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29. 인터넷서점 알라딘 서재담당자한테



글월 잘 받았습니다만, 보내주신 글월을 헤아려 볼 적에, 알라딘서재 담당자님이 저한테 띄운 글월은 ‘인터넷서점 알라딘 서재관리’를 하는 ‘자유’일 수 있되, ‘검열’이기도 하다는 대목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만화책 《늑대의 딸》은 ‘늑대’라는 몸이 바탕인 아이들이 ‘사람’이라는 몸으로 바꿀 수 있는데, 이 아이들이 ‘서로 짝을 찾아가는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코다마 유키 만화책은 처음 선보인 작품부터 《靑の花器の森》에 이르기까지, 늘 ‘남녀 또는 남남 사이에 짝을 짓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습니다.


지난 20년 넘게 ‘짝맺기·짝짓기’를 줄거리로 삼는 만화를 선보였는데, 짝맺기나 짝짓기를 줄거리로 들려주는 만화를 놓고서 ‘짝맺기·짝짓기’라는 ‘우리말’을 썼대서 ‘검열·삭제·블라인드’ 처리를 하려고 한다면, 만화책이건 책이건 작품이건 알라딘 담당자가 몸소 읽어 보았다는 뜻인지, 아니면 읽지는 않더라도 출판사에서 팔림새를 거스르니까 뒷힘(압력)을 넣는다는 뜻인지, 제대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말은 ‘짝맺기·짝짓기’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말로 글을 쓰고 말을 하면 안 되는지 궁금하군요. ‘결혼·혼인·구애·연애’라든지 ‘배우자·반려자’처럼 한자말을 쓰면 이런 반응이 없었으리라고 느낍니다.


저는 ‘사읽은 사람’으로서, 언제나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느낌글을 씁니다. 어느 책이건 ‘사읽은 사람’이건 ‘빌려읽은 사람’이건, 아름답구나 싶은 책에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고, 안 아름답구나 싶은 책에는 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사랑을 기울여 쓴 책이라고 느껴서 온사랑을 기울여 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재산)과 이름(명예)과 힘(권력)을 거머쥐면서 졸개(팬)를 거느리려는 꿍꿍이로 책을 쏟아내는 분도 적지않습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책장사가 가장 높은 뜻일 만하기에, ‘책을 읽는 사람이 마음껏 쓰는 글’을 ‘검열·삭제·블라인드’로 다루고 싶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다 다른 삶이고 다 다른 사람이고 다 다른 길을 가면서 어울리기에 아름다운 터전이요 별이며 하루라면, ‘입틀막’과 같은 일은 삼가거나 아예 안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 말씀을 여쭙습니다만, ‘출판사 항의’로 들어오는 “작가의 작품 집필 의도와는 맞지 않은 내용/표현을 담고 있어, 이에 커뮤니티 운영 원칙에 따라 해당 페이퍼는 현재 상품페이지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같은 말씀은, 국내작가이든 외국작가이든 ‘독자가 집필의도를 잘못 읽는다’ 하고 핀잔하는 셈인데, ‘나라사랑(애국)’이라고 외치면서 쏟아지는 숱한 책이 참으로 ‘나라사랑이라는 집필의도’에 맞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습니다. ‘개혁’을 외치는 숱한 책을 들여다보면 정작 ‘개혁이라는 집필의도’에 맞는지, ‘개혁을 양념으로 곁들이면서 정작 개혁을 안 하는 노예살이로 사람들을 홀리려는 집필의도’인지 헷갈릴 때도 잦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문학’이라고 ‘집필의도’를 내걸지만, 참말로 삶을 사랑하면서 문학을 했는지 아닌지 아리송할 때도 잦습니다. 어제 읽은 어느 인터뷰책에 나오는 어느 이름난 소설가 한 분은 ‘소설쓰기보다 영화제작 참여를 하면 적어도 10배 넘게 돈을 버니, 젊은작가들도 영화제작에 힘을 쏟을 만하다’ 같은 말씀을 대놓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분은 여느때에는 그저 ‘순문학’에 온마음을 쏟는 듯 곳곳에 다른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읽는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읽는사람’은 출판사 보도자료에 적힌 대로만 읽어야 할까요? ‘읽는사람’은 ‘출판사 집필의도’에 안 어긋나는 쪽으로만 책을 읽고서 느낌글을 ‘별점 10점 만점’을 붙여야 할까요? 우리는 ‘모든 책이 별점 10점 만점인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면 될까요?


