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기에는 1
카리 스마코 지음, 오지은 역자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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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9.

만화책시렁 769


《내일 죽기에는 1》

 카리 스마코

 오지은 옮김

 열림원

 2024.9.30.



  죽음을 제대로 모르거나 잊은 분이 많습니다. 목숨을 다하거나 잃기에 죽음이지 않습니다. 이 몸을 내려놓고서 새롭게 몸을 입으려고 떠나는 길이 죽음입니다. 몸을 내려놓더라도 마음은 안 사라지고, 넋도 고스란합니다. 우리가 입은 몸이라는 옷은 찬찬히 돌보고 다스리면서 이 삶을 겪는 실마리이자 디딤돌입니다. 《내일 죽기에는 1》를 보면 서울(도쿄)에서 바쁘게 일하는 아가씨가 나오고, 살아가는 보람을 찾고 싶은 아줌마가 나옵니다. 그런데 “사는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찾는 곳은 ‘일자리’가 아닌 ‘돈을 버는 자리’입니다. ‘일’하고 ‘벌이’는 달라요. ‘일’이란 스스로 꿈을 이루려고 일으키는 새바람이자 새물결입니다. 비질과 걸레질과 설거지로 함박웃음을 지을 줄 알면 ‘일’입니다. 가만히 걷거나 달리면서 즐거울 줄 알면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바라보고 밤에 잠들며 별을 그리며 느긋할 줄 알면 ‘일’입니다. ‘돈자리(직업)’만 붙잡으려고 하면 오히려 몸마음을 갉아서 빨리 죽습니다. 옷(몸뚱이)이 쉽게 닳고 낡는걸요. 돈을 안 벌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돈을 이 삶에서 알맞게 벌면서 알뜰살뜰 다루고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물결이 일고 바람이 일듯 생각이 일어나야 비로소 ‘일’입니다.


ㅍㄹㄴ


‘뭐, 언제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오늘 죽기에는.’ (8쪽)


“엄마는 아줌마지?” “그야 그렇지. 아니, 그럼 뭐라고 생각해 온 거야. 딸이 189살인데.” (92쪽)


‘내일은 내일이라면 내일이란 뭘까? 전부 오늘이, 전부 지금이 이어져 있는 거잖아.’ (126쪽)


#あした死ぬには #雁須磨子


+


《내일 죽기에는 1》(카리 스마코/오지은 옮김, 열림원, 2024)


전부 오늘이, 전부 지금이 이어져 있는 거잖아

→ 모두 오늘이, 모두 이곳을 잇잖아

→ 다 오늘이, 다 여기하고 잇잖아

126쪽


팔이 후들후들거려

→ 팔이 후들후들해

→ 팔이 후들거려

15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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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 이유진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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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8.9.

인문책시렁 445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뢰브

 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2022.8.1.



  1970년에 스웨덴에서 처음 나온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라고 합니다. ‘청소부’라는 이름이 낮춤말이라 여기면서 ‘청소노동자’로 쓰기도 하고, ‘도시환경 담당 주임’이라든지 ‘환경미화원’이라든지 ‘미화 근로자’라든지 ‘환경실무원’으로 자꾸자꾸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경미화’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미화’하는 셈입니다. 겉만 꾸미는 그럴싸한 허울입니다. 집살림을 한다면 누구나 쓸고닦는 일을 할 노릇입니다. 한집을 이루는 모든 사람이 쓸고닦아야지요.


  그렇지만 이 나라는 아주 오래도록 우두머리는 빗자루나 걸레를 안 쥐었습니다. 위아래로 가르는 굴레에서는 ‘쓸고닦기(청소)’는 애들이나 밑사람이나 가시내한테만 시키는 후줄근한 ‘밑바닥일’로 삼았습니다. 살아가고 살림하는 길에 ‘청소(쓸고닦기)’를 안 할 까닭이 없어요. ‘청소’라는 한자말을 ‘환경미화’라는 한자말로 바꾼들, 더구나 ‘환경실무원’이나 ‘환경미화원’처럼 ‘-원’이라는 한자를 붙인들, 일자리는 안 바뀝니다.


