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오르골orgel



오르골(←orgel) : [음악] 자동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조그만 상자 속에서 쇠막대기의 바늘이 회전하며 음계판(音階板)에 닿아 음악이 연주된다

orgel : 1. Alternative form of orgul 2. (Japan) music box

オルゴ-ル(네덜란드어 orgel) : 오르골, 음악 상자



네덜란드말을 받아들인 일본에서 퍼뜨린 말씨인 ‘오르골’이라 하는데, 영어로는 ‘music box’일 테지요. 우리말로는 ‘노래꾸러미·노래모음·노래묶음’이나 ‘노래돌·노래판’이라 하면 되어요. ‘소리고리’라 할 수 있고, ‘소리그릇·소리접시·소리꾸러미’나 ‘소리돌·소리판’이라 하면 됩니다. ㅍㄹㄴ



너의 엄마가 준 오르골이잖아

→ 너희 엄마가 준 소리돌이잖아

→ 네 엄마가 준 노래판이잖아

《동토의 여행자》(다니구치 지로/김성구 옮김, 샘터, 2008)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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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황홀 恍惚/慌惚


 황홀 속에 빠져들었다 →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황홀한 광경 → 아름다운 모습 / 눈부신 모습

 황홀하게 물들었다 → 곱게 물들었다 / 눈부시게 물들었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 아름다운 / 매우 아름다운

 황홀한 마음 → 달뜬 마음 / 들뜬 마음

 황홀하다는 느낌 → 알기 어렵다는 느낌 / 어지럽다는 느낌


  ‘황홀(恍惚/慌惚)’은 “1.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로 찬란하거나 화려함 2. 어떤 사물에 마음이나 시선이 혹하여 달뜸 3. 미묘하여 헤아려 알기 어려움 4. 흐릿하여 분명하지 아니함”을 가리킨다고 해요. 이 뜻풀이 나오는 ‘찬란하다(燦爛-/粲爛-)’를 찾아보면 “1.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다 2. 빛깔이나 모양 따위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로 풀이하고, ‘화려하다(華麗-)’를 찾아보면 “1. 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로 풀이하지요. 돌림풀이에다가 겹말풀이입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살피면 ‘황홀·찬란·화려’는 모두 ‘아름답다’나 ‘곱다’나 ‘빛나다’로 이어지지요. 우리말로는 ‘곱다·곱살하다·곱상하다’나 ‘눈부시다·부시다·무지갯빛·알록달록·일곱빛·일곱빛깔’로 손볼 만합니다. ‘빛·빛나다·빛살·빛발·반짝이다·반짝반짝’이나 ‘아름답다·아름치·아리땁다·예쁘다’로 손보고, ‘기쁘다·기쁨길·기쁨눈·기쁨빛’이나 ‘달갑다·반갑다·반하다·뿌듯하다·즐겁다·즐기다’로 손보면 돼요. ‘사랑·사랑하다·사랑스럽다·사랑멋·사랑맛’이나 ‘꽃보라·꽃비·단비’로 손볼 수 있어요. ‘봄꽃비·여름꽃비·가을꽃비·겨울꽃비’나 ‘봄단비·여름단비·가을단비·겨울단비’로 손보고요. ‘당기다·끌어당기다·잡아당기다·잡아끌다’나 ‘들뜨다·달뜨다·낯깊다·좋다’로 손보며, ‘넋나가다·넋빠지다·넋잃다·넋뜨다·넋비다·넋가다·넋놓다’나 ‘얼나가다·얼빠지다·얼잃다·얼뜨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녹다·녹아나다·녹이다·녹여내다’나 ‘어리다·잠기다·폭 빠지다·폭 잠기다·푹 빠지다·푹 잠기다’로 손보지요. ‘퐁당·퐁당퐁당·풍덩·풍덩풍덩’이나 ‘사로잡다·홀리다·어지럽다·쪽도 못 쓰다’로 손보고요. ‘산드라지다·간드러지다·건드러지다’나 ‘마음담다·마음두다·마음쓰다·마음쏟다·마음있다’로 손보면 됩니다. ‘애타다·애태우다·책앓이’나 ‘어화둥둥·하하·하하하’로 손보기도 하고요. ㅍㄹㄴ



