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8. 부르는 소리를 듣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소리를 듣습니다. 눈길을 그러모을 수 있으면 빛깔과 무늬를 봅니다. 마음을 모을 수 있으면 사랑을 느낍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으면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둘레에서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넘친다 하더라도,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참말 내가 들으려고 하는 소리만 가려서 듣습니다. 시끄러워서 다른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지만, 시끄럽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에 다른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온갖 사람이 많아서 내가 찾아야 할 사람을 못 찾을 수 있으나, 이것저것 어수선하거나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탓에 내가 찾으려는 사람을 못 찾는 셈입니다.


  어버이라면 제 아이가 어디에 있든 바로 알아차립니다. 수많은 아이한테 둘러싸여도 제 아이를 바로 한눈에 알아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라면 제 어버이가 어디에 있든 곧장 알아내요. 수많은 어른한테 둘러싸여도 제 어버이를 곧장 한달음에 알아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시끄러운 소리가 있어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은 어수선한 곳에 있어도 내가 바라보려고 하는 곳을 똑똑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아무 모습이나 사진으로 찍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바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아무 이야기나 사진으로 담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길어올려서 즐겁게 가꾸는 삶을 이야기 하나로 갈무리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귀를 기울여 듣습니다. 풀 한 포기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듣습니다. 먼 데서 사는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생각을 기울여 듣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흙과 해와 별이 들려주는 꿈을 듣습니다. 우리가 찍는 사진에는 온갖 노래와 이야기와 꿈이 서립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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