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의 이야기 - 만화로 보는 일상 속 성폭력과 성차별 / 우리 안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시각
토마 마티외.씨냉 지음 / 여성신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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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6.

만화책시렁 749


《어쩌면, 나의 이야기》

 토마 마티외·씨냉

 여성신문사

 2018.3.



  “사내들은 왜 이리 말을 못 알아들을까?” 하고 말하는 분이 많습니다. 속이 좁은 탓입니다. 곧이곧대로 말하면 버럭거리기 일쑤이고, 돌려말하면 속뜻을 읽으려 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모든 사내가 처음부터 속이 좁지 않았어요. 먼나라 꼭두(교황)를 뽑는 자리를 보듯, 임금과 벼슬아치는 처음부터 ‘사내밭’입니다. 집과 아이를 팽개친 채 힘·돈·이름을 거머잡으려는 굴레에 사로잡히거나 뛰어드는 사내가 제 넋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집밥옷을 손수 가꾸고 지으면서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려는 사내가 적잖았고, 참하게 속깊은 말을 들려주는 가시내 곁에서 차근차근 배우고 익히는 길을 걸었기에 푸른별이 아직 멀쩡하다고 느껴요. 《어쩌면, 나의 이야기》는 ‘속좁은 사내’가 일으키는 여러 말썽과 사달과 잘못이 무엇인지 몇 가지 보기로 들려줍니다. 모든 이야기를 작은 꾸러미에 담지는 못 하되, 이 몇 가지부터 차분히 되새기면서 “서로 더 오래 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속말을 알아듣고 마음말을 나누면서 사랑말로 피어나리라 봅니다. 사내는 가시내한테 더 귀를 기울이면서 말을 들어야 합니다. 가시내는 사내한테 더 차근차근 말을 들려주어야 합니다. 하루 한나절(4시간)은 오직 이야기만 하면서 마음과 눈길과 살림을 가다듬을 때라야, 비로소 어깨동무하는 새길을 되찾으리라 봅니다.


ㅍㄹㄴ


세상이 진정 바뀌려면 피해자들의 ‘미투’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들 모든 주변인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미투’를 넘어선 ‘아임쏘리’가 돼야 마땅하다. (38쪽)


‘정말 너로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책임질 당하면 어쩌지. 그리고 왜 그걸 네가 선심 쓰듯 말하고 나는 죄 지은 듯 앉아 있어야 하지?’ (71쪽)


‘그들은 마구 꺼내어 소비한다. 내 것을 내 허락도 없이 누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내 것이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95쪽)


“좀 알아듣기 쉽게 곧이곧대로 말하면 서로 좋잖아.”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군. 곧이곧대로 말하면 곧이곧대로 말해서 싫어할 거면서.’ (101쪽)


나는, 세상은, 변할 수 있을까? (131쪽)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내지 못한다며 자책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146쪽)


+


《어쩌면, 나의 이야기》(토마 마티외·씨냉, 여성신문사, 2018)


장녀로서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 맏딸로서 동생을 보살피고

→ 맏이로서 동생을 잘 보고

10


정말 너로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책임질 당하면 어쩌지

→ 참말 네가, 남들이 맡는다고 나서면 어쩌지

→ 참말 너나 둘레에서 맡겠다고 나서면 어쩌지

→ 참으로 너나 남이 억지로 맡으면 어쩌지

71


누군가가 태어나는걸 일이 잘못된 것의 결과로 만들고 싶지도 않다고

→ 누가 태어나는데 일을 잘못한 탓으로 돌리고 싶지도 않다고

→ 살을 잘못 섞어서 아기가 태어나면 싫다고

→ 짝을 잘못 맺어서 아기가 태어나면 싫다고

71


망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군

→ 바보 나래를 펼치는군

→ 덜떨어진 꿈을 펼치는군

101


나의 거리 위에서 나의 보폭으로 계속 걸을 것입니다

→ 내가 설 거리에서 내 걸음으로 꾸준히 가겠습니다

→ 내가 살 거리에서 늘 내 다리로 걸어가겠습니다

→ 내 삶을 언제나 내 걸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165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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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되지 않아! 1
노하라 타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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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6.

만화책시렁 748


《어떻게든 되지 않아! 1》

 노하라 타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5.3.25.



  어떻게든 되는 일이란 없고, 아무렇게나 둘 만한 일도 없습니다. 큰일과 작은일 모두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바깥일과 집일 다 건사할 적에 느긋하면서 즐겁습니다. 아이가 개미를 지켜보는 하루도 놀라운 일이지만, 요사이는 큰고장에서 개미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어른이 나무를 베어 장작을 패거나 깎는 손놀림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제는 도끼를 쥐어 본 어른이 거의 없다고 할 만합니다. 일은 잊은 채 바쁘게 몰아치는 얼개이지 않나요. 일이 아닌 돈을 버는 자리에 있지 않나요. 일하고 살림하고 놀이하다가 쉬면서 늘 아이곁에 있는 하루가 아닌, 돈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쳇바퀴지 않나요. 《어떻게든 되지 않아!》 첫걸음을 읽습니다. 앞으로 두걸음에 석걸음도 읽으며 살펴야겠는데, 집일에 마음을 못 쏟는 사이에 훌쩍 자란 딸아이하고 어떻게 마음을 나누어야 할는지 모르는 아버지가 나오는 줄거리입니다. 딸아이는 어느 날 별빛(사이킥)을 터뜨립니다. 어찌 다스려야 할는지 모를 빛살이지만, 스스로 눈부실 수 있는 줄 느끼면서 새몸으로 거듭난다고 여겨요. 다만, 아이도 어버이도 서로 잇는 길을 영 모르는데, 언제나 가장 수수한 말씨 한 톨로 이야기를 할 적에 마음부터 이으면서 생각을 추스르게 마련입니다.