뼛속에 스미는 恍惚한 떨림

→ 뼛속에 스미어 고이 떠는

→ 뼛속에 스며 기쁘게 떠는

《이슬처럼》(황선하, 이슬처럼, 창작과비평사, 1988) 106쪽


그 황홀한 무지개빛 포물선의 물뿜기를

→ 눈부신 무지개빛 팔매금 물뿜기를

→ 반짝이는 무지개빛 둥그스름 물뿜기를

《프란체스코의 새들》(고진하, 문학과지성사, 1993) 12쪽


모든 풍경은 나를 흥분시키며 황홀하게 타오른다

→ 나는 모든 빛에 들뜨며 아름답게 타오른다

→ 나는 모든 모습에 설레며 눈부시게 타오른다

→ 나는 모든 그림에 떨면서 반짝반짝 타오른다

《나의 아름다운 창》(신현림, 창작과비평사, 1998) 24쪽


하늘을 황홀하게 물들이는 감미로운 노랫말로 말하려 한다

→ 하늘을 눈부시게 물들이는 달콤한 노랫말로 말하려 한다

→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달달한 노랫말로 말하려 한다

《하늘에 수놓은 구름 이야기》(임소혁, 대원사, 2006) 6쪽


왜 그런지 따지고 캐기 시작하면 황홀한 감동은 사라지지

→ 왜 그런지 따지고 캐다 보면 아름다운 맛은 사라지지

→ 왜 그런지 따지고 캐면 눈부신 결은 사라지지

《아나스타시아 2 소리내는 잣나무》(블라지미르 메그레/한병석 옮김, 한글샘, 2007) 222쪽


서럽고 아프고 황홀한 시들이

→ 서럽고 아프고 눈부신 노래가

→ 서럽고 아프고 고운 노래가

《거룩한 허기》(전동균, 랜덤하우스, 2008) 12쪽


대상에 순수하게 도취하고 황홀해 하며 경탄하는 법이 아니라

→ 무엇에 티없이 빠져들고 아름다워 하며 놀라는 길이 아니라

→ 무엇에 맑게 빠져들고 눈부셔 하며 놀라지 않고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헤르만 헤세/두행숙 옮김, 문예춘추사, 2013) 17쪽


그것은 어마어마한 경험이며 황홀경이며 지복이다

→ 이는 어마어마한 일이며 놀랍고 기쁨이다

→ 이는 어마어마하고 눈부신 기쁨이다

《어웨이크너》(이성엽, 그린라이트, 2015) 21쪽


새의 선물은 바로 황홀하게 지저귀는 소리예요

→ 새는 바로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를 베풀어요

→ 새한테서 바로 기쁘게 지저귀는 소리를 받아요

《엉뚱하기가 천근만근》(다니엘 네스켄스·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김영주 옮김, 분홍고래, 2017) 29쪽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 꿈을

→ 노을이 눈부신 먼바다 꿈을

→ 놀이 고운 먼바다 꿈을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2021) 12쪽


모두와 합일이 되는 엑스터시, 황홀경이었다

→ 모두와 하나되는 기쁨길, 꽃길이었다

→ 모두와 한꽃으로 즐겁다. 눈부셨다

→ 모두와 어울리며 아름답다. 푹 빠졌다

→ 모두 아우르며 넋나갔다. 곱다

→ 모두 품으며 빛나는, 빛길이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 65쪽


하늘 가득 황홀한 사랑의 춤이 시작되면

→ 하늘 가득 곱게 사랑춤을 펴면

→ 하늘 가득 꽃비처럼 사랑춤이 내리면

《반짝반짝 반딧불이 춤춘다》(아드리앵 드몽/나선희 옮김, 책빛, 20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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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장구 長久


 장구한 시간 → 긴날 / 기나긴날 / 긴나날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긴 자취가 있다 / 오랜 자취가 있다

