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5.

숨은책 956


《숲의 사나이 소바즈》

 제니퍼 달랭플 글·그림

 이경혜 옮김

 파랑새

 2002.8.12.



  새로 태어나는 그림책 못지않게 사라지는 그림책이 수두룩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책이더라도 내내 팔려야 하지 않다지만, 어쩐지 우리 손끝은 ‘아름책·아름그림책·아름글책’보다는 ‘이름책·힘책·돈책’에 사로잡히는구나 싶습니다. 아름책은 ‘참(속낯·마음·사랑)’을 짚고 이야기를 합니다. ‘안 아름책’은 ‘거짓(겉모습·느낌·서울)’을 다루고 줄거리를 짭니다. 아름책은 들숲메바다를 품는 ‘숲책’이지만, ‘안 아름책’은 들숲메바다를 등지는 ‘서울책’입니다. 아름책은 늘 ‘나’부터 바라보면서 ‘나·너·우리’를 헤아리는 하늘빛을 노래하는데, ‘안 아름책’은 노상 ‘나라’에 갇힌 채 ‘그들끼리’에서 맴돕니다. 《숲의 사나이 소바즈》를 눈여겨본 이웃은 드물고, 애써 손에 쥐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모른다든지, 무슨 이야기를 읽어내어도 삶으로 안 옮기기 일쑤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누구나 스스로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풀꽃나무로 풀어낼 줄 아는 하루를 지을 노릇입니다. 해바람비를 꺼리고 미워하고 가로막는 서울살이란 언제나 죽음길입니다. 빛샘(배터리)을 500∼600㎏씩 싣는 전기자동차로 숲을 어떻게 돌볼까요? 빛(전기)을 허벌나게 먹는 ‘ai산업’이 무슨 이바지를 할까요?


#JenniferDalrymple #Sauvage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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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4.

숨은책 895


《5천년 력사이야기 5》

 림한달·조여장 글

 정철 옮김

 민족출판사

 1986.4.



  큰나라가 옆에 있기에 모셔야 한다고 여긴다면 ‘모심질(사대주의)’입니다. ‘어른’을 모시는 길은 안 나쁩니다. 다만, 어른을 모신다고 해서 어른이 말하는 족족 고분고분해야 할 까닭이 없으며, 우리 스스로 깎거나 갉지 않을 노릇입니다. 《5천년 력사이야기》는 중국 연변자치주에서 나옵니다만, ‘우리 닷즈믄해(5천년) 발자취’라기보다는 ‘중국 닷즈믄해 발자취’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스스로(자치주)라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깃든 곳이기에 중국 손아귀에서 홀가분하기 어렵습니다. 연변뿐 아니라 남녘·북녘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두머리 눈치를 안 보면서 발자취를 새기거나 나눌 수 있을까요? “역사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한자말 ‘歷史’에 영어 ‘history’를 나란히 짚을 노릇입니다. 우리나라도 중국도 하늬녘도 ‘웃사내 우두머리 쌈박질 발자취’를 ‘역사·히스토리’로 여겼습니다. 이와 달리 ‘수수하게 보금자리를 일군 살림살이’는 늘 ‘삶·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야기(스토리)’를 들여다볼 일입니다. 그저 ‘우리 발걸음’을 살필 일입니다. ‘그들끼리(역사·히스토리)’는 그만 털어낼 때입니다.


2023년 8월 19일

서울 숨어있는 책


- 94년 2월 16일. 도서출판 서울. 2000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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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8.14.

숨은책 975


《가난한 마음》

 김영교 글

 성바오로출판사

 1979.11.15.



  가난한 사람은 예나 이제나 있습니다. 일하지 않거나 땀흘리지 않기에 가난하지 않습니다. 착하게 일하거나 반듯하게 땀흘리는 사람일수록 거꾸로 가난한 나라입니다. 안 착하거나 안 반듯할 적에 외려 가멸차게 지내는 나라이고요. 서울내기는 ‘풀죽임물·죽음거름’을 안 쓴 낟알·열매·남새를 바랄 텐데, 정작 이 나라 모든 시골은 ‘풀죽임물·죽음거름’을 부추깁니다. 죽임물에 죽음거름을 안 쓴다든지, 흙수레(농기계)를 안 거느리려고 하는 작은밭은 가볍게 따돌립니다. 가난하다면 “밖에서 술먹는 일”이 없이 “집에서 조용히 먹”거나 안 먹어요. 누가 술지랄(음주운전)을 할까요? “안 가난”한 이들이 술지랄이고, “안 가난”한 이들이 노닥술집(단란주점)을 옆에 낍니다. 예전에는 《가난한 마음》 같은 책을 어렵잖이 만났습니다. 높자리를 손사래치면서 마을 한켠에서 조촐히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작은일꾼이 차츰 사라집니다. 요새 누가 걷는가요? 몸매를 가꾸려고 걷거나 달리는 일이 아닌, 종이(면허증·자격증) 없이 걷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가요? 가난하더라도 눈이 좁은 사람이 있을 테지만, 안 가난한 탓에 눈이 좁을 뿐 아니라, 눈감고 등돌리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이 나라는 안 가난해요. 그저 도둑이 많습니다.