  우리말로 헤아린다면 ‘말끔님’이나 ‘깔끔님’이나 ‘반짝님’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쓸고닦은 자리는 말끔하거나 깔끔하게 거듭납니다. 쓸고닦기에 반짝반짝합니다. 말끔하게 가꾸고 깔끔하게 돌보고 반짝반짝 바꾸기에 ‘말끔님·깔끔님·반짝님’이라 할 만하고 ‘깨끗님·꽃가꿈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그나저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꽤 예전에 말끔님으로 일하던 분이 하루하루 남긴 글을 그러모았다고 하는데, 옮김말씨가 너무 먹물스럽습니다. 줄거리는 찬찬히 짚으면서 돌아볼 만하되, 옮김말씨는 “일하는 사람이 쓴 말” 같지 않습니다. 옮긴이 스스로 빗자루와 걸레를 쥐고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할 적에도 이런 말씨로 하루글을 남길는지요? “살림하는 사람이 쓰는 말”이란 ‘살림말’입니다. 말끔하게 가꾸는 살림길을 추스르는 사람은 “책상물림이 머리로 꾸미는 억지스런 말”을 안 씁니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같은 책이름도 퍽 아리송합니다. 말끔지기는 “바닥을 숱하게 닦을” 뿐이거든요.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지 않아요. “바닥을 + 숱하게 + 닦”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여느 어머니가 어떤 말로 살림과 삶과 사랑을 그리는지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엄마말’이란 ‘모국어’가 아닌 ‘살림말’이자 ‘숲말’이고 ‘사랑말’입니다. 아이곁에서 나란히 어깨동무하는 아늑하며 포근한 말씨인 “일하고 살림하는 엄마가 쓰는 말”입니다.


ㅍㄹㄴ


오늘날 청년들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를 얻으려면 온갖 종류의 학위가 있어야 한다. (66쪽)


가난하다는 것은 가슴속에 항상 큰 응어리가 맺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담배를 피우거나 다른 식으로 낭비할 때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93쪽)


‘우리’ 택시 기사들이 셰익스피어도 읽지 않는다고 그녀는 어떻게 저리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저임금노동자 대부분은 고전 읽기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알아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104쪽)


그들은 골프가 저렴한 스포츠라는 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300크루나만 있으면 골프 클럽 회원이 될 수 있고 200크루나에서 300크루나만 있으면 골프채를 구할 수 있다고. (198쪽)


스웨덴은 광고비로 20억 크루나를 쓴다. 개발도상국 지원금 액수보다 다섯 배 많다고 텔레비전에서 말했다. (227쪽)


춤을 추며 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거의 잊었다. (247쪽)


빌리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가 아니었다. 저 공간에서 잘 지내지 못했다. 타자기는 내가 싫어하는 수석 사회복지사 자리에 있었다. 그곳을 청소할 때마다 그녀가 무시하는 말들이 떠올랐다. (295쪽)


#Rapport fran en skurhink (1970년) #MajaEkelof


+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마이아 에켈뢰브/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2022)


쌍둥이 유아차는 끌기 무겁다

→ 나란둥이 수레는 끌기 무겁다

11쪽


지금 그날을 되씹으며 내 이웃이 스웨덴 사회의 시민들이 받을 사회적 혜택에 대해 신문에서 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오늘 그날을 되씹는다. 이웃이 글로 스웨덴사람이 받을 보람을 읽은 줄 깨닫는다

11쪽


아이들에게 필요한 옷의 목록을 작성하라고 말한다

→ 아이들이 입을 옷을 죽 적으라고 말한다

→ 아이들이 입을 옷을 적어 보라고 말한다

→ 아이한테 챙길 옷을 써 보라고 말한다

14쪽


야간학교 가을학기 소집이 있었다

→ 밤배움터 가을마당으로 모였다

→ 별밤배움 가을자리로 모였다

32쪽


이 화려한 테이블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 이 눈부신 자리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으니

→ 이 빛나는 자리에서 신나게 보낼 수 있었는데

39쪽


시청 청사로 향했다

→ 고을터로 갔다

→ 고장터로 갔다

40쪽


내가 과잉보호하는 엄마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 내가 감싸는 엄마가 아니라면 나을 텐데

→ 내가 두남두는 엄마가 아니라면 될 텐데

58쪽


크리스마스 햄이 삶아지고 있고

→ 섣달 고기떡을 삶고

→ 섣달잔치 함박고기를 삶고

6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계속 글을 쓸 것 같다

→ 그러나 이따금 글을 쓸 듯하다

→ 그래도 이따금 글을 이을 듯하다

68쪽


우측통행은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 오른쪽은 아직 펴지 않는다

→ 오른걷기는 아직 하지 않는다

→ 오른길은 아직 가지 않는다

81쪽


왜냐하면 즐거움을 너무 급작스럽게 느끼기보다는 나들이를 기다리는 설렘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 너무 급작스러울 때보다 설레며 기다릴 때에 나들이가 즐겁다

