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영문합본) 펭귄클래식 10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보영 옮김, 토니 태너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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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가 고전이라고 한다. 숱한 작가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좋은 소설이라 말해왔다. <위대한 개츠비>의 고전화는 전 세계적인 사기극이다. 마치 IMF가 가난한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과 흡사하다. IMF가 찔끔 찔끔 돈 빌려 주며 요구한 사항을 돌아볼까.

 

국영 기업 민영화

정부규제 철폐

복지 등 공공지출 대폭 축소

임금 동결 및 삭감

외국 기업을 위한 완전한 시장 개방

기업 세금 감면

노동 조합 무력화

노동 유연화. (해고하기 쉽게 해주세요!)

 

지금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하는 짓거리다. IMF180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그런데 1달러 1표제다. (국민투표도 이런 식으로 하자는 정신 나간 경제학자도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은 미국이 가진다. 나치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저지른 악행에 비교한다면 동네 양아치에 불과하다. 각국의 민주화 운동 때마다 독재정권에 총칼을 쥐어준 미국에 의해 죽어간 사람들의 피를 모으면 바다를 새로 만들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스티븐 핑커가 세고 있을 걸)

 

이 깡패국가 미국이 유독 열등감에 몸부림친 부분이 문화, 예술이다. 특히나 문학 쪽에선 유럽에 대항해 딱히 내세울만한 작가가 없었다. 마크 트웨인, 호손, 헨리 제임스 정도? 20년대에 허먼 멜빌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은 작가를 발명해내야만 했다. 또한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항해 자본주의를 공고히 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예술을 자본주의 시녀로 고용했다. (미국 자본주의(현대 신자유주의)에 대한 예술(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등)의 시녀화는 오늘날에도 어느 국가에서든 쉽게 목도할 수 있다. (헐리웃 히어로물을 보고나면 벌떡 일어서 미국 국가를 따라 부르고 싶지 않던가?)


1차 세계 대전의 승리 이후, 1920년대는 이른바 째즈시대, 한 마디로 흥청망청한 시절이었다. 피츠제럴드는 단 편 한 편당 오늘날로 치면 오만 달러를 받았다. 펭귄판 <아가씨와 철학자>8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니 40만 달러. 한화로 치면 4억이 넘는다. 피츠제럴드 뿐만 아니라 잡지에 게재된 단편들 고료가 이 정도였다. 작가들이 미칠 만하다. 그렇다면 잡지는 어떤 소설들을 뽑았을까?

 

<아가씨와 철학자>에 실린 단편들을 읽어보면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없다. 미용실에 언제 갈 건지, 춤은 어떻게 춰야 하는지, 머리를 어떻게 잘라야 남자들을 꼬실 수 있는지, 한마디로 소녀취향 여성 잡지에나 어울릴 글들뿐이다. , 자본주의와 소비를 조장하는 소설들만이 팔렸다. 피츠제럴드는 잡지사가 원하는 소설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쓰레기들을 써냈다. 소설을 쓰면 쓸수록 그의 금이 간 영혼은 점점 더 깨져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인간의 삶이란 몰락의 과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망가져갔다.

 

<위대한 개츠비>는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소비지상주의를 낭만적 사랑으로 포장한 소설의 원조다. 원조중의 원조. (이후 숱한 작가들이 멋도 모르고 따라했다. 특히나 젊은 시절의 하루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 화자, 캐릭터, 내러티브 전략을 보면 피츠제럴드가 얼마나 영악하고 교활하고 가증스러운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닉이라는 화자

 

소설에서의 화자는 웨스트 에그에 사는 개츠비의 이웃인 닉 캐러웨이다. 닉은 증권회사 직원이다. (매춘자본주의 소설의 화자로서 이보다 더 어울리는 직업이 있을까? ) 닉이 지켜본 개츠비의 집은 박람회혹은 놀이공원이다. 개츠비의 집은 어린이가 바라보는 디즈니랜드다. 휘황찬란한 조명, 아름다운 재즈 음악, 넘쳐나는 음식과 샴페인, 화려함, 풍요로움. 천국이 따로 없다.

 

닉이 처음 개츠비에 집에 갔을 때, 닉은 개츠비에 대한 태도와 마찬가지로 경계심을 품는다. 그러나, 샴페인 두 잔 마시자 눈앞의 모든 풍경이 뭔가 중요하고 근원적이며 심오하게 바뀐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개츠비의 프랑스식 저택이 양조업자가 지은 점을 상기해 두자.) 이후 개츠비에 대한 닉의 경계심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후 닉에게 개츠비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화자인 닉이 경계심을 풀고 개츠비를 선망으로 눈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독자인 우리 역시 개츠비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개츠비라는 캐릭터

 

개츠비는 금주법 시대에 알카포네처럼 술을 빼돌려 돈을 긁어모았다. , 개츠비는 술 밀매상이다. 우리로 치면 조폭 오야붕이다. 그러니 분홍색 양복입고 돌아다니지. , 개츠비는 범죄자다. 그런데 독자는 자주 잊어버린다. 피츠제럴드가 설계한 개츠비의 캐릭터 때문이다. 개츠비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도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데이지를 잊지 못하는 순정남이다. 데이지와의 재회의 순간에도 개츠비는 마치 첫사랑에 설레여 하는 소년처럼 낭만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희생자 코스프레 내러티브


이스트 에그, 이탈리아 정원식 석유 사업가 집에 사는 톰 뷰캐넌은 아내인 데이지 몰래 주유소 집 유부녀인 윌슨 부인과 바람을 핀다. 닉은 하얗고 긴 케이크 조각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윌슨 부인을 처음 만난다. (케이크 조각같은 아파트를 몸부림치고 싶을 정도로 사고 싶지 않은지? 하루키는 케이크를 초콜릿 무스로 진화시켰다.)

 

노란 차를 운전하던 데이지가 사고로 윌슨 부인을 치고 달아난다. 아내의 죽음에 복수하고자 윌슨은 개츠비가 운전했다고 생각해 개츠비를 살해한다. 개츠비는 결국 데이지 때문에, 톰 뷰캐넌 때문에 오해로 인해 죽은 셈이다. 술 밀수로 떼돈을 번 조폭 개츠비는 내러티브의 힘을 입어 희생자, 피해자가 된다. 내러티브는 그가 범죄자임을 은폐한다. ‘노동자 해고하기 쉽게 해주세요하고 길거리에서 서명 받는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떠오른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것일까?)

