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위기


 현재의 위기부터 극복해야 → 오늘 고갯마루부터 넘어야

 과거의 위기에서 탈출했을 때 → 지난 늪에서 벗어났을 때

 나의 위기일 수밖에 없다 → 나는 벼랑일 수밖에 없다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위기’ 얼개라면 ‘-의’부터 털고서, ‘아슬하다·아슬아슬’나 ‘아찔하다·아찔아찔’이나 ‘가시밭·가시밭길·가시밭판·가싯길’로 손볼 만하고, ‘고개·고갯마루·판’이나 ‘고비·고빗사위·죽을고비·한고비·구석’으로 손봅니다. ‘물결·큰물결·너울’이나 ‘눈바람·벼락’이나 ‘살얼음·살떨리다’나 ‘늪·수렁·진구렁·진창’으로 손보거나 ‘벼랑·벼랑끝·불구덩·불속’이나 ‘땀나다·땀흘리다·짙땀’이나 ‘애먹다·힘겹다·힘들다·버겁다·벅차다’나 ‘막다르다·사느냐 죽느냐’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ㅍㄹㄴ



철옹성을 쌓았던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 담벼락을 쌓던 이 나라 고인물에 고비라고 하기도 하지만

→ 울타리를 쌓던 이 땅 틀박이가 벼랑에 섰다고도 하지만

《책의 공화국에서》(김언호, 한길사, 2009) 637쪽


고통받는 청년들의 현실과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살펴보게 합니다

→ 하루하루 괴로운 젊은이와 고비를 맞은 어깨동무를 살펴봅니다

→ 삶이 고단한 젊은이와 아슬아슬한 풀꽃나라를 살펴봅니다

《세월의 기억》(박순찬, 비아북, 2014) 14쪽


세상 사람들은 종말의 위기로부터 간신히 회복한 세계에서

→ 사람들은 벼랑끝에서 힘겹게 벗어난 곳에서

→ 사람들은 끝장난 고비에서 겨우 살아난 데에서

《특별할 것 없는 아쿠타 1》(이나이 카오루/김수연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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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여성


 시골의 여성과 비교하면 → 시골순이와 대면 / 시골사람과 견주면

 현대의 여성과는 차이가 난다 → 오늘날 가시내와는 다르다


  ‘여성(女性)’은 “1. 성(性)의 측면에서 여자를 이르는 말. 특히, 성년(成年)이 된 여자를 이른다 ≒ 여 2. [언어] 서구어(西歐語)의 문법에서, 단어를 성(性)에 따라 구별할 때에 사용하는 말의 하나”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의 + 여성’ 얼거리라면, ‘-의’를 털고서 ‘가시내·가스나’나 ‘가시-’나 ‘-순이’를 비롯해, ‘갓님’처럼 새말을 지어서 담아낼 만합니다. 가시내 자리는 사내 자리하고 좀 다르게 ‘-님’을 붙여서 ‘갓님(가시내님)’처럼 쓰면서 생각을 북돋아도 어울립니다. 앞으로 우리 삶터가 아름답게 거듭난다면 ‘-님’을 덜어도 될 텐데, 한동안 이러한 말씨를 쓰면 좋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자리를 헤아려 ‘딸’이나 ‘아이·사람·-이·분·-님·-놈’이나 ‘짝·곁짝·동무·벗’으로 풀어내어도 어울려요. ㅍㄹㄴ



세 분의 여성들이 그만큼 나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이 글의 중심적 인물들이기에 여기서 잠시 그분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 세 분이 그만큼 나한테 컸고, 이 글에서 한복판이기에 여기서 살짝 세 분을 얘기하기로 한다

→ 세 분이 그만큼 나한테 대단했고, 이 글에서 아름빛이기에 여기서 세 분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나의 사랑과 예술》(김기창, 정우사, 1977) 31쪽


조선 농촌에서 17∼18세의 여성을 전문적으로 속여 4년 간

→ 조선 시골에서 열일곱∼열여덟 살 순이를 속여 네 해 동안

→ 조선 시골에서 열일고여덟 살 가시내만 속여 네 해 동안

→ 조선 시골에서 열일고여덟 살 순이만 골라 속여 네 해 동안

《일본군 군대위안부》(요시미 요시아키/이규태 옮김, 소화, 1998) 123쪽


청소 노동자는 대부분 고령의 여성이었습니다

→ 말끔일꾼은 거의 나이 든 분입니다

→ 깔끔지기는 거의 나이 많은 분입니다

→ 깨끗지기는 거의 할머니 나이입니다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이수정, 철수와영희, 2015) 71쪽


검은 머리를 반짝이는 머리핀으로 고정한 마른 체격의 여성이었다

→ 검은 머리를 반짝이는 머리핀으로 여민 마른 순이이였다

→ 검은 머리를 반짝이는 머리핀으로 누른 비쩍 마른 순이였다

《에피》(편집부, 이음) 2호(2017) 44쪽


미모의, 그리고 묘령의 여성은

→ 예쁘고 꽃다운 순이는

→ 곱고 꽃같은 아가씨는

《모나미 153 연대기》(김영글, 돛과닻, 2019) 23쪽


동네의 여성 노인들은 이미지가 비슷하다

→ 마을 할머니는 비슷하다

→ 골목 할매는 비슷해 보인다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20쪽


팜므 파탈, ‘운명의 여성’이라는 말 알아?

→ 겨울빛, ‘고운님’이라는 말 알아?

