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8. 시골 + 민생회복지원금 + 하나로마트



  시골사람은 ‘민생회복 지원금’을 쓰기가 어렵거나 못 쓴다. 나는 ‘읍·면’이 아닌 ‘마을(리)’에서 살기에, 가장 가깝다면 면소재지로 5km쯤 두바퀴(자전거)를 달려서 가게 한 곳에 갈 수 있다. 두바퀴야 늘 타기는 하는데, 면소재지 가게에서 등짐으로 짊어지며 두바퀴를 달려서 집으로 돌아오면 땀범벅이다. 두 시간마다 들어오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15km 떨어진 읍내에 가도 ‘민생회복 지원금’을 쓸 만한 데는 편의점과 파리바게트 즈음이다. 시골 저잣거리에서는 모두 맞돈(현금)만 받으니 어느 할머니한테서도 ‘민생회복 지원금’을 못 쓴다.


  지난 2025년 7월 21일부터 ‘민생회복 지원금’을 베풀었다는데, 8월 8일에 이르러서야 ‘시골에서는 군수가 건의를 하면 하나로마트에서도 쓸 수 있게끔 바꾸겠다’는 말이 나온다. ‘바쁘신 군수님’이 ‘나라에 건의를 언제 할’는지 까마득하다. ‘군수 건의를 받기 앞서’ 나라에서 시골 하나로마트를 풀면 될 뿐이지 않은가?


  시골은 서울하고 다르다. 아무리 시골사람이 이 나라에서 1%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읍·면’에서조차 살지 않는 사람은 0.1%는커녕 0.01% 즈음이라고 하더라도, ‘민생회복’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서울만 살필 일이 아닌 시골도 터럭만큼은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왜 시골 하나로마트는 ‘연매출 30억’이 넘을까? 시골에서 ‘카드’도 받으면서 저잣마실을 할 수 있는 데는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오랜 작은가게(소형마트)뿐이거든. 그런데 읍내 작은가게조차 ‘연매출 30억’이 넘기 일쑤이다.


  시골에 학원이건 안경집이건 책집이건 아예 없거나 읍내에 드문드문 있을 뿐이다. 시골사람 가운데 시골밥집에서 밥을 사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술마시는 아재 아니고서는 시골밥집에 가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시골에서 살며 시골군수와 시골의원(국회의원·도의원·군의원)은 뽑기철(선거철)에 비로소 얼굴을 본다. 뽑기철을 뺀 한 해 내내 그들을 볼 일도 스칠 일도 없다. 오늘날 시골이란 이렇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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