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아이들이 찾아오는 (2025.8.25.)
― 서울 〈열두달책방〉
마녘은 해날을 잇고, 서울곁은 비가 쏟아붓더니, 이내 개다가 짙구름이 낍니다. 부산에서 이틀 동안 이야기꽃을 펴고서 서울로 갑니다. 바깥일을 할 적에는 시외버스가 쉼터이자 잠터입니다. 버스일꾼은 든든한 길잡이에 고마운 길동무입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길손집에 자리를 맡았으나 14:00부터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침 길손집하고 가까운 양천구 신월동 마을책집 〈열두달책방〉이 일찍 엽니다. 마을길을 사뿐히 거닐며 책집 앞에 닿습니다. 고즈넉한 골목집에 사이에 책집이 있습니다. 큰길 쪽에는 길나무를 줄줄이 심었는데, 길나무마다 매미가 앉아서 우렁차게 노래합니다. 이곳을 드나들 마을아이랑 마을어른은 호젓하면서 즐겁겠군요. 마을이 책집 한 곳과 나란히 빛나고요.
눈여겨보고서 손길을 내밀어 주는 마음이 흐르기에 노래를 쓸 수 있습니다. 귀담아듣고서 나란히 걸어가는 마음이 만나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저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이 부채질도 거의 안 하면서 여태 여름을 살아냈습니다. 부채질조차 안 하면 시골에서는 매미소리에 새소리에 풀벌레소리가 언제나 바람소리에 묻으며 반짝반짝 빛나요. 땀은 샘물로 씻으면 됩니다. 샘물로 식힌 몸을 움직이면 다시 땀이 돋고, 새삼스레 샘물로 씻습니다.
늦여름이 저무는 즈음이란, 누구나 숱한 숲노래·들노래·바람노래·하루노래를 누리면서 가을노래로 접어드는 길목입니다. 모든 해는 천천히 흐릅니다. 모든 달과 날도 찬찬히 흐릅니다. 우리 삶도 천천히 나아가듯 일구면 됩니다. 아이하고 함께 이야기를 지피고, 그림책도 집살림도 바깥일도 느긋이 여미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처음에는 까맣게 모르지만 조금씩 눈을 틔워서 알아보는 눈이 있습니다. 마음을 틔우기에 눈을 틔우고, 마음을 띄우기에 눈을 떠요. 마음을 열기에 온눈을 활짝 열면서 활개치듯 꿈을 그립니다.
바깥손님(관광객)을 많이 받아야 돈을 잘 번다고 잘못 여기는 나라인데요, 바깥손님이 구경하면서 돈을 쓸 길거리를 늘리지 말아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다가 벌렁 드러누워서 쉴 풀밭과 빈터와 들숲을 가꿀 일이라고 봅니다. 마을에 나무가 우거져서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나무를 타며 놀 수 있어야, 마을이 살고 아이어른이 함께 웃습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바깥손님이 마을과 나라에 이바지하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골목집에 깃들어 바람을 쐬고 새소리와 매미노래에 귀기울이는 아이가 꿈을 그릴 수 있는 하루일 적에 온누리를 살리게 마련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거꾸로입니다.
ㅍㄹㄴ
《웃음 가게》(기타무라 사토시/김상미 옮김, 베틀북, 2020.6.5.)
#きたむらさとし #TheSmilsShop
《사진과 시》(유희경, 아침달, 2024.8.1.)
《아이들의 계급투쟁》(브래디 미카코/노수경 옮김, 사계절, 2019.11.5.첫/2023.12.31.5벌)
《기뻐의 비밀》(이안 글·심보영 그림, 사계절, 2022.4.2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