→ 검정꽃. ‘빛순이’라는 말 알아?

《쌍망정은 부숴야 한다 25》(후지타 카즈히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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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에그 스탠드egg stand



에그 스탠드 : x

egg stand : 달걀 스탠드

エッグ·スタンド(egg stand) : 에그 스탠드



영어로 ‘egg stand’란, 달걀을 받치거나 놓는 곳입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달걀받침’이나 ‘달걀놓개’입니다. ㅍㄹㄴ



정해진 용도대로만 사용한다면 에그 스탠드는 참 쓸 일이 드문 물건이다

→ 쓰임새대로만 본다면 달걀받침은 참 쓸 일이 드물다

→ 쓸모대로만 치면 달걀놓개는 참 쓸 일이 드물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길정현, 스토리닷, 2025)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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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8.20. 안 검증된 책을 쥔다



  ‘검증된’이라고 할 적에는 종이(자격증·졸업장)를 내어주는 곳에서 받아들인다는 뜻이지 싶다. ‘검증 안 된’이라고 할 적에는 누구나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살림자리에서 느긋이 주고받으면서 함께 누린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검증된 책’만 읽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굴레에 갇히는 셈이다. ‘검증된’도 ‘검증 안 된’도 아닌, 손이 가는 책을 그저 안 가리면서 읽을 적에는 스스로 눈을 틔우는 셈이다.


  곰곰이 보면 ‘반가운 책’이건 ‘안 반가운 책’이건 ‘읽기 성공’이나 ‘읽기 실패’가 아닌, 다 다른 길을 읽는 이야기라고 느낀다. 언뜻 보면 ‘책을 잘못 고를 기회’란, “그동안 마주할 일이 드물거나 없던 여러 목소리를 지켜보고 살펴보고 귀담아듣는 고마운 틈”이지 싶다. 책읽기를 한다면 틈을 낸다는 뜻인데, 좋아하는 책만 야금야금 즐기는 길이지 않다. 책읽기를 하려고 틈을 낼 적에는, 눈과 귀와 머리와 마음과 생각을 활짝 틔우는 새길을 배우려는 하루여야지 싶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 고를 기회’라기보다는 “나랑 다른 이웃을 만나서 마음을 섞는 말을 나눌 틈”을 스스로 누리는 ‘열린읽기’를 할 노릇이지 싶다. 반갑거나 즐거운 책도 읽고, 안 반갑거나 안 즐거운 책도 ‘열린눈’을 북돋우고 가꾸는 길이라고 할까. 이쪽 책도 읽고 저쪽 책도 읽기에 고르게 자란다. 이런 책도 쥐고 저쪽 책도 쥐기에 곱게 피어난다. 날개돋이를 하는 나비는 왼날개랑 오른날개가 빈틈없이 똑같아야 비로소 바람을 타고서 하늘을 난다. 사람도 같다. 왼다리랑 오른다리가 나란해야 뚜벅뚜벅 즐겁게 걷고 타타타타 신나게 달린다. 왼손과 오른손을 나란히 다루기에 글을 톡톡톡 칠 뿐 아니라, 짐을 나르고, 아기를 안고 두바퀴를 달리며 새살림을 짓고 빚는다. 우리는 ‘온책(온갖 책)’을 곁에 둘 노릇이다. 왼책도 오른책도 아닌, 이쪽 책이나 저쪽 책도 아닌, 그저 ‘온책’과 ‘가운책’을 살필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라 일컫고, ‘민주주의 = 대화 + 타협’이라고 여기는데, 한자말 ‘대화’는 우리말로 옮기면 ‘이야기’이고, ‘이야기 = 잇는 길·말·마음’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나하고 다른 너를 마주보면서 서로 어떤 마음과 길과 삶인지 주거니받거니 하는 ‘이야기(대화)’를 할 적에 비로소 바른길(민주)일 테니, 우리는 나랑 다른 길을 가는 사람하고 틈틈이 섞여서 차분히 말을 나눌 노릇이다. 길(정치성향)이 다르대서 등지거나 손가락질을 한다면, 터럭만큼도 바른길(민주)이 아닌 막짓(독재)일 뿐이다. 다르니까 만난다. 서로 다르니까 순이(여성)하고 돌이(남성)가 만나서 얘기를 할 노릇이다. 다르니까 다른 몸과 마음과 빛이요, 다르기에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에 서로 헤아리는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린다.


  우리나라는 허울만 ‘민주’인 터라, ‘내가 해야만 올바르’고 ‘남(놈)이 하면 안 올바르’다고 자르거나 갈라치기 일쑤이다. 책읽기조차 우리는 으레 ‘좋아하는 책’만 쥐느라, 스스로 안 배우고 담벼락을 쌓는다. ‘안 좋아하는 책’을 굳이 챙겨서 읽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훌쩍 뛰어넘어서, “그저 내가 스스로 아름답게 배우는 길에 이바지하는 길동무인 책”을 모두 기꺼이 읽고 새기면서 가다듬는 길에 서야 하지 않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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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노래꽃 . 기다릴 때면



다가가기 어려워서 기다린다

다가서는데 그냥 쭈뼛거린다

막상 다가와 주는데 달아난다

또 숨다가

다시 나와서

다르게 마음을 먹고서 달린다

언제 닿을는지 모르지만

다른 너랑 나랑 다다를 곳을

두근두근 기다려 보고

쓰다듬고 가다듬고 보듬고서

웃는 노래를 담아서

들길을 따라서


2025.6.15.해.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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