 장구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 오래 흐르는 동안에

 장구히 흐르는 강물 → 오래도록 흐르는 냇물


  ‘장구하다(長久-)’는 “매우 길고 오래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길다·기나길다·기다랗다·기닿다·길디길다’나 ‘긴·긴긴·긴줄·긴달리기’로 고쳐씁니다. ‘길이·길이길이·두고두고’나 ‘긴날·긴나날·기나긴날·길디긴날’로 고쳐쓰고, ‘멀다·멀디멀다·머나멀다’나 ‘먼날·먼나날·머나먼날·멀디먼날’로 고쳐써요. ‘먼길·머나먼길·멀디먼길’이나 ‘손때·손때가 묻다·손타다·손을 타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오래·오래도록·오래오래·오랫동안·오래꽃·오랜꽃’이나 ‘오래다·오랜·오래되다·오랜만·오래간만’으로 고쳐쓸 수 있어요. ‘한참·까마득하다·아득하다·아스라하다’로 고쳐써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일곱 가지 한자말 ‘장구’를 더 싣지만 싹 털어냅니다. 때로는 “못 잊다·잊지 못하다”나 “씻을 길 없다·씻지 못할·못 씻을”이나 “털 길 없다·털지 못할·못 털”이나 “풀지 못하다·못 풀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ㅍㄹㄴ



장구(杖?) : 1. 지팡이와 짚신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이름난 사람이 머물러 있던 자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장구(長句) : 자수(字數)가 많은 글귀. 특히, 한시(漢詩)에서 오언 구에 대하여 칠언 구를 이른다

장구(長球) : [수학] = 회전 타원체

장구(長軀) : = 장신(長身)

장구(長驅) : 말을 몰아서 쫓아감

장구(張口) : [한의학] 숨이 차서 입을 벌리고 있는 일

장구(章句) : 1. 글의 장과 구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글의 장을 나누고 구를 자르는 일



장구한 시간을 지나며 축적되는 이런 종류의 지식은

→ 기나긴날을 지나며 쌓이는 이런 이야기는

→ 오랜나날을 지나며 드리우는 배움감은

→ 오래 흐르며 모이는 살림길은

→ 한참 지나면서 이루는 깜냥은

《좋은 인생 실험실》(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황근하 옮김, 샨티, 2016) 223쪽


생명체의 탄생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진화의 여정은

→ 숨결이 태어나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거듭나는 기나긴길은

→ 목숨이 태어나고 사람에 이르기까지 발돋움하는 오랜길은

《과학을 읽다》(정인경, 여문책, 2016) 247쪽


모두 장구한 세월 동안

→ 모두 기나긴날 동안

→ 모두 오랜나날 동안

《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데이브 굴슨/이준균 옮김, 자연과생태, 2016)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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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한 恨