→ 너무 급작스러울 때보다 기다리며 설렐 때에 나들이가 즐겁다

110쪽


그후 아이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었고

→ 이러고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줬고

→ 이런 뒤 아이들 밥을 지었고

165쪽


농장에 갈 수는 없어도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좋다

→ 숲밭에 못 가도 이레끝 날씨가 맑으면 즐겁다

→ 한밭에 못 가도 이레끝 날씨가 개면 개운하다

190쪽


이 세상에는 협잡질이 너무 많다

→ 온누리에는 거짓질이 너무 많다

→ 이 땅에는 뻥질이 너무 많다

→ 이곳에는 노가리가 너무 많다

207쪽


내가 쓴 무언가를 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고

→ 내가 쓴 무엇을 본 누가 있을 수 있다고

→ 내가 무엇을 쓰면 누가 볼 수 있다고

226쪽


분수를 영리하게 바꾸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 나눔값을 똘똘하게 바꾸는 길을 못 배우고

→ 나눔치를 밝게 바꾸는 길을 배우지 못하고

229쪽


이곳에 와서 담소를 나누었다

→ 이곳에 와서 얘기를 했다

→ 이곳에 와서 도란도란했다

255쪽


이 광경은 나에게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 이 모습을 보니 어릴적이 떠오른다

→ 이 모습에 어린날이 떠오른다

259쪽


모든 슬픔의 한가운데에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모두 슬프지만 즐거운 한때였다

→ 모두 슬픈 날이지만 즐거웠다

→ 모두 슬픈데 즐겁게 보냈다

26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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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8. 시골 + 민생회복지원금 + 하나로마트



  시골사람은 ‘민생회복 지원금’을 쓰기가 어렵거나 못 쓴다. 나는 ‘읍·면’이 아닌 ‘마을(리)’에서 살기에, 가장 가깝다면 면소재지로 5km쯤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서 가게 한 곳에 갈 수 있다. 두바퀴야 늘 타기는 하는데, 면소재지 가게에서 등짐으로 짊어지며 두바퀴를 달려서 집으로 돌아오면 땀범벅이다. 두 시간마다 들어오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15km 떨어진 읍내에 가도 ‘민생회복 지원금’을 쓸 만한 데는 편의점과 파리바게트 즈음이다. 시골 저잣거리에서는 모두 맞돈(현금)만 받으니 어느 할머니한테서도 ‘민생회복 지원금’을 못 쓴다.


  지난 2025년 7월 21일부터 ‘민생회복 지원금’을 베풀었다는데, 8월 8일에 이르러서야 ‘시골에서는 군수가 건의를 하면 하나로마트에서도 쓸 수 있게끔 바꾸겠다’는 말이 나온다. ‘바쁘신 군수님’이 ‘나라에 건의를 언제 할’는지 까마득하다. ‘군수 건의를 받기 앞서’ 나라에서 시골 하나로마트를 풀면 될 뿐이지 않은가?


  시골은 서울하고 다르다. 아무리 시골사람이 이 나라에서 1%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읍·면’에서조차 살지 않는 사람은 0.1%는커녕 0.01% 즈음이라고 하더라도, ‘민생회복’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서울만 살필 일이 아닌 시골도 터럭만큼은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왜 시골 하나로마트는 ‘연매출 30억’이 넘을까? 시골에서 ‘카드’도 받으면서 저잣마실을 할 수 있는 데는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오랜 작은가게(소형마트)뿐이거든. 그런데 읍내 작은가게조차 ‘연매출 30억’이 넘기 일쑤이다.


  시골에 학원이건 안경집이건 책집이건 아예 없거나 읍내에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시골사람 가운데 시골밥집에서 밥을 사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술마시는 아재 아니고서는 시골밥집에 가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시골에서 살며 시골군수와 시골의원(국회의원·도의원·군의원)은 뽑기철(선거철)에 비로소 얼굴을 본다. 뽑기철을 뺀 한 해 내내 그들을 볼 일도 스칠 일도 없다. 오늘날 시골이란 이렇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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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도록

알라딘서재에서 '알라딘 상품 넣기'가 안 된다.


알라딘서재 관리자는 알까?

모를까?


안 된다고 알린 사람이 있을까?

없을까?


아마 갈수록

이런 잘잘못은

말하는 사람도 따지는 사람도 없을 듯하다.


