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
애지니아빠 지음, 이강훈 그림 / 파롤앤(PAROLE&)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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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2.29.

다듬읽기 286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

 애지니아빠 글

 이강훈 그림

 PAROLE&

 2021.1.27.



  누구나 어버이랑 어른한테서 말을 배웁니다. 아이는 좋거나 나쁘다는 말을 안 가립니다. 둘레에서 쓰는 모든 말을 귀담아듣고서 즐겁게 배웁니다. 아이는 바람소리도 새소리도 풀벌레소리도 고스란히 듣고서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아이는 부릉부릉 빵빵 왁자지껄 떠들썩한 소리까지 그저 듣고서 가만히 맞아들입니다. 아이가 듣는 소리란, 어버이와 어른이 늘 누리거나 헤아리는 소리입니다. 아이가 쓰는 말이란, 우리가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물려주려는 숨결입니다.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는 아이가 어쩜 이렇게 빛나는 말씨를 펼 수 있나 놀라면서 지켜본 바를 조금 담아낸 꾸러미입니다. 아버지로서 이모저모 곁들이는 줄거리가 꽤 길어서 살짝 군더더기 같습니다. 서로 나누는 마음만 읽으면 됩니다. ‘우리 아이’만 말을 낳을 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말을 낳는 줄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또한 아이한테 하는 말이 그대로 씨앗으로 자라는 줄 살펴야지 싶습니다. 우리가 어진 사람이라면 아이한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따위는 아예 안 묻습니다. 우리가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아이한테 “오늘은 바람이 무슨 얘기를 들려주니?”라든지 “오늘은 나무가 무슨 말을 하니?” 하고 꼬박꼬박 물을 테지요. 아이가 스스로 말빛을 가꿀 만한 말씨를 심을 뿐 아니라, 스스로 어른이라는 마음으로 ‘어른이 어른스러울’ 말결을 찾아야 할 텐데, 이런 대목에서는 몹시 아쉬운 책입니다.


ㅍㄹㄴ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애지니아빠, PAROLE&, 2021)


아이는 어른으로부터 말을 배우는 것일까

→ 아이는 어른한테서 말을 배우나

→ 아이는 어른 곁에서 말을 배울까

4쪽


아이의 말들은 처음 그것이 생겨난 그 먼 옛날의 힘을 지니고 다시 태어난다

→ 아이 말은 처음 말이 생겨난 옛날처럼 힘있게 다시 태어난다

→ 아이 말씨는 말이 비롯한 옛날처럼 힘있게 다시 태어난다

4쪽


계속 씰룩거린다. 덜컹 겁이 나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틱’이란다 … 다행히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눈 깜박임은 잦아들었다

→ 자꾸 씰룩거린다. 마음이 덜컹해서 누리집을 뒤져 보니 ‘쥐’란다 … 그래도 이레쯤 지나니 눈은 덜 깜빡인다

→ 또 씰룩거린다. 덜컹 무서워 누리집을 뒤져 보니 ‘떨림’이란다 … 고맙게 이레쯤 지나니 눈은 덜 깜빡인다

12쪽


종일 집에 있는 것이 무료해 보여

→ 내내 집에 있으니 심심해 보여

→ 그저 집에 있으니 따분해 보여

15쪽


이런 말들이 자연스러운 것은 몇 살까지일까

→ 이런 말은 몇 살까지 스스럼없을까

→ 이런 말은 몇 살까지 고스란할까

18쪽


할아버지에게는 저녁마다 애지니와 전화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 할아버지는 저녁마다 애지니와 말을 섞으며 즐겁다

→ 할아버지는 저녁마다 애지니하고 말하며 즐겁다

26쪽


난 내가 죽을까 봐 겁나

→ 난 내가 죽을까 무서워

→ 난 내가 죽을까 두려워

42쪽


본방을 사수하기 위해서 우리 가족은 일요일 저녁에는

→ 제때보려고 우리는 해날 저녁에는

→ 바로보려고 우리집은 해날 저녁에는

53쪽


교육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애지니에게 배운다

→ 즐겁게 살도록 가르치는 줄 애지니한테서 배운다

→ 애지니는 기쁘게 살라고 가르친다

82쪽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서 애지니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 애지니는 뭘 알아냈다며 웃음짓고서 똑부러지게 말한다

→ 애지니는 뭘 알아냈는지 웃으면서 다부지게 얘기한다

109쪽


그러나 그런 기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요하게 이 질문을 애지니에게 계속한다

