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가면 假面


 가면을 쓰다 → 탈을 쓰다 / 껍데기를 쓰다

 예쁜 얼굴은 무서운 가면이었다 → 예쁜 얼굴은 무서운 탈이었다

 가면을 벗다 → 탈을 벗다 / 껍데기를 벗다 / 허울을 벗다


  낱말책은 ‘가면(假面)’을 “= 탈”로 풀이합니다. ‘가면’은 ‘탈’로 고쳐쓸 낱말이라는 뜻입니다. 얼굴을 감추거나 다르게 꾸미려고 얼굴에 쓰는 ‘탈’입니다. ‘탈’은 속을 숨기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탈·탈질·탈쓰다·탈을 쓰다’나 ‘허울·허울좋다·허울스럽다·허울이름·허울짓·허울질’로 고쳐씁니다. ‘얼굴가리개·얼굴마개·얼굴막이·낯가리개·낯마개·낯막이’나 ‘입마개·입가리개’로 고쳐쓰고요. ‘가죽·거죽·갗’이나 ‘겉·겉가죽·겉살·겉낯·겉얼굴·겉모습·겉빛’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겉자락·겉차림·겉결·겉옷·겉저고리·겉두루마기’나 ‘겉치레·겉으로·겉질·겉짓·겉꾼·겉사랑’으로 고쳐쓰지요. ‘얼굴·얼굴짝·쪽’이나 ‘꺼풀·까풀·껍데기·겉껍데기·켜’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섶·옷섶’이나 ‘가리다·가리개·가림·가리기·가려주다’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감추다·감춤·감춘짓·감춤질’이나 ‘숨기다·숨김·숨긴짓·숨김질’로 고쳐써도 되고요. ‘시늉·시늉하다·시늉질·흉내·흉내질·흉내내다’나 ‘척·척하다·체·체하다’로 고쳐쓰기도 합니다. ‘아닌 척·아닌 척하다·아닌 체·아닌 체하다’나 ‘없는 척·없는 척하다·없는 체·없는 체하다’나 ‘있는 척·있는 척하다·있는 체·있는 체하다’로도 고쳐써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가면’을 둘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ㅍㄹㄴ



가면(假免) : [법률] 임시로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함

가면(假面) : [문학] 1925년에 김억이 창간한 시 전문지. 1926년 7월에 통권 9호까지 발행된 후 폐간되었다



사혼의 구슬 조각이 박힌 참나무로 만든 가면이지

→ 네빛 구슬 조각이 박힌 참나무로 깎은 탈이지

→ 네꽃 구슬 조각이 박힌 참나무로 깎은 꺼풀이지

《이누야샤 3》(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 150쪽


점점 가면을 쓰고 이중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 또 탈을 쓰고서 거짓말을 한다

→ 자꾸 감추고서 두얼굴이다

→ 어느새 가리고서 두모습이다

→ 나날이 허울좋게 속인다

→ 갈수록 겉치레로 엇가락이다

→ 곧 낯가리개로 눈속임이다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고은우·김경욱·윤수연·이소운, 양철북, 2009) 244쪽


언뜻 닮은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가면이 거기 있었다

→ 언뜻 닮은 듯하지만 아주 다른 두 가지 탈이 거기 있었다

→ 언뜻 닮은 듯하지만 사뭇 다른 두 가지 옷섶이 거기 있었다

→ 언뜻 닮은 듯하지만 크게 다른 두 가지 겉낯이 거기 있었다

《유리가면 15》(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46쪽


저 애는 천의 가면을 가지고 있으니까

→ 저 애는 즈믄탈이니까

→ 저 애는 즈믄얼굴이니까

《유리가면 23》(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기획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51쪽


바람신의 가면을 만들어 봤어

→ 바람신 탈을 지어 봤어

→ 바람님 얼굴탈을 지어 봤어

《파란 만쥬의 숲 1》(이와오카 히사에/오경화 옮김, 미우, 2011) 56쪽


상처를 감추기 위해 단단한 가면을 쓰고 산다

→ 생채기를 감추려고 단단한 탈을 쓰고 산다

→ 아픔을 감추려고 단단한 껍데기를 쓰고 산다

→ 아픔을 감추려고 단단한 허울을 쓰고 산다

《아이를 읽는다는 것》(한미화, 어크로스, 2014) 102쪽


허울 좋은 세계의 가면 따위는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 허울좋은 나라란 탈 따위는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 허울좋은 곳이란 껍데기는 벗겨지고 말았습니다