 

<위대한 개츠비>가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는 비평은 개소리다. 이 소설은 소비주의를 조장한다. 아내의 사고 이후 윌슨은 안과의사 T.J 에클버그 박사의 두 눈을 보고는 하느님이 모든 걸 보고 계셔라고 되풀이한다. 옆에 있던 미카엘리스가 그를 설득한다. “저건 광고예요


신은 죽었고 신의 자리를 차지한 건 상품이다. 피츠제럴드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상품을 통해 면죄부를 부여하려 한 것이다. 하여, 미국의 정신 나간 대중들은 <위대한 개츠비>를 찬양한다. 죄의식을 덜 수 있기 때문에.

 

피츠제럴드의 대척점에 있는 작가는 폴 토머스 앤더슨이다. 석유, 알코올, 신(<데어윌비 블러드>, <마스터>) 등등. 피츠제럴드가 미국식 자본주의에 기생했다면 폴 토머스 앤더슨은 미국의 자본주의, 혹은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중은 상당히 무비판적이어서 가장 하얀 실로 속임수 바느질을 한다 해도 절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만큼 태연하다. 그래서 어디에 있는 무엇이든 대단히 멋지다고 여기면서 사기꾼의 협잡에 적당히 무릎을 꿇는 것이다.

 

p 274, 작품해설 <위대한 개츠비>, 펭귄 클래식

 

<위대한 개츠비>의 후예들엔 어떤 책이 있나? 단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섹스 샵 마다 섹스 토이가 동이 났다. 대표 작가는 미국 작가가 아니라 프랑스 작가다. 기욤 뮈소다. (억 대 짜리 시계가 있다는 걸 뮈소 책을 보고 알았다.) 뮈소의 책 아무 책이나 들춰보면 돈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 거릴 것이다.

 

헤밍웨이는 말했다. “제이(피츠제럴드)를 죽일까봐 겁이 난다. 아마 누구든 그랬을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개망나니였다. 개망나니가 쓴 <위대한 개츠비>쓰레기 개츠비. 이 작품을 고전이라 주장하는 것은 사기꾼의 협잡에 적당히 무릎을 꿇는비열한 짓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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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4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4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16-04-2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면죄부 발행에 끄덕 끄덕 합니다. 절묘한 시대적 지리적 (미국) 타이밍을 십오분 발휘한 것에도 끄덕끄덕합니다. 시원하게.
그가 (그것이, 그녀가) 거기에 있어서인지,
그 자리에 그가 있어서 인지도 생각해봅니다.

시이소오 2016-04-24 12:27   좋아요 0 | URL
그는 누구인가요? ㅋ

초딩 2016-04-24 12:29   좋아요 0 | URL
피츠제럴드 라 답하다보니 개츠비도 합본해야할 거 같네요 :-)

초딩 2016-04-24 12:32   좋아요 0 | URL
자신의 재능을 더 잘 발휘하기 위해 상화을 잘 이용했다에 뭐라거 말 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올바르게 선택했어야할 것 같다 생각합니다. 무엇이 올바르냐 ... 그건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자신의 마음이 답을 쥐고 있을 것이라 또 생각합니다.

시이소오 2016-04-24 12:38   좋아요 0 | URL
칸트로 말하면 선의지 인데요. 선의지없이 글을 싸지르는 작가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

syo 2016-04-24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들어 시이소오님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 격하게 공감했는데 개츠비는 좀 충격적이긴 하네요. 전 오히려 이 책 읽고 와, 돈 이거 사람 여럿 버리는 구나, 하면서 오히려 돈에 정나미기 떨어졌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자본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땐 너무 어려서 그랬던 걸까요? 시이소오님의 글을 보고 다시 뒤적여보니 정말 말씀처럼 구석구석 소비주의적인 데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시이소오 2016-04-24 12:34   좋아요 1 | URL
벌써요? 발빠르시네요 ^^

조르그 2016-04-24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글입니다 몰랐던 걸 배워갑니다~~

시이소오 2016-04-24 13:17   좋아요 1 | URL
고전 다시 읽기라고 할까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04-24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espect

시이소오 2016-04-24 15:15   좋아요 1 | URL
subspect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 분노의 페이퍼 !
실제로 피츠제랄드, 상류사회의 번들거림에 영혼을 판 작가이기도 하죠..
셀럽이었잖습니까. 돈맛을 안 거죠..
백구두 신고, 나비 넥타이 매고, 명색이 유명인이니 인기 좋고,, 말빨 좋고....
이 페이퍼읽으면 김연수가 뚜껑 열리겠네요.. 참그러고보니 하루키도 열받겠네요..
아마 하루키가 뽑은 다섯 손가락 안에 이작품이 들어가있을겁니다

시이소오 2016-04-24 17:42   좋아요 1 | URL
김영하 말씀하시는거죠? 김연수도 좋아했나여?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4 19:58   좋아요 1 | URL
아. 김영하였군요.. ㅎㅎ..

오늘도 맑음 2016-04-2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시이소님 최고~!!

시이소오 2016-04-24 20:32   좋아요 0 | URL
ㅋ 시원하셨다니 저도 시원하네요 ^^

2016-04-2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고난 소감은 이랬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여자에 미쳐서 지 일생을 ㅂㅈ같이 소모한 남자의 쓸데없이 허망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잘썼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딴 게 숨어 있나?
이게 아주 아주 옛날 삼중당 문고본으로 읽은 중학생의 감상입니다.
역시.. ㅋㅋ 나름 재능있는 작가 맞네요.

시이소오 2016-04-24 21:21   좋아요 0 | URL
허걱 중학생 때 개츠비를. 힌님이 위대하시네요 ^^

꿈꾸는섬 2016-04-2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도 다시 읽어야겠네요. 앞서 리어왕에 이어 위대한 개츠비까지 읽긴했는데 전혀 몰랐던 얘기들이라 계속 어리둥절하고 있어요. 시이소오님 글 덕분에 얼른 다시 읽기해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4-25 08:27   좋아요 0 | URL
즐독하세요^^

pada 2016-04-2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시이소오 2016-04-25 08:27   좋아요 0 | URL
파다님도 즐독하시길 ^^

별족 2016-04-2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는 영 안 읽어지던데, 저는 `창문넘어 도망친 백세노인`이 그렇게 싫었다는.

