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7.
《푸른 사자 와니니》
이현 글·오윤화 그림, 창비, 2015.6.25.
서울곁은 함박비에 벼락비가 오는 듯싶다. 전남 고흥은 구름이 살짝 끼더라도 고즈넉하다. 다만, 어제그제는 구름 없는 저녁과 밤에 먼발치 바다 쪽 하늘이 번쩍거렸다. 틀림없이 구름이 없는데 소리없이 번쩍하는 빛이 잇달았다. 이제 우리 보금숲은 매미노래는 거의 잦아들고 풀벌레노래로 넘실댄다. 늦은낮에 두바퀴로 들길을 가르자니 참새떼가 드문드문 있으면서 바람소리만 가볍다. 철갈이로 접어든다. 저녁에는 온통 풀빛노래로 집안이 울리는데, 아무래도 서울이웃은 이런 철노래와 철빛과 철눈을 집에서 맞아들이기 어려울 테니 “더워!”에다가 “벼락비야!” 하면서 다 싫어할밖에 없겠다고 느낀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여덟걸음에 이르는 꾸러미인데, 갈기머리(사자)를 다룬다기보다는 ‘갈기머리에 빗댄 사람’을 보여주려는 줄거리 같다. 요즈음 나오는 숱한 어린이문학과 어른문학도 이와 비슷하다.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들숲메바다를 그리기보다는 ‘그냥 서울에 앉아서 구경하는 들숲메바다’를 겉으로 보여주려는 붓끝에서 멈춘다. “철없는 사람”은 있되 “철없는 짐승”은 없다. 모든 짐승과 벌레와 새와 풀꽃나무는 ‘철’을 읽고 알고 살피며 풀어낸다. “사람이나 일으키는 싸움과 미움”이 마치 짐승누리에도 있는 듯 잘못 보여주면서 엉뚱한 줄거리를 섣불리 퍼뜨리지 않기를 빌 뿐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