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달리기

 


  순천역에서 기차를 내린다. 시계를 본다. 버스역까지 가자니 빠듯하다. 설 기차표를 종이로 뽑아야 한다. 용산역에서 종이로 뽑을걸 하고 생각하지만, 용산역에서는 줄이 너무 길었다. 순천역에서는 줄을 안 서도 바로 종이로 뽑을 수 있다. 17시 40분에 고흥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려면 바지런히 달려야 한다. 택시를 탈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택시삯 3000원이면 네모빵 한 줄을 살 수 있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기차를 오래 타며 속이 부글부글하다. 걷거나 달리면서 바깥바람을 쐬어야지 싶다.


  17시 36분에 순천 버스역에 닿아 표를 끊는다. 통장정리를 한다. 버스에 오른다. 자리가 넉넉하다. 숨을 돌리면서 가방을 내린다. 웃옷을 벗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이제 한 시간 뒤면 고흥으로 들어서는구나. 다 왔다. 기운을 더 내어 집으로 잘 돌아가자.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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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1-17 22:53   좋아요 0 | URL
귀경길 그러고보니 얼마 안남았네요.
택시 요금이 너무비싸긴해요,

파란놀 2014-01-17 22:57   좋아요 0 | URL
택시 일 하시는 분들도 먹고사셔야지요~ ^^
택시 일꾼 그분들이 저를 태우고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3000원어치 식빵'을 사들고 가는 그림도
참 예쁘겠다 하고 생각했지만,
여러 시간 달린 기차에서 내리자마다
다시 차를 타고 싶지 않아서
그냥 헐레벌떡 달렸답니다 ㅠ.ㅜ
 

몸을 씻으니 빨래를

 


  서울에서 바깥일을 마치고 먼 길을 달려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기차를 탄다. 순천역에서 내려 고흥읍으로 시외버스를 갈아탄다. 기차와 버스에서 배를 살살 어루만진다. 멀미를 안 하고 배앓이를 안 하기를 빈다. 읍내에 내린 뒤 택시를 불러 시골집으로 간다. 요 며칠 하늘이 뿌옇다. 그래도 시골 하늘은 서울 하늘보다 훨씬 맑고 깨끗하지만, 별이 몇 안 보인다.


  집 앞에서 택시를 내린다. 짐칸에 실은 귤상자와 여러 가지를 내린다. 작은아이는 잠들었고, 큰아이는 어머니 곁에서 논다. 먹을거리를 마루와 부엌으로 옮기고 나서 씻는다. 서울에서 몸에 묻은 때를 벗긴다. 서울에서 입은 옷을 벗어서 바닥에 깔고는 빨래를 한다. 어제 나온 아이들 옷가지도 함께 빨래를 한다. 물을 마시고, 빨래를 옷걸이에 꿰어 방에 넌다. 큰아이는 잘 놀았으니 포근히 잘 수 있도록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을 여미어 준다. 곯아떨어진 작은아이 이불을 다시 여민다. 나는 속이 니글니글해서 함께 드러눕지 않는다. 책상맡에 앉아서 몇 가지 일을 한 뒤에 누워야지 싶다. 고작 하루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왔지만, 저녁에 몸을 씻으며 하는 빨래가 새삼스럽다. 참말 하루만 집을 비워도 며칠이나 몇 해가 지난 듯하다. 참말 하루만 아이들 얼굴을 안 보아도 며칠이나 몇 해가 훌쩍 흐른 듯하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동백마을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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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는 섬이 있다. 고흥에도 섬이 있다. 인천에도 섬이 있고, 진도이며 완도이며 섬이었다. 섬사람은 언제나 물을 곁에 둔다. 섬사람 삶자락에는 늘 바다내음이 감돌고 바다바람이 불며 바다노래가 흐른다. 섬은 도시가 아닌 시골이다. 섬사람은 스스로 흙을 일구어 논밭을 마련한다. 섬사람은 물에서 바닷것을 견저 먹을거리로 삼는다. 바다가 베푸는 빛과 무늬를 먹는다.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 지구는 어떠한 삶터일까.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별은 조그마한 섬이지 않을까. 남녘땅에서 조그마한 삶자락 이루는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웃음과 눈물로 하루하루 가꾸었을까. 강제윤 님이 조곤조곤 속삭여 준다.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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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우리 섬
강제윤 글.사진 / 호미 / 2013년 12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2014년 01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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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시골에서 아이들 노랫소리가 퍼질 적에, 아직 도시에서도 아이들이 골목놀이를 누리던 때에,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소꿉놀이 즐기던 빛이 서린 동화책 《해바라기 피는 계절》을 읽으며 생각한다. 요즘 시골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요즘 도시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읽거나 즐길 수 있을까. 아무래도 요새 아이들 삶과 넋에 맞추어 새로운 동화를 새로운 작가들이 쓸 노릇이라고 느끼지만, 맑은 시골내음과 고운 골목빛이 깃든 이 동화책을 ‘철 지난 이야기’라고 묻어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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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피는 계절
김명수 지음 / 창비 / 1992년 9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1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1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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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로 했다. 일곱 살이 되어 곧 한글을 뗄 듯한 큰아이가, 교재나 교본으로 한글을 익히면 재미없으리라 느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를 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시를 쓰고, 아이는 시를 읽는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쓰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글이라면 굳이 배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사랑스럽지 않은 글이라면 딱히 배울 만한 뜻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마음과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다. 아이와 시를 쓰기로 했다면, 내 마음과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찬찬히 돌아보고 가꾸며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한테 시를 들려주려고 시를 쓰다 보니, 저절로 내 삶을 새롭게 가꾼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고 싶어서 큰아이를 이 땅에서 맞이한 셈이요,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시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꿈꾸고 싶어 내 곁에 찾아왔구나 싶다.

 

  시 한 줄이란 참 아름답다. 시 한 줄을 글로 적을 수 있으니 참 사랑스럽다. 사름벼리야, 너하고 나누는 시노래는 앞으로 네 동생하고도 나눌 시노래가 된단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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