시이소오 2016-04-25 09:11   좋아요 0 | URL
저는 창문넘어, 가 안 읽혀지던데요. ㅋ ^^;

samadhi(眞我) 2016-04-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 느무느무 싫었는데 다들 개츠비 찬양을 해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25 21:49   좋아요 0 | URL
의외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누군가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했다는데, 아무리 미국이 문화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한 시대라고 하지만 미국인들이 좋아하니까 좋은 소설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

1232323 2016-04-30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헤밍웨이는 미국 사람아닌가요? 헤밍웨이 미국작가로 좋지않나요

시이소오 2016-04-30 19:18   좋아요 0 | URL
좋은 작가라고 하지만 과대평가 받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

detre 2016-05-0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렸을때부터 찬양받던 책이었으나 읽어보고 왜 유치한 로맨스같은 소설이 찬양받는거지 했었는데 이유가 여기있었네요 그이유와 신랄한 비평 잘들었습니다 이승만과 반민특위가 ㄸ오르내요

시이소오 2016-05-01 19:11   좋아요 0 | URL
이승만과 반민특위를 또올리시다뉘, 대단하세요^^

2016-05-01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1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아언더세븐 2016-05-2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구려 미국문화가 자본의 힘을 등에 업고 문화사대주의를 강요 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이 계서서 반갑습니다^^ 가끔 들르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5-24 16:30   좋아요 0 | URL
동감해주시는분이 계셔
저도 반갑습니다 ^^

그거슨인생 2019-03-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핏 보면 닉의 시선을 따라 개츠비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가만 보면 닉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거짓말도 많이 하는, 별로 미덥지 못한 나레이터죠. 저 개인적으로는 피츠제럴드가 독자들에게 그런 닉의 이중성을 간파하고 개츠비를 부정적으로 봐주길 바랐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mediocris 2019-04-19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개츠비 서평에 왜 박근혜를 들먹입니까? 그러니 ˝<위대한 개츠비>는 소비지상주의를 낭만적 사랑으로 포장한 소설의 원조˝라는 분노(?) 아닌 분뇨가 나오는 겁니다. 정치이념이라는 분뇨와 뒤범벅된 분노로는 위대한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댁이야말로 정치이념의 ‘트리말키오’이기 때문입니다.

소설내의논리에충실하길 2019-06-10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신선한 관점이 돋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읽다가 몇 가지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위의 그거슨인생님은 닉 자체가 객관적이지 못한 서술자라고 말씀하셨지만..글쎄요..

우선, 닉은 증권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디즈니랜드에 간 어린이’를 보는 것과 같이 그의 서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이소오님의 주장으로 읽힙니다. 여기서 그가 증권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이 서술자로서의 그의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뒤에 나오는 내러티브(희생자 ‘코스프레’)에 화자인 닉의 시선이 반영되어 있는 만큼 그의 서술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글은 닉이 샴페인을 마시고 파티에 동화되는 장면을 두고, 개츠비에 대한 판단이 ‘선망’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닉의 판단을 술 두 잔을 마시고 난 뒤의 일시적 감상이나 충동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닉의 판단은 개츠비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1년이 지난 후 그의 삶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숙성을 거쳐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임을 닉은 강조합니다. 해설자로서의 닉의 신뢰성은 닉이 자신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작가에 의해 철저히 준비되어 제시됩니다. 무엇보다 닉은 자신이 매우 신중한 판단의 소유자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는 아버지의 교훈을 항상 되새기며 살아왔음을 강조하기 때문이죠.

셋째는 개츠비가 ‘희생자’인지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희생자 코스프레는 ‘어떠한 잘못을 저지른 자가 그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해당 사안의 피해자 또는 기타 다른 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고 자신이 오히려 희생자인 척 가장하여 동정심을 유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연속적인 행위’라는 뜻인데, 개츠비가 데이지를 끝까지 책임지려 하는 것은 오히려 이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듭니다. 내러티브에서 개츠비의 비극적 죽음이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까지 은폐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컨대, 닉은 개츠비의 인생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경멸해 마지 않는 모든 측면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소설의 서두에서 닉은 1년 전 자신이 경험한 개츠비의 삶과 죽음을 회상하며 개츠비에 대한 부정적, 긍정적 측면을 모두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 또한 포함되지요. 그는 자신이 경멸해 마지않는 측면을 지녔지만 그래도 그의 방향과 의미는 옳았다고 결론 짓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과정이 바로 이 소설의 구성적 요체입니다. 전혀 은폐하려거나 코스프레하려 하는 것 없이요.

마지막으로 상품을 통해 면죄부를 부여하려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로 쓰신 건지 명확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상품(에클버그 의사의 눈)이 윌슨의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인가요?
 
리어왕 셰익스피어 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덕수 옮김 / 형설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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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 제2 전공을 하겠답시고 국문과 수업을 자주 들었다. (학점이 모자라 제 2전공엔 실패했다.) 국문과 수업 중에 제출했던 레포트가 국문과 학생들을 따돌리고 수업 최고의 레포트로 뽑혔다. 심지어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동안 레포트 전문을 낭독하셨다. 와우. 레포트의 제목은 이광수의 <무정>, <동성애와 페미니즘>’이었다. 이광수 <무정>이 지닌 근대문학으로서의 한계와 소설에 드러난 동성애와 페미니즘의 경향에 주목한 레포트였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캐롤>이 파격적이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1917년에 쓰인 이광수의 <무정>의 성 묘사는 <캐롤>과는 비교 불가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다.

 

책만 들여다보면 이광수의 <무정>동성애 코드로 읽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너무 당연한일이다. 학문적 엄숙주의 때문일까. 도대체가 모른 척 하는 건지, 말을 안 하는 건지?

 

<리어 왕>도 마찬가지다. (학부 때 <리어왕> 레포트를 쓰고 싶었지만 쓸 일이 없었다.)

책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엄연한 근친상간 극이다. 왜 말을 못하는 걸까? 400년 동안이나. 세익스피어 극에서 섹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물론 감춰져 있다.) 특히 세익스피어 소네트는 거의 섹스에 대한 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리어 왕>이 근친상간 극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리어왕>에 대한 지난 400년간의 비평은 죄다 헛소리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이런 비평. ‘기독교적 인과응보의 규율과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삶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 거꾸로 해석해야 한다. 인과응보의 결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해야 셰익스피어 극 전체와 통일성을 이룬다. 리어왕은 세 딸을 강간했다.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 거너릴과 리건은 리어를 용서하지 않았다. 코델리아만이 리어를 용서했다. , 거너릴과 리건은 리어왕에 대해서 만큼은 비난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난 400년간 비난받아왔던 거너릴과 리건의 명예를 되살리자) 수 년 간 자신을 강간한 아버지를 용서해야 할 이유가 있나? 오히려 코델리아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리어왕은 첫 등장부터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일 수가 없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리어왕으로선 딸들의 혓바닥만을 믿을 수밖에 없다.