ㅍㄹㄴ


‘돌이켜보면 나는 너를 늘 놓치기만 한 것 같다. 일에 쫓기는 나날 속에서 너는 무럭무럭 자라, 내가 모르는 부분만 늘어나고.’ (31쪽)


‘그래도 얘는 순간이동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돌아갈 곳은 없다는 건가?’ (85쪽)


“그래, 아저씨도 사이킥이구나?” “그럴 리가 있나! 소박한 가정을 가진 지극히 일반적인 아빠일 뿐이야!” (131쪽)


#なんくるなんない #野原多央


+


《어떻게든 되지 않아! 1》(노하라 타오/서현아 옮김,학산문화사, 2025)


일에 쫓기는 나날 속에서

→ 일에 쫓기는 나날이라

→ 일에 쫓기면서

31쪽


순간이동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돌아갈 곳은 없다는 건가

→ 휙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돌아갈 곳은 없다는 말인가

→ 바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돌아갈 곳은 없는가

85쪽


사이킥은 치외법권이라도 되나?

→ 너머꽃은 눈감아도 되나?

→ 별님은 봐주도 되나?

→ 별잡이는 담밖이라도 되나?

13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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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5.5. 내가 쓰는 사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 거제동 마을책집 〈책과 아이들〉에서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2025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밭을 일굴 텐데, 이 가운데 하나로 ‘내가 쓰는 내 사전’이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밭은 날짜잡기를 마치고서 알리려 합니다. 먼저 5월 16일부터 잇는 ‘내가 쓰는 내 사전’에 함께할 이웃님을 모신다는 말씀을 여쭙습니다. 사뿐히 함께 깃들면서 낱말 하나를 함께 헤아리면서 새롭게 풀어내는 글놀이와 글수다를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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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57


《時體自解 內鮮間牘》

 김동규 글

 덕흥서림

 1943.5.20.



  우리는 아직 ‘우리말로 글쓰기’라는 길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은 누구나 말글을 마음껏 누리지만, 정작 ‘누구나 우리말로 글쓰기’를 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지난날에는 임금한테 조아리는 ‘한문으로 글쓰기’를 얼추 오백 해 동안 잇다가 ‘일본말로 글쓰기’를 한참 해야 했습니다. 1945년 뒤로도 ‘한문·일본말로 글쓰기’라는 틀이 오래 이었어요. ‘수수하고 사랑스럽게 우리말로 글쓰기’라는 길은 이제 처음으로 세워야 하는 셈입니다. 《時體自解 內鮮間牘》은 1943년에 나옵니다. 이무렵에는 앞으로도 일본굴레가 그대로 이으리라고 여긴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지요. 그냥 일본말과 일본글을 쓰면서 ‘일본사람 시늉’으로 살아야 한다고 여겼다지요. ‘내선(內鮮) + 문독(間牘)’이란 ‘일본을 섬기는 조선 + 글월쓰기 물음’으로 풀이할 만한데, 조선사람도 일본사람하고 똑같이 글월을 쓰는 매무새를 다스리는 ‘문화시민’이 될 수 있다는 줄거리입니다. ‘윗사람·벼슬아치(공무원)’한테 글월을 올릴 적에 이렇게 쓰면 된다고 알립니다. 적잖은 글바치는 중국글로 중국바라기를 하다가, 일본글로 일본바라기를 했습니다. 2000년을 훌쩍 넘어선 이즈음은 우리 스스로 어떤 말빛과 글결을 세우고 펴는 하루일까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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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53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

 河村直 엮음

 博文館

 1895.5.17.



  일본이 쳐들어오고 나서 얼마나 괴롭고 힘겨웠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앞으로 나라를 다시 일구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징비록》이란 책이 있되, 막상 조선 임금이나 벼슬아치는 안 거들떠보았습니다. 거꾸로 일본은 ‘징비록 일본옮김판’을 곧바로 펴내어 곱새겼다지요. 어느 일을 치르거나 겪든 쓴소리부터 살피고 삼켜야 비로소 거듭나면서 바로세우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쓴소리를 손사래치거나 아예 가로막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을 보았습니다. 일본이 1894∼95년에 일으킨 싸움판을 담아낸 꾸러미인데, 이태 만에 스물일곱째를 내놓았다는군요. 언제까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옆나라 일본은 스스로 무슨 ‘일이나 짓’을 꾀하든 차곡차곡 스스로 남겨서 돌아보는 버릇이 깊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우리는 여러 우두머리(대통령)를 보았습니다만, 이제껏 어느 우두머리도 “나 잘했어!” 하고 외치는 꾸러미만 잔뜩 내놓았을 뿐, 잘잘못을 낱낱이 새긴 꾸러미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뭐, 〈한겨레〉이든 〈조선일보〉이든 똑같아요. 글바치도 이녁 발자취를 남길 적에 ‘잘’만 적을 뿐, ‘잘못’은 거의 몽땅 숨기거나 가리거나 귀퉁이만 조금 적더군요. 잘못을 저질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잘못을 안 뉘우칠 뿐 아니라 숨기면서 잘난 척하니까 사납고 고약합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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