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712 :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


그림에 흩뿌려진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무늬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비늘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지울 수 없는 조각으로 남는다

→ 그림에 흩뿌린 물감처럼 무늬가 되어 마음에 남는다

《우리라도 인류애를 나눠야지》(천둥, 초록비책공방, 2023) 5쪽


  마음이 ‘남는’ 모습이나 일이나 무늬나 말이라서 ‘기억’이라 합니다.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라 하면 겹말인데, 남을 적에는 어느 곳이나 쪽이나 조각일 테니 겹겹말이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 나오는 “하나의 무늬가 되어 기억 속 편린으로 남는다”는 “무늬로 남는다”나 “조각으로 남는다”처럼 단출히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편린(片鱗) : 한 조각의 비늘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을 이르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594 : 사이 공간 비다


이곳과 저곳 사이에 공간이 있다. 공간은 빈 사이이니

→ 이곳과 저곳에 사이가 있다. 둘 사이가 있으니

→ 이곳과 저곳에 틈이 있다. 두 곳은 틈이 있으니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김장성, 이야기꽃, 2022) 22쪽


  한자말 ‘공간’은 ‘곳’이나 ‘자리’도 가리키고, ‘틈’이나 ‘사이’도 가리킵니다.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겹말입니다. 더구나 한자말 ‘공간’은 ‘비다’나 ‘빈곳’도 가리키니, “공간은 빈 사이”라 하면 겹겹말입니다. ㅍㄹㄴ


사이 : 1. 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2.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3.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4. 서로 맺은 관계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비다 : 1.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따위가 들어 있지 아니하게 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읽기 / 읽는 나 + 읽는 바보

읽는 닳는



  이웃을 만날 적마다 눈망울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이·차림새·쌈지·얼굴·몸·노리개는 아예 볼 일이 없다. 서로 눈과 눈을 거쳐서 속마음이 맞닿을 적에 반짝반짝 별빛을 잇는다. 서로 별 한 톨로 이곳에 있으니 가만히 본다. 눈으로 보면서 별빛을 잇기에, 입을 열면서 말을 틔운다. 귀를 쫑긋하면서 빛소리를 담는다.


  너랑 나랑 나란히 별 한 톨이지 않다면 굳이 한자리에 있을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너이든 나이든 별빛이 없이 어둡게 잠긴 눈이라면 수렁과 늪에 빠져드는 덫일 테지. 바다에 잠겨서 깊이 헤아리는 눈이 아니라면, 바람에 잠겨서 널리 살피는 눈이 아니라면, 너하고 나는 이곳에서 마주할 일이 없지.


  지난해에 문득 만난 이웃님 한 분이 다른 이웃님을 알려주었다. 이 이웃님과 저 이웃님이 함께 어울리는 배움자리를 지난해에 길고 느슨하면서 꾸준하게 이었다. 이렇게 한 해가 흐르고서 어느 달책에 글을 싣기로 했다. 달책에 이야기 한 자락이 실린 뒤에는 새롭게 또다른 이웃님을 만난다. 새롭게 만나는 또다른 이웃님은 다시금 다른다른 이웃님으로 잇고, 이제껏 어림도 하지 못 하던 숱한 이웃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내딛는 하루를 지켜볼 수 있다.


  늘 하듯 책과 노래를 띄웠다. 새로 마주하는 이웃님은 내가 띄운 책과 노래를 반갑게 맞이했다고 알려준다. 날마다 되읽으면서 더없이 기쁘게 배운다고 알려준다. 나는 덩달아 이웃님하고 쪽글을 주고받는다. 날마다 주거니받거니 쪽글 한두 자락씩 날아가고 날아온다. 나한테 작은아버지 또래일 ‘할아버지 이웃님’은 책 한 자락을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신다.


  닳고 낡는 책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나도 책이 닳도록 읽기는 하지만, 이웃님이 손빛으로 넘기며 닳는 책을 보니 새삼스럽다. 씨앗 한 톨을 고이 심었나 하고 돌아본다. 슥 스치는 글이나 책이 아니라, 서로 하나인 하늘마음으로 마주할 글과 책일 적에 별 한 톨이 밤마다 가만히 돋을 테지.


  손끝은 빚고 짓고 일구는 사이에 굳은살이 밴다. 책끝은 읽고 새기고 나누는 사이에 보드랍게 부푼다. 손길을 담고 펼치는 동안에 솜씨가 무르익는다. 책길을 여미고 여는 동안에 책밭이 푸르게 피어난다.


  모처럼 서울로 이야기마실을 나온 김에 책집 세 곳을 바람처럼 돌아본다. 거의 나아가던 왼뒤꿈치는 다시 절뚝절뚝. 왼발 앞꿈치에 제대로 힘주어 걷지 못 한다. 절뚝절뚝 기우뚱기우뚱 몸짓으로 이럭저럭 걸어다닌다. 저절로길(에스컬레이터)이 보이면 디딤돌로 오르내린다. 천천히 걸어서 신촌 〈홍익문고〉에 닿는다. 아침에 열자마자 들어간다. 책 한꾸러미를 느긋이 장만한다. 이윽고 〈알라딘중고샵 신촌가게〉에 들른다. 여기에서는 판끊긴 만화책을 한꾸러미 고른다. 마지막으로 〈숨어있는책〉 쪽으로 걸어간다. 건널목을 건너고서 골목으로 들어설 즈음 과일집을 본다. 길가 과일집에서 파는 복숭아는 고흥보다 알이 굵고 값마저 착하다. 들고 갈까?