→ 그러나 이런 줄 알면서도 또 애지니한테 물어본다

→ 그러나 이런 일이 있어도 자꾸 애지니한테 묻는다

125쪽


애지니가 낳은 말 속에서 아빠는 말의 원래 뜻을 배웠다

→ 아빠는 애지니가 낳은 말로 처음 말뜻을 배운다

→ 아빠는 애지니가 낳은 말로 오랜 말뜻을 배운다

12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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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14 : 굉장 식 -의


나노카는 굉장하구나. 나라면 저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풀어줄 수 없을 텐데

→ 나노카는 대단하구나. 나라면 저렇게 마음을 풀어줄 수 없을 텐데

→ 나노카는 놀랍구나. 나라면 저처럼 사람들을 풀어줄 수 없을 텐데

《마오 24》(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 38쪽


저렇게 마음을 풀어주는 모습을 보면 놀랍니다. 나는 못 하지만 저이는 하는걸요. 저처럼 사람을 풀어주는 말씨와 눈빛을 보면 대단하구나 싶지요. 나는 못 하는데 저이는 하니까요. 누구나 하기도 하지만, 아무나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못 하지만 이제부터 지켜보고 배우면서 천천히 익히다 보면, 누구나 머잖아 마음을 풀고 응어리를 풀며 생채기를 풀어낼 수 있어요. ㅍㄹㄴ


굉장(宏壯) : 1. 아주 크고 훌륭하다 2. 보통 이상으로 대단하다

식(式) : 1. 일정한 전례, 표준 또는 규정 2. = 의식 3. [수학] 숫자, 문자, 기호를 써서 이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를 나타낸 것 4. ‘수법’, ‘수식’을 나타내는 말 5. 일정하게 굳어진 말투나 본새,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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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04 : 가진 기억 소환 능력 탁월


책이 가진 냄새야말로 기억을 소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 책냄새로 옛일을 훅 떠올린다

→ 책냄새로 지난일을 확 되새긴다

《책, 읽는 재미 말고》(조경국, 유유, 2025) 19쪽


옮김말씨인 “책이 가진 냄새”는 ‘책냄새’로 바로잡습니다. 일본말씨인 “기억을 소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옛일을 훅 떠올린다”나 “지난일을 확 되새긴다”나 “어제를 바로 곱씹는다” 즈음으로 손볼 만합니다. ㅍㄹㄴ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소환(召喚) : [법률] 법원이 피고인, 증인, 변호인, 대리인 따위의 소송 관계인에게 소환장을 발부하여, 공판 기일이나 그 밖의 일정한 일시에 법원 또는 법원이 지정한 장소에 나올 것을 명령하는 일 ≒ 구환·호출

능력(能力) :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

탁월하다(卓越-) : 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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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72 : 건 원래 거


버림받는다는 건 원래 슬픈 거야

→ 버림받으면 워낙 슬퍼

→ 버림받으면 언제나 슬퍼

→ 버림받으면 마냥 슬퍼

→ 버림받으면 참으로 슬퍼

《냄새 폭탄 뿜! 뿜!》(박세현, 한솔수북, 2021) 37쪽


잇달아 적은 ‘것’은 그저 털어내면 됩니다. “버림받으면 + 워낙 + 슬퍼”로 다듬어요. 한자말 ‘원래’는 ‘언제나·늘·노상’이나 ‘마냥·참으로·마땅히’나 ‘무엇보다·그야말로·누구나’로 다듬어요. ㅍㄹㄴ


원래(元來/原來) : = 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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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373 : 속 -의 원래


애지니가 낳은 말 속에서 아빠는 말의 원래 뜻을 배웠다

→ 아빠는 애지니가 낳은 말로 처음 말뜻을 배운다

→ 아빠는 애지니가 낳은 말로 오랜 말뜻을 배운다

《말을 낳는 아이, 애지니》(애지니아빠, PAROLE&, 2021) 127쪽


이 보기글은 “애지니가 낳은 말 속에서 + 아빠는 + 말의 원래 뜻을 + 배웠다”인 얼개입니다. “말 속에서”는 옮김말씨이니 “말로”로 바로잡습니다. “아빠는”은 맨앞으로 뺍니다. 일본말씨인 “말의 원래 뜻을”은 “처음 말뜻을”이나 “오랜 말뜻을”로 손봅니다. ㅍㄹㄴ


원래(元來/原來) : = 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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