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정시 定時


 정시 뉴스 → 제날 이야기

 정시 출발 → 제때 감 / 맞게 떠남

 정시에 출발하다 → 알맞게 가다 / 제날짜에 가다

 정시에 들어오면 → 좋게 들어오면 / 딱 들어오면


  ‘정시(定時)’는 “일정한 시간 또는 시기”를 가리킨다지요. ‘제때·제대로·제날·제날짜’로 손봅니다. “늦지 않다·안 늦다”나 ‘맞다·알맞다·걸맞다·들어맞다’로 손볼 만하고, ‘딱·좋다’로 손보아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정시’를 열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ㅍㄹㄴ



정시(丁時) : [민속] 이십사시(二十四時)의 열넷째 시 ≒ 정

정시(正始) : 올바르게 시작함. 또는 올바른 시작

정시(正視) : 1. 똑바로 봄 = 정안 2. [의학] 시력을 조절하지 아니하여도 평행 광선이 망막 위에 상(像)을 맺는 눈 = 정시안

정시(呈示) : 1. 내어 보임 2. [경제] 어음, 수표, 증권 따위의 소지자가 인수나 지급을 요구하기 위하여 인수인 또는 지급인에게 제출하여 보임

정시(廷試) : [역사] 중국의 과거 제도에서, 천자가 성시(省試) 급제자를 궁정에 불러 친히 고시를 보이던 일

정시(定示) : 대어 보임

정시(庭試) : [역사] 조선 시대에,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대궐 안에서 보이던 과거

정시(情詩) : 연애의 마음을 읊은 시가

정시(淨施) : [불교]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 = 보시

정시(鄭蓍) : [인명] 조선 순조 때의 무신(1768∼1811)



정시모집이 더 유리할 것이므로

→ 제날받기가 더 나으므로

→ 제날짜가 더 나으므로

《입학사정관제의 비밀 50》(하영목, 아이비하우스, 2009) 190쪽


정시에 시작하고 정시에 끝나도록 한다

→ 제때에 열고 제때에 끝나도록 한다

→ 알맞게 열고 알맞게 끝나도록 한다

《책에게 말을 걸다》(오정화, 북포스, 2011) 256쪽


그래, 정시에 마치고 왔으니까

→ 그래, 제때에 마치고 왔으니까

→ 그래, 알맞게 마치고 왔으니까

《이 세상의 한 구석에 上》(코노 후미요/강동욱 옮김, 미우, 2017) 109쪽


오랜만에 정시퇴근이다

→ 오랜만에 제때 간다

→ 오랜만에 딱 마친다

《마치다 군의 세계 3》(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7) 102쪽


나였으면 정시에 딱 끝낼걸

→ 나라면 딱 끝낼걸

→ 나라면 안 늦게 끝낼걸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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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인생결산



 백 세의 인생결산 → 온살에 돌아보기

 차제에 인생결산을 하려고 → 곧 삶을 되짚으려고

 늦지 않게 인생결산을 계획한다 → 늦지 않게 삶을 짚으려 한다


인생결산 : x

인생(人生) : 1.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 2. 어떤 사람과 그의 삶 모두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사람이 살아 있는 기간

결산(決算) : 1. 일정한 기간 동안의 수입과 지출을 마감하여 계산함. 또는 그렇게 산출한 계산 2. 일정한 기간 동안의 활동이나 업적을 모아 정리하거나 마무리함. 또는 그런 활동이나 업적



  아무래도 일본말씨일 ‘인생결산’일 텐데, 우리로서는 한자말을 쓰더라도 ‘결산’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우리말로 알맞게 ‘세다·셈하다·셈꽃·셈빛·셈밭’이나 ‘짚다·따지다·곱씹다·헤아리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다·둘러보다·돌이키다’로 손질할 만하고, ‘되짚다·되새기다·되살피다·되씹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지금은 인생 결산 중이야

→ 이제 삶을 돌아봐

→ 요즘은 삶을 추슬러

→ 요새는 삶을 되짚어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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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사고매물·사고물건



