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소년 피카 그림책 12
니콜라 디가르드 지음, 케라스코에트 그림, 박재연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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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15.

그림책시렁 1632


《종이 소년》

 니콜라 디가르드 글

 케라스코에트 그림

 박재연 옮김

 FIKAJUNIOR

 2024.2.20.



  아이는 몸마음에 모두 담습니다. 바람이 흐르는 하루도 담고, 해가 드리우는 오늘도 담고, 풀벌레가 속삭이는 밤도 담습니다. 아이는 마음몸에 고스란히 담습니다. 사랑스레 들려주는 말도 담고, 윽박지르며 따돌리는 말도 담고, 티격태격 다투면서 때리는 말조차 담습니다. 《종이 소년》은 얇고 하얀 종잇조각과 같은 아이가 배움터에서 ‘배움길’이 아닌 ‘따돌림질’에 시달리면서 죽느니만 못 한 하루를 버티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이러던 어느 날 ‘종이라는 몸’이기에 제 몸뚱이를 종이접기를 하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줄 알아챕니다. 잔나비로도 미르로도 몸을 바꾸면서 뛰놀다가 ‘못된 아이들’한테 으르렁거리면서 놀리기도 합니다. ‘종이아이’는 못된 아이들한테 앙갚음을 하고플 수 있고, 참말로 앙갚음을 하면서 속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못된 아이들하고 똑같은 짓을 한들 스스로 빛나지 않습니다. 흉내로는 후련할 수 없어요. 바보스런 주먹으로는 사랑을 낳지 않습니다. “주먹질 되갚기”로는 “응어리 풀기”를 못 하게 마련입니다. ‘종이 아이’라 한다면, 종이에 글과 그림을 스스로 새롭게 빚으면서 빛나는 길이 있을 텐데요. 부디 아이들한테 삶과 살림과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빕니다.


#NicolasDigard #Kerascoet #Le garcon de papier (2022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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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9.15. 안 죽었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고흥으로 일찍 돌아오려고 부산 사상나루 코앞에 있는 길손집에서 묵었습니다. 어제 낮에 길손집을 알아보는데 ‘숙박대전 3만 원 에누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요사이는 길손집에 깃들 적에 미리 누리집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의 길손집으로 그냥 찾아가서 얘기했는데, ‘그냥묻기’로 자리를 잡으면 1∼3만 원쯤 돈을 더 내고, 어느 곳은 5만 원쯤 더 내더군요. 저를 멀리서 찾아온 손님이라 여긴 어느 이웃님이 “오늘 애써 주셨는데 좋은 곳에 묵으셔야지요.” 하고 잡아준 어느 곳은 ‘누리집에서 잡을 때보다 자그마치 5만 원이 비싸’기까지 하더군요.


  온나라가 무슨 바가지를 씌우거나 눈가림을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오늘 아침에 모처럼 ‘남새 샛값(채소 유통마진)’을 놓고서 글(신문기사)이 여럿 뜨는데, 이 얘기는 이미 쉰 해 남짓 묵었습니다. 우리나라 농협·축협·수협이 얼마나 샛값(유통마진)을 허벌나게 남겨먹는가 하는 고름더미는 웬만한 분이 익히 알고도 남지만, 지난 쉰 해에 걸쳐 터럭만큼도 안 바뀌었어요.


  모르는 분은 그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만, 요즈음 배추값이며 무값이며 여러 남새값은 ‘윤씨가 우두머리를 꿰차던 때보다 비쌉’니다. 밭뙈기 없는 서울내기라면 상추 한 줌조차 쌈지가 후덜덜해서 못 먹으리라 느낍니다. 저는 달걀을 ‘좀더 나은 터전에서 사는 닭이 낳는 알’로 장만하느라 이미 열 해쯤 앞서부터 한 판에 1만 원 안팎 치렀는데, 이 값은 요즈음도 비슷비슷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나쁜 터전에서 그저 마구마구 낳아야 하는 달걀’은 예전에 한 판에 2500∼3000원을 하더니 올해에는 8000∼9000원까지 올랐습니다. 우리집은 ‘장흥군 무산김(염산 안 쓴 김)’을 열다섯 해째 먹는데, 2023년까지는 ‘무산김’이 ‘염산김’보다 꽤 비쌌지만, 2024년부터는 ‘염산김’이 ‘무산김’보다 훨씬 비싼값으로 치솟습니다.


