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5.6.
숨은책 1053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
河村直 엮음
博文館
1895.5.17.
일본이 쳐들어오고 나서 얼마나 괴롭고 힘겨웠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앞으로 나라를 다시 일구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징비록》이란 책이 있되, 막상 조선 임금이나 벼슬아치는 안 거들떠보았습니다. 거꾸로 일본은 ‘징비록 일본옮김판’을 곧바로 펴내어 곱새겼다지요. 어느 일을 치르거나 겪든 쓴소리부터 살피고 삼켜야 비로소 거듭나면서 바로세우게 마련입니다. 이와 달리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쓴소리를 손사래치거나 아예 가로막는 얼거리라고 느낍니다. 《日淸戰爭實記 第貳拾七編》을 보았습니다. 일본이 1894∼95년에 일으킨 싸움판을 담아낸 꾸러미인데, 이태 만에 스물일곱째를 내놓았다는군요. 언제까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옆나라 일본은 스스로 무슨 ‘일이나 짓’을 꾀하든 차곡차곡 스스로 남겨서 돌아보는 버릇이 깊구나 싶어 새삼스럽습니다. 우리는 여러 우두머리(대통령)를 보았습니다만, 이제껏 어느 우두머리도 “나 잘했어!” 하고 외치는 꾸러미만 잔뜩 내놓았을 뿐, 잘잘못을 낱낱이 새긴 꾸러미를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뭐, 〈한겨레〉이든 〈조선일보〉이든 똑같아요. 글바치도 이녁 발자취를 남길 적에 ‘잘’만 적을 뿐, ‘잘못’은 거의 몽땅 숨기거나 가리거나 귀퉁이만 조금 적더군요. 잘못을 저질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잘못을 안 뉘우칠 뿐 아니라 숨기면서 잘난 척하니까 사납고 고약합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