ㅍㄹㄴ


교회와 사제관이 현대식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가는 중에 가난하고 무력한 노동자·농민들에겐 그것들이 자신과는 먼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본당의 운영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의 눈에도 초라한 차림들보다는 경제적 기반을 가진 인사들의 발걸음이 훨씬 더 반가왔을 게다. (181쪽)


교회의 큰 병원들이 구호를 위하여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도 그를 가난한 이의 구호기관으로 하려는 자세는 되어 있지 않다. 학교처럼 수익성이 없고, 까다로운 일에는 손을 안 대는 게 상책이라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다 … 하느님께 십일조를 바치는 게 원칙이라고 외치면서도 교회 자신은 가난한 이를 위한 구호비로 십일조를 떼어놓지 않는 모순 속에 빠져 있다 … 여유가 있을 때, 남을 돕는다는 것은 우선 거짓말이다. 풍부할 때 남을 도우려는 사람은 영영 남을 도울 수 없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가난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18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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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전사109 3 - 완결
김준범 지음 / 바다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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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14.

만화책시렁 763


《기계전사 109 3》

 김준범

 바다출판사

 2025.5.30.



  《기계전사 109》가 1989년에 〈아이큐 점프〉에 실릴 적에 언니하고 함께 보았고, 푸른배움터(중학교) 또래하고도 봤습니다. 그때 우리는 한목소리로 “뭐야? 〈터미네이터〉 한국판이잖아?” 하고 외쳤습니다. 언니도 또래도 “〈터미네이터〉를 다시 보지, 뭐 하러 이런 만화를 보냐?” 하면서 등을 돌렸습니다. 혼자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보았습니다만, “아, 너무하네. 왜 이렇게 그려야 하지?” 하고 읊으며 씁쓸했습니다. 2025년에 새옷을 입고 나온 《기계전사 109》라고 하기에 가만히 돌아보지만, 참말로 부끄럽습니다. 1970∼80해무렵에는 숱한 붓끝이 ‘일본 그림꽃’이나 ‘미국 그림꽃’을 슬그머니 베끼거나 옮겼는데, ‘미래시대 로봇과 인권’이라는 대목으로 보아도 ‘일본 테즈카 오사무 《아톰》’보다도 한참 못 미칩니다. ‘로봇인권·로봇해방’은 벌써 1950해무렵에 《아톰》에 잘 드러납니다. “우리 손”으로 붓을 쥐었다는 대목 빼고 뭘 보아야 할까요? 책이름 ‘기계전사’라는 말마따나 ‘쌈박질’과 ‘죽임질’이 끝도 없어요. 전두환을 끌어내리고서 조금은 ‘가위질(검열)’이 느슨하게 풀린 틈을 타서 ‘민주물결’도 줄거리에 넣은 《기계전사 109》인데, 새나라나 어깨동무는 주먹이나 총질로는 못 찾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삐삐도 살려내고 삐삐 엄마도 살려내라!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 물러서지 말고 앞으로!” (63쪽)


“해방 전선인가 뭔가가 반란 일으키고 나서 사람들이 사이보그를 증오하고 있어.” (103쪽)


“셰어가 살아났다! 용감한 셰어 동지 만세! 사이보그 해방 전선의 꽃!” (149쪽)


“넌 사이보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산업용 사이보그 외에는 만들지 말아야 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해야지.” “아이 보기, 청소, 요리 등 귀찮은 일을 몽땅 사이보그에게 맡겨버린 게 큰 문제야.” (170쪽)


“인간이 미워! 불쌍한 사이보그를 마구 죽였어! 꽃밭 할아버지도 죽였어. 가스레인지도 죽였어. 전기난로도 죽였어. 삐에로 아저씨도 죽였어. 그리고 CB-105 아저씨도 죽였어. 모두 죽였어! 이제 엄마까지 죽이려고 해!” (21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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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9.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이민경 글, 봄알람, 2017.10.23.



간밤부터 비가 내린다. 밤새 즐겁게 빗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배웅을 받으면서 부산으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서도 빗소리를 누리면서 몸을 쉬다가 노래를 여러 자락 쓴다. 빗길을 슈룹 없이 걷는다. 보수동 〈남해서점〉에 들르는데, 일문과 교수를 지낸 분이 젊은날 읽은 값진 일본책이 몇 더미 들어왔다고 한다. 마침 엊그제 잔뜩 들어왔다고 해서 얼른 살핀다. 저녁에 〈카프카의 밤〉에서 ‘숨은사람찾기’ 모임을 꾸려야 해서 아쉽게 일어선다. 오늘 ‘숨은사람’으로 ‘주시경’ 이야기를 편다. 우리는 ‘한힌샘’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 그분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우리말틀(국어문법)’을 비로소 가다듬고 세운 보람으로 오늘날 누구나 ‘우리말·우리글’을 누린다만, 막상 다들 주시경을 잊고 한글날이 왜 한글날인지마저 까맣게 모른다. 왜 조선총독부는 한힌샘 님을 1914년에 갑자기 죽였을는지 생각할 일이다.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를 돌아본다. “빼앗긴 돈(임금)”을 찾고 싶은 마음을 들려준다. ‘똑같은 일’을 해도 일삯이 다른 우리나라인데, ‘순이돌이’만 틈이 있지 않다. ‘나이’를 놓고도, ‘끈(학력)’을 놓고도 틈이 있다. ‘서울시골’에도 틈이 있다. ‘온길’을 잊고서 ‘돈길’에 매인 나라를 갈아엎으려면 ‘함께’ 오늘 이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거머쥐는 놈은 언제나 ‘나라(권력자)’라는 대목을 눈여겨볼 수 있기를 빈다. 다만, 나라를 쥔 놈은 하나같이 못난 웃사내이니 그들을 끌어내려야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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