  무엇보다도 2025년에 쌀값이 1.5갑절 올랐습니다. 우리집은 흰쌀을 안 먹는 터라 흰쌀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모릅니다만, 누런쌀과 보리쌀과 여러 온쌀(잡곡)은 거의 곱빼기로 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이른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갓 나올 즈음에 여러 살림값(소비자물가)이 그야말로 껑충 뛰었는데, 이 대목을 짚은 글(신문기사)은 아직 한 꼭지조차 못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글바치(신문기자·직업작가) 가운데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하는 분이 드문 탓일 테지요. 살림꾼(전업주부)으로서 글(신문기사·비평)을 쓸 만한 짬이 있는 분도 거의 없을 테고요.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를 맡은 요즈음 배추값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맡던 지난날 배추값하고 비슷하게 올랐습니다. 좀 있으면 더 오를 듯하고, 더 있으면 훨씬 비싸겠구나 싶습니다. 우리가 끌어내린 윤씨는 참으로 모지리였는데, 새로 꼭두자리에 선 분은 무슨 일을 하는 하루일까요? 모지리 박근혜 씨를 끌어내리고서 꼭두자리에 앉힌 문씨는 ‘세월호 참사 민낯(진상조사)’을 얼레벌레 슬그머니 넘어가며 아무 일을 안 했습니다. 새로 꼭두자리에 앉은 분이라고 해서 ‘세월호 참사 민낯’을 제대로 캐낼 듯하지 않고, ‘무안참사 민낯’은 아예 안 건드릴 듯싶습니다. ‘서해안 해경 참사’가 엊그제 일어났지만, 나라에서는 꿈쩍조차 안 합니다. 이뿐인가요? ‘고속철도 일꾼 참사’도 어영부영 잊혀갑니다. ‘군인 자살·참사’도 살짝 글로 뜨다가 자취를 감춰요. 나라지기뿐 아니라 국방부장관은 뭘 하나요?


  누가 옳거나 누가 그른가 하고 따질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놈이 꼭두자리에 앉든 살림값(소비자물가)은 껑충껑충 춤추기만 했습니다. 샛값을 남겨먹는 놈을 건드린 무리(정당)는 여태 없습니다. 2025년 농림부 살림돈(예산)도 ‘땅임자(지주)’한테만 이바지하는 데에 몽땅 씁니다. 논밭이나 멧자락이 없어서 빌려야(소작) 하는 사람한테 이바지하는 길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틀 동안 부산에서 노래쓰기(시창작 수업)를 했는데, 도막(메모리카드) 하나가 말을 안 듣더군요. 고흥으로 돌아와서 되살림길(복구 프로그램)로 돌리니 살아납니다. 2022년에 밑동(하드디스크)이 숨지느라 되살림길을 목돈을 주고서 장만했는데, 톡톡히 제값을 해주는군요. 아무튼 안 죽었습니다. 아니, 안 죽습니다. 모지리가 꼭두자리에 앉든, 모지리가 벼슬아치(시도지사·군수·군의원)에 앉든, 이 나라는 안 죽습니다. 우리가 눈감으면 나란히 죽을 테지만, 우리가 눈뜬 하루로 살림하는 손길이라면 어느 누구도 안 죽는다고 봅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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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군대폭력 (2025.9.7.)

― 부산 〈책과 아이들〉



  마당이 있는 마을책집인 〈책과 아이들〉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하며 아침을 누리는데, 이동안 풀벌레노래가 내내 흐릅니다. 서울이어도 ‘마당집’이라면 풀벌레노래뿐 아니라 새노래로 하루를 누립니다. 시골이어도 ‘마당없는집’이라면 노래가 없이 메마릅니다.