《나의 유서 맨발의 겐》(나카가와 케이지/김송이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4) 212쪽


미간도 맞지 않는 가면 뒤에서 숨을 쉬면

→ 눈썹새도 맞지 않는 탈을 쓰고 숨을 쉬면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 20쪽


잘 보이고 싶어서 우리는 가면을 쓸 때가 있지요

→ 잘 보이고 싶어서 탈을 쓸 때가 있지요

→ 잘 보이고 싶어서 껍데기를 쓸 때가 있지요

→ 잘 보이고 싶어서 허울을 쓸 때가 있지요

《詩누이》(싱고, 창비, 2017) 131쪽


왜 가면을 쓰고 다니는 걸까

→ 왜 탈을 쓰고 다닐까

《가면 여고생 하나코 1》(오다 료/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19) 9쪽


내게 서너 개의 가면이 있습니다

→ 나는 탈이 서넛 있습니다

→ 난 서너 가지 탈이 있습니다

→ 난 서너 얼굴이 있습니다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배영옥, 문학동네, 2019) 70쪽


가면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시 써도 숨이 막히지 않을 것 같았다

→ 탈이 답답하지 않다. 다시 써도 숨이 안 막힐 듯하다

→ 옷섶이 안 답답하다. 다시 써도 숨막히지 않을 듯하다

→ 껍데기가 안 답답하다. 다시 써도 숨 안 막히겠다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천선란, 달, 2026)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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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레지던스residence·레지던시residency



레지던스(residence) : x

레지던시(residency) : x

residence : 1. 주택, 거주지(특히 크고 웅장한 것) 2. (특정한 곳에) 거주[상주] 3. (외국에서의) 체류[거주] 허가

residency : 1. (=residence) 2. (화가·작가·음악가 등이 특정 기관 소속으로 일하는) 전속[전속 기간] 3. (특정 장소에서의) 거주 4. (수련의의) 레지던트 근무 (기간) 5. (대사 등의) 공관[관저]

レジデンス(residence) : 1. 레지던스 2. 주택. 저택. 주거. 관저 3. (일본어 독자 용법) 고급 분양 아파트. 또, 그 명칭



어설피 들여와서 그냥그냥 쓰는 영어 ‘레지던스·레지던시’입니다. 우리말로 나타낼 길이 없다면 영어나 일본한자말을 쓸 수 있습니다만, 이미 우리 스스로 나타낼 말은 잔뜩 있습니다. 두 가지 영어는 때와 곳을 살펴서 ‘머물다·머무르다·묵다’나 ‘보내다·지내다·지새우다·자리잡다·자다·잡다’로 고쳐씁니다. ‘살다·있다·계시다·앉다’나 ‘깃들다·둥지틀기·터잡다’로 고쳐써요. ‘남다·녹아들다·붙다·뿌리내리다·뿌리박다’나 ‘머금다·몸담다·몸두다’로 고쳐쓰고요. ‘곳·자리·집’이나 ‘길손집·길손채·나그네집·나그네채’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나들채·나들칸·마실집·마실채’나 ‘손님집·손님채’로 고쳐쓸 만하고요. ‘자는곳·잠자리·잠집·잠터·잘곳·잘자리·잘집·잘터’로 고쳐써도 됩니다. ㅍㄹㄴ



레지던스와는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 지내는 곳과는 조금 떨어진

→ 깃드는 데와는 조금 떨어진

→ 머금는 자리와는 조금 떨어진

→ 머무는 터와는 조금 떨어진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천선란, 달, 2026) 47쪽


레지던스에서 도보로

→ 나들채에서 걸어서

→ 자는곳에서 걸으면

→ 집에서 걸어가면

→ 잠자리에서 걸어

《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천선란, 달, 2026)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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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호감 好感