 

진실은 개, 개집에서 쫓겨나야할 판국이지만이제부터 <리어왕>이 근친상간 극이라는 걸 밝혀내겠다. 셰익스피어 극에서는 언제나 바보’, ‘광대의 대사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광대 : 당신이 딸들을 어머니로 삼게 된 때부터, 왠고하니 당신이 그들에게 회초리를 쥐어주고 바지를 벗어내렸을 때,

 

리어왕은 딸 앞에서 바지를 벗고 회초리를 쥐어주고는 때려달라고 애원했다. 전형적인 메조키스트의 증상이다. 프롬은 메조키스트와 새디스트가 상반된다고 주장했는데, 아니다. 메조키스트와 새디스트는 동일한 구조로 작동한다. 단지 방향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그 예로 가장 흔히 인용되는 문장은 <리어왕>의 리어왕 대사다.

 

그 계집에게 채찍을 가하고 있다만, 네 놈은 채찍질하는 바로 그 죄를 그 계집과 범하고 싶어 안달하고 있다.

 

- <리어왕>, 46

 

광대 : 당신과 당신 딸들은 촌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그들은 진실을 말하면 때리겠다고 하고, 당신은 거짓말을 하면 때리겠다고 하니.

 

광대는 리어왕과 세 딸의 근친상간을 알고 있다. 세 딸은 광대가 진실을 말할까 두려워한다. 리어왕과 세 딸의 촌수가 어떻게 될까. <차이나타운>의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지? ‘내 딸이에요’, 찰싹. ‘내 동생이에요’, 찰싹. ‘내 딸이에요, 내 동생이에요.’ 찰싹 찰싹.

 

리어 : 이 놈, 무엇을 알만하단 말이냐?

광대 : 돌능금맛은 역시 돌능금맛이듯 저 딸 맛도 이 딸 맛과 같을거야. 당신은 알 수 있을 테지, 왜 사람의 코가 얼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지?

리어 : 모르겠다.

광대 : 웬고하니, 코 양쪽에 눈을 붙여놓아서 냄새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은 눈으로 보아서 알 아내기 위해서다 이 말씀이야,

리어 : 내가 잘못했다. 그애 한테는,

광대 : 당신은 굴이 껍질을 만드는 법을 알 수 있어?

리어 : 모르겠다

광대 : 나도 몰라. 그러나 달팽이가 집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알지.

리어 : 왜 그러냐?

광대 : 그 이유인즉, 제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지, 그것을 제 딸에게 줘버리고 뿔을 숨길 상자 도 없는 신세가 되기 위해서가 아냐.

 

비평가들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대목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굉장히 이상한 말이다. 왜 리어왕은 갑자기 내가 잘못했다. 그애 한테는이란 말을 하는 걸까. 지금 리어는 첫 딸 거너릴에게 버림받고 화가 나 있는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왜 딸한테 잘못했다고 말하는 걸까? 광대는 단지 코로 알 수 없는 것은 눈으로 보아 알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인데.

 

셰익스피어 극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굉장히 많다. 프로이드가 셰익스피어를 분석하지 않은 게 의아할 정도다. 위의 문장에서 , 머리, 등은 다 남성 성기를 상징한다.

 

광대 : 사내녀석이 다리를 함부로 놀리면 나무로 된 양말을 신게 된다, 이말이야.

 

24.

 

로건에게 간 켄트에게 차꼬가 채워졌다. 그 모습을 본 광대가 한 대사다. 차꼬를 찬 모습 역시 성적인 함의로 가득 찬 은유로 작동한다.

 

광대 : 아저씨, 도시의 여편네가 뱀장어를 산채로 넣고 반죽을 하려 할 때 뱀장어를 야단치듯이. 그 여편네는 막대로 그놈의 머리통을 내리치며 들어가, 이 못된 놈, 들어가라니까!’라고 외쳤지요. 순전히 말에게 친절을 베푸느라고 건초에 버터를 발라준 것은 바로 그 여편네의 오라비라네.

 

- 24

 

거너릴과 리건 앞에서 리어는 연신 묻는다. “내 사람이 어째서 차꼬를 차고 있느냐?” 차고를 찬 모습은 리어왕의 현재 상태를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다리를 함부로 놀린인과응보다. 자업자득이다. 그동안 권력 앞에 할 수 없이 열려야 했던 성문들. 이제 딸들은 성문을 걸어 잠근다. 욕망이 충동질 하기 전에.

 

리건 : ! 백작님 완고한 사람에게는 자업자득으로 맛보게 되는 고통이 버릇을 가르쳐주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성문을 닫아 버리세요. 그분은 고약한 사람들의 시중을 받고 있고, 귀가 여러 나쁜 충고를 곧잘 듣는 분이라, 그들이 뭐라고 충동질할지 모르니, 지혜를 다해 경계를 하는 게 상책이예요.

 

리어 : 저 악독한 두 딸년들과 손잡고, 이처럼 늙어 백발이 된 한 인간의 머리 하나를 치려고 천국의 대군을 이끌고 오다니 말이다. , 여봐라! 고약하구나.

 

광대 : 머리를 들여밀 집도 마련하지 않고

불알싸개부터 먼저 갖게 되면,

머리에도 불알에도 이가 꾀는 법이라,

뭇 거지들은 그렇게 장가를 간다네,

 

마음을 써야 할 곳에

발가락을 쓰는 사람은,

티눈 때문에 슬피 울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네.

웬고 하니 얼굴 반반한 여인치고 거울 앞에서 입을 실룩거리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야.

 

- 3막 제 2

 

폭풍우치는 밤, 켄트가 거기 누구요? 하고 묻는다.

 

광대 : 사실은, 군자와 불알싸개, 말하자면 현명한 양반 한 분과 광대바보 한 놈이 여기 있다.

 

광대는 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종의 전복. 여기서 광대바보는 광대를 뜻하는 걸까. 앞 문장을 유추해보면 리어왕이 불알싸개고 리어왕이 광대바보. 이 광대바보는 드디어 자신의 죄를 은연중에 고백한다. 혹은 마치 자신이 죽인 걸 모른 채 왕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내겠다는 오이디푸스를 떠올리게 한다.

 

리어 : 우리의 머리 위에서 이 무서운 소동을 일으키고 계시는 위대한 신들로 하여금 지금 그들의 원수를 찾아내게 하라. 가슴 속에 남모르는 죄를 품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정의의 신의 채찍을 면해온 이 악한아, 벌벌 떨어라. 숨어 봐라, 이 놈 살인자야, 이 위증을 한 놈아, 근친상간을 범하면서도 유덕한 인간인 체하는 위선자야. 그럴 듯하게 보이는 허위의 가면 뒤에서 인간의 생명을 노리고 음모를 일삼는 악독한 놈아, 온몸이 산산히 부서지게 떨어라. 은밀히 숨겨진 죄악들아, 네놈들을 감추고 있는 덮개를 찢어버리고, 이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에게 자비를 빌어라. 나로 말하자면 내가 지은 죄보다 남이 내게 지은 죄가 더 많은 사람이다.