 천추의 한 → 오래맺이 / 오랜앙금 / 긴긴 딱지

 한이 맺히다 → 응어리가 맺히다

 한을 품다 → 아픔을 품다

 한이 서리다 → 슬픔이 서리다


  ‘한(恨)’은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가슴아프다·가슴시리다·가슴이 찢어지다·가슴앓이’나 ‘괴롭다·고름·고름덩이·곪다·곯다’로 풀어냅니다. ‘눈물·눈물겹다·눈물나다·눈물을 흘리다·눈물짓다’나 ‘눈물꽃·눈물길·눈물바람·눈물비·눈물빛·눈물구름·눈물앓이’로 풀고, ‘동동거리다·동동걸음·발동동·발을 동동’이나 ‘종종거리다·종종걸음·발종종·발을 종종’로 풀어요. ‘뒤앓이·뒤아픔·딱지·생채기’나 ‘때문·탓·탓하다’로 풀어쓰고, ‘마음멍·마음멍울·마음흉·마음흉터’나 ‘마음앓이·마음아픔·마음아프다·마음고름’으로 풀어씁니다. ‘맺다·맺히다·멍·멍울·멍들다·멍꽃·멍빛·멍울꽃·멍울빛’이나 ‘속멍·속멍울·속흉·속흉터·칼자국’으로 풀지요. ‘속앓이·속쓰리다·속타다·속태우다·타다·타들어가다’나 ‘미어지다·미어터지다·미움·미워하다·밉다·싫다’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빨갛다·뻐근하다·뼈아프다·뼈저리다·볼 수 없다·빈빛’이나 ‘사무치다·서글프다·서럽다·서운하다·섧다·섭섭하다’로 풀고, ‘슬프다·슬퍼하다·슬픔·슬픔짓다’나 ‘슬픔꽃·슬픔길·슬픔바람·슬픔빛·슬픔구름·슬픔비·슬픔앓이’로 풀 수 있습니다. ‘시리다·쑤시다·쓰다·쓰겁다·쓰라리다·쓰리다’나 ‘쓴맛·쓴웃음·씁쓸하다·씻을 길 없다·못 씻다’로 풀며, ‘아프다·앓다·아리다·아쉽다·안쓰럽다·안타깝다’나 ‘아픔꽃·아픔바람·아픔빛·아픔비·아픔구름’으로 풀면 되고요. ‘앙금·옹이·응어리·은결들다·자람앓이’나 ‘애끊다·애끓다·애타다·애태우다’로 풉니다. ‘울다·울음·울먹이다·울멍이다’나 ‘주저앉다·털썩·털퍼덕·털푸덕’으로 풀지요. ‘찢다·찢기다·찢어지다’나 ‘피고름·피맺다·피맺히다·피멍·피멍울·피멍꽃’으로 풀면 되고, ‘하늘눈물·하늘도 알다·하늘을 울리다·하늘이 울다’로도 풀어냅니다. ‘한숨·한숨쉬다’나 ‘흉터·흉티·흉꾼·흉있다·흉지다’로 풀 수 있어요. ㅍㄹㄴ



한(恨)과 비탄이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를 질식시키는 것처럼 보일 때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 아프고 슬퍼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를 말리는 듯할 때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 시리고 눈물나서 목구멍 소리를 피말리는 듯할 때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 생채기와 눈물에 목구멍 소리가 갑갑할 때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우리네 목마름은 우리 샘물로》(구스따보 구띠에레즈/김명덕 옮김, 한마당, 1986) 17쪽


그들의 길고도 깊은 한의 이야기로 묶인 정신세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로는 담아낼 수가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 그분들 길고도 깊은 이야기로 묶은 삶넋은 내 찰칵이로는 담아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아야겠다

→ 그분들 길고도 깊은 앙금으로 묶은 숨결은 내 빛틀로는 담아낼 수가 없었다고 밝혀야겠다

《춤과 그 사람, 이매방 : 승무》(정범태, 열화당, 1992) 머리말


손자아이 하나만 더 낳으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면서

→ 뒤 하나만 더 낳으면 죽어도 아쉽지 않겠다면서

→ 아이 하나만 더 낳으면 죽어도 안 섭섭하다면서

→ 다음 하나만 더 낳으면 죽어도 섧지 않다면서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이오덕, 아리랑나라, 2005) 203쪽


너거한테 맺힌 한을 풀어 줄게

→ 너거한테 맺힌 대로 풀어줄게

→ 너거 슬픔 풀어줄게

→ 너거 응어리 풀어줄게

→ 너거 생채기 풀어줄게

→ 너거 눈물 풀어줄게

《지겹도록 아름다운 사람들아》(오도엽, 후마니타스, 2008) 269쪽


다만 너의 그 거대한 갈라짐의 인간적인 한(恨)

→ 다만 너는 사람이되 크게 갈리며 아프고

→ 다만 너는 사람으로서 크게 갈려 슬프고

→ 다만 너는 사람인데 크게 갈려 멍들고

《황색예수》(김정환, 문학과지성사, 2018) 45쪽


그야말로 가축처럼 잡아먹힌 그대의 한은 풀릴 수 있는 게 아니지

→ 그야말로 짐승처럼 잡아먹혀 아픈 그대를 풀 수 있지는 않지

→ 그야말로 갇혀서 잡아먹혀 슬픈 그대를 풀 수 있지는 않지

《에노시마 와이키키 식당 8》(오카이 하루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29쪽


면면히 이어진 한恨과

→ 고이 이어온 앙금과

→ 줄줄이 이은 멍울과

→ 줄줄이 이은 눈물과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이병철, 천년의상상, 2021) 30쪽


빼앗긴 동토 건넌 식민의 한

→ 빼앗긴 언땅 건넌 사슬눈물

→ 빼앗긴 겨울 건넌 굴레멍꽃

《언어물리학개론》(박인식, 여름언덕, 20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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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아이들이 찾아오는 (2025.8.25.)