 사고매물을 은폐하기 위해서 → 께름집을 숨기려고

 사고매물이 저가로 나왔다 → 꺼림집이 싸게 나왔다

 임차인이 사고물건을 판별하려면 → 빌리면서 수렁집을 알아보려면

 장기간 방치된 사고물건인데 → 오래 팽개친 죽음집인데


사고매물 : x

사고물건 : x

事故物件(じこぶっけん) : 건물, 혹은 집 안에서 사건, 사고, 사망 등이 발생한 부동산

매물(賣物) : 팔려고 내놓은 물건



  일본말 ‘사고매물·사고물건’입니다. 일본에서 한자로 엮은 얼거리로 얼핏 뜻을 짚을 수도 있지만 그리 드러나지 않습니다. 우리말로는 ‘죽은집·죽음집’으로 옮길 만합니다. ‘께름집·꺼림집’이나 ‘수렁집’으로 옮겨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이 집을 사고매물로 만들어버릴 테다

→ 이곳을 죽은집으로 바꾸어버릴 테다

→ 여기를 께름집으로 해버릴 테다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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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4.4. 채용비리



  우리나라에서 ‘채용비리’는 매우 흔하다. 어느 고장 어느 곳에나 그야말로 수두룩하다. 글밭에도 배움밭에도 흔하고, 참말로 없는 데가 없다고 할 만하다. 이따금 굵직굵직하게 ‘선관위 채용비리’라든지 ‘법무부 채용비리’ 같은 이야기가 불거지는데, ‘광주교육청 채용비리’쯤은 눈에 거의 안 띄거나 굳이 안 알리기도 한다.


  뒷짓은 누가 하든 뒷짓일 텐데? 몰래짓은 어느 켠에서 하든 몰래짓일 텐데? 예부터 벼슬은 “일하는 자리”가 아니라 “돈자리·이름자리·힘자리”였다. 예부터 벼슬은 “일꾼이 앉는 자리”가 아니라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면서 사람들을 부리고 누르고 괴롭히고 우려내는 자리”였기에 늘 뒷짓과 몰래짓으로 돌라먹기를 해왔다.


  어떡해야 뒷짓이나 몰래짓을 뽑아낼 수 있을까? 이쪽이건 저쪽이건 똑같이 “서른 해치 일삯을 한꺼번에 뱉어내기”를 해야지 싶다. 어떤 뒷짓이나 몰래짓이건 값(벌금)을 너무 적게 치른다. 값을 톡톡히 안 치르니까 말썽이 끝이 없다. 그리고 값만 치러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사슬터(감옥)’보다는 ‘논밭터’를 새롭게 열어야지 싶다. 어떤 ‘논밭터’를 늘려야 하느냐면, “징역 10년”이 아닌 “논밭일 열 해”를 시키면 된다. 경북이나 전남이나 충북이나 강원 외진 시골에 논밭터를 두어서 “논밭일 열 해”를 시키되, 이 값(처벌)을 치를 이는 “나라에서 먹여살리지 않는 얼개”로 갈 노릇이다. 다시 말해서, 잘못과 말썽을 저지른 모든 사람은 ‘두멧시골 논밭터’에서 하루조차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시골살이를 하도록 값을 치르는 틀거리를 세울 노릇이라고 본다.


  또는 “삽질 열 해”를 시킬 수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 삽질터(공사장)는 100이면 99사람이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다. 끌려내려올(탄핵될) 우두머리라면, “삽질 열 해 + 논밭터 열 해”, 이렇게 삽일과 시골일을 스무 해쯤 시킬 노릇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사슬터(감옥)에 들어간 사람들도 ‘일’을 해야 한다. 삽질을 시키고 논밭일을 시킬 노릇이다. 그냥 먹여주고 재워줄 뿐 아니라, 값(처벌)도 너무 무른 터라 말썽이 안 끊인다. 땀흘려 일해서 값을 치른 뒤에는 모든 멍에를 씻었다고 여겨서 풀어주면 되고, 땀흘려 열 해나 스무 해쯤 일한 사람이라면, 멍에를 씻을 적에 새사람으로 거듭나리라 본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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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지음, 김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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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4.