 

-32.

 

위 대사는 지금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켄트에게도 광대에게도 하는 대사가 아니다. 독백이다. 지금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리어가 저지른 죄악은 근친상간 뿐만이 아니다. 위의 대사를 유추해보건대 근친상간을 하기 위해 리어는 왕비를 살해했을 것이다. (왜 왕비에 대한 얘기가 없는지 단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단 말인가?)


 

광대 : 이리의 온순함을, 말의 건강함을, 어린 소년의 사랑을, 갈보의 맹세를 믿는 자는 미친사람이야.

 

광대가 바보인 것은 세 딸을 갈보로 업신여긴다는 점이다. 혹은 근친상간의 가해자인 리어왕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딸들 역시 죄를 범했다고 보는 것일까?

 

리 건 : 당장 그자의 목을 매도록 하세요.

거너릴 : 그 자의 두 눈을 뽑아 버리세요.

 

- 37.

 

리건과 거너릴이 말하는 그자는 글로스터 백작이다. 도대체 두 딸은 왜 저렇게 글로스터를 미워하는걸까? 단지 리어왕을 빼돌렸다고 저렇게까지 흥분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글로스터 백작은 리어왕이 세 딸을 강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수방관했다. 아니, 오히려 리어왕 편을 들었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글로스터 : 가령 이리가 당신 문전에서 울부짖더라도 이렇게 말해야 했을 것이오, ‘문지기야, 문을 열어줘라라고. 하지만 두고 보시오, 그런 딸자식들에겐 천벌이 내릴 테니.

 

- 37

 

콘월은 왜 글로스터의 눈알을 직접 뽑을 만큼 잔인한 걸까? 리건은 남편 콘월에게 자신이 리어왕에게 무슨 짓을 당했는지 고백했을 것이다. 또한 글로스터가 리어왕을 부추겼다는 것도. 글로스터의 눈을 뽑은 콘월은 그것이 천벌이라고 말한다.

 

, 천륜을 어긴 것은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라기 보다는 리어왕이다. 천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딸 들이 아니라 리어왕이고 글로스터 백작이다.

 

리건과 짝짜꿍인 콘월과 달리 거너릴 남편인 올버니는 아버지를 홀대하는 거너릴을 사악하다고 비난한다.

 

거너릴 : 이 비겁한 양반아! 뺨은 얻어맞기 위해, 머리는 모욕을 당하기 위해 달고 다니고, 이마에는 눈이 있으면서도 명예와 굴욕을 분간할 안목이 없고, 악한이 악행을 미처 저지르기도 전에 처벌받는 것을 보고 측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라는 것도 모르는 양반.

 

- 42

 

거너릴은 눈은 달고 다니면서 왜 진실을 못 보냐고 남편에게 외친다. 둔감한 올버니는 도무지 아내의 마음을 모른다. 이러니 거너릴이 바람날 수밖에.

 

리어 : 그대의 죄목은 무엇이냐? 간통죄라고? 너는 죽이지 않을 것이니라. 간통죄로 사형이라니! 안될 말, 굴뚝새도 그 짓을 하고, 조그마한 금빛 파리도

내 눈 앞에서 음란한 짓을 한다.

교미가 마구 성행하게 하라, 그로스터의 사생아는 합법적인

잠자리에서 잉태된 내 딸년들보다도 제 아비에게 더

효자였으니까. 호식이여, 멋대로 음란한 짓을 하라!

 

- 46

 

코딜리아 : 원수의 개라도, 또 비록 나를 물었더라도 그런 밤엔 우리 집 화덕 앞에서 불을 쬐게 했을 텐데. 그런데 가련하신 아버님.

 

- 47

 


저 대사를 제대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코델리아는 왜 리어왕을 원수의 개’에 비교하고 나를 물었더라도라는 표현을 썼을까


코델리아 앞에서 깨어난 리어 왕은 뜬금없이 코델리아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다.

 

그대는 나를 용서해줘야 되겠다. 부탁이니, 잊고 용서해다오.

 

-47

 

코델리아의 혓바닥을 증오했던 걸 용서해달라는 걸까.

리어왕의 주제는 에드거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에드거 : 서로 용서해주도록 하자. 에드먼드야.......신들께서는 정당하시어 쾌락을 탐하는 죄로써 우리를 벌주시는 도구로 삼으신다. 아버님께서는 어둡고 부정한 잠자리에서 너를 만드셨는데, 그 댓가로 그의 눈을 잃으셨다.

 

- 53

 

쾌락을 탐한 모든 자들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 리어왕, 거너릴, 리건, 코델리아, 에드문드. 근친상간은 아닐지라도 부정한 잠자리로 에드문드를 낳았던 글로스터는 죽음 대신 두 눈을 잃는다. 코델리아는 리어왕을, 에드거는 글로스터를 용서한다. 한마디로 <리어왕>은 죄악과 용서의 서사다.

 

기존의 비평으론 코델리아의 죽음을 해석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펜 끝이 겨누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이었다. 또한 그의 비극의 주요한 모티프는 부정한 잠자리였다. <햄릿>, <오델로>역시.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욕망에 초점을 맞춘다.

 

<리어왕>을 근친상간 극으로 해석한다고 해서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에 해가 되진 않는다. 근친상간의 사건을 드러내지 않는 한, <리어왕>에 대한 그 어떤 비평도 헛소리에 불과하다.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내일이면 400년이다. 학자들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셈인가. 500년 되어야 할까?

 

리어왕은 11장에서 이미 말했다. ‘We shall express our darker purpose’.

그런데 왜 보지 않는 걸까. 눈앞에 지도처럼 펼쳐져 있거늘.

 

화살촉이 내 심장을 뚫고 들어온다 한들,

<리어왕>은 근친상간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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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4-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어왕> 다시 읽어 봐야겠군요.

주홍 글씨도 간통이 아니라 근친상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이소오 2016-04-22 12:10   좋아요 0 | URL
최근에 주홍글씨를 읽었는데 그건 눈치 못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2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셰익스피어 문학 섹스 사전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없지만 말이죠.
섹스피어 문학 속에 표현된 섹스 은유를 풀어낸 사전이라고 하니, 섹스피어가 얼마나 즐겨 사용했는지 알만하죠..

시이소오 2016-04-22 14:50   좋아요 0 | URL
오호 재밌겠네요. ^^

페크(pek0501) 2016-04-2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4대비극을 다 읽었는데 리어왕에서 근친상간, 몰랐어요.
다시 읽어야겠군요.