 호감이 가다 → 마음이 가다 / 눈이 가다 / 좋다

 호감을 갖다 → 좋아하다 / 좋다 / 반색하다 / 반기다

 호감을 느끼다 → 좋다고 느끼다 / 반갑다 / 기껍다 / 즐겁다

 호감을 사다 → 좋아하다 / 좋게 보다 / 반기다 / 기뻐하다


  ‘호감(好感)’은 “1. = 호감정 2. [북한어] 좋게 여김”을 뜻한다 하고, ‘호감정(好感情)’은 “좋게 여기는 감정 ≒ 호감·호정(好情)”을 뜻한다 합니다. ‘호감·호감정·호감도’는 모두 ‘즐겁다·즐기다·즐겨하다’나 ‘기꺼이·기껍다·기쁘다·기뻐하다’로 손봅니다. ‘반갑다·반기다·반색·반색하다’나 ‘나서다·내키다·낫다·달갑다·솔깃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눈길이 가다·눈이 가다·눈을 반짝이다·눈이 번쩍하다·눈이 빨갛다”나 ‘단비·봄단비·여름단비·가을단비·겨울단비’나 ‘꽃보라·꽃비·봄꽃비·여름꽃비·가을꽃비·겨울꽃비’로 손볼 수 있어요. ‘사랑·사랑하다·사랑스럽다·사랑받다’나 ‘아끼다·좋다·좋아하다·예쁨받다·이쁨받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두손들다·두 손을 들다·손들다·손을 들다’나 ‘마음에 들다·마음에 맞다·마음에 차다·마음이 가다·마음이 쏠리다·마음있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부릅뜨다·붉눈·붉은눈’이나 ‘군침·군침이 돌다·입맛이 당기다·침을 꿀꺽 삼키다·침이 고이다’로 손보고요. ㅍㄹㄴ



사람들이 호감을 가진다는 것은 사진을 찍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 사람들이 기뻐하기에 찍기가 수월했다

→ 사람들이 즐거워하기에 찍기가 쉬웠다

→ 사람들이 반겼기에 찍기가 나았다

《魂, 김수남 사진굿》(김수남, 현암사, 2007) 13쪽


아유미보다 이 마야라는 애의 미도리에 더 호감이 가는데

→ 아유미보다 이 마야라는 애 미도리가 더 나은데

→ 아유미보다 이 마야라는 애 미도리가 더 마음이 드는데

《유리가면 4》(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02쪽


내가 호감을 느끼는 것조차 내 자유를 빼앗는다. 정말 그럴까?

→ 내가 좋다고 느낄 때조차 내 날개를 빼앗는다. 참말 그럴까?

→ 내가 좋아하는 일조차 내 신명를 빼앗는다. 참말 그럴까?

→ 내가 눈이 가는 곳조차 내 마음를 빼앗는다. 참말 그럴까?

《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 판미동, 2015) 43쪽


대부분의 아이들은 생물과 자연에 호감을 가진다

→ 거의 모든 아이는 뭇목숨과 숲을 반긴다

→ 아이는 거의 다 숨빛과 들숲메를 사랑한다

→ 아이는 으레 이웃숨결하고 숲을 아낀다

《자연생태 개념수첩》(노인향, 자연과생태, 2015) 5쪽


젊다는 것 자체가 대체로 새로운 호감을 얻었다

→ 젊다고 하면 으레 새롭게 좋아했다

→ 젊음은 그대로 다들 새롭게 좋아해 준다

→ 젊으면 이럭저럭 새롭게 좋아들 한다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피터 N.스턴스/김한종 옮김, 삼천리, 2017) 161쪽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 서로 좋아하였으며

→ 서로 마음에 들었으며

→ 서로 마음이 맞았으며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버나드 라운/ 이희원 옮김, 책과함께, 2018) 91쪽


호감도 게이지

→ 기쁨 눈금

→ 단비 눈금자

→ 반가움 높이

→ 꽃비 높낮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9》(마유즈키 준/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05쪽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 처음부터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 처음부터 반겼는지도 모른다

→ 처음부터 기뻤는지도 모른다

《신부 이야기 11》(모리 카오루/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8쪽


아주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 아주 좋아했으니

→ 아주 마음에 들었으니

→ 아주 눈을 반짝였으니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 158쪽


덕분에 러시아에 대한 호감은 수직상승함

→ 그래서 러시아가 확 마음에 든다

→ 이리하여 러시아한테 사로잡힘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이다, 미술문화, 2024) 69쪽


설마 제게 호감을 가진 누군가가

→ 설마 저를 반기는 누가

→ 설마 저를 좋아하는 누가

→ 설마 제가 마음에 든 누가

《아저씨 전생 2》(아이바 쿄코/이소정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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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게이지gauge



