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1 : -ㄴ 인사를 나눈다


눈을 맞춰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 눈을 가볍게 맞춘다

→ 눈을 가볍게 찡긋한다

《살림문학》(김대성·강경주와 12사람, 곳간, 2024) 45쪽


마주 절을 하기에 한자말로 ‘인사’라 하니, 이 한자말을 쓰려면 “인사를 하다”라 해야 맞습니다. “인사를 나누다”는 틀린말씨입니다. 그런데 보기글을 살피면 “눈을 맞춰”로 첫머리를 열어요. 이미 “눈을 맞추”는 ‘눈절’을 했다고 밝힌 만큼 ‘인사’는 겹말이자 군더더기입니다. 이때에는 “눈을 가볍게 맞춘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ㅍㄹㄴ


인사(人事) :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3. 입은 은혜를 갚거나 치하할 일 따위에 대하여 예의를 차림.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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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752 : -의 특징 -ㅋ 만든 점


이 새의 특징은 아주 큰 무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 이 새는 아주 크게 무리를 짓는다

→ 이 새가 아주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

《절멸 동물 이야기 1》(우스쿠라 후미/김진아 옮김, 재담, 2024) 109쪽


새는 무리를 ‘짓’습니다. 사람도 무리를 지어요. ‘무리짓다’나 ‘떼짓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새의 특징’은 일본말씨입니다. “새는 (무엇을) 한다” 얼거리로 다듬어서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로 적을 만합니다.  ㅍㄹㄴ


특징(特徵) : 1.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2. [역사] 임금이 벼슬을 시키려고 특별히 부르던 일 3. [음악] = 토리 4. [북한어] [논리] ‘필요충분조건’의 북한어

점(點) : 1. 작고 둥글게 찍은 표 2. 문장 부호로 쓰는 표. 마침표, 쉼표, 가운뎃점 따위를 이른다 3. 사람의 살갗이나 짐승의 털 따위에 나타난, 다른 색깔의 작은 얼룩 4. 소수의 소수점을 이르는 말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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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

숨은책 1034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

 상뻬 글·그림

 국홍주 옮김

 문장

 1980.1.15.



  좋아하는 책만 읽다가는 외곬로 갇힙니다. 남이 안 가둬요. 우리가 스스로 가둡니다. 싫어하는 책을 안 읽다가는 똑같이 외눈박이입니다. 남이 안 가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감고 말아서 이 삶을 하나도 못 배웁니다. 좋아하는 책만 읽기에 그만 비좁은 마음에 비좁은 눈초리를 뿜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거나 훌륭한 책만 골라서 읽더라도 “안 아름답고 안 훌륭한 책”도 나란히 곁에 두어야, 비로소 온누리를 고르게 짚고 살펴서 헤아리는 눈빛을 틔웁니다. 왜 그럴까요? 씨앗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씨앗은 어느 곳에서든 싫어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다 다른 볕과 바람과 비를 맞아들이면서 풀로 돋고 나무로 자라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을 처음 만나던 어제도, 이 책을 모처럼 스물 몇 해 만에 되읽는 오늘도, ‘상뻬’ 그림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차분히 읽어 봅니다. 어느 대목을 아쉽다고 여기는지 다시 살피고, 어느 대목이 사람들 눈을 사로잡을 만한지 곰곰이 돌아봅니다. 잡아채고 잡아내어 자분자분 엮는 붓끝이 대단한 상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울(도시)에 흠뻑 빠진 붓끝은 그리 안 내킵니다. 상뻬 님은 이따금 나무나 들숲을 그리기는 하지만 너무 서울스럽습니다. 서울살이가 나쁠 일이 없되, 하늘빛과 나무빛과 씨앗빛이 없는 붓끝이라면,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있더라도 저와 우리집 아이들 눈은 끌지 못 합니다.