시이소오 2016-04-22 16:32   좋아요 0 | URL
숨겨진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기분으로 읽으시면 재밌으실거에요^^

페크(pek0501) 2016-04-22 16:37   좋아요 0 | URL
숨은 그림 찾기, 의 독서가 되겠군요. 기대됩니다.

시이소오 2016-04-22 16:42   좋아요 0 | URL
리어왕의 장르는 미스테리네요 ^^

꿈꾸는섬 2016-04-23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어왕을 읽었었는데 한번도 근친상간이란 생각을 못했어요.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중인데...그걸 읽어내신 시시소오님 정말 대단해요.

시이소오 2016-04-23 01:41   좋아요 0 | URL
탐정소설 읽듯 읽으시면 재밌으실듯 ^^

2016-04-2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데렐라를 이미 근친상간으로 읽고 지웠으니 아마 리어왕 읽기도 같은 과정을 거쳤을 거에요. 화살촉에 심장을 내주면 안되어요 ㅎㅎ

시이소오 2016-04-23 13: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4-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최고의 레포트가 더 궁금한데요^^

시이소오 2016-04-23 13:39   좋아요 0 | URL
ㅋ `최고의 레포트` 완전 민망이군요. ^^;

julie720919 2016-04-2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대박 왜 몰랐을까요

시이소오 2016-04-24 13:27   좋아요 0 | URL
비평가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안 하니까요. 독자입장에서 성에 대한 무의식적 억압이 작동하는건 아닐런지요?

나루터 2016-08-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기다 아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끼워맞추기식 해석인 것 같군요.. 번역서를 다른걸 한번 봐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그게 사실이면 학자들이 입다물고 있을리가 없죠.. 너무 근거가 빈약한 아전인수식 해석입니다.

시이소오 2016-08-05 17:35   좋아요 0 | URL
근거가 빈약하다고 단정하시는 근거는 뭔가요? 리어왕을 읽어보긴 하셨나요? 읽고 나서 말씀해주세요
 
오래된 골동품 상점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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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소설 중 <위대한 유산>을 먼저 읽은 건 축복이자 저주였다. (어릴 적 읽은 <올리버 트위스트><크리스마스 캐럴>은 제외하자.) <데이비드 코피필드>, <두 도시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 읽은 <오래된 골동품 상점>역시 명작이긴 하지만 <위대한 유산>에 못 미친다.

 

어쩌면 디킨스의 다른 작품을 다 합쳐도 <위대한 유산>의 위대한 경지엔 이르지 못하는 걸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물었을 때, 존 어빙은 마치 망치로 무릎을 때리면 올라오는 다리마냥, 거추장스런 수사 없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위대한 유산이요.”

 

내가 전체 작품을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필사한 책은 <위대한 유산>이 유일하다. (정말 즐거웠다.) 아직 <위대한 유산>을 읽지 않은 분들이 부럽다. 축복받은 거다. <위대한 유산>을 가장 마지막에 읽어야 디킨스의 다른 소설들에 좀 더 관대할 수 있지 않을까.

 

넬이 살아 있나요?”

 

1841, 폭풍가 몰아치던 날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골동품 상점> 마지막 호를 싣고 오는 영국 배를 기다리던 숱한 인파 중에 어느 누군가가 물었다지. 얼마나 궁금했으면. 위기피디아에 따르면 이외 비견될 소동은 2007<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 때 뿐이라고 한다.

 

골동품 상점엔 천사와도 같은 넬과 넬의 할아버지가 살았다. 노인은 도박 중독이었다. 노인은 펭귄 맨 대니 드 비토를 연상시키는 퀼프에게 돈을 빌려 도박을 했다. 매번 허탕이었고 빚은 쌓여만 갔다. 퀼프는 노인으로부터 빚을 받아내기 위해 골동품 상점을 점거한다. 노인은 넬을 노리는 퀼프가 두려워 넬과 함께 야반도주한다. 넬은 도주하기 전 상점에서 일하던 키트에게 새장속의 새를 맡기고 이별을 고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넬의 모험이 시작된다. 넬과 할아버지는 인형극을 하는 코들린과 쇼트 일행과 동행한다. 넬의 할아버지를 신고하려는 두 사람의 음모를 눈치 챈 넬은 할아버지를 설득해 그들로부터 도망쳐 유랑한다. 유랑하면서 넬은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55년간 매일 남편의 무덤을 찾는 할머니, 병으로 죽어가는 소년, 소년을 사랑하는 교장, 밀랍 인형 쇼를 하는 잘리 부인 등등. 넬은 잘리 부인으로부터 일을 배워 전시장 안내를 맡는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넬을 보기 위해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로 넬은 인기를 끌고 할아버지도 자기 몫의 일을 해내가면서 두 사람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언제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법.

 

넬과 함께 산책중이던 할아버지는 도박꾼들을 만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할아버지는 가까스로 번 돈을 도박으로 다 털린다. 돈을 털린 할아버지는 넬이 자고 있을 때 넬의 방으로 들어와 돈을 훔쳐간다. 그 돈도 결국엔 사기 도박꾼들에게 다 털린다. 도박꾼들은 잘리 부인의 금고를 털라고 할아버지를 종용한다. 그 장면을 목격한 넬은 할아버지가 도둑질을 할까 무서워 할 수없이 또 다시 유랑에 나선다. 친구가 되고 싶었던 에드워드 양을 남겨둔 채.

 

소설의 주요 공간 중에 한 곳은 퀼프의 변호사인 브래스의 변호사 사무실이다. 브래스는 동생 샐리(‘눈가리개를 벗고 칼과 저울은 들지 않은 정의의 여신‘)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2층은 세를 내 놓는다. 퀼프는 브래스에게 스위블러(넬의 오빠인 프레드의 친구)를 서기로 추천한다. 어느날 2층 방으로 독신 남성이 세 들어온다. 변호사 사무실 지하에는 그들 하녀가 살고 있었다. 샐리는 하녀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않고 마치 원한이 있는 사람처럼 하녀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폭행을 가한다. 스위블러는 그 장면을 몰래 훔쳐본다. 독신남성은 근처에서 인형극을 하던 코들린과 쇼트를 집으로 초청한다. 그리고 독신 남성은 그들에게 넬의 행방을 캐묻는다.

 

선량한 갈랜드 집에서 일하게 된 키트는 꽤 높은 봉급을 받게 돼 어머니 누들스 부인에게 생활비를 보태게 돼 기뻐한다. 갈랜드 댁의 까칠한 조랑말 위스커는 오로지 키트의 말에만 순종한다. 넬의 행방을 파악한 독신남성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형편이라 키트의 어머니인 누들스 부인과 동행하여 넬을 찾아 나선다.