  흙날인 엊저녁에 전주에서 부산으로 오는 시외버스는 널널했습니다. 두 고장을 오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뜻일 텐데, 이만큼 쇠(자가용)를 모는 사람이 많을 테고, 함께 이 땅을 누리며 둘레를 헤아리는 눈길도 옅을 테지요.


  고흥에서 낫 두 자루하고 숫돌을 장만해서 부산으로 들고 왔습니다. 마당집 풀베기에 이바지하겠지요. 낫날이며 부엌칼을 숫돌로 삭삭 벼리는 하루를 누리면, 어느새 땅과 풀과 바람하고 한결 가까이 마주할 만합니다.


  첫가을 들머리에 바뀐 해길을 읽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요? 가을해는 나날이 더 눕는데, 해가 누울수록 낮볕이 덜 더운 줄 얼마나 느낄까요? 그저 “아직도 더워!” 하면서 찬바람(에어컨)만 틀려고 한다면, 밤에 별바라기를 할 마음을 틔우지 못 한다면, 미닫이를 열고서 풀노래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른다면, 삶도 잊고 말아요.


  숱한 순이는 ‘꼰대나라(가부장권력)’에 시달린 응어리·생채기·멍울·고름을 스스로 말글로 담고 책으로 묶으면서 풀고 품고 알리고 나눕니다. 숱한 순이는 서로 응어리글과 생채기글과 멍울글과 고름글을 토닥이고 함께 읽으면서 이곳이 ‘꼰대나라’라는 허울을 벗고서 ‘아름누리’로 나아갈 길을 밝힙니다. 이 곁에서 머슴인 돌이도 ‘싸움나라(전쟁폭력국가)’에 억눌리고 짓밟히느라 아프고 다치고 슬픈 몸과 마음을 고스란히 말글로 옮기면서 함께 울고 웃는 길을 밝혀야지 싶어요.


  총칼을 앞세우면 어깨동무(평화·평등)를 죽입니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자가 역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전쟁국가라는 굴레를 순이돌이가 함께 풀어내지 않기에 다같이 시달리고 괴롭”습니다. 이른바 ‘우리싸움(젠더 워)’을 우리 스스로 끊고 털어낼 노릇이에요. 우리끼리 싸우며 서로 할퀴는 짓을 멈출 일이에요. 우리끼리 싸우고 물어뜯으라고 등을 떠미는 저놈(권력자)들 속내를 읽어내야겠고, 이제부터 ‘위아래(신분·계급·지위)’라는 수렁을 걷어치우고서 ‘아이곁에서 나란히 슬기로운 어른’으로서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지 싶습니다.


  머슴인 돌이가 스스로 ‘군대폭력’이 무엇인지 낱낱이 털어놓는 글과 책이 늘어나야지 싶습니다. 군대폭력이 언제나 ‘학교폭력·사회폭력·가정폭력’으로 뻗습니다. 모든 주먹질을 털어내고서, 하늘빛으로 물들이는 사랑씨앗을 함께 심어가요.


ㅍㄹㄴ


《자코미누스, 달과 철학을 사랑한 토끼》(레베카 도트르메르/이경혜 옮김, 다섯수레, 2022.1.5.첫/2022.5.15.2벌)

#RebeccaDautremer #Les riches heures de Jacominus Gainsborough (2018년)

《첼로, 노래하는 나무》(이세 히데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7.15.첫/2023.1.12.8벌)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천주교창조보전연대, 무명인, 2014.3.11.)

《미나마타의 붉은 바다》(하라다 마사즈미/오애영 옮김, 우리교육, 1995.1.10.)

《개.똥.승. - 네 발 달린 도반들과 스님이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진엽, 책공장더불어, 2016년 11.13.)

《유기 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고다마 사에/박소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12.10.)

