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4.2.

숨은책 1034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

 상뻬 글·그림

 국홍주 옮김

 문장

 1980.1.15.



  좋아하는 책만 읽다가는 외곬로 갇힙니다. 남이 안 가둬요. 우리가 스스로 가둡니다. 싫어하는 책을 안 읽다가는 똑같이 외눈박이입니다. 남이 안 가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을 감고 말아서 이 삶을 하나도 못 배웁니다. 좋아하는 책만 읽기에 그만 비좁은 마음에 비좁은 눈초리를 뿜습니다. 아무리 아름답다거나 훌륭한 책만 골라서 읽더라도 “안 아름답고 안 훌륭한 책”도 나란히 곁에 두어야, 비로소 온누리를 고르게 짚고 살펴서 헤아리는 눈빛을 틔웁니다. 왜 그럴까요? 씨앗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씨앗은 어느 곳에서든 싫어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다 다른 볕과 바람과 비를 맞아들이면서 풀로 돋고 나무로 자라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만나는 곳》을 처음 만나던 어제도, 이 책을 모처럼 스물 몇 해 만에 되읽는 오늘도, ‘상뻬’ 그림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차분히 읽어 봅니다. 어느 대목을 아쉽다고 여기는지 다시 살피고, 어느 대목이 사람들 눈을 사로잡을 만한지 곰곰이 돌아봅니다. 잡아채고 잡아내어 자분자분 엮는 붓끝이 대단한 상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울(도시)에 흠뻑 빠진 붓끝은 그리 안 내킵니다. 상뻬 님은 이따금 나무나 들숲을 그리기는 하지만 너무 서울스럽습니다. 서울살이가 나쁠 일이 없되, 하늘빛과 나무빛과 씨앗빛이 없는 붓끝이라면,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있더라도 저와 우리집 아이들 눈은 끌지 못 합니다.


#장자끄상뻬 #JeanJacquesSemp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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