 

또 다시 길을 나선 넬과 할아버지는 어느 선원들의 배를 타고 가 어느 마을에 다다른다. 춥고 배고프고 비는 오는데 넬과 할아버지는 돈 한 푼도 없어 막막한 처지였다. 어느 대장장이의 도움으로 넬과 할아버지는 하룻밤을 쉬어간다. 다음날 어느 마을에서 넬은 마을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그러나, 석달 전에 일자리를 잃은 마을 사람들도 먹을 게 없었다. 굶주려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녹초가 될 정도로 걷던 넬은 어느 여행자를 만나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여행자는 전에 만났던 가난한 교장이었다. 넬과 할아버지는 교장이 새로 부임받은 학교를 향해 동행한다. 퀼프는 넬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독신남성의 뒤를 미행한다. 누들스 부인과 독신남성은 넬을 찾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키트는 엄마를 감시하는 퀼프에게 경고한다. 퀼프는 키트에게 앙심을 품고 변호사인 브래스와 함께 음모를 꾸민다.

 

교장의 도움으로 넬은 교회 사택에서 살게 된다. 새 마을에서 넬은 마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다. 목사관에는 학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마튼 선생이 살았고 넬과 할아버지에게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학사는 넬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장단점을 꿰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한다. 넬은 그곳을 사랑하고 소박한 행복을 누리지만 이내 병으로 앓아눕는다.

 

스위블러는 브래스와 샐리의 하녀와 카드놀이를 하고, 그녀에게 먹을 것을 내어준다. 또한 이름이 없던 하녀에게 마르셔네스란 이름을 지어준다. 브래스와 샐리는 음모를 꾸며 키트를 절도범으로 모함한다. 키트는 아벨씨와 아벨의 공증인 위서든 씨 앞에 결백을 주장하지만 결국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키트를 절도범으로 만들 증인으로 스위블러를 이용해 먹은 퀼프와 브래스는 스위블러를 해고한다. 스위블러는 쓰러져 3주 동안을 앓아눕는다. 깨어난 스위블러는 도망친 마르셔네스가 자신을 간호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마르셰네스는 키트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 브래스와 샐리의 대화 내용을 스위블러에게 들려준다.

 

스위블러는 키트의 주인인 아벨씨와 공증인 위서든, 그리고 독신 남성에게 키트가 모함당했음을 알린다. 세 신사는 샐리와 협상을 벌인다. 퀼프의 사주를 증언하면 샐리의 죄를 탕감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샐리는 이내 도주한다. 브래스는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샐리의 전갈을 받은 퀼프는 도망치다 결국 강에 빠져 죽음을 맞는다.

 

키트는 사면된다. 갈랜드 씨는 넬의 행방을 알게 되어, 키트, 누들스 부인, 독신남성과 함께 넬을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갈랜드씨와 오래전 헤어진 동생이 넬 마을의 학사였던 것. 또한 독신남성 역시 어릴 때 헤어진 넬 할아버지의 동생이었다.

 

여행객들이 도착했을 때 넬은 죽어있었다.

내일은 넬이 올거야라고 중얼거리던 넬의 할아버지는 어느날, 넬의 무덤 위에서 영원히 잠든다.

 

 

유년시절 구두공을 했을만큼 비천한 삶을 살았던 경험 때문인지 디킨스의 주인공들은 주로 사회 하층민인 레미제라블이다. 그들을 괴롭히는 이는 사람이지만 그들을 구원하는 이도 사람이다. 평면화된 캐릭터,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뻔한 도식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디킨스는 디킨스다.

 

시적이면서도 사실적인 풍부한 묘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채롭고 개성 강한 캐릭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유머, 하층민에 대한 따듯하고 정감어린 시선. 인간의 선에 대한 굳건한 믿음 등은 오로지 디킨스만의 특성이다.

 

작은 새처럼 여리고 온화한 넬이 살아가기에 세상이라는 새장은 너무 견고했다. 넬은 죽었지만, 사랑스러운 넬의 미소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고통과 근심이 사라진 한 조각의 꿈처럼남았다.

 

세상은 폐허와도 같은 황폐한 집이다. 도처에 악은 만연해 있다. 그러나, 선한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도 넬처럼, <위대한 유산>의 조 가저리처럼,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사람들이 있다.

 

그토록 맑은 영이라니! 담혜! 연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스친다. 돌아가신 어머니, 신영복 선생님의 얼굴도 떠오른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이 삶이 이제 그만 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 덕분에 구원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살만하다.

세상을 살아가게 해 주는 건 신이 라기보다는,

사람이다.

 

만일 지금 괴롭다면,

그건 디킨스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줄친 문장 

 

p33. 그는 또 ‘어젯밤 태양이 내 눈을 너무 강렬하게 비춘 탓’에 오늘 자신의 모습이 조금 초라하다며 양해를 구했는데, 술에 무척 취했었다는 사실을 이런 수식 어구를 써가며 최대한 멋스럽게 표현했다.

“하지만 가녀린 촛불 아래에서 영혼의 불꽃이 일고 우정의 날개가 털갈이를 하지 않는 한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로즈 와인으로 영혼이 성숙하고 지금이 우리 삶에서 최고의 행복이 최소인 순간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스위블러가 탄식하듯 낮게 읊조렸다.

p339. 자로 코를 문지르다 그것을 손에 쥐고 손도끼처럼 휘둘러보았다. 아주 쉽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를 휘두르며 조금씩 샐리의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스위블러는 이렇게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며 자를 휘두르는 횟수를 줄여나갔다. 심지어 쉬지 않고 글을 대여섯 줄까지 쓴 것은 진정 위대한 인간승리였다.

p447, “내 기분을 잘 알거든. 비웃어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저기를 봐라. 나의 친구란다. ”
“불 말인가요?” 넬이 물었다.

