크스가 꿈 꾼 공산주의 사회는 지금은 사라진 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 보다는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같은 북유럽 사회주의 국가와 비슷하달까.

 

 

우치다 타츠루는 마르크스를 읽으면, 마라토너들이 느끼는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아카데믹 하이를 느낀다고 말한다. 왜 마르크스를 사랑하느냐? 그건 마르크스를 읽으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마르크스를 읽었다고 무언가가 한 순간에 해결되지는 않는단다. 단지, 마르크스를 읽으면 자신이 감옥 안에 있었다는 깨달음을 준다고. 우츠다 타츠루가 꼽는 <공산당 선언>의 명문중의 명문은 이렇다.

 

공산주의자들은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 질서를 강제적으로 전복시킴으로써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 지배 계급들로 하여금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전율하게 하라. 프롤레타리아들은 혁명에서 족쇄 말고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세계를 획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 <공산당 선언> 87

 

우치다 타츠루는 몇 페이지에 걸쳐 위 글이 왜 명문 중의 명문인지를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매력적인 해설이다. 리베카 솔닛은 울프의 에세이가 반비평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비평이 작품을 못 박는 거라면 반비평은 작품을 해방시킨다.

 

위대한 비평은 예술 작품을 해방시킴으로써 작품을 더 완전히 보여주고, 계속 살아 있게 하며, 끝없이 이어지면서 끝없이 상상력을 북돋는 대화로 이끌어 들인다. 해석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구속에 반대한다. 영혼을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비평은 그 자체로 위대한 예술이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p 142

 

정성일 같은 비평가는 작품을 못 박는다. (이러한 비평을 위한 비평을 우리는 흔히 딸딸이라 부른다.) 그러나, 신형철 같은 섬세한 비평가들은 작품을 해방시킨다. 우치다 타츠루 역시 그러하다.

 

타츠루에 따르면, 프롤레타리아란 그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족쇄 말고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노동자. 따라서 마르크스의 문장은 동어반복이다. 그런데 박력이 차고 넘친다. ? ‘족쇄를 끊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명령당위의 문장을 이어붙인다. 여기서 불편함이 아니라 붕 뜨는 느낌’, ‘도약의 느낌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타츠루가 보기에 마르크스 문장이 뿜어내는 마약성은 여기에 있다.

 

마르크스가 애용한 유명한 어구 중 ‘salto mortale’이 있다. ‘목숨을 건 도약’. 타츠루는 마르크스가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마르크스와 함께 점프하는 것이 아닐까 묻는다. 마지막 문장은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정의롭고 공정한 세계를 위한 싸움을 앞두고 기본적인 마음가짐으로서 단결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나는 마르크스가 위대하고 느껴요.....참된 혁명의 선언은 미움이나 파괴를 부추기는 말이 아니라 우애를 담은 말로 끝맺지 않으면 안 돼요.

 

- p52.

 

유대인 문제

 

<유대인 문제>는 바우어의 논문에 대한 마르크스의 응답이라고 한다. 바우어의 논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고.

 

유대교도의 해방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하지만, 독일에서 억압받는 이들은 유대인뿐 아니라 모든 인민이다. 따라서 유대인 문제는 모든 독일인의 해방을 둘러싼 문제로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독일인의 해방을 달성하려면 독일 국가가 기독교의 굴레를 버리고 근대 국가가 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독일의 인민 스스로 기독교나 유대교 같은 특정한 종교로부터 빠져나와 자유로운 자기 의식을 획득해야 한다.

 

바우어를 비판하기 위해 마르크스가 만든 개념이 정치적 해방인간적 해방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정치적 해방역시 진보지만 종래의 세계질서 내부에 머무르는 진보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적인 욕망, 이기주의는 시민사회의 원리이고, 실제적인 욕망과 이기주의의 신은 화폐.

 

오늘날 신자유주의 국가는 대개 정치적 해방이 실현된 사회다. ‘약육강식에 미쳐 날뛰는 경쟁 사회’. 경쟁에서 패해도, 남에게 모욕을 당해도, 배를 곯아도 모두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사회. 마르크스가 보기에 작금의 신자유주의 국가는 정치적 해방을 이루었을지언정 여전히 인간적 해방을 이룬 것은 아니다.

 

참으로 해방된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열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이웃이나 공동체 전체를 늘 배려하고, 그런 일을 진심으로 기쁘게 할 것이 분명해. 그리고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인간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 P 93.

 

마르크스는 그러한 인간을 유적 존재라 불렀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행복과 이익에 신경 쓰는 만큼의 열의로 이웃의 행복과 이익에 신경을 쓰는 유적 존재가 되는 것을 인간 해방의 완수라고 봤어요.

 

- P 94

 

마르크스가 열일곱 살에 쓴 <직업의 선택에 관한 어느 청년의 고찰>유적 존재개념의 단초를 제공한다.

 

어떤 지위를 선택할 때 우리를 이끌어주어야 할 주요한 안내 요소는 인류의 행복이며 우리 자신의 완성이다. ....도리어 인간의 본성이란 자신과 동시대 사람들의 완성을 위해, 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일할 때에만 자기의 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18358, <전집> 40, 519)

 

P 78

 

유적 존재는 인류의 해방과 자신의 완성을 일치시키는 사람이다.