《동물주의 선언》(코린 펠뤼숑/배지선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9.8.23.첫/2021.9.21.2벌)

#CorinePelluchon #Manifeste Animaliste (2017년)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제인 구달·마크 베코프/최재천·이상임 옮김, 바다출판사, 2003.11.10.)

#The Ten Trusts #What We Must Do to Care for the Animals We Love (2003년)

#JaneMorrisGoodall #MarcBekoff

《사쿠라》(다바타 세이이치/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4.4.28.)

《오스카의 비밀》(디터 마이어 글·프란치스카 부르크하르트 그림/김경연 옮김, 다림, 2015.6.17.)

#OskarTiger

《너의 초록에 닿으면》(배미주, 창비, 2024.8.16.첫/2024.11.19.3벌)

《기록자들》(임성용, 걷는사람, 2021.1.1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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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2.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글, 개미북스, 2023.7.31.



어제는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왔다. 오늘은 큰아이하고 순천을 다녀올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룬다. 이제 큰아이한테 이름쪽(주민등록증)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열손그림(십지문十指紋)을 뜬다고 하네. 왜 아직도 이 짓을 하나? 멀쩡한 아이들 손그림을 나라가 왜 뜨는가? 말썽이나 잘못을 일으킨 사람은 떠야 하지 않나? ‘십지문’이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쓰는 얼뜬 모습도 얄궂다.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를 천천히 읽는다. 거의 서울에서 살지만, 아이들하고 곧잘 제주살이를 한다는, 여름살이는 제주에서 누린다고 하는 나날을 그러모은 꾸러미이다. 얼핏 보면, “돈 좀 있으니까” 여름에 제주살이를 한다고 여길 테지. 곰곰이 보면, “땀흘려서 번 돈으로 아이들하고 기쁘게 철빛을 누리려는 마음”이기에 서울에서 한동안 벗어난다고 여길 테고. 돈 좀 있기에 책을 사읽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없는 돈 박박 긁고 털어서 책을 사읽”는 사람이 꽤 있다. 돈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기꺼이 시골살이를 하고, 신나게 책을 사읽고, 기쁘게 아이를 낳아서 온사랑으로 품고 돌본다. 모든 사랑은 모든 사람 마음에 흐른다. 짝을 맺거나 안 맺거나, 아이를 낳거나 안 낳거나, 스스로 사랑이라면 누구나 들숲바다부터 품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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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1.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글, 자연과생태, 2022.2.17.



작은아이가 우리집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무화과나무 쪽으로 건너가는 꾀꼬리 두 마리를 보았단다. 작은아이가 곰곰이 보노라니, 꾀꼬리처럼 깃빛이 노랗기에 잘 보일 만한 새는 오히려 꼭꼭 숨어서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직박구리나 멧비둘기처럼 투박한 깃빛이라든지 까막까치처럼 까만새는 굳이 안 숨는 듯하단다. 작은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는다. 옳구나. 참새도 굳이 안 숨는다. 훤히 보인다. 작은새는 드디어 파랑새를 본 날도 “파랑새는 잘 보일 듯한데 얼마나 잘 숨는지 몰라요.” 한다. 《생명을 보는 눈》을 읽는 내내 아쉬웠다. 사람이라는 숨빛뿐 아니라, 온누리 뭇숨결을 바라볼 적에는, 말 그대로 ‘바라본’ 삶을 쓸 노릇이다. ‘바라본’ 바가 아니라, ‘서울(도시문명사회) 틀에 맞춘’ 눈으로 보려고 하면 뒤틀리게 마련이다. 어떤 새도 ‘연구대상’이 아니다. 어떤 풀꽃나무도 ‘학술대상’이 아니다. 어떤 미꾸리나 좀수수치도 ‘관찰대상’이 아니다. 그저 숨결이요 숨빛이자 숨붙이인걸. 그저 밝게 보면 된다. 그저 숲빛으로 스며들면서 나란히 보면 된다. 이리 재거나 저리 따지거나 그리 틀박지 않으면 된다. ‘학자’가 아니라 ‘이웃’이자 ‘동무’요 ‘한마을 한집안’으로 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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