#장자끄상뻬 #JeanJacquesSemp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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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

숨은책 1033


《이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

 김현희 글

 고려원

 1995.4.20.첫/1995.5.1.2벌



  어린배움터 막바지이던 1987년, 온나라를 뒤흔든 ‘김현희’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잊기 어렵습니다. 1987년에는 아직 ‘반공웅변’을 어린배움터에서 다달이 해야 했고, 우리는 “때려잡자 김일성! 김현희!”를 외치면서 주먹을 불끈불끈 하늘로 뻗어야 했습니다. 마른하늘 날벼락처럼 115사람이 하늘애서 죽어야 했고, 김현희는 미처 못 달아나고서 붙잡혔고, 여러모로 캐묻는 말과 모습은 날마다 보임틀(텔레비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몇 해 뒤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립니다만, 도무지 쳐다보기 싫더군요. 애먼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라고 시키는 나라도, 시키는 대로 따른 허수아비도, 북녘 이야기를 얻으려고 살려놓은 나라도, 이 모두를 장삿속으로 팔아치우는 펴냄터(고려원)와 글꾼(노수민)과 안기부도, 우리한테 끝없이 반공웅변과 “저놈을 미워하기”를 시키던 배움터와 길잡이도, 다 보기싫었습니다. 그 뒤 서른 해쯤 지난 2025년 부산 헌책집에서 《이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를 보았습니다. 나라를 잘못 만나서 잘못 살았다는 줄거리는 흐르되, 잘못 만난 나라에서 잘못 살았더라도 ‘아무나(민간인도)’ 멀쩡히 죽인 짓부터 제대로 눈물로 씻어야 할 텐데, 이런 빛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2024년 12월에 무안나루에서 벼락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놓고도 아직 어느 누가 잘못을 비는지 그야말로 잘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북한을 둘러싼 주변 환경만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9쪽)


북한에서는 살이 포동포동 찐 사람을 미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여긴다. 더구나 밥을 굶어 가며 살을 뺀다고 하면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식품이 부족해 먹고 싶어도 없어 못 먹을 형편이기 때문에, 굳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이 찔 염려는 없다. (57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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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3.29.


《조응》

 팀 잉골드 글/김현우 옮김, 가망서사, 2024.3.29.



바람이 가라앉고 구름이 걷히다가, 다시 구름이 짙더니, 이른밤에는 별이 빛난다. 이윽고 한밤에는 구름이 물결친다. 하늘을 이루는 빛은 우리 마음결에 따라서 흐른다. 어떤 일이 닥치거나 찾아오든 한결같이 흐르는 마음씨라면, 구름과 하늘과 날씨는 포근하다. 무슨 일에건 출렁이며 흔들리는 마음새라면, 하늘빛도 늘 널뛴다. 늘 새롭기에 배움길(학문)이다. 똑같이 굳는다면 배움길이 아닌 틀(권력)이다. 어제까지 엉터리인 누가 있더라도, 이이가 오늘부터 아름답게 거듭나기를 바란다면, 온누리가 아름답고 즐겁다. 어느 엉터리가 내내 엉터리여야 이이를 나무라는 재미를 누린다고 여기면, 이 엉터리가 안 거듭나기를 바라는 셈이니, 온누리가 바래면서 괴롭다. 《조응》을 건넨 이웃님이 있기에 조금조금 읽어가는데, “눈을 뜨며 깨어나서 바라보는 길”하고는 좀 먼 듯싶다. ‘Correspondences’를 한자말 ‘조응’ 아니고 어떻게 옮기냐고들 여기지만, 그러면 우리말 ‘봄’은 어찌 옮기겠는가? ‘봄’이라는 낱말 하나에 어떤 결이 어떤 너비와 깊이로 흐르는지 얼마나 읽어내느냐에 따라서 쉽게 옮기기도 하지만, 도무지 못 옮기기도 한다. 보려면, 눈을 뜬다. 봄이기에, 눈을 틔운다. 봄이기에 보자기처럼 보드랍고, 서로 보려 하기에 돌아보고 돌보고 보살피는 봉긋봉긋 꽃빛이다.


#Correspondences #TimIngold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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