‘읽는사람’은 그저 사읽기만 하면서, 출판사와 인터넷서점이 책장사를 잘하는 길에 바닥돌로 얌전히 깔려서, ‘입틀막’을 하면 될 뿐인지 여쭙고 싶기도 합니다.


코다마 유키 만화책 《푸른 꽃 그릇의 숲》(이 책은 책이름 번역부터 틀렸습니다. ‘靑の花’는 ‘파란꽃’입니다. 책에 나오는 빛깔도 ‘파랑’이지요)도, 《늑대의 딸》도, 《보석 상자》도, 《요정이 있는 정원》도, 《뷰티풀 선셋》도, 《빛의 바다》도, 《백조 액추얼리》도, 《언덕길의 아폴론》도, 《망고의 눈물》도, ‘짝맺기·짝짓기’를 바탕으로 으레 ‘딴짓·바람(외도·불륜)’을 섞거나 한복판에 깔아 놓습니다. 그러나 이런 얼개나 줄거리라고 해서 이러한 작품이 죄다 나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어떤 얼개나 줄거리를 짜더라도, 만화가로서 우리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될 뿐입니다. 《요정이 있는 정원》 같은 만화는 ‘아주 다르지만, 안 보일 수 있지만, 늘 곁에 있는 너’하고 ‘몸을 못 섞더라도 마음은 하나’라는 대목을 느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줄거리입니다. 퍽 잘 그렸다고 봅니다. 《늑대의 딸》은 얼핏 숲과 마을과 학교 사이에서 새롭게 길을 찾으려는 아이를 ‘이야기’하려나 싶었으나, 어쩐지 이런 얼개가 아니라 ‘멧골 숫늑대’와 ‘마을 숫늑대’가 ‘학교 암늑대(청소녀)’를 짝(반려자)으로 삼고 싶어서 저마다 다르게 ‘짝짓기를 바라는(구애·연애)’ 줄거리로 확 기울었습니다.


만화가나 출판사는 ‘집필의도’를 ‘보도자료’로 얼마든지 내세울 만합니다. 그러나 적잖은 책과 만화나 작품은 ‘집필의도를 이루지 못하는구나 싶을’ 때가 꽤 흔합니다. 그래서 사읽거나 빌려읽은 사람들은 ‘집필의도 미달성 작품’을 나무라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쓴 글을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검열·삭제·블라인드’ 가운데 무엇을 하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딴 짓을 한대서 이딴 짓에 마음을 빼앗길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이딴 짓을 하려고 한다면, 이딴 짓도 하는구나 하고 지켜보면서 글을 남길 뿐입니다.


‘집필의도와 안 맞는다 싶은 대목’이 있다면, 창작자나 출판사가 독자한테 ‘왜 그렇게 읽었는지 새겨듣고 나서 왜 그처럼 느끼는지’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한테 ‘이 글과 책은 이렇게만 읽어야 한다’고 억지를 쓸 수 없습니다. 이런 억지란 ‘독재·노예’일 테니까요.



오늘 읽기 2025.4.12. 늑대의 딸 2

https://blog.aladin.co.kr/hbooks/16392756

: “아무래도 짝짓기를 그려야 만화도 책도 팔릴 수 있다고 여기나 봐. 늑대살이와 숲살림과 사랑이라는 길을 푸른붓으로 그리면 만화도 책도 안 팔린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지.” 하고 얘기하면서도 쓸쓸하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5.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

 이시바시 다케후미 글/박선형 옮김, 유유, 2021.7.14.