그저 그러려니 지나가야 할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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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등진 너를 (2025.6.15.)

― 부산 〈책과 아이들〉



  어제 무슨 비가 왔느냐는 듯이 활짝 개면서 싱그럼바람이 일렁이는 부산 아침입니다. 〈책과 아이들〉에서 하루를 엽니다. 오늘로 ‘바보눈 열넉걸음’을 매듭짓고서 새걸음으로 나아갈 길목입니다.


  새걸음이란 이제까지 없던 길로 내딛는 몸짓이면서, 어제하고 모레를 잇는 ‘사이’입니다. 길목이기에 ‘사이’요, 둘을 잇는 목이기에 ‘새롭’고, 이 사이인 새로운 숨결은 바로 ‘깃털짐승’은 ‘새’라는 이름으로도 나타냅니다.


  ‘새소리’를 들을 줄 알기에 새롭습니다. ‘새노래’를 품을 수 있기에 새록새록 생각이 솟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을 잇는 동무와 이웃을 만나는 하루란 언제나 새롭게 빛나는 나날이지 싶어요. 그런데 때때로 ‘등돌림·등짐(배신)’을 겪습니다. 누가 우리를 등지면서 손가락질을 한다면, “튼튼몸에 들이닥친 좀앓이(질병)”로 여길 만한데, 새롭게 나아가려는 길에 튼튼히 일어나려는 숨빛입니다.


  우리한테 사근사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우리를 등지거나 등돌릴 텐데, 우리부터 사근사근하게 다가서더라도 우리를 등지거나 등돌릴 수 있는데, 스스럼없이 사근사근 웃는 노래를 들려주는 하루라면, 함께 눈망울을 밝힌다고 느껴요. 그들이 바뀌느냐 안 바뀌느냐 하고 쳐다볼 일은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꾸면 돼요.


  바꾸는 일도, 가꾸는 일도, 일구는 일도, 모두 우리가 스스로 하지만, 굴레에 갇히기도, 사슬에 묶이기도, 늪에 빠지기도, 언제나 스스로 바라는 대로 갑니다.


  즐겁게 이 땅을 디디고, 하늘바람을 마시는 오늘을 누리면 됩니다. 바람 한 줄기를 손에 쥐면서 풀꽃노래를 부르며 푸르게 물드는 새하루를 누리면 됩니다.


  우두머리(권력자)는 으레 말장난으로 사람들을 사슬에 가두려고 합니다. 그들로서는 말장난이요, 우리로서는 말굴레에 말늪입니다.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는 ‘비국민·반국민’ 같은 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옥죄었어요. 싸움불굿을 일으킨 나라가 나쁘다며 맞서면 ‘반국민’이고, 싸움불굿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면 ‘비국민’이라 여겼습니다. 오늘 우리는 ‘비도덕적·비신사적’뿐 아니라 ‘비장애인’ 같은 말까지 그냥그냥 쓰는데, 뿌리를 짚어 보면 모두 끔찍한 이름입니다.


  우리는 그저 서로 ‘사람’입니다. 누구를 어떤 틀에 가둘 까닭이 없고, ‘누구 아닌 이웃’을 ‘비(非)-’라는 끔찍한 굴레로 묶을 까닭이 없어요.  ‘비(非)-’는 그저 빈수레입니다.


  작은길을 느리게 사랑하는 손끝이 묻어난 책을 손에 쥘 적에 스스로 눈뜹니다. 작은말 한 마디를 차분히 헤아리면서 나눌 적에 스스로 깨어납니다. 작은길을 걷자면 스스로 작은별인 줄 알아봐야지요. 등진 네가 함께 해바라기를 하기를 바라요.


ㅍㄹㄴ


《한나의 하얀 드레스》(아이작 스웨이걸 디미얼 글·오라 에이탄 그림/김미련 옮김, 느림보, 2004.6.15.)

#HannasSabbathDress #ItzhakSchweigerDmiel) #OraEitan

《운하 옆 오래된 집, 안네 프랑크 하우스》(토머스 하딩 글·브리타 테켄트럽 그림/남은주 옮김, 북뱅크, 2024.7.5.

##Das alte Haus an der Gracht #ThomasHarding #BrittaTeckentrup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나호선, 여문책, 2022.3.21.)

《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나가이 가후/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5.4.1.)

《눈 내리는 날》(기쿠타 마리코/편집부 옮김, 비로소, 2001.11.3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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