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셋째가 간밤에

벼락과 큰비를 몰고

두 달 만에

허둥지둥 찾아온다.


손바닥에 얹어

핏덩이 냄새를 맡다가

집 옆

무화과나무 둘레를

꽃삽으로 판다.


작은 숨결을 묻는다.


아직

네 이름을 짓지

않았는데.



4347.10.23.나무.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10-23 22:49   좋아요 0 | URL
아~ 귀한 아기 명복을 빕니다.

2014-10-24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을 알뜰히 누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삶을 알차게 가꾼다면 어떤 하루가 될까. 사랑을 곱게 나눈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사랑을 따스히 펼친다면 어떤 하루가 될까. 죽은 줄조차 모르는 채 그만 죽고 만 ‘여자 고등학생’은 ‘죽은 넋’이 어떻게 이 땅에서 아쉬움을 털어야 홀가분하게 다른 누리로 건너갈 수 있을까. 살아서 움직이는 동안 무엇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죽은 넋’이 된 뒤에 아쉬움도 슬픔도 생채기도 가만히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길로 나설 수 있을까. 만화책 《성실한 시간》을 조용히 읽는다. 삶과 죽음은 얼마나 다른가. 삶과 죽음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온힘을 다하는가. 우리는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얼마나 즐겁게 웃거나 노래하는가.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총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성실한 시간 1
세이케 유키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8월
4,800원 → 4,32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14년 10월 23일에 저장
절판


총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한국말에는 ‘백조(白鳥)’가 없다. ‘백조’는 일본말이다. 그러면 한국말은 무엇일까? ‘고니’이다. 그래서, ‘흰고니·검은고니·큰고니’ 같은 새가 있다. 그러나,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백조의 호수” 같은 이름은 아직도 바로잡지 못한 채 그저 다시 퍼지고 또 퍼지기만 한다. 일본 만화 《백조 액추얼리》하고 ‘백조’라는 이름은 그리 이어질 일은 없을 테지만, 이 만화책을 ‘고니 액추얼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주 마땅하게 붙이는 이름이지만, 이러한 이름을 마땅하다고 느낄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 만화책에 흐르는 줄거리처럼, ‘고마운 사람한테 찾아가서 지어미가 되겠다’고 하는 고니가 참말 고니인지, 아니면 고니인 척하는 사람인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니가 참말 사람으로 몸을 바꾸어서 ‘고마운 이한테 지어미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눈앞에서 똑똑히 보았다 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믿으며 받아들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저러나, 만화책 《백조 액추얼리》는 사람과 고니 사이에서 맺고 얽는 살가운 이야기를 조곤조곤 다룬다. 예쁜 그림과 고운 이야기가 흐른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총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백조 액추얼리
코다마 유키 지음, 천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2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10월 23일에 저장
품절


총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69. 내 마음에 드는가 살피기



  누구나 마음에 드는 일을 할 때에 즐겁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서 즐거울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일이라면 언제나 스스로 나서서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면 억지로 돈을 쥐어 주어야 비로소 시킬 수 있습니다.


  찍고 싶은 사진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찍습니다. 따로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나서서 찍습니다. 찍고 싶지 않은 사진이기에 남이 시킬 때에 비로소 찍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든지, 신문이나 잡지를 내야 해서 찍는 사진이기에 누군가 이런 사진을 찍거나 저런 사진을 찍으라고 시킵니다.


  남이 시키기에 찍는 사진일 때에는 즐겁지 않습니다. 남이 시키니까 찍는 사진일 때에는 발돋움하지 않습니다. 남이 이런 사진을 찍어 달라고 바라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서 찍어야 비로소 즐겁습니다. 남이 저런 모습도 찍어 달라고 말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밝혀서 찍어야 비로소 발돋움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 보았기에 잘 찍지 않습니다. 이른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사진을 잘 찍지 않아요. 사진을 찍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녁 마음이 움직일 때에 스스럼없이 사진기를 손에 쥐면, 꼭 한 장만 찰칵 하고 찍어도 아주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사진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밥을 어떻게 짓는지 헤아려 보셔요. 아이들만 먹는다고 여겨 간을 안 보거나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안 먹는 밥을 짓는다고 할 적에 ‘내가 안 먹으니’까 간을 안 보거나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안 먹는 밥을 차려서 건넬 적에도 ‘내가 맛있게 먹을 만한 밥’으로 지어서 건네야 즐겁습니다.


  집을 잘 짓는 나무장이는 언제나 ‘나무장이 스스로 살고 싶거나 살 만한 집’을 짓습니다. 이 집에서 누가 어떻게 살는지 모르는 채 집을 짓지 않습니다. 예부터 어버이가 바느질로 옷을 지어서 아이한테 입힐 적에도 ‘옷을 입을 아이’를 내내 마음으로 그리면서 손을 놀립니다.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언제나 마음으로 생각을 기울여야 합니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내 마음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찍는 사진인지 생각하며, 스스로 마음에 들도록 찍는 사진인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이웃이나 동무한테 건넬 수 없어요.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찍는다면, 이런 사진은 기쁨도 슬픔도 이야기도 아름다움도 길어올리지 못합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 찍는 눈빛 68.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소리를 듣습니다. 눈길을 그러모을 수 있으면 빛깔과 무늬를 봅니다. 마음을 모을 수 있으면 사랑을 느낍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둘레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넘친다 하더라도,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참말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만 가려서 듣습니다. 시끄러워서 다른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지만, 시끄럽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에 다른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온갖 사람이 많아서 내가 찾아야 할 사람을 못 찾을 수 있으나,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탓에 내가 찾으려는 사람을 못 찾는 셈입니다.


  어버이라면 제 아이가 어디에 있든 바로 알아차립니다. 수많은 아이한테 둘러싸여도 제 아이를 바로 한눈에 알아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라면 제 어버이가 어디에 있든 곧장 알아내요. 수많은 어른한테 둘러싸여도 제 어버이를 곧장 한달음에 알아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은 어수선한 곳에 있어도 내가 바라보려고 하는 곳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 모습이나 사진으로 찍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바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아무 이야기나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길어올려서 즐겁게 가꾸는 삶을 이야기 하나로 갈무리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풀 한 포기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듣습니다. 먼 데서 사는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생각을 기울여 듣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흙과 해와 별이 들려주는 꿈을 듣습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에는 온갖 노래와 이야기와 꿈이 서립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