부산사상에서 서울남부로 가는 07:00 시외버스를 탄다. 칙폭길에 대면 오래 걸린다 할 테지만, 단돈 3만 원에 느긋이 자다가 글쓰다가 책읽으며 갈 수 있는 호젓한 길이다. 양천구 신월동 〈열두달책방〉을 들러서 책을 읽고서, 까치산나루 곁에 있는 ‘호텔 S’로 간다. 하룻밤 56000원인 잠삯이되 14시부터 들어갈 수 있으니 일찌감치 깃들어 등허리를 편다. 18:40에 눈을 번쩍 뜨고서 바지런히 〈악어책방〉으로 달려간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지만, 비를 뿌릴 적에는 해받이 밑에서 비를 긋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걷는다. 이달 ‘마음글쓰기’는 ‘심어본다’랑 ‘토론’ 두 낱말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를 읽었다. 갈수록 책님이 줄어든다고 여기지만, 새롭게 책님으로 다가서는 분도 많다. 처음에는 이름책이나 오래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여기다가도, 스스로 배움길을 일구는 길동무로 삼는 책을 쓰면 되는 줄 알아차리는 분이 는다. 이제는 새뜸(언론)을 들여다볼 까닭이 없이, 누리책집에 올라오는 새책을 살피면 된다. 누리책집은 새로 나오는 거의 모든 책을 그저 줄줄이 알리니, 이 가운데 손수 품을 책을 헤아려서 마을책집에서 느긋이 만나면 된다. 작은찻집과 작은살림집과 작은텃밭이 늘어나야 온누리가 아름답듯, 작은책집이 새롭게 태어나야 이 나라가 아름답다.


#本屋がアジアをつなぐ #石橋毅史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6.


《즐거운 어른》

 이옥선 글, 이야기장수, 2024.8.26.



서울은 밤이며 새벽에 벼락비가 들이붓는다. 길손집에 누워서 빗소리를 한참 듣는다. 아침에 책짐을 꾸려서 숭실대 옆 〈라이브러리 & 두란노〉로 간다. 이오덕·권정생 두 분이 주고받은 글월에 담은 뜻은 ‘오늘까지’라는 머릿글로 새길 수 있다. 오늘까지 힘들었어도 오늘부터 새롭게 일구고, 오늘까지 못 하거나 안 되었으면 오늘부터 새로 돌보는 살림을 가꾼 두 분이라 여길 만하다. 날개(비행기)도 마실(여행)도 안 한 삶으로 오직 어린이곁을 지킨 두 어른 발걸음이란, 우리도 오늘 이곳에서 그야말로 ‘오늘까지’ 살아온 길을 되새기면서 ‘오늘부터’ 지을 꿈을 심는 매무새로 삼을 만하다. 《즐거운 어른》은 틀림없이 글쓴이 스스로 ‘즐겁고 싶은 오늘’을 글감으로 삼았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즐겁다’를 외치지만 정작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남이 즐겁게 보아줄’ 일거리를 자꾸 ‘만들거나 짜낸’다고 느꼈다. 남이 아닌 글쓴이 스스로 ‘내가 오붓하며 수수하고 가만히 즐거울 하루’를 살면 넉넉할 텐데.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보고 느낀다. 부엌에서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할 적에도 멧새가 마당으로 날아앉아서 쩌렁쩌렁 베푸는 노래를 언제나 듣는 터전이라면, 마음과 말을 스스로 멧빛과 숨빛으로 물들인다. 미닫이만 열면 부릉부릉 오가는 소리가 하늘을 뒤흔드는 서울·큰고장 잿집(아파트)에서 살아가면 바로 이곳에 뿌리를 내린 눈으로 둘레를 바라본다. “등 따습고 배부른 살림”이 잘못일 까닭이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두루 등 따습고 배부른 서울살이가 자리잡은 듯싶다.