게이지(gauge) : 1. [기계] 공작물을 재거나 검사할 때에, 길이·각도·모양 따위의 기준이 되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 한계 게이지, 표준 게이지, 각도 게이지, 나사 게이지 따위가 있다 2. [공업] 조판의 넓이와 길이의 치수를 결정하는 일 3. [교통] 철도 레일의 두부(頭部) 안쪽 사이의 거리 4. [수공] 뜨개질에서, 일정한 면적 안에 들어가는 코와 단의 수

gauge : 1. 게이지, 측정기 2. (너비·두께의) 치수 3. (총의) 구경 4. (선로의) 궤간 5. (평가·판단 등의) 기준 



영어 낱말책은 ‘gauge’를 ‘게이지’로도 풀이합니다. 그런데 길이나 여러 가지를 잴 적에는 ‘자’를 써요. ‘-자’를 붙여서 새말을 빚을 만합니다. ‘눈금자·높이자’나 ‘두께자’처럼 쓸 수 있어요. 여러모로 헤아려 ‘높낮이·높고낮음·높고낮다’나 ‘높이·높이자’로 손질합니다. ‘눈금·눈줄’이나 ‘눈금자·눈금틀·두께자’로 손질해요. ‘알림길·알림이·알림빛·알림꽃·알림틀’로 손질할 만합니다. ‘자·잣대·춤·틀·틀거리’나 ‘줄·줄눈·줄눈금·줄금’으로 손질해도 되고요. ㅍㄹㄴ



호감도 게이지

→ 기쁨 눈금

→ 단비 눈금자

→ 반가움 높이

→ 꽃비 높낮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9》(마유즈키 준/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05쪽


삶의 게이지가 조금 올라갔다

→ 삶눈금이 조금 올라갔다

→ 삶이 조금은 낫다

《일인칭 가난》(안온, 마티, 2023) 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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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도감 (리커버)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3
권정민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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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6.10.21.

그림책시렁 1898


《엄마 도감》

 권정민

 웅진주니어

 2021.7.16.



  아기가 태어나면서, 어버이도 태어납니다. 아기를 품지 않을 적에는 그냥 ‘어른’이지만, 아기를 품는 때부터 비로소 ‘어버이’라는 이름을 새로 받습니다. 곧, ‘어버이(어머니 +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는 날이,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면서, 늘 새롭게 배우고 나누고 노래하는 첫발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엄마 도감》은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는 눈망울로 엄마를 지켜보는 줄거리를 다루는 듯싶습니다. 서울 한복판 잿집(아파트)에서 혼자 돌봄일을 맡는 고단하면서 지치는 하루를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아이는 엄마 혼자 못 낳습니다. 엄마가 몸에 열 달을 품지만, 엄마씨만으로 못 낳아요. 아빠씨가 꼭 있어야 합니다. 아빠도 아이를 혼자 못 낳지요. 반드시 엄마씨랑 만나야 합니다. 다른 두 씨가 만나려면 오직 사랑이어야 하고, ‘씨맺이’를 할 때뿐 아니라, 씨를 맺기 앞서에다가, 씨를 맺은 뒤로,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모든 나날과 자리에 엄마아빠가 나란할 노릇입니다. 


  《엄마 도감》은 지치고 고단한 엄마를 오래 크게 비추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하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런데 ‘서울에서 지내는 사람’은 논밭일을 안 합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거두지 않습니다. 풀줄기에서 심을 얻어서 물레를 잣거나 베틀을 밟지 않고, 바느질을 하지도 않습니다. 방아를 찧거나 절구를 빻지도 않지요. 나무를 베거나 지게를 지지도 않아요. 불을 피우거나 장작을 패지도 않습니다. 빨래틀에 넣을 뿐, 손으로 빨래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 모든 집살림과 집일은 ‘어버이’라는 새이름을 받는 두 사람이 함께할 몫이면서, 아기가 아장아장 자라는 동안에는 거의 다 아버지가 맡아야 할 노릇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그릴 ‘이야기책(도감)’이라면, 어디로 사라져버린 아빠를 찾아내어 이 일과 저 일과 그 일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가 태어났으니 돈을 더 벌려고 용쓰는 아빠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아빠 손길을 나란히 받으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하루살림을 담아야 ‘이야기책’일 테지요.


  이제부터 그려내야 할 책은 ‘어버이책’이어야 합니다. 한 사람이 짊어지는 집안일이 아닌, 어깨동무로 함께 짓고 가꾸고 돌보면서, 나란히 웃고 울며 노래하는 ‘살림책’을 그려내야지요. 우리가 잊어버린 모습을 우리가 스스로 되찾을 때라야, 아이도 어버이도 나란히 자라면서 서로 아늑하고 즐겁습니다. 이 핑계나 저 타령은 멈추고서, 이 얘기와 저 살림을 담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모든 집부터 바뀔 수 있고, 온나라가 거듭날 수 있습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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