헤겔 법철학 비판

 

마르크스에 따르면 종교 비판은 해묵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천상의 비판은 지상의 비판으로 바뀌어야 한다. 종교의 비판은 법의 비판으로, 신학의 비판은 정치의 비판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기득권의 시녀인 헤겔 철학을 비판한다. 인간적인 해방을 이루는 주체가 바로 다수의 약자들이다. 족쇄 말고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노동자.

 

종교가 존재하는 것은 종교를 통해서만 메울 수 있는 사회적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정치를 실현한 사회에는 고유한 사회적 결함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치다 타츠루는 <헤겔 법철학 비판>의 마르크스에 동의하지 않는다. 타츠루가 보기에 악의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은 오히려 사회 전체에 퍼져있다. 따라서 살펴야 할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겨 뭍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할까. 그런데 타츠루는 전혀 논리와 맞지 않게, ‘우선 나를 모든 멍에로부터 해방시키라는 말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인간을 절대 신용하지 않는단다. 그럼 어쩌라는 거지?? 악은 사회 전체에 퍼져 있으므로, 기득권을 비판할 수도 없고, 나를 바꿀 수도 없는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지? 대다수 인간은 그렇다면 누군가 나를 해방시켜 줄 때까지(증여)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타츠루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 악의 무리가 있다. 다만 소수의 악의 무리와 다수의 약자 사이엔 특정한 집단이 있다. ‘악의 부역자. 나치 수용소를 예로 들자면, 나치와 유대인 사이에 존더코만더스’(나치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태워죽이고, 약간의 혜택을 누리는 유대인). 일제강점기로 보자면 식민인 일본과 피 식민인 한국인 사이에 친일파들. 오늘날 한국의 존더코만더스들은 사법부, 검찰, 경찰, 재벌, 언론, 방송, 학계에 널리 자리 잡고 있다. 죽 한 그릇 더 먹겠다고 다수의 국민들을 착취하는 자들.

 

프랑스가 나치 부역자들을 처단했듯, 이 바퀴벌레같은 악의 부역자들을 법으로 강력하게 처단해야 한다.

 

경제학 철학 수고

 

대다수 약자들이 일을 해서 생산물을 만든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소수의 강자들에게 돌아간다. 그런 상태에서 대다수 약자에게 일이란 더 이상 기쁨이 될 수 없고, 고통이 된다. 이런 상황을 마르크스는 소외라고 불렀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정치적 해방만으로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인간적 해방이 필요하다. 타츠루의 표현으로, 인간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은 좋아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인간을 바꿀 것인가. 마르크스는 인간이 유적 존재를 지향하면 바뀐다고 말했다. 유적 존재를 지향하는 것. 그것이 코뮌주의. 원초적 형태의 코민주의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의 재산을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성까지도. 플라톤의 <국가>에서 제시하는 국가가 이러한 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제시하는 코뮌주의는 보다 문명화되고 인간적인 코민주의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채우는 행위가 그대로 공공의 복리로 이어지는 사회. 공자가 말한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의 사회. , 누구나 마음가는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사회. 마르크스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회적이지 않고, 사회적이지 않은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독일 이데올로기

 

 

<독일 이데올로기>에 와서야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의 기본적인 해명이 이루어진다. ‘유물론은 흔히 받는 오해처럼 정신보다 물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론이 아니다.

 

유물적이라는 말은 그것이 인간 사회의 역사적인 변화의 원동력을 이나 자아같은 사회 외부에 있는 어떤 정신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회 자체의 내부에서 탐구한다는 뜻이에요.

 

p168

 

옛날에 인간이 물에 빠지는 것은 그들이 중력의 사상에 붙들려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중력의 사상없이 물에 몸을 던지면 빠지지 않기라도 한단 말인가. 옛날에 신을 믿고 동물원 사자 우리로 내려간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런 예외 없이 처참하게 갈기갈기 찢겨 사자 밥이 되었다. 혹시 사자가 신을 믿고 기도를 올렸기 때문일까. 아무리 신을 믿고 사자 우리에 가도 찢겨 죽는다. 쉽게 말하면 이게 유물론이다.

 

즉 마르크스에게 중요한 것은 사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현실을 변혁하는 것.

 

공산주의는 우리에게 만들어져야 할 상태도, 현실이 따라가야 할 미래형의 이상도 아니다. 우리가 공산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폐기하는 현실적 운동이다. 이 운동의 제 조건은 지금 현존하는 전제로부터 생겨난다.”

 

한마디로 공산주의는 이상적인 나라(유토피아)라는, 제멋대로 그린 설계도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껴안고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모습이 정해지는 결과라는 말이에요.“

 

공산주의라는 것은 미리 정해진 설계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다다르게 되는 결과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어떠한 시대든 지배 계급의 사상은 지배적 사상이다. 오늘날의 신자유주의가 강자들의 사상인 것처럼.