ㅍㄹㄴ


+


간밤에 우리 나라지기하고 미국 나라지기가 만난 듯싶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웃님이 있기에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서 보여주는 그림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띄운 그림은 여러모로 우리 나라지기를 감싸거나 추키려는 얼거리이더라. 스스로 창비한 줄은 알기 때문일까?


Trump holds sprawling Q&A in Oval Office with South Korean president

https://www.youtube.com/watch?v=7l8zMbp3628


한미회담 동시통역 생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r9BNNRiMbf8

(이 동시통역 생방송을 보면 ‘좀 개인감정’이 깃들었되, 두 나라지기가 만난 일에서 우리 나라지기가 ‘우리 이야기’를 아예 안 한 대목을 짚어 주었다. 왜 우리나라 이야기를 안 하고서 딴소리를 잔뜩 늘어놓아야 했는지 헤아릴 노릇이다. 또한 알랑방귀를 뀌려고 미국까지 건너갔는지 알쏭달쏭하기도 하다.)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7.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글·오윤화 그림, 창비, 2015.6.25.



서울곁은 함박비에 벼락비가 오는 듯싶다. 전남 고흥은 구름이 살짝 끼더라도 고즈넉하다. 다만, 어제그제는 구름 없는 저녁과 밤에 먼발치 바다 쪽 하늘이 번쩍거렸다. 틀림없이 구름이 없는데 소리없이 번쩍하는 빛이 잇달았다. 이제 우리 보금숲은 매미노래는 거의 잦아들고 풀벌레노래로 넘실댄다. 늦은낮에 두바퀴로 들길을 가르자니 참새떼가 드문드문 있으면서 바람소리만 가볍다. 철갈이로 접어든다. 저녁에는 온통 풀빛노래로 집안이 울리는데, 아무래도 서울이웃은 이런 철노래와 철빛과 철눈을 집에서 맞아들이기 어려울 테니 “더워!”에다가 “벼락비야!” 하면서 다 싫어할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여덟걸음에 이르는 꾸러미인데, 갈기머리(사자)를 다룬다기보다는 ‘갈기머리에 빗댄 사람’을 보여주려는 줄거리 같다. 요즈음 나오는 숱한 어린이문학과 어른문학도 이와 비슷하다.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들숲메바다를 그리기보다는 ‘그냥 서울에 앉아서 구경하는 들숲메바다’를 겉으로 보여주려는 붓끝에서 멈춘다. “철없는 사람”은 있되 “철없는 짐승”은 없다. 모든 짐승과 벌레와 새와 풀꽃나무는 ‘철’을 읽고 알고 살피며 풀어낸다. “사람이나 일으키는 싸움과 미움”이 마치 짐승누리에도 있는 듯 잘못 보여주면서 엉뚱한 줄거리를 섣불리 퍼뜨리지 않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합천 가는 길 (2025.5.22.)

― 진주 〈동훈서점〉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면서 벼슬자리와 나리가 으르렁거리던 무렵에는 ‘아무’나 ‘이름’을 얻지 못 했습니다. 임금을 비롯한 수컷은 하나같이 중국말로 이름을 여럿 붙이면서 우쭐거렸고, 이들을 우러르면서 조아려야 하는 논밭지기나 하님이나 ‘밑사람’한테는 이름이 없기 일쑤였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이놈·이년’으로 가리켰을 뿐입니다.


  지난날 배움터는 아이들을 ‘이름’이 아닌 ‘셈값(번호)’으로 불렀습니다. 사람으로 안 쳤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셈값 부르기’는 먼저 싸움터(군대)에서 일삼습니다. 이른바 ‘군번’입니다. 싸움터에 끌려가는 힘없는 사내는 목줄(군번줄)을 차고서 셈값으로 불립니다.