“불은 내게 책과 같단다.” 그가 말했다. “읽은 법을 배운 유일한 책. 불은 내게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지. 또 그것은 음악이기도 하단다. 나는 어떤 소음 속에서도 불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어. 타오르는 불은 자신의 함성 속에 또 다른 목소리를 지녔지. 불은 자신의 초상화도 지녔단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석탄에 얼마나 많은 낯선 얼굴과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는지 너는 모를 거다. 불은 나의 추억이기고 하단다. 불은 내 인생 전체를 보여주거든

p465. 넬의 이야기를 듣고 교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깊은 애정과 정직함으로 가난과 고난에 맞서 싸우고, 온갖 불확실함과 위험을 혼자서 의연히 견뎌 내다니! 아직 세상은 영웅적인 행동으로 가득 차 있구나. 가장 강인한 사람은 세상에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

교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선의의 목적은 실패하지 않는단다.”

p481. “이곳은 나리를 환영합니다. 5월의 꽃이나 성탄절의 석탄만큼 나리를 환영하죠.”

p495. “지면광고를 작성할까요” 브래스가 펜을 들며 말했다. “그의 인상착의를 떠올린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지만. 그의 다리가.....?”
“휘었지.” 지니윈 부인이 말했다.
“휘었다고요?” 브래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허리띠도 차지 않은 쭈글쭈글한 무명 바지에 다리를 쩍 벌리고 거리를 활보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아아! 눈물의 골짜기 같은 세상이여! 다리가 휘었다고 했죠?”
“그렇게 심하게는 아니고요.” 퀼프의 아내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다리가 휘었음” 브래스가 글자를 소리 내어 읽으며 써내려갔다.
“큰 머리, 짧은 몸통, 휜 다리.”
“완전히 휘었음이라고 하게.” 지니윈 부인이 제안했다.

p534.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모든 일은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대부분 상대적이다. 만약 지금 넬이 이 소박한 장소의 평화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지친 발로 여행하며 겪었던 어둡고 힘들었던 과정 때문일 것이고, 그것은 엄숙한 곳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깊은 울림과도 같은 것이리라. 낮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그곳의 빛은 낡고 울적해 보였다. 엄청난 시간의 입자로 정화되어 부패를 담고 있는 듯한, 흙과 곰팡이를 떠올리게 하는 실내 공기가 아치형 복도를 통해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고, 주렁주렁 매달린 기둥은 마치 지나간 시간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오랜 세월 경건한 발걸음에 닳고 깨진 바닥은 순례자의 발자취에 지워져 이제는 부서질 것 같은 돌만 남았다. 이곳에는 희미한 빛줄기, 돔형 지붕의 침하, 조금씩 허물어지는 벽, 낮게 내려앉은 바닥, 비문의 글이 닳아 없어진 장엄한 무덤, 대리석, 돌, 철, 나무, 먼지와 같은 폐허의 공통된 상징물들이 모두 존재했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소박하게 살았던 사람과 부자로 살았던 사람, 위풍당당한 사람과 볼품없는 사람 이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는 평등했다.

p535. 마침내 종탑 꼭대기에 올라섰다. 아! 쏟아지는 빛의 찬란함이여. 사방으로 뻗어 나가 맑디맑은 푸른 하늘과 만나는 들과 숲,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들, 푸른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나무들 사이에서 나는 연기, 여전히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무덤가에서 노는 아이들. 이것은 마치 죽음에서 삶으로 옮겨온 것 같았고, 천국에 한층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었다.

p544. “일흔아홉이라니까.” 데이비드가 애석하다는 듯 고래를 흔들며 대답했다. “난 본대로 얘기했네.”
“보았다고?” 교회지기가 말했다. “아, 참 데이비. 여자들은 항상 나이를 속이잖아.”
“그건 그래.” 데이비드가 순간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을 거야.”
“분명 그럴 걸세. 아니, 외모만 봐도 그렇잖아. 그녀에 비하면 자네나 난 소년이지.”
“나이가 좀 들어 보였지.” 데이비드가 대답했다.
“자네 말이 맞네. 분명 나이가 들어 보였어.”
“몇 살처럼 보이던가. 일흔아홉, 고작 우리 나이로 보이던가?” 교회지기가 말했다.
“적어도 다섯 살은 많아 보였지!” 데이비드가 외쳤다.
“다섯 살은 무슨!” 교회지기가 대답했다. “열 살은 많아 보였네. 여든 아홉은 충분히 됐을 거야. 그녀의 딸이 죽었을 때가 생각나는군. 그때 베키 모르간이 여든 아홉이 다 됐었고, 그게 10년 전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오! 이런.”

이 유익한 주제에 대해 도덕적 소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던 데이비드는 죽은 여인이 거의 백살에 가깝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여러 증거를 제시했다. 상호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리고 교회지기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넬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로 상대방이 자신보다 오래 살지 못할 거라 단정하며 헤어진 두 사람은 베키 모르간에 대해 함께 내린 그 사소한 결론에 큰 위안을 얻었다.

p553.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러는데,” 아이가 넬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넬이 천사가 될 거래. 새들이 다시 노래하기 전에. 하지만 넬은 천사가 되지 않을 거지? 그럴 거지? 하늘나라가 좋긴 하지만 날 두고 가지는 마, 넬. 제발 떠나지 마!”

p560. “다시는 미로처럼 얽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여인의 배신을 상징하는 이 모자를 쓰겠어. 다시는 여인과 장밋빛 미래를 맹세하지 않으리. 내 존재의 잔상으로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는 향유를 죽여 버리겠군.” - 맥베스 문장들을 결합.

p569. 난 걸친 옷 따윈 보지 않아. 마음을 보지. 옷을 본다는 건 새장을 보는 것과 같단다. 하지만 마음은 그 새장 속의 새지. 아! 얼마나 많은 새가 새장 속에 갇혀 수없이 털갈이를 하고 새장 사이로 부리를 내밀어 인간을 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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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4-1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 앱이서 친구 서재 안에서 검색 이런거 있음 좋겠네요ㅜㅜ
위대한 유산 찾다가 댓글 드려요. 아 필사~ 저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시이소오 2016-04-15 10:01   좋아요 0 | URL
초딩님도 굿모닝 입니다^^

초딩 2016-04-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어디 출판사 필사 하셨어요? :-)

시이소오 2016-04-15 09:56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북스캔 출판사네요^^

2016-04-15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위대한 유산을 필사하시다니!! 존경할 꺼리를 하나 더 늘리셨습니다. 와우! 디킨스에 대한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위대한 유산은 진정 걸작이에요 ^^

시이소오 2016-04-15 15:26   좋아요 0 | URL
컴퓨터 자판으로 했어요 ㅋ
그쵸? ^^

북깨비 2016-04-1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책은 커녕 영화도 안 본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은 초등학교때 축약본으로 읽었고 두도시 이야기는 고등학교때 영화로만 봤어요. 저 지금 완전 축복받은 상태인데 시이소오님 리뷰 읽고 위대한 유산이 막 무지무지 읽고 싶어졌어요. 아 몰라요 저 어떡해요 ㅋㅋㅋ

시이소오 2016-04-15 22:15   좋아요 0 | URL
ㅋㅋ 축복받은 북깨비님,
꾸~~~욱 참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