 

국가는 지배 계급에 속한 개인이 그들의 공동 이해관계를 관철시켜 어느 특정한 시대의 시민사회 전체를 총괄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 귀결로서 모든 공통의 제도가 국가의 매개에 의해 정치적 형태를 띄게 된다. 그로부터 법률은 의지에 기초한다는, 그러니까 현실적 토대에서 떨어져 나온 의지인 자유로운 의지에 바탕을 둔 것 같은 환상이 생겨난다.” 


국가나 법률도 그 내실을 들여다보자면 지배 계급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있다는 말이지요.

 

p 197.

 

오늘날 한국의 사법부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언론은 툭하면 박유천 성폭행 사건과 홍상수, 김민희 불륜 이야기만 쏟아낸다. 홍만표 비리 사건, 정운호 게이트, 어버이 연합과 연관된 전경련, 국정원, 청와대 관련 기사는 좀 체로 찾아볼 수가 없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변경론>이란 책을 썼다. ‘변경의 백성이라는 것이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결정적으로 뒤틀리게 해놓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본인은 이런 액자 속에 들어 있다고 정기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그의 목표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일을 상상해볼까요? 평범한 벽이 있고 거기에 액자에 넣은 그림이 걸려 있지요.....하지만 액자 안의 그림은 그렇지 않지요. 거기에 그려져 있는 것에는 만인 공통의 의미가 없어요. 어떤 사람은 흘깃 본 뒤 아무런 감동도 받지 않고 지나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 앞에 서서 몸속 깊은 곳에서 전율을 느끼지요. 액자란 그 안에 있는 것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의미를 길어내시오하고 지시해요. 즉 메시지를 해석하라는 지시를요. 그러니까 액자를 어느 곳에 갖다 댈 것인가, 무엇을 액자 안에 넣을 것인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군요.

 

그 어떤 그림이든 누군가가 어떤 심오한 의도와 절실한 바람을 갖고 긴 세월 동안 제작해낸 것인 이상, 해석할 가치가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 액자란 사람들을 해석으로 유도하는 장치인 셈이지요.

 

p 210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의 인간이라는 것der Mensch’를 비판한다. 타츠루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것을 본질적으로 규정해버리면, 아무리 인간적인 행위를 하든지,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든지, 인간의 자기동일성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인간이 인간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본질이 아니라 행위.

 

임승수의 <원숭이를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고, 마르크스의 천재성에 감탄했다면, 이 책을 읽고는 마르크스의 의로움에 감탄했다. 우치다 타츠루는 마르크스의 말마따라 유적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 모든 사람이 유적 존재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그곳이 결국 유토피아가 아닐까.


우선은 나부터.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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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2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읽고 싶어서 보관함에만 계속 넣어두고 있네요. 이 페이퍼 읽으니 자극돼요 ㅎㅎ

시이소오 2016-06-28 13:51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반가워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읽긴 했는데 `울수도 웃을 수도 없어서`
그냥 노크도 하지 않고 소리없이 나왔답니다.

지금은 괜찮으신지요?
우울함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자극 받으셨으면 달리세용 ㅋㅋ ~~



:Dora 2016-06-28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맑시즘이 열리는데 좋은책 소개 감사해요

시이소오 2016-06-28 15:01   좋아요 0 | URL
강연인가 보네요.
맑스가 열리다니 신선합니다^^

alummii 2016-06-2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세줄에서 빵터졌어요 ^^제가 자본론 격파 시리즈로 야심차게 찜해두었거나 사놓고 아직 읽지못한책 목록이랑 똑같아서요ㅋㅋㅋ이 리뷰를 보니 읽고싶어지네요

시이소오 2016-06-28 20:0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제가 먼저 체험
한거네요. 저는 alummii님의 모르모토ㅋ^^

책읽는아빠 2016-06-2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스의 자본론을 소개하거나 자본론에 대한 강의 책은 많이 읽으면서도 정작 자본론은 김수행 교수님의 구판 1권과 강신준 교수님의 1-1만 읽다가 다음으로 미뤄 두었습니다.
청년이여도 책 순서와 같이 맑스 책을 같이 읽다 현재 잠시 중단 중입니다
맑스는 아직까지 저에게 자꾸만 밀어두고픈 숙제 같습니다
결국 웃긴것 같긴 하지만 맑스를 읽기 위해 데카르트 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무지에서 시작된 아집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일단 시작은 해봤습니다

시이소오 2016-06-28 22:52   좋아요 0 | URL
데카르트까지 올라가셨군요 ㅎ ㅎ

저는 플라톤 국가까지ㅋ
저도 막스를 시기순대로 읽을까 고민중입니다.
^^

samadhi(眞我) 2016-06-2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동물(?) 때문에 제 무기력증이 시작돼서 꽤 오래갔는데요. 깨달음을 갈구할 리도 없고 자기 반성을 하지 않을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들과 같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요. 함께 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늘 고민입니다. 어제도 이기적으로 구는 아이들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함께 사는 세상이다. 라고 말을 던졌지요.

시이소오 2016-06-29 17:45   좋아요 0 | URL
지글러, 아탈리 책을 읽고 엄청난 용기를 얻었습니다. 세상엔 동물도 있지만 분명 인간도 있거든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