만화책시렁 739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

 코다마 하츠미

 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더는 ‘나탓’을 하지 않기로 하던 어느 아가씨가 ‘남탓’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첫나’로 돌아온다는 줄거리를 풀어내는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를 읽습니다. 두걸음은 어떠려나 모르겠는데, 첫걸음 하나만 놓고 본다면 여러모로 돌아볼 만합니다. 어린 동생이 죽었건, 엄마나 아빠가 갑자기 떠났건, ‘나탓’도 ‘남탓’도 아닌, 그저 ‘삶’입니다. 팔다리가 멀쩡하건, 팔다리를 다치거나 잃었건 모두 ‘삶’이에요. 어떻게 이 삶을 꾸리면서 ‘나사랑’을 할 수 있는지 느끼고 받아들여서 새삼스레 눈을 빛내는 길에 설 삶입니다. 가시밭길을 지나니 자갈밭이 나오면 고달플 만한 삶이요, 바닥을 쳤더니 구멍에 빠지면 고단할 만한 삶입니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가시밭·자갈밭 다음은 불밭일 수 있지만, 바닥·구멍 너머는 벼랑일 수 있으나, 새롭게 일어나서 두 걸음을 이어요.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살림을 빚는 길을 깨닫습니다. 살아가며 살림하기에 시나브로 사랑에 눈을 뜹니다. 사랑눈을 뜨니 온누리 해바람비가 얼마나 포근하게 모두한테 드리우는지 알아차려요. 하나하나 알아차리기에 손을 내밀어 이웃을 만납니다. 이웃을 만나며 일놀이를 나누니 어느새 동무하고 함께 걷는 하루이고, 이 하루에 웃음을 짓습니다.


ㅍㄹㄴ


“그냥 태어나기만 해도 존재를 인정받는, 우연히 이지모드로 인생을 스타트한 인간들이 잘난 척하면서 개똥철학이나 떠들어대고! 전부 쓰레기들이면서 무슨 보물인 척해!” (29쪽)


돈 없다면서 사람들 앞에서 나한테 내라고 한 러브호텔비, 내가 사주고 해준 밥값 … 내 취향도 아닌데 내 바이블이라면서 억지로 사게 했던 만화책 전권 … 총 61만 7천 3백 68엔.” (52쪽)


“왜 쓸모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냥 다 리셋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 … 죽은 후에 쓸 만한 걸 남한테 줄 수 있다면, 자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인생 결산 중이야! … 참았던 건 갚아 주고, 돌려주지 못했던 건 전부 돌려줄 거야.” (91, 92, 93쪽)


“변한 게 아니고, 원래의 너로 돌아온 거야.” (165쪽)


사정은 이해했어요. 회사에서의 타케야마 씨와는 별개로. 성희롱도 괴롭힘도 다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용서하고 말고의 감정은 이미 예전 삶이랑 같이 내다버렸거든요. (180쪽)


#この世は戰う價値がある

#こだまはつみ


+


《이 세상은 싸울 가치가 있다 1》(코다마 하츠미/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나였으면 정시에 딱 끝낼걸

→ 나라면 딱 끝낼걸

→ 나라면 안 늦게 끝낼걸

10쪽


이 집을 사고매물로 만들어버릴 테다

→ 이곳을 죽은집으로 바꾸어버릴 테다

→ 여기를 께름집으로 해버릴 테다

31쪽


그냥 다 리셋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지우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치우겠다고 생각했어

→ 그냥 다 끝내겠다고 생각했어

91쪽


지금은 인생 결산 중이야

→ 이제 삶을 돌아봐

→ 요즘은 삶을 추슬러

→ 요새는 삶을 되짚어

92쪽


오랜만인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하고 싶은 얘기 일방적으로 쏟아내지 마

→ 서로 마찬가지로 오랜만이니까 하고 싶은 얘기 혼자 쏟아내지 마

→ 우리 마찬가지로 오랜만이니까 하고 싶은 얘기 마구 쏟아내지 마

15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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