― 서울 〈열두달책방〉



  마녘은 해날을 잇고, 서울곁은 비가 쏟아붓더니, 이내 개다가 짙구름이 낍니다. 부산에서 이틀 동안 이야기꽃을 펴고서 서울로 갑니다. 바깥일을 할 적에는 시외버스가 쉼터이자 잠터입니다. 버스일꾼은 든든한 길잡이에 고마운 길동무입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길손집에 자리를 맡았으나 14:00부터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침 길손집하고 가까운 양천구 신월동 마을책집 〈열두달책방〉이 일찍 엽니다. 마을길을 사뿐히 거닐며 책집 앞에 닿습니다. 고즈넉한 골목집에 사이에 책집이 있습니다. 큰길 쪽에는 길나무를 줄줄이 심었는데, 길나무마다 매미가 앉아서 우렁차게 노래합니다. 이곳을 드나들 마을아이랑 마을어른은 호젓하면서 즐겁겠군요. 마을이 책집 한 곳과 나란히 빛나고요.


  눈여겨보고서 손길을 내밀어 주는 마음이 흐르기에 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귀담아듣고서 나란히 걸어가는 마음이 만나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저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부채질도 거의 안 하면서 여태 여름을 살아냈습니다. 부채질조차 안 하면 시골에서는 매미소리에 새소리에 풀벌레소리가 언제나 바람소리에 묻으며 반짝반짝 빛나요. 땀은 샘물로 씻으면 됩니다. 샘물로 식힌 몸을 움직이면 다시 땀이 돋고, 새삼스레 샘물로 씻습니다.


  늦여름이 저무는 즈음이란, 누구나 숱한 숲노래·들노래·바람노래·하루노래를 누리면서 가을노래로 접어드는 길목입니다. 모든 해는 천천히 흐릅니다. 모든 달과 날도 찬찬히 흐릅니다. 우리 삶도 천천히 나아가듯 일구면 됩니다. 아이하고 함께 이야기를 지피고, 그림책도 집살림도 바깥일도 느긋이 여미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처음에는 까맣게 모르지만 조금씩 눈을 틔워서 알아보는 눈이 있습니다. 마음을 틔우기에 눈을 틔우고, 마음을 띄우기에 눈을 떠요. 마음을 열기에 온눈을 활짝 열면서 활개치듯 꿈을 그립니다.


  바깥손님(관광객)을 많이 받아야 돈을 잘 번다고 잘못 여기는 나라인데요, 바깥손님이 구경하면서 돈을 쓸 길거리를 늘리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다가 벌렁 드러누워서 쉴 풀밭과 빈터와 들숲을 가꿀 일이라고 봅니다. 마을에 나무가 우거져서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나무를 타며 놀 수 있어야, 마을이 살고 아이어른이 함께 웃습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바깥손님이 마을과 나라에 이바지하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골목집에 깃들어 바람을 쐬고 새소리와 매미노래에 귀기울이는 아이가 꿈을 그릴 수 있는 하루일 적에 온누리를 살리게 마련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거꾸로입니다.


ㅍㄹㄴ


《웃음 가게》(기타무라 사토시/김상미 옮김, 베틀북, 2020.6.5.)

#きたむらさとし #TheSmilsShop

《사진과 시》(유희경, 아침달, 2024.8.1.)

《아이들의 계급투쟁》(브래디 미카코/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9.11.5.첫/2023.12.31.5벌)

《기뻐의 비밀》(이안 글·심보영 그림, 사계절, 2022.4.2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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