  합천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진주 〈동훈서점〉을 들러서 다리를 쉽니다. 고흥에서는 순천을 거치고 진주를 찍어야 합천으로 갑니다. 문득 ‘동훈’이라는 책집 이름을 생각합니다. ‘동훈·서훈·남훈·북훈’처럼 ‘새하늬마높’을 가만히 곱씹습니다. 진주라는 고을은 이 땅에서 어떠한 해바람비를 품는 터전일까요? 진주에서 책집 한 곳은 마을사람과 이웃사람한테 어떤 책빛을 베푸는 이음터일까요?


  우리말 곳이름 ‘새하늬마높’에는 ‘사이·새롭다·사람·사랑’에 ‘하다·한·하양·함께’에 ‘맏·많·마음·말·머리’에 ‘높다·노을·노랑·노래·놀이’ 같은 밑뜻이 도사립니다. 다만, 우리는 밑뜻이며 속뜻이며 말뜻을 배움터에서 제대로 배우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말부터 모르는 나날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는 “지은이가 여태 배운 살림을 함께 나누면서 같이 새롭게 눈뜨는 길을 걷는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책지음이가 나누는 씨앗 한 톨을 기쁘게 받아들여서 늘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하는 어진 하루를 일군다”는 뜻이라고도 느낍니다. 어른이라면 여린이(약자) 앞에서 우쭐댈(거만) 까닭이 없어요. 어른이라면 늘 온갖 책을 들추면서 여린이하고 주고받는 마음을 가꾼다고 봅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어린이와 여린이 앞에서 노래하는 노을빛으로 물들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뭇숨결과 손잡고서 들숲메바다를 가꾸는 사랑에 눈떠요. 스스로 살림하는 사람이기에 너나없이 하늘빛으로 물듭니다.


  한봄도 한여름도 한가을도 한겨울도 가장 눈부신 철빛입니다. 해는 높다가도 낮고, 눕다가도 섭니다. 멧자락에 걸치는 햇길을 어림하면서 걷습니다. 책메를 넘고 책밭을 돌아보고 책마을을 헤아립니다. 착하게 참하고 찬찬히 하루를 짓고 가꾸고 일구는 길이 아름다이 나누는 하루입니다. 살림길을 나란히 지피며 오늘을 가꿉니다.


ㅍㄹㄴ


《全天恒星圖 2000》(廣瀨秀雄·中野繁, 誠文堂新光社, 1984.9.25.1벌/1991.3.25.5벌)

《建築設計資料集成 1 環境》(서울공대건축과 교수 이건 감수, 건우사, 1979.2.15.)

《훅인영가, 성경에서 민요로》(크리스타 K.딕슨/정선봉·양승애 옮김, 분도출판사, 1981.12.20.1벌.1987.2.25.재판)

#NegroSpirituals #ChristaKDixon

《獄中書簡》(디이트리트 폰회퍼/고범서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7.4.15.첫/1983.12.30.14벌)

-《옥중서신, 저항과 복종》(디트리히 본회퍼/김순현 옮김, 복있는사람, 2016.9.19.)

- #WiderstandundErgebung #DietrichBonhoeffer

《옛 거장들》(토마스 베른하르트/김연순·박희석 옮김, 현암사, 1997.11.30.)

- 필로소픽

#AlteMeister #ThomasBernhard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마이아 에켈뢰브/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2022.8.1.)

#Rapport fran en skurhink (1970년) #MajaEkelof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제임스 설터/최민우 옮김, 마음산책, 2020.2.10.)

#DontSaveAnything #JamesSalter

《흰, 한강 소설》(한강 글·차미혜 사진, 난다, 2016.5.25.1벌/2016.6.1.3벌)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서강목 옮김, 책읽는오두막, 2013.9.27.)

#HenryThoreauasrememberedbyayoungfriend #EmersonEdwardWaldo

《새로운 나여, 안녕》(앨리스 워커/이옥진 옮김, 마음산책, 2005.4.25.)

#NowistheTimetoOpenYourHeart #AliceWalker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5.3.2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