  끙 망설이다가 지나간다. 〈숨어있는책〉에서는 책짐을 두 꾸러미 더 장만한다. 이제 뒤뚱뒤뚱 걷는다. 등에 가슴에 어깨에 팔뚝에 손에 쥔 책짐이 수북수북하다. 버스나루까지 씩씩하게 온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등짐과 앞짐과 손짐을 다 풀어서 내려놓는다. 낯을 씻는다. 밑칸에 책을 실으려다가 모두 안고서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오롯이 읽으면서 돌아가자. 어제는 바삐 움직이느라 책읽기를 누릴 틈이 밭았다. 밤조차 등허리를 펴며 일찍 누웠다. 오늘 아침도 여러 곳에 보낼 글을 가다듬느라 책을 못 폈다.


  손과 눈과 마음과 몸이 하나로 닿으며 함께 일어나는 오솔길을 달리면서 집으로 간다. 읽다가 자고, 다시 읽다가 자면 어느새 고흥읍일 테지. 고흥읍에 닿으먼 시골버스를 탈 수 있고, 택시를 부를 수 있다. 다 즐거운 길이다. 2026.8.26.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빼앗긴 밤



시골에서 여름이면

새벽과 밤마다 한참

풀죽임물을 엄청나게 뿌린다


밤새 밤벌레 밤개구리

모두 잠재우는 하얀 물줄기는

별빛마저 잡아먹는다


서울에 큰고장에 일하러 나오면

저녁부터 더 환하고 사람물결에

발쉴 틈이 없고 별자리도 사라진다


빼앗긴 밤에 일찍 눕는다

풀씨 꽃씨 나무씨 한 톨씩

길바닥 틈새에 슬며시 묻는다


2026.8.25.불.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21.


《우리 집 꼬마 아가씨 3》

 산카쿠헤드 글·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6.5.25.



부산이웃님과 이은 책모임·글모임이 제법 길다. 다달이 꼬박꼬박 이었고, 지난해에는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뻔질나게 마주했다. 저마다 수북수북 쌓은 삶글을 추스를 때라고 느껴, 오늘부터 ‘책내모(책을 내는 모임)’라는 이름을 붙여서 첫자리를 편다. “내가 어떻게 책을 내요?” 하고 되묻는 이웃님한테 “내가 나를 밝히면서 빛을 찾아가려는 말씨를 심었으니, 이제부터 거두어서 갈무리하고 둘레에 나눌 때랍니다.” 하고 속삭인다. 왼뒤꿈치는 많이 낫는다. 가볍게 절뚝이며 걸을 만하다. 얼음늪(에어컨지옥)이 없는 고흥으로 돌아오니 숨쉴 만하다. 《우리 집 꼬마 아가씨 3》까지 읽고서 이다음을 기다린다. 아이를 잘 돌보는 어버이란 따로 없다. 처음부터 못하거나 잘하지 않는다. 함께 한마음으로 한집살림을 가꾼다는 길이라면 넉넉하면서 느긋하다. 지난날 누구나 숲사람으로서 숲지기로 일하고 쉬며 하루를 짓던 무렵에는 가시버시가 나란히 내리사랑을 폈고, 모든 아이는 치사랑으로 손을 맞잡았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지 않으니, 한 걸음 다가서고 나긋나긋 말을 나누고 즐겁게 이곳을 일구는 손길이라면 아름답다. 집일과 아이돌봄을 못할 사내란 없다. 집밖으로 나돌면서 힘을 빼느라 핑계를 댈 뿐이다. 이제는 핑계를 치우고서 집살림꾼으로 서자.


#ぼくの魔なむすめ #サンカクヘッド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


[속보] 현대차 노조, 전면 파업 돌입…2016년 이후 10년만

https://n.news.naver.com/article/082/0001394820?type=breakingnews


세종 가느니 퇴사?…“세종은 혐오시설이 아닙니다” [100투더세종-3]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4152528


“김민석씨라니 예의 지키라” vs “조희대씨는 괜찮나” 법사위 충돌 [이런뉴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242155


“국회도서관 책, 기증 아니라 대여” 깨알 지적한 스틸 美대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94222


100조 넘보는 '미래기금' 신설…교육교부금 연동 55년만에 폐지(종합2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264418?rc=N&ntype=RANKING


[속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노웅래 1심 이어 항소심도 무죄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49307?sid=102


[바로간다] "생수공장 들어서고 우물 말랐다" 지하수는 누구의 것?

https://n.news.naver.com/article/214/00015193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