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달리기
순천역에서 기차를 내린다. 시계를 본다. 버스역까지 가자니 빠듯하다. 설 기차표를 종이로 뽑아야 한다. 용산역에서 종이로 뽑을걸 하고 생각하지만, 용산역에서는 줄이 너무 길었다. 순천역에서는 줄을 안 서도 바로 종이로 뽑을 수 있다. 17시 40분에 고흥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려면 바지런히 달려야 한다. 택시를 탈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둔다. 택시삯 3000원이면 네모빵 한 줄을 살 수 있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기차를 오래 타며 속이 부글부글하다. 걷거나 달리면서 바깥바람을 쐬어야지 싶다.
17시 36분에 순천 버스역에 닿아 표를 끊는다. 통장정리를 한다. 버스에 오른다. 자리가 넉넉하다. 숨을 돌리면서 가방을 내린다. 웃옷을 벗는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이제 한 시간 뒤면 고흥으로 들어서는구나. 다 왔다. 기운을 더 내어 집으로 잘 돌아가자.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