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2 : 한 소녀


저런! 한 소녀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 저런! 아이가 울어요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8쪽


영어라면 “a girl”처럼 얹음씨를 붙이지만, 우리말은 “한 소녀”처럼 붙이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말은 ‘소녀·소년’처럼 따로 가르기보다는 ‘아이’라고만 합니다. 아이가 울어요.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요. ㅍㄹㄴ


소녀(少女) :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여자아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3 : -졌는지 -씩


지겨워졌는지 하나둘씩 자리를 떠요

→ 지겨운지 하나둘 자리를 떠요

→ 지겨운듯 하나둘 자리를 떠요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16쪽


지겹다고 느낄 적에는, 조금 앞서까지는 안 지겨웠으니 이제 지겹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겨워졌는지’라 안 하고 ‘지겨운지’나 ‘지겨운듯’이라는 꼴로 씁니다. ‘하나둘씩’은 잘못 쓴 말씨입니다. ‘-씩’을 덜어냅니다. ㅍㄹ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4 : -ㄴ 태양 아래 -고 있


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익어 가고 있어요

→ 나는 햇볕이 뜨거워 이글이글 익어요

→ 나는 해가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요

《나는 해파리입니다》(베아트리스 퐁타넬·알렉상드라 위아르/김라헬 옮김, 이마주, 2020) 18쪽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무늬만 한글인 옮김말씨입니다. “햇볕이 뜨거워”나 “해가 뜨거워”로 바로잡습니다. “익어 가고 있어요”도 옮김말씨예요. “익어요”로 고쳐씁니다. 햇볕이 뜨거워서 몸이 익는다면 “이글이글 익다”처럼 꾸밈말을 붙일 만합니다. 또는 “몸이 타들어 간다”처럼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태양(太陽) : 1. 태양계의 중심이 되는 별 2. 매우 소중하거나 희망을 주는 존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85 : 위 수놓인 학


주머니 위에 수놓인 학을 가만가만 만져 보았습니다

→ 주머니에 덧붙인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 주머니에 박은 두루미를 가만가만 만져 봅니다

《십장생을 찾아서》(최향랑, 창비, 2007) 9쪽


무늬나 땀은 천이나 옷이나 주머니에 놓습니다. ‘위’는 천이나 옷이나 주머니가 아닌 ‘하늘’을 가리키니, 이곳에는 무늬나 땀을 못 박습니다. 찬찬히 무늬를 놓은 두루미를 만집니다. ㅍㄹㄴ


수놓다(繡-) : 1. 여러 가지 색실을 바늘에 꿰어 피륙에 그림, 글씨, 무늬 따위를 떠서 놓다 2. 색실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다

학(鶴) : [동물] = 두루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50. 나락서점



  인천에서 나고자라고서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지내던 2003년 여름 무렵까지는, ‘나락’이라고 하면 으레 한자말 ‘나락(那落)’부터 떠올렸습니다. 2003년 가을부터 시골에 깃들면서 일터와 삶터를 바꾼 뒤로는, 누가 ‘나락’이라고 하면 ‘씨나락’이며 ‘나락베기’부터 떠올립니다. 살아가는 터가 다르면, 살아가는 말이 바뀝니다. 살림하는 자리가 어디에 따라서, 살림을 그리는 말이 다릅니다. ‘나락’은 ‘낟알’을 가리킵니다. ‘낱’으로 있는 ‘씨알’이라서 ‘낟알’이요 ‘나락’입니다. ‘씨나락’은 올해에 거두어서 이듬해에 심을 ‘볍씨’로 삼는 알입니다. 또는 지난해에 거두어서 올해에 심을 볍씨인 낟알입니다. 부산에 마을책집 〈나락서점〉이 있습니다. 왜 ‘나락’이라는 이름일는지 아직 여쭈지 않았습니다만, 벼랑끝에서 아슬아슬하거나 힘겹거나 두려운 누구나 이곳에서 나긋나긋 마음을 달래면서 품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하고 곱씹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시골내기로 살아가는 터라 ‘나락’을 ‘낟알·씨나락’으로 느껴요. 올 한 해 푸짐하게 누리는 들빛인 낟알처럼, 이듬해에 새롭게 심어서 돌볼 낟알마냥, 우리는 누구나 씨앗 한 톨이니, 스스로 마음에 책이라는 낟알 한 톨을 심으면서 새롭게 피어나고 깨어나는 길을 찬찬히 나아갈 수 있다는 뜻으로 헤아려 봅니다. 책집지기님은 다른 뜻과 숨결로 책집에 이름을 붙였을 테지요. 나중에 책집마실을 새롭게 하면 그때 여쭈기로 하고, 부산 문현동 마을책집을 그리고 기리는 글을 끄적끄적 적습니다.



나락서점 (부산)


벼랑끝에 서면 무서워

그러나

네가 날 벼랑끝으로 몰면

나는 늘 별밭을 바라본다


낭떠러지 옆은 두려워

그런데

내가 널 낭떠러지로 밀면

넌 으레 나긋이 웃더라


벼락치는 밤에 눈 번쩍 떠

쭈뼛쭈뼛 머리카락 설 때면

비바람에 그저 춤을 추는

가늘며 곧은 벼포기 떠올려


볍씨 한 톨은 한몸 내놓고는

숱한 낟알 푸지게 이루더라

씨나락이란 살리는 씨알같아

나